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성예진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비상계엄과 시민들의 제도 개혁 요구 간의 관계를 분석합니다. 여론조사 결과 개헌의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나, 계엄의 원인에 대한 해석에 따라 대통령제 개혁을 강조하는 입장과 국회 개혁을 우선시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성 전임연구원은 개헌 논의가 실질적인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파적 이해관계를 넘어선 폭넓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I. 들어가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심판 이후, 한국 사회는 다시 한번 정치적 변동의 한가운데 놓였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태 이후, 개헌을 포함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다시 논의되고 있지만,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가 민주주의의 원칙이나 제도의 결함에 대한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계엄이라는 정치적 충격에 의해 촉발된 만큼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충격이 시민들의 제도 개혁 요구를 어떻게 구조화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계엄의 원인에 대한 인식의 특성을 살피고, 개헌 및 국회 개혁 요구와 어떠한 연관성을 맺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이번 계엄 사태를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 문제로 인식하는지 살펴본다. 계엄이 한국 정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면, 지금 시민들은 어떤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 인식은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형성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제도 개혁 논의가 실질적인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조건과 한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II. 자료 분석

 

1. 비상계엄과 그 원인에 대한 인식 분석

 

이번 계엄 선포는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을 동원한 비상조치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 극단적인 시도였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대통령의 시도는 국회의 탄핵 소추로 이어졌지만, 일부 시민들은 계엄이 ‘반국가세력’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고 야당의 ‘입법 독재’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해결책이었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은 소수파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의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평가에서, 잘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72.7%였고 그 중 ‘매우 잘못’했다는 응답은 58%에 달했다. 반면 잘했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즉, 절대적 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부정적 의견을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계엄 정당화 논리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살펴보았을 때, 비상계엄이 “국가 안보와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69.4%였으나, “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주장의 경우 반대하는 응답자 비중이 62.8%로 다소 줄어들었다. 두 질문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대략 20%~26% 정도였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매우 그러함’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2.1%로 나타나 극단적인 동의의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었다. 계엄이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의 경우, 반대가 35.8%, 동의가 52.8%였는데 이 중 ‘전혀 아님’이라고 답한 정도는 21.5%였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살펴볼 때,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계엄 선포의 원인에 대해 비판적이며 그 불가피성에 동의하는 비중은 10~20%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계엄에 대한 해석을 정당 지지와 이념 성향에 따라 분류해 보았을 때 정파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질문의 척도가 1~10점(점수가 클수록 강한 동의)임을 고려하여 집단별 평균 점수를 계산했을 때 특히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답변이 대조적이었고 진보와 보수도 대비되고 있었다. 이는 계엄 선포를 ‘야당 견제’로 간주한 경우에 특히 뚜렷했고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본 경우도 분명히 대비되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지지자의 경우 세 가지 질문에서 계엄에 강하게 반대하는 쪽으로 수렴되어 있었던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의 답변은 계엄 정당화 인식에 대한 의견이 상대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82.0%가 계엄이 야당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라는 주장에 ‘전혀 아님’을 택하고 있었고 4점 이상을 택한 경우는 2% 미만만이 각 점수를 택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는 4점 이하를 택한 경우가 14.12%였고 7점 이상을 택한 경우가 64.9%였는데 ‘매우 동의’를 택한 경우는 35.17%였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번 계엄을 둘러싼 당내 이견의 폭이 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번 계엄의 해석에서 어떠한 정당을 지지하는지의 변수가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민주주의에 관련된 인식으로도 계엄의 원인에 관한 인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관해 물었고 점수가 커질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가 커지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관련된 인식으로는 “정부가 입법부에 의해 지속적으로 견제(즉, 감시 및 감독)된다면, 위대한 일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질문으로 국회 견제에 대한 태도를 질문하였고,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기존의 절차를 무시해야 하더라도 괜찮다,”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정부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법을 무시하는 것은 괜찮다”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일반적인 상황과 비상 상황에서의 법치주의 인식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분석 결과, 민주주의 인식은 모두 각각의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민주주의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계엄 정당화 논리에는 반대하고, 계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강해진다고 볼 수 있었다. 국회의 견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정당화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국회 권한 비판과 계엄 정당화 간의 강한 상관관계는 국회 권한 비판이 대통령 권력 강화 논리와 상대적으로 쉽게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상황이나 비상 상황에서 절차 또는 법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계엄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생각하는 인식과 선형의 관계가 강해진다고 볼 수 있었다.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을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에 정당 지지, 이념성향과 연령, 성별을 더하여 OLS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민주주의 만족도는 국가 안보와 질서 유지, 야당 견제 논리의 정당화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으나, 대통령 권력 유지 논리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국회 견제에 비판적인 태도는 세 가지 계엄 정당화 논리에 일관되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국가 안보와 질서 유지 및 대통령 권력 유지 논리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민주주의 선호 변수는 민주주의를 항상 선호하는 경우와 상황에 따라 독재를 선호하는 경우 야당 견제로서 계엄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강화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고 특히 비상상황에서 법치주의에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답한 경우 계엄 정당화 논리에 동의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념 성향 및 정당 지지또한 계엄 정당화 논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계엄 정당화 논리가 민주주의 태도뿐만 아니라 정파적 선호와 국회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II.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

 

1. 제도 개혁에 대한 태도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53.1%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29.5%의 비중을 상회하고 있었으나 한편으로 이 수치만 보자면 개헌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으로 다수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헌정질서의 근본적 변화인 개헌은 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다만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 응답자의 63.8%는 개헌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답하였다).

 

 

제도 개혁은 전문성을 띠는 이슈이기 때문에 특히 무당층과 중도에서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은 편이었으나 지지 정당이 있거나 진보/보수에 속할 경우 의견의 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야당 지지자의 경우 60% 이상이 대통령제를 변경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다수가 개헌을 지지하는 점은 당 지도부에서 개헌 논의에 다소 소극적임에도 당 내부에 개헌에 대한 요구가 존재하는 상황과 일치하는 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경우 근소한 차이지만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중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 탄핵 정국에서 개헌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치 세력은 국민의힘 쪽이지만, 지지층의 입장은 통일되지 않고 있어 국힘 지도부의 개헌 동력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김형원 2025).

 

 

제도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에 관하여 대통령 권력의 크기를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대통령의 권력이 강하기 때문에 분산시켜야 한다는 응답자가 43.6%로 가장 많았다. 반면 36.7%의 응답자들은 대통령이 적절한 수준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고 11.4%는 오히려 대통령의 권력이 약하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한국 대통령의 권력을 지금보다 약화시켜야 한다는 통념과는 다소 다른 의견이었는데, 후자의 두 비율을 더하면 48.1%이 되어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 결과는 대통령 권력과 개혁 방향에 대한 인식이 정파적·이념적으로 나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국민의힘 지지층은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4분의 1은 대통령 권력이 약하다고 보고 있었다. 오히려 대통령의 권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지지층이 많은 것은 대통령이 비록 계엄을 선포하였으나 야당의 견제가 지나쳤다는 인식과 현재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반영했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국힘 당내에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응답이 분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데, 제도 개혁에 대한 국힘 지도부의 입장이 대통령 권력의 조정만을 강조하기보다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을 더 강조하는 것과 맞닿아있을 수 있다. 야당 지지층 또는 진보와 중도 응답자들 중에서도 현재 대통령제에 대해 만족하는 응답자들이 30% 정도로 꽤 존재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지지층과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 중에서는 대통령 권력의 분산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가 다수였다.

 

그렇다면 국회 개혁과 관련된 태도는 어떠할까? 전체 응답자 중 64.7%의 응답자들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였다. 이는 대통령제 개혁을 위한 개헌과 대통령 권력 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응답보다 더 높은 비율이었다. 정당 지지로 나누어 보면, 현재 국회의 절대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이외의 정당 지지자들 대다수가 현재의 정당 경쟁 체제에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나, 현행 제도 유지에 대한 의견도 큰 비중으로 존재했다. 현재의 국회에 대한 불만이 가장 다수인 집단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거대 야당과의 대치 속에서 계엄과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현재 국회의 구도에 대한 구조적 불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6]

2.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혁 요구

 

그렇다면 계엄에 대한 각각의 원인에 동의하는 정도는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계엄이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 또는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석할 경우,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권한 견제 또는 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계엄을 야당의 비협조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해석할 경우,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권한이나 현 국회의 세력 구도를 바꾸기 위한 개혁 조치를 더 선호할 수 있다. 즉, 계엄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해석에 따라 제도 개혁에 대한 상이한 요구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분석 결과, 계엄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대통령제의 개혁 방향과 강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비상계엄이 야당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이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정도가 강해질수록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의 비중이 커졌다. 반면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강한 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혁을 요구했다. 이 질문에 대해 ‘전혀 아님’을 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47.2%이기 때문에 권력 분산 요구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매우 동의’를 택한 소수의 강한 선호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이 질문에 동의하는 경우, 현행 대통령제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는 계엄 선포를 가능하게 했던 대통령의 권력 수준이 적절하다는 인식일 수도 있지만, 현 사태의 원인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반영할 수 있다.

 

[그림 4] “계엄은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에 대한 동의 정도와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태도

[그림 5] “계엄은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에 대한 동의 정도와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태도

 

또한 대칭적으로, 비상계엄이 대통령 권력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의견에 동의할수록 권력 분산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이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계엄이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라고 생각할수록 권력 분산을 위한 개혁을 요구한다는 자명한 논리를 보여준다. 나아가, 이 분석은 계엄 사태에서의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 단순히 윤석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개혁으로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계엄이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 정도가 약해질 경우, 대통령 권력의 축소를 위한 개혁에 대한 선호는 50% 이하로 떨어지고 현행 제도 유지에 대한 요구가 강해졌다. 또한 계엄의 대통령 권력 유지적 성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통령 권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의 비중이 높아졌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의 경우, 계엄을 야당에 대한 대응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의 증가가 뚜렷이 관찰되었다. 반면 계엄이 대통령 권력 남용이라는 의견이 강해질수록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약화되긴 하였으나 이 경우에도 국회 개혁의 요구는 여전히 60%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제 개혁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를 서로 비교해봤을 때 계엄을 야당 때문에 불가피하게 선포하였다고 볼 경우 대통령 권력 수준에 대해서는 적절하다고 평가하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질문에 아주 강하게 동의할 경우(9~10점) 국회 개혁 요구가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림 6] “계엄은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에 대한 동의 정도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한 정도

[그림 7] “계엄은 대통령 개인의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에 대한 동의 정도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답한 정도

 

이 점은 다소 우려스럽기도 했는데, 대통령의 극단성이 예외적인 비상조치로 표출된 계엄을 겪으면서도 대통령보다는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에만 초점을 맞추는, 개혁 요구의 편향성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도적 결함과 권력의 남용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한 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개혁 요구가 일부 과대 대표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국회 개혁만을 요구하는 담론이 확대될 경우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거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 논의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다.

 

개혁 요구의 방향과 이를 형성하는 요인을 더욱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기 위해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민주주의 만족도, 법치주의에 대한 태도 등)와 함께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을 독립변수로 포함한 다항로지스틱 분석을 시행해 보았다.

 

 

분석 결과,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은 대통령제 개혁에 대한 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있었다. 계엄이 국가안보와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할수록 대통령 권력 강화를 지지할 가능성을 높였으며, 계엄이 야당 견제였다고 생각할 경우 대통령 권력 강화를 지지하고, 반면 계엄이 대통령 권력 유지를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할 경우에는 대통령 권력을 약화하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았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상황에 따라 독재를 선호하는지 여부도 항상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응답자에 비해 대통령 권력 강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고, 일반적, 비상 상황에서 법치주의를 위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대통령 권력 강화를 지지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정당 지지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해졌고, 이념성향이나 연령의 영향이 뚜렷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태도 또한 다항로지스틱 모형으로 분석해 본 결과,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 중에서 계엄이 야당 견제를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하는 경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변경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민주주의 만족도가 낮아질수록 선거제도 개혁을 지지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면 상황에 따라 독재를 선호하는 경우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 없다고 볼 가능성이 커짐을 알 수 있었다. 국회 견제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 국회의원 선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 지지, 이념성향, 연령, 성별 등이 추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앞의 논의를 고려하여, 계엄 원인에 대한 인식에 민주주의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개혁에 대한 태도에 게엄 원인에 대한 인식이 매개변수로 작용해서 민주주의 인식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고려해볼 수 있다.

 

III. 결론

 

이 글에서는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사건이 시민들의 제도 개혁 요구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현재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이를 절대적 지지로 보기는 어려웠다. 개헌 논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더 광범위한 합의를 형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경우 현행 제도 유지(45.5%)가 개헌 필요(43.1%)보다 근소하게 높았는데, 이는 현재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지지층 사이에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계엄의 원인에 대한 인식이 제도 개혁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구조화 하는지에 대한 분석에서, 계엄 사태를 대통령 개인의 권력 남용으로 인식하는 경우 대통령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반대로 계엄을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에 대한 불가피한 대응으로 인식하는 경우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을 더 강조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계엄의 원인에 대한 해석이 대통령제 개혁과 국회 개혁이라는 두 가지 개혁 방향과 개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의 발견은 현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제도 개혁 논의가 실질적인 민주주의 개선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계엄 정당화 논의는 단순히 사안에 관한 개별적인 견해 차이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었다. 또한 정치적 정체성(정당 지지, 이념 성향)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었으며, 이는 다시 대통령제 개혁과 국회 개혁 요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계엄 정당화에 동의하는 극단적 의견은 전체적으로 소수에 불과했지만, 현 정국처럼 이러한 의견이 과대 대표되고 정치적 담론에서 부각될 경우, 특정 정당의 정책 방향이나 전략적 선택에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는 정당이 극단적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며 정책을 재조정하거나, 보다 강경한 입장을 채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장기적으로는 제도 개혁 논의의 균형성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원칙과 방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했을 때 그러한 소수의 선호처럼 국회 개혁 요구가 대통령제 권력에 대한 조정은 고려하지 않거나 오히려 대통령 권력 강화의 논리와 결합된다면 제도 개혁 논의가 균형있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음이 우려된다. 대통령제 개혁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은 큰 틀에서 정합성을 필요로 하는 중대한 제도 개혁이지만, 대통령 권력의 남용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 권한 축소를 주장하는 논리와 야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국회 개혁을 주장하는 논리가 대립하면서, 개혁 논의가 정당 간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김민규 2025).

 

결과적으로, 이번 분석의 발견은 계엄 사태 이후의 제도 개혁 논의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실질적 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혁 담론의 형성이 민주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파적 대립에 과하게 영향받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IV. 참고문헌

 

김민규. 2025. “[기획] 정치권 일각서 불 지피는 개헌론, 실현 가능성 있다.” <시사포커스> 2월 4일.

 

김형원. 2025. “與는 “개헌안 내겠다” 野서도 “개헌 필요”… 李는 침묵.” <조선일보> 2월 6일.

 


 

성예진_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

 


 

담당 및 편집: 송채린,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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