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근본적 발전과 변화를 요구… 정직한 반성 없으면 마지막 될 수도"
장훈 교수 ㅡ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노스웨스턴대 정치학 박사. 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AI거버넌스센터 소장
강원택 교수 ㅡ서울대 지리학과 졸업. 서울대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영국 런던 정경대 정치학 박사. 현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AI 시민정치패널위원장
유용화 교수 ㅡ고려대 사학과 졸업. 국회 정책연구위원,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초빙연구원. BBS 방송 논평위원, 매일경제ㆍMBN 정치평론위원.
이명박 정권이 출범 100일 만에 지지기반이 와해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20% 밑으로 추락했고 6ㆍ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12월 대선에서 530만표 차의 압승을 거두고 4월 총선에서 과반 승리를 거둔 대통령과 집권당이 거센 민심의 소용돌이에 좌초돼 침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촉발한 민심 이반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층적 불만과 좌절감이 쇠고기라는 상징으로 분출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초유의 집권 초반 위기가 쇠고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심과 정치를 외면하는 대통령의 ‘나홀로 리더십’과 국정 시스템 부재, 시대착오적인 어젠다 설정, 국정 원칙과 방향의 실종 등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이명박 정권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지난 대선 정국부터 ‘이명박호’의 진로를 주의 깊게 관찰해온 전문가 3인이 모여 이명박 정권의 초반 실패 원인과 위기 수습책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전 최고위원의 자기 점검과 비판의 목소리도 실었다. 지난 대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었다가 촛불시위의 주력군으로 돌변한 20대들의 ‘촛불 정국’ 난상토론도 소개한다.
이명박 정권의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리더십, 인사와 국정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 좌담을 통해 진단해 보았다. 나름대로의 위기 해결책도 제시됐다. 이번 좌담에는 장훈 중앙대 교수(정치학)와 강원택 숭실대 교수(정치학), 불교방송(BBS)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유용화의 아침저널’을 진행하는 시사평론가 유용화씨가 참석했다.
MB의 오판
사회 변화에 대한 성찰도 인식도 없이 개발시대식 이슈만 잔뜩
대통령과 시민 사이에 여당도, 야당도, 언론도, 지식인도 없어
강원택: 과거에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낸 이슈는 민주, 인권탄압, 고문 등 정치적인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요구사항이 변했습니다. 생활 주변의 이슈, 삶의 질과 관련된 탈물질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죠. 계층·지역·이념과 무관하게 웰빙, 건강에 대한 관심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촛불시위는 일종의 소비자운동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소비자운동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치적 속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지요.
유용화: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 철저하게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분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과거처럼 주요 제도권 언론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은데, 그게 깨져버렸습니다. 촛불시위 상황을 네티즌들이 현장에서 올려 생중계한 ‘아프리카’ 같은 사이트 접속자 수가 400만명에 이른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공중파 방송들이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하고 주요 메이저 기자들이 취재를 못하는 공간이 있지만 여론 형성을 위한 팩트는 온라인에 다 있습니다. 팩트를 가공하고 윤색해 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을 촛불집회가 보여줬습니다.
장훈: 이번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에도 서구와 같은 ‘이슈 몹(issue mob)’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크리스마스 12시에 뉴욕 스퀘어가든에 모여 환경시위를 하자’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시에 모였다 흩어지는 ‘이슈 몹’은 이전의 반정부 시위대처럼 이념적 기반을 가진 조직이나 단체가 아닙니다.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과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죠. ‘이슈 몹’의 등장은 우리 정치 패턴도 고정적인 것에서 유동적인 것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상당수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일 것입니다. 이들에게 지난 12월의 이슈는 ‘경제 살리기’였지만 지금의 이슈는 ‘쇠고기’입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좌절감, 미국을 상대로 협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 등이 모여 쇠고기라는 상징으로 폭발했다고 봐야 합니다.
유: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먹고살게 해주겠다는 국정 기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외부 경제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정책 추진이 막혀 버리고 해법이 보이질 않는 상황입니다. 단지 쇠고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수위 시절부터 내놓았던 정책 중 어느 것 하나 설득력 있게 먹혀 들지 않고 있습니다. 4월 18일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 이후만 봐도 문제를 확산만 시켰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산업화 시대나 권위주의 시대의 상황 인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능력 부족입니다.
강: 이명박 정권은 사실 열악한 상황에서 출발했습니다. 10년간의 야당생활 때문에 국정 경험이 부족한 데다 인재풀도 줄어든 상태였지요.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자만심을 키웠습니다. ‘인기 없던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지만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의 자만심이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마음대로 정책을 질러버리는 우를 범하게 했습니다. 지난 10년, 길게 보면 민주화 이후 20년간 변화에 대한 자기성찰과 인식도 뒤따르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초를 어디서 사느냐’는 대통령의 질문에는 인터넷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는지에 대한 무지가 묻어납니다. 나노(Nano)가 됐든 생명공학이 됐든 문화 콘텐츠가 됐든 국민들은 근본적인 발전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대운하 같은 개발시대의 얘기만 하니까 간극이 커지고 통치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이죠.
장: 이명박 정부는 ‘문화적 실패’와 ‘정치적 실패’를 했습니다. 일단 정부가 주요 이슈를 풀어나가는 생각과 방식이 유권자와 너무 거리가 있습니다. 1980년대식 브리핑·결재·종적 권위가 강조되는 정부의 문화와, 횡적 네트워크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시민 문화와의 사이에 엄청난 간격이 있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대통령 중심의 종적 권력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광화문 네거리에서 대통령과 시위대가 경찰을 가운데 두고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양상입니다. 대통령과 시위대 사이에는 여당도 야당도 전통적인 시민사회나 언론, 지식인도 없습니다. 청와대나 여당이 대통령 1인에게 종속된 결과 이해관계와 생각을 주고받는 중간 완충지대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 인식의 통로와 판단력이 좁아지면서 오판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대통령 중심의 지나치게 일원화된 종적 권력구조가 정치적 실패를 불러왔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번지수 틀린 리더십과 인사 난맥
정치는 뒤처진 사람들 끌어 안고 사회적 생산력 높이는 것
철학과 방향성 부재가 노동자와 젊은층 소외감만 증폭 시켜
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 사람들은 산업화와 이념의 시대를 넘어 중도 실용주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내각, 더 본질적으로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만 쓰면서 정권의 큰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과거 어느 정권이고 국가운영이라는 대의를 위해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DJ도 보수파의 김중권씨를 초대 비서실장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자기와 밥이라도 먹은 가까운 사람만 씁니다. 전형적인 기업 CEO스타일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환경부 장관이 난데없이 대운하 추진을 역설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마치 기업의 영업부에서 매출을 올리는 데 전 부서가 전력 지원해주는 식입니다. 쇄신책을 내놓더라도 대통령의 마인드와 기업형 정권 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그 밥에 그 나물’식의 인사밖에는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장: 현재의 위기가 CEO형 리더십의 취약점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치의 속성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가 굉장히 낮다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정치라는 게 어느 한쪽이 전부를 먹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민, 권력과 시민 사이에 대화와 타협, 줄다리기가 지리하고 복잡하게 반복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강: 한국사회는 이해관계도 복잡해졌고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자들도 다양해졌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내가 결정하면 다 따라와라’ ‘국가 의지로 밀어붙이면 다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설득하고 공통의 지점을 뽑아내려면 통합의 리더십과 조정력이 필요한데 그런 게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도 ‘물가도 국가가 관리하겠다’ ‘환율에 개입해 성장도 이끌어내겠다’는 식 아닙니까. 이런 부분들이 ‘옛날 같다’는 인상을 주는 것입니다.
유: 이명박 대통령은 경쟁력 제고를 통한 국가체질 강화를 이루고, ‘잃어버린 좌파 10년’을 극복하겠다는 의욕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는 낙오자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죠. 우열반을 하면 우반보다 열반이 많고 서울대 연·고대 가는 학생보다 못 가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정치라는 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해 다 같이 사회적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 10년간 평등을 강조하다 보니 국가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느닷없이 영어 몰입교육을 주장하면 대다수 서민들은 또 다른 사교육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 대한 이해가 정치인데 이 대통령은 아예 정치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장: 우리 사회에 자율과 경쟁을 더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큰 흐름의 동의가 있다고 보이지만, 자율과 경쟁의 도입 확대가 정부의 결정이나 법령 통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상당히 정교한 정치적 개혁을 통해 달성될 수 있는 문제죠.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는 집권 초반 개혁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강: 요즘은 로드맵이라는 단어를 싫어해 액션플랜이라는 말을 쓴다고 하던데요.(웃음)
장: 새뮤얼 헌팅턴도 ‘개혁정치라는 게 명분만 갖고 되는 게 아니다. 정교하고 복잡하고 능숙한 정치술이 필요하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개념도 준비도 의지도 강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기 몇 가지 개혁 어젠다가 좌초했고 이게 국민의 불신, 우군의 이탈과 함께 반대세력의 확산을 낳았습니다.
강: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부터 자기의 정치적 기반을 협소하게 한정해버렸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게 ‘고소영’ ‘강부자’이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다 보니 노동자들을 소외시켰고, 대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되면서 결국 중소기업도 소외시켰습니다. 이런 잘못은 결국 가치와 철학의 부재, 방향성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 이명박 정부 스스로 국정을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갈지, 이 정부가 왜 가치가 있고 현 시대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보니 장관과 핵심 수석들도 프라이드와 소신이 없어 보입니다. 내각이나 청와대에 있는 분들의 재산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돈 많은 게 죄는 아니지만 역으로 이 분들은 그만둬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목숨 걸고 정권을 지키며 대통령 마인드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쇄신책은 있나
수직적 아닌, 수평적 네트워크의 중요성 이제라도 깨달아야
목숨 걸고 새 시대와 정권 아이덴티티 지킬 "핵심 그룹"도 절실
장: 이제라도 인적 쇄신에 들어가면 이념적·사회적·문화적으로 다양한 계층 그룹에서 인재들을 골고루 써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1라운드 인사를 보면 중도나 진보 성향을 가진 상징적 인물들이 어떤 레벨에서도 등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인사 편향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는 대통령이 자신이 경험한 편한 세계를 중심으로 인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와 현대그룹, 형인 이상득 의원 등 인사 기준이 굉장히 협소합니다.
강: 소위 이명박 캠프 사람들도 대통령에게 자리와 관련해 여유를 줬으면 합니다. 지난 10년간 권력에 굶주려 한꺼번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슨 무슨 단체장들을 다 물갈이하려는 게 대표적입니다. 이래서는 통합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명박 캠프 사람들부터 참고 기다리며 경우에 따라 양보하는 관용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유: 이명박 정권 사람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지율 20% 이하라는 것은 정권의 기반이 와해돼 연정(聯政) 등 다른 형태의 정치형태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위기에 대한 해법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대통령 스스로 어떤 이념적 기반 위에서 나라를 어디로 이끌어가려는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방향성과 어젠다가 없으니까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정책에 집권당의 정책위의장이 한마디를 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한심한 일이 생기는 겁니다.
장: 이 대통령의 핵심 과제는 한마디로 ‘정치의 복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당이 제 역할을 찾는 게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대통령이 여당을 지배할 게 아니라 ‘같이 가는 파트너’로 대해야 하고 여당도 대통령에게 의존하고 눈치만 볼 게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여론을 알 수 있고, 정책이 전달되는 통로가 더 넓게 확보될 수 있습니다.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는 대통령 스스로 인식 전환을 해야 합니다.
강: 대통령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지금 관료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시가 내려오면 이의를 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위의 지시를 실천만 하고, 아래 반응이 올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돼 버렸습니다. 당은 당대로, 정무수석은 정무수석대로, 총리는 총리대로 모두 대통령만 쳐다보니까 당연히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죠. 기왕에 만들어진 제도가 권한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허용만 하면 됩니다.
유: 역대 어느 정권에도 대통령과 아이덴티티를 함께 하며 목숨을 걸고 정권을 지키는 직언 그룹이 있었지만 이 정권에는 이런 핵심 그룹이 보이질 않습니다. 요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몇 명이 언론에 바른 소리를 하는 양상이지만 이들도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합니다. 지금은 오직 대통령 혼자서 모든 보고를 종합해 점수를 매기는 식입니다.
강: 이 대통령은 2007년의 메시지를 잘못 읽고 있습니다. ‘이전의 정부는 무능하고 일을 못했기 때문에 이전 정권의 그림자를 지우고 내 색깔을 덧칠하면 된다’는 게 대통령 생각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미·대북 관계나 정치개혁 등 지겨운 정치적 이슈에서 먹고사는 실질적 이슈로 옮겨간 것뿐이지 이전의 정치적 이슈를 마음대로 뒤집거나 덮어버려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닙니다.
장: 지금의 위기 상황 이후를 전망하자면 나쁜 시나리오 두 가지와 좋은 시나리오가 한 가지가 있습니다. 쇄신책에도 불구하고 민심 이반이 계속될 경우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을 포함해 앞으로 모든 이슈를 여론에 즉각 따라가는 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결코 좋은 정치라고 보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정부가 끝까지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정부와 시민의 충돌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 여론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니셔티브를 쥐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것이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강: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리의 뜻을 받아들이고 같이 갈 수 있는 정부인가’라는 근본적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변화를 통해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중요한 전환점은 2010년 5월 지방선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질 전망인데 여당이 대패하게 되면 이후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 어렵게 됩니다.
유: 대통령에게는 지금의 위기가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반성하고 전면 쇄신을 통해 어젠다와 스탠스를 제대로 갖추면 좋은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기하고 안이하게 넘어가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ㆍ정리 = 정장열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