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북중 양국이 긴밀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미중 대립 국면에서 자국의 지정학적 가치를 부각 시키려는 북한의 신냉전론에 대해 중국은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현재 시진핑 정부가 체제 안정과 경제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 미국과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지연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북한의 연이은 군사도발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있기에 중국은 북한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것을 관리하려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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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이 ‘신냉전론’과 ‘지정학적 요충지론’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국면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북한은 ‘다극화론’도 주장하면서 미국 패권의 쇠퇴와 중국 국력의 신장으로 국제질서가 다극 체제로 전이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통해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를 도모하고 미국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를 제국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립 구도로 설정하고 북한과 중국간의 사회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북미, 남북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북중관계는 외형상 긴밀해지고 있다. 북중간에는 2022년 9월에 신의주-단동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되었고 2023년 2월에는 나선-훈춘간 트럭 통행도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미중 갈등의 최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중국 편을 들고 있다. 예컨대 북한 외무성 부상 박명호는 “최근 미국이 중국의 불가분리의 영토인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미국을 향해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북한이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자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고, 향후에도 추가 제재를 저지하는데 있어 중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실제로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 구축 경쟁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통 우호 국가로 지칭되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요시 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과의 ‘친선협조관계’를 강조하면서 축전 외교로 화답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제기하는 다극화에는 동의하지만, 신냉전론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의 공세와 압박을 향해 냉전적 사고라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즉 중국 외교부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 등 낡은 관념을 반대하고 지정학적 충돌과 강대국 경쟁을 과장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신형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등 ‘신시대’에 부합하는 이른바 ‘중국식 방안’들을 제시하면서 ‘냉전적 사고’와의 차별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이 제시하고 있는 신냉전론과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에 전면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이유와 복잡한 전략적 셈법이 있다.

 

첫째, 시진핑 정부는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체제 안정과 경제 회복을 견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외교는 이러한 국내 우선 정책에 적합한 외부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데 두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시진핑 주석은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 첨단기술의 자립과 자강, 과학 기술 인재 양성, 민생 복지의 증진, 생태환경의 개선, 그리고 공동부유 달성 등 다양하고 복잡한 국내 과제와 목표를 열거했다. 중국에게 북한은 전략적으로 이중의 함의를 갖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과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지만 동시에 접경한 북한으로부터의 야기되는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도 있다. 북한은 핵위기, 미사일 도발, 경제난 등으로 수시로 중국 국경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향해 ‘전략적 소통’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이면에는 북한발 안보 불안을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다. 요컨대 중국에게 접경한 북한은 전략적 연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대이다.

 

둘째,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 사실상 미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북한은 미중 대립 상황에서 전적으로 중국 편을 들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과 달리 북중관계에서 ‘미국 요인’를 상대적으로 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적인 세력 경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이를 우회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체제 위기, 도발, 그리고 북미관계의 개선 등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핵)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대로 선제적으로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해 지원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가 불가피한 현실에 직면하지 않은 이상 북한과의 군사 안보 협력도 기존처럼 제한적으로만 진행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 북한과는 분명한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개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러시아가 기대하는 수준의 명확한 지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중국은 유엔 헌장 견지, 당사자의 합리적 안전 우려 고려, 대화를 통한 해결, 역내 장기적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유럽 안보 기제 구축이라는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4가지 방안이라는 원론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주권 및 영토 수호와 내정 불간섭을 중요한 외교 원칙으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특히 최근 중국은 대만 문제는 내정이고 주권 사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영토주권 수호의 원칙은 절대 경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군으로서의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주권과 영토 존중이라는 중국 외교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유럽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지속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군사 지원 요청에는 호응하고 있지 않다. 요컨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 유럽 국가들과의 대립 상황이 더욱 고조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한다.

 

넷째, 북한은 제재와 고립으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중러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은 한미일 협력을 북중러 연대의 중요한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예민하다. 중국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 기회로 사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에 대한 긍정적 입장이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이 53.6%(2020), 64.2%(2021), 72.4%(2022)로 늘어나고 있다.[1] 일본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2022년에 73.9%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처음으로 '프놈펜 성명'이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하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3각 공조와 확장 억제 강화, 그리고 경제 안보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이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결국은 북한보다는 중국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한반도를 넘어서 대만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 중국은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일 협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명시적인 북중러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중국은 우군의 확장도 절실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국가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고립이 심화되며 미국과의 대립이 악화되는 것도 피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요컨대 북중 양국이 외형적으로는 긴밀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하고 상이한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전략적 협력의 동기를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 변수’의 구체적 활용법은 여전히 동상이몽이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 양 강대국이 세력 경쟁에 몰두해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고립과 경제난으로부터의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결국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탐색하고자 한다. 반면에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과의 본격적인 세력 경쟁을 지연시키면서 국내 발전에 집중하고자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마찰면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북한발 안보 불안이 가중되는 것도 관리하고자 한다.■

 

※ 본 논평은 China's Stance on North Korea's "New-Cold War" Narrative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1]동아시아연구원,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10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 (2022년 9월 1일)http://www.eai.or.kr/new/ko/etc/search_view.asp?intSeq=21398&board=kor_event(검색일: 2022년 10월28일).; 동아시아연구원, “[EAIㆍ言論NPO 공동기자회견] 제9회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발표.”(2021년 9월 28일).http://www.eai.or.kr/new/ko/etc/data_view.asp?intSeq=20884(검색일: 2022년 10월 28일).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정후,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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