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경제경영 전문가가 본 한미FTA

  • 2006-09-04
  • 송성훈기자 (매일경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만약 우리가 한ㆍ미 FTA에서 손실을 입는다고 하더라도 경쟁국들보다 한 발 늦게 체결함으로써 (혹은 체결하지 못함으로 인해) 오는 손실이 그보다 더 크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세계 경제가 전환될 때 한국이 기회를 선점했던 것처럼 세계 무역질서의 변화 속에서 과감한 도전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레벨업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해 정진기언론문화상 대상을 수상한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ㆍ미 FTA 체결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김수용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찬반 논의는 근시안적 계산이 아니라 장기적 효과 평가에 근거해야 한다"며 "한ㆍ미 FTA에 따른 혜택은 손실을 본다고 생각하는 부문의 사람들에게도 다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으로 기획한 `한ㆍ미 FTA 이렇게 본다`는 설문조사에서 대표 경제ㆍ경영학자 72%(36명)가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득이 매우 많을 것`이라는 대답이 28%(14명), `득이 약간 많을 것`이라는 응답은 44%(22명)로나타났다.

반면 `득보다 실이 약간 많을 것`이란 응답은 16%(8명), `실이 매우 많을 것`이란 대답은 8%(4명)로 집계됐다.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관세율 인하 또는 폐지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응답 12%(6명)를 포함해 가격효과를 기대하는 응답이 92%(46명)에 달했다.

미국시장 관세율이 이미 낮기 때문에 FTA가 체결되더라도 추가적인 가격인하 효과가 작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는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중국이나 일본 제품에 비해 낮아지는 효과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양극화 문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염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고급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를 늘려 양극화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양극화 심화를 예상하는 응답이 많았다.

경제학자 52%(26명)가 양극화 심화를 걱정했다.

최근의 한ㆍ미 FTA 반대운동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ㆍ미 FTA 반대운동이 경제적 득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응답이 18%(9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반미 감정의 표출`(40%, 20명)이나 `현 정권에 대한 반대 표시`(6%, 3명)처럼 경제 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여기는 경제학자들이 많았다.

또한 `현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 표시`라고 대답한 경제학자도 28%(14명)에 달했다.

특히 `멕시코 사례를 들어 한ㆍ미 FTA 득실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79.6%, 39명)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일부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토착 제조업이 강한 한국과 외자주도형 멕시코는 비교 대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념논쟁이 아니라 대안 있는 비판과 이의 수용"이라며 "정치권의 책임 있는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ㆍ미 FTA를 계기로 보다 건실한 통상거버넌스 확립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