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Opinion Review] 부동층의 표심 이동과 이슈의 영향력 분석](/data/bbs/kor_reports/2012042712222522.jpg)
1. 패널자료와 유권자의 단기적 변동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정당일체감처럼 장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요인들과, 선거 국면을 순간적으로 지배하는 이슈들의 등락처럼 단기적인 요인들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통상 단층자료(cross-sectional)의 형태를 띠는 선거조사연구 자료를 이용해서는 단기적 이슈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유권자의 단기적 변화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김용민 후보의 막말파문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질문은 그다지 대답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원래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이 그 이슈를 접하고 여타의 정당으로 지지를 전환해야만 그 이슈가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일회성 여론조사는 단발적인 단층자료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응답자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알 수 없고, 다만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분석의 의무를 응답자들에게 돌릴 수 있을 따름이다.
2012 총대선 패널조사는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의 단기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본 자료는 3월말/4월초에 시행된 1차 조사와 선거직후에 수집된 2차 조사의 내용을 통하여 해당기간 유권자들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고, 그 변화의 동인이 무엇이었는지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번 총선 국면에서 유권자들의 “변화”가 어떠했으며, 그것에 영향을 미친 이슈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분석하고자 한다.
2. 부동층의 규모와 표의 이동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마지막까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39%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투표 2~3일 전까지도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60% 이상의 유권자가 선거 일주일 전까지도 누구를 찍을지 확정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1 참조) 사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시점인 선거전 6일부터 선거일까지 상당한 수의 유권자들이 표심의 최종적인 향방을 결정한다는 것인데, 언론의 선거 예측들이 왜 그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그림 1] 투표 결정 시점 : 투표자 1479명
이러한 부동층(swing voters)은 누구이며 이들은 왜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꾸었는가? 우선, 양 조사에 동시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 1차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투표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1487명 중 약 30.1%(448명)였고,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은 29.3% (436명)였으며, 지지할 후보가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9.9% (445명) 정도 되었다.
[표 1] 지지 후보의 변화 (1차-2차)
양 주요정당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밝힌 응답자들의 대다수는 총선에서 해당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1차 조사에서 나타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총선에서의 득표로 이어지는 비율(85.9%)은 매우 높았던 반면,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77.1%)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의 이탈 때문인데, 이들은 야권연대를 따라 통합진보당으로 뿐 아니라, 새누리당으로도 일정하게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 1차 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한 사람들은 대체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후보들에게 1 : 1로 흡수되었다. 다시 말해,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어느 한 당이 끌어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선거가 막판까지 접전이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할 것이다.
3. 막말파문은 과연 얼마나 영향이 있었나?: 단기적 이슈의 영향
유권자들에게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이슈를 물어본 결과, 그 대답은 <그림 2>와 같았다. 유권자들은 지역발전·공약(18.0%), 김용민 막말(17.2%), 민간인 사찰(14.5%) 등이 이번 선거에서의 투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요 고려 쟁점이라고 응답하였다. 다시 말해 김용민 후보 막말파문이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도 일치한다.
[그림 2] 4.11 총선 투표 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이슈 (2차)
그러나 엄밀하게 말해,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그 이슈가 투표자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특정 이슈가 유권자로 하여금 지지를 전환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이슈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1차 조사(3월말/4월초)의 지지와 2차 조사(선거직후)의 투표의 관계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표 2>는 1차 조사 및 2차 조사 사이에 새누리당 지지를 유지한 층(a)과 새누리당 지지에서 민주당 지지로 이탈한 층(b), 민주당 지지를 고수한 층(c)과 민주당 지지에서 새누리당 지지로 이탈한 층(d),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층에서 새누리당으로 돌아선 층(e)과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층(f), 그리고 기권자 층(g)으로 분류하여 총선결정에 가장 영향을 미친 이슈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응답한 결과이다. 이를 통해 유권자의 지지 변화 유형에 따라 주요하게 고려했던 이슈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 알 수 있다.
[표 2] 지지 변화 유형 별 총선결정에 영향을 미친 이슈 (1차-2차)
그 결과를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이탈”과 “고수”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역발전공약과 민간인사찰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결정적으로 이탈하게 만든 이슈는 민간인 사찰로서 30% 이상의 이탈자들이 이를 가장 주요한 이슈로 꼽았으며, 이를 오직 2%의 응답자들만이 주요 고려이슈로 선택한 새누리당 “고수자”들에 대비된다. 또한, 지역공약사업을 중요하게 고려한 사람들일수록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공고화된 반면, 지역공약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 일수록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민주통합당에 대한 “이탈”과 “고수”를 판가름하는 이슈 역시 지역발전 공약과 민간인 사찰로 나타났고, 부가적으로 김용민 막말파문 이슈도 상당한 영향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이탈자”들은 무엇보다도 지역발전 공약을 가장 주요한 이슈로 꼽았고(38.3%), 이는 “고수자”들의 13.4%보다 확연히 대비된다. 마찬가지로 이탈자들의 민간인 사찰 이슈에 대한 낮은 관심(8.9%) 역시 “고수자”들의 높은 관심(28.4%)과 대비된다.
김용민 막말파문 이슈는 예측처럼 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의 상당한 이탈을 부추긴 이슈였다. 이탈자들의 32.0%는 이를 투표 고려 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고, 이는 “고수자”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관심(13.7%)과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이것이 선거 국면을 결정적으로 뒤흔든 유일한 이슈라고는 하기 힘들며, 위에서 보인 것처럼 지역 발전공약들이나 민간인 사찰 이슈보다 선거에서 더 영향력이 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 1차 투표에서 지지정당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사람들이 투표소에서 투표한 내용도 단기적인 이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표 2>의 세 번째 대조쌍도 흥미로운 내용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결정자들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으로 이끈 요인들은 무엇인가? 민주당으로 흡수된 응답자들은 민간인 사찰이슈(18.8%)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았던 반면, 새누리당으로 최종 투표결정을 내린 이들은 경제성장이슈(18.3%)에 상대적인 관심이 쏠렸다. 두 그룹 공히 김용민 막말 파문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선택한 것은 사실이나, 이 변화의 방향이 정확하게 반대방향이므로 그 효과는 상쇄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기권한 응답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슈들은 전체적인 평균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주요 이슈들인 민간인 사찰이나 김용민 막말파문과 관련된 이슈들에 있어서는 전국평균보다 낮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4. 이탈자와 고수자(지지 유지자)는 누구인가?
이하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각 그룹의 인구학적 특성을 간략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우선 연령으로 본다면 새누리당 “고수자”들이 평균 연령이 55세로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탈자들의 평균연령은 그보다는 약 7세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나 분명한 연령적 격차를 보여줬다.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은 평균연령이 42~43세로서 위의 그룹들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또한 정당“이탈자” 그룹은 “고수자” 그룹보다는 정당에 관계없이 항상 평균연령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권자들은 평균연령 36세로 가장 어렸다.
[표 3] 지지 변화 유형 별 사회경제적 배경변수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새누리당 “고수자”들이 가장 이념적으로 보수적인 것(6.3)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고수자” 그룹과, 민주당 “추가자” (미정->민주) 그룹이 가장 진보적인 집단으로 나타났는데 (4.6), 이것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말이 결코 이념적 중립성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권층의 이념(5.0)이 평균적 이념 스코어(5.3)보다 왼쪽에 있다는 사실 또한 특기할만 하다.
1차 조사에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던 이 “추가자” 그룹의 또다른 특징은 여타 그룹보다 여성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성 응답자들이 후보자 지지를 미리 결정하지 않고 나중으로 늦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기권층의 여성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여성들의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누리당 “고수자” 그룹의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졸이상 28%),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그룹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민주통합당 “추가자” 그룹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이상 48.4%).
종교와 관련된 부분은 매우 흥미로운데,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정당지지를 바꾼 사람들 중 개신교인의 비율은 34%로 가장 높았던 반면, 이와는 반대로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정당지지를 바꾼 사람들 중 개신교인의 비율은 9%로 가장 낮았다. 김용민 막말 파문이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가 총선의 선택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로 보인다. 특히, 그것이 선거 국면에서의 상식적인 방향—새누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작용—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이탈하는—도 비개신교 신자들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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