언론보도

미국 세계 경찰역할 싫다…한국 56% 멕시코 72%

  • 2004-10-01
  • 이내영 (중앙일보)

한국.미국.멕시코 국민 대외인식 비교 

미국에 대한 호감온도는 한국 58° 멕시코 68°

한국과 멕시코는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여 온 중진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양국은 미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국가라는 유사성도 있다. 그러나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큰 것과 비례해 양국은 미국과의 힘의 불균형과 미국의 패권에 대한 두려움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3개국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과 멕시코의 대외 인식, 특히 이들의 대미 인식을 비교하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다.

◆ "국제문제 개입에 적극적"=먼저 국제 문제에 대해 한국인은 멕시코인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문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들의 83%가 적극 개입을 지지한 반면 멕시코인은 57%만이 지지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경우 이를 수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한국인의 83%가 찬성한 반면 멕시코는 48%만이 찬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해 양 국민의 인식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국제법 위반과 침략행위 등에 대처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수행할 책임이 있는가에 대해 멕시코인들이 한국인들보다 훨씬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한국인의 56%가 미국의 세계 경찰의 역할에 반대했지만 멕시코인은 72%가 반대했다.

◆ 한국민, 유엔에 호의적=이런 결과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을 하고 있는 반면 멕시코인들은 주변국으로부터 뚜렷한 안보 위협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세계 경찰 역할을 우려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자국의 입장과 다른 유엔의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미국이 이에 따라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한국인은 85%가 그렇다고 한 반면 멕시코인은 44%만 그렇다고 했다.

이런 차이는 한국인들이 국가 형성기와 한국전쟁의 경험에서 유엔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멕시코인들은 유엔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일본에 대한 "호감 온도"는 멕시코인이 한국인보다 높았다.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호감 온도는 58도인 반면 멕시코인은 68도였다. 또 한국인의 일본 호감 온도(45도)는 낮았지만 멕시코인들은 68도였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58점)과 멕시코인(59점)의 호감도가 비슷했다.

 

◆ 조사 참여 기관
한 국 : 동아시아연구원(EAI)
미 국 : 시카고외교협회(CCFR)
멕시코 : 경제연구교육센터(CIDE).멕시코외교협회(COMEXI)

 

◆ 한국 측 조사 참여자
동아시아연구원=김병국(고려대), 이내영(고려대), 김태현(중앙대),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남궁곤(이화여대)교수, 정원칠 부소장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 전문기자전영기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