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소프트파워’ 경쟁시대 한국인 ‘미국 호감도’ 쇠고기 파동 이후 하락
[중앙일보] 중앙일보·EAI·CCGA 공동 6개국 조사
국가 매력 평판도 미 >> 일 >> 한 >> 중
중국은 한국의 잠재적 위협국가로 국가가 지닌 매력이나 평판을 의미하는 소프트파워 종합평가에서 한국이 100점 만점에 60.7점을 얻어 중국(58.4점)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71.7점이었고, 일본은 68.4점이었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미국의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다.
반미 감정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소프트파워를 지닌 국가로 꼽혔다. 특히 인적 자본 및 정치체제의 매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용어로서 영어의 위력, 세계 우수 인재를 흡입하는 미국 대학의 질, 정보기술(IT) 등 과학기술 수준 등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교육·인적자본 영역(76.6점)에서만 미국(87.4점)에 뒤질 뿐 다른 영역에선 미국과 비슷했다. 이웃 국가인 한국(49.8점)과 중국(45.5점)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베트남(68.4점)과 인도네시아(65.5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4개국 중 소프트파워 점수가 가장 낮은 중국은 한국인과 일본인으로부터 각각 50.4점과 44.8점의 호감도를 얻었고, 미국인에게선 그보다 낮은 35.0점을 얻는 데 그쳤다.
중국이 미국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이른바 ‘중국 대안론’은 한국인에게 아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협력·매력·지도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파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중국을 오히려 위협국가로 인식했다. 중국이 한국에 군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74%가 “그렇다”고 답했다. 일본(66%)이나 미국(49%)에 비해 현저히 높다. 한국 국민은 중국이 아시아의 리더로 부상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74%), 거부감을 느낀다는 응답(77%)도 높았다.
또 한국인을 상대로 한 미국·일본·중국의 소프트파워 비교 조사 결과 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선 미국과 중국의 중요성을 비슷하게 평가했다. 한국 경제에 있어서의 중요도는 미국이 85점, 중국이 83점이었다. 아시아에서 갖는 경제적 영향력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각각 84점과 81점으로 비슷했다.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둘러싸고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드파워뿐 아니라 소프트파워에서도 우위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미국의 잠재적 패권경쟁국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지역질서 변환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일본. 이들 사이에서 실용외교를 앞세우고 있는 한국이 어떤 전략으로 소프트파워를 제고할 것인지 주목된다. 상대 국가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소프트파워가 증진된다는 점에서 미·일·중 정부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쇠고기 논란의 영향=미국산 쇠고기 논란 이후 한국인을 대상으로 6월 9일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호감도는 2004년 58점을 기록한 이래 올 2월 61점으로 올랐다가 지난 9일 조사에서 51점으로 떨어졌다. 한·미 동맹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2006년 48.8%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떨어진 39.3%였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 이숙종 성균관대학교 교수
어떻게 평가했나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동아시아의 소프트파워(Global Views 2008: Soft Power in East Asia)’라는 주제로 국제 여론조사를 기획·실시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올해 1~3월 진행됐다. 특히 최근의 쇠고기 협상 파문과 촛불집회, 중국의 티베트 강경 진압 이후 변화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6월 9일엔 한국인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가 실시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미국·일본·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게 목적이었다. 또 각국이 추진해야 할 소프트파워 전략에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EAI 및 CCGA 연구팀은 각국의 소프트파워를 정치·외교·인적자본·경제·문화 영역으로 구분해 인식도를 조사했다. 개별 항목의 응답을 평균해 분야별 지수를 만들었고, 5개 분야별 지수를 평균해 소프트파워 종합지수를 산정했다. 연구 결과는 17일 미국에서 브루킹스연구소와 CCGA 공동 콘퍼런스를 통해, 그리고 한국에선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소개하기로 했다. 각국의 조사 표본은 최소 811명(인도네시아)에서 최대 1237명(중국)이었다. 미국의 경우 웹 조사로,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대면면접 방식을 적용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3.4%포인트다.
[표1] 주변국 여론평가로 본 4개국 분야별 소프트파워 평가점수
2차 |
정치index |
경제index |
외교index |
문화index |
인적자원index |
종합SPI |
미국 |
70.5 |
74.2 |
62.4 |
64.4 |
87.4 |
71.7 |
중국 |
48.5 |
61.8 |
54.2 |
61.2 |
66.2 |
58.4 |
일본 |
67.8 |
73.2 |
61 |
63.6 |
76.6 |
68.4 |
한국 |
61.0 |
61.8 |
57.4 |
61.2 |
62 |
60.7 |
신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