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미국 여론주도층 82%…북 남침시 참전

  • 2004-10-01
  • 김성한 외 (중앙일보)

한국·미국·멕시코 국민 대외인식 조사

아랍국이 이스라엘 침공할 경우보다 18%p 높아


미국 국민은 자기 나라 대외 정책의 최대 목표를 "핵무기 비확산"과 "반 테러리즘"으로 보고 있다. 비확산과 반테러를 미국의 전통적 가치인 "민주주의 전파"와 "해외의 자국 기업 보호"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내용은 30일 워싱턴에서 시카고외교협회(CCFR)가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한국.미국.멕시코 3개국 대외 인식 비교 조사에서 나타났다. CCFR는 미국인을 일반인과 여론 주도 계층으로 나눠 설문 조사를 했다.

CCFR와 공동으로 조사를 기획한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멕시코의 경제연구교육센터(CIDE).멕시코외교협회(COMEXI)도 같은 내용을 동시에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매우 중요한 대외 정책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핵 확산 방지라고 응답한 미국인이 87%, 국제 테러 대응이라고 대답한 미국인이 84%였다. 민주주의 전파는 29%, 해외 기업 이익 보호는 22%에 그쳤다.

◆ "한국에 미군 주둔시켜야"=이 같은 미국인의 인식은 핵무기 비확산과 반테러에 정면 도전하는 북한을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태도로 이어진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참전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일반인의 43%, 여론 주도층의 82%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응답은 아랍국이 이스라엘을 침공할 경우를 가정한 물음에 여론 주도층의 64%(일반인은 43%로 같음)가 그렇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는 일반인의 33%, 여론 주도층의 51%가 참전에 찬성했다.

미국인은 동맹국 가운데 장기적으로 미군을 주둔시켜야 할 나라로 한국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반인의 62%가 한국 주둔에 찬성했다.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 주둔엔 58%가 찬성했다. 그 다음이 독일(57%).일본(52%)이며 사우디아라비아(50%).아프가니스탄(47%).터키(46%).이라크(42%).파키스탄(39%).우즈베키스탄(30%)의 순이다.

이처럼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면서도 미국인이 한국에 느끼는 "호감 온도"는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가장 좋은 감정을 100도, 가장 나쁜 감정을 0도, 중간 정도를 50도로 했을 때 한국은 49도다. 제시된 11개국 중 영국(70도).독일(58도).멕시코(54도)가 상위권이었고, 북한(28도).사우디아라비아(37도).중동 국가군(39도)이 하위권이었다.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호감 온도는 58도로 중국에 대한 것과 같다. 거꾸로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 온도도 중국에 대한 것(44도)과 비슷하다. 호감도가 높다고 해서 전략적 중요성을 높이 쳐주는 것은 아니나 이런 결과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다.

한국인이 미국을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좋아하고, 미국 역시 한국을 중국과 거의 비슷하게 좋아한다면 한.미 양국이 중장기적 차원에서 동맹을 유지해 나가는 데 문제가 있다. 국익 관점에서 한.미 양국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무조건 반전" 많은 한국=이번 조사는 한.미 양 국민 간에 대외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를 여러 측면에서 보여 주었다. 테러 위협을 느끼는 강도에서 미국인들 중 국제 테러를 "매우 위협적"으로 느끼는 비율이 75%인 데 비해 한국은 61% 수준이다.

"어떠한 경우에 전쟁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양 국민의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인의 30%가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인의 경우 이런 답변은 4%에 불과하다.

미국은 전쟁을 본토 밖에서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쟁에 대해 비교적 "관대함"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경우 무조건적인 반전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분석=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글=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