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논평] 북한 농촌은 지금 ‘부정부패’, ‘허풍’과의 전쟁 중](/data/bbs/kor_issuebriefing/20250828132052926471966.jpg)
전영선 건국대학교 HK 연구교수는 2025년에 방영된 북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을 통해 북한 농촌의 현실과 북한의 대응방침을 파악합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북한 역대 최초의 TV 현대극으로, 북한 농촌정책의 한계를 진솔하게 묘사합니다. 구체적으로 “백학벌의 새봄”은 당 관료들의 부정부패와 “허풍”으로 대표되는 민관간의 불신이 식량생산의 부진을 초래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북한이 2022년의 “허풍방지법” 등을 통해 인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농촌정책을 과학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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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의 첫 현실 배경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
최근 뜨거운 화제가 된 북한 드라마가 있다. 2025년 4월 16일 제1, 2부를 방영한 이후 6월 24일 22부로 종영한 <백학벌의 새봄>이라는 드라마이다.
<백학벌의 새봄>은 2023년 <한 검찰일꾼의 수기> 이후 2년 만에 나온 드라마이자, 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이후로도 몇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되었다. 하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없었다. 2014년에 제작한 <포성없는 전구>와 2015년에 나온 <방탄벽>은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고, 2023년에 방영한 <한 검찰일꾼의 수기>는 ‘6.25전쟁’이 배경이다.
<백학벌의 새봄>의 시간적 배경은 현재이고, 공간은 백학리이다. 현재의 북한 농촌이기에 알곡 생산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리와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농촌 현실이 어떤 것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북한이 추진하는 정책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김정은 시기의 주요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이 드라마에 반영되었다. ‘관료들의 권위주의’, ‘부정부패’, ‘농업에서의 허풍’, ‘과학영농’, ‘과학기술보급실’, ‘과학기술 중시’,‘청년중시’, ‘농촌 살림집 건설’, ‘표준약국’, ‘농촌 학교의 교육 현실’, ‘교사의 농촌 학교 기피’, ‘신분에 따른 결혼’, ‘농촌 주택 부족’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기 고발적 농촌 현실
<백학벌의 새봄>의 주제는 ‘새 시대 농촌진흥’, 즉 김정은 시대에 맞는 농촌 발전이다. 백학리는 한때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본보기 농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활력을 잃은 문제 많은 농장이 되었다. 주인공 김형섭은 백학리 리당비서로 새로 부임한 김형섭은 전국에서도 뒤떨어진 백학리 협동농장을 전국에서도 모범적인 본보기 농촌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주제만 보면 특별한 것 없다. 하지만 <백학벌의 새봄>이 주목되는 것은 북한 농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북한 문학예술의 기본 임무는 당 정책을 인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내부의 비판이나 사회 현실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하였다.
하지만 <백학벌의 새봄>은 놀라울 정도로 관료의 부정부패를 비롯하여, 노동당 정책에 대한 농장원의 불신, 관리의 관료주의, 사적 경제망을 활용한 불법적인 거래, 농촌의 열악한 교육환경과 보건 환경, 당 사업 일군과 행정 일군 사이의 갈등, 농업 일군의 만성화된 ‘허풍’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드라마의 문제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는 지점은 곧 북한 사회의 현실이었다.
첫째, 당 간부에 대한 농장원들의 불신이다. 김형섭은 옛날에는 일 잘하던 협동농장이었는데, 활력을 잃고 문제가 된 이유가 궁금했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었던 구월야라는 노인은 ‘바로 간부들의 허풍 때문이다’고 하였다. 당 간부들이 처음에는 분배를 많이 줄 것처럼 약속하고는 분배가 끝난 다음 날에 이것저것 국가에 바치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농장원들은 간부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고, 문제 많은 농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농장을 바로 세우려면 주저앉은 원인부터 알아야 한다. 농장이 이렇게 된 것은 리당 비서들 때문이다. 농사짓는 속내를 모르다 보니 녹아나는 것은 땅하고 농군들뿐이었다. 둘째 속이지 말라. 분배를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다시 거두어 가니 농민들이 마음이 나겠는가, 아래로는 농군을 속이고, 위로는 나라를 속이는 이런 ‘허풍’이 있으니, 농군들 마음이 싹 사지고, 농민들이 대충대충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형섭은 백학리 농장의 문제가 농장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리당비서에게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먼저 허풍을 없애서 마음을 얻기로 하였다. 농장원들에게는 ‘어떻게 농장의 허풍을 없애겠는가를 기탄없이 제기’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허풍 치지 말고, 대중과 약속을 지키자’고 말하면서, ‘분배를 모두 다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둘째, 과학농사에 대한 불신이다. 당에서는 식량 증산을 위해 강조하는 과학 농사를 크게 믿지 않았다. 백학리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 온 경험 많은 경환 반장은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간부들이 무조건 당에서 시키는 대로 농사를 지으라고 하니,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형섭은 리당비서이지만 ‘자신이 농사를 잘 모른다’고 실토하였다. 그리고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였다.
형섭은 당 정책에 따라서 밀보리를 심었는데, 다른 농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소출이 났다. 형섭은 ‘과학적인 대책도 없이 경지 면적만 늘리면 되는 줄 알았다’면서 자책하였다. 과학농사에 대한 신심과 대책없이 무조건 따라한 결과였다.
셋째, 농촌 기피 현상이다. 주인공 김형섭은 식량 증산이라는 당의 정책을 받들고자, 백학리에 부임하면서부터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김형섭이 마주한 농촌은 생각과 달랐다. 농장원들은 리당 비서를 믿지 않는 이유도 떠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김형섭이 백학리 리당비서로 오자, 농장원들은 ‘곧 다시 떠날 것’이라 생각했다. 형섭이 열심히 일하는 것도 농촌 사람들의 마음을 사서,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고, 그렇게 성과를 내면 도시로 떠날 것이라 믿었다. 형섭의 부인 생각도 농장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남편이 백학리로 간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크게 실망하였다. 하지만 ‘한 2, 3년 있다가 승진하여 올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안심하였다. 그만큼 농촌에 살기 싫어하였다.
농촌을 기피하는 이유는 교육환경, 의료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백학리 농장 사람들은 농장원의 마음을 알게 된 형섭은 가족을 데리고 오기로 하였다. 하지만 부인이 반대했다. ‘자기는 괜찮지만 아들 진성이는 안 된다’면서 반대한다. 부인이 반대한 것은 대학 진학 때문이었다. 시골 학교에 가면 성적도 떨어지고, 대학 진학도 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백학리 졸업생들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12명이 대학 시험을 보아서 3명만 합격했다. 성적이 낮은 이유는 선생님들의 실력 때문이었다. 특히 실력 있는 자연과학 선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백학고급중학교로 전학간 진성이도 “이런 촌학교 안다니겠습니다”면서 반항도 하였다.
보건의료 환경도 열악하였다. 의사 출신인 형섭의 부인이 홀로 보건의료를 담당하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짜 약도 거래되었다.
넷째, 협동농장원 사이의 불신이었다. 농장원들은 토지분배에서부터 작업분배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부딪쳤다. 농사지을 땅을 분배할 때는 ‘자기에게는 왜 좋지 않은 땅을 분배하느냐’고 싸웠고,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열심히 일하는 농장원과 그렇지 않은 농장원 사이의 갈등이 생겼다. 반장과의 인연을 핑계로 작업에 빠지는 얌체, 말썽부리는 농장원에 대한 서로 간의 불신이 깊었다.
다섯째, 간부들의 구조화된 부정부패이다. 부정부패의 전형은 군의 농업사업을 총괄하는 농업부장 한갑수이다. 한갑수는 권위주의와 부정부패의 전형이었다. 한갑수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한다.
군의 농업 행정을 담당하는 자리에서, 영농물자를 빼돌려 시장에 팔아 이익을 챙긴다. 그리고 풍년이 든 농장을 찾아가서는 ‘당 사업에 필요하다’면서, 양곡을 더 바칠 것을 요구하고, 일부를 착복한다.
토지판정도 한갑수의 돈벌이 수단이었다. 북한에서는 토지가 좋고 나쁨에 따라서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서 수매양을 다르게 판정한다. 같은 양의 곡식을 생산해도 토지 등급이 낮으면 그만큼 국가에 내야 하는 생산량은 줄어들고, 개인 분배가 많아진다. 한갑수는 이런 토지 판정을 미끼로 양곡을 요구하였다. 인사권도 부정부패의 수단이었다. 퇴직을 앞둔 농장 경리에게는 퇴직을 늦추어 줄 수 있다면서, 뇌물을 요구하였다.
드러난 현실, 미래는
<백학벌의 새봄>의 주제는 알곡(식량) 증산이다. 알곡 증산은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의 최우선 과제이다. 식량은 북한 체제의 최대 약점이다. 식량이 부족하면 체제 불안정성은 높아지기에 알곡 생산을 늘리기 위해, 국가적인 역량을 모두 투입하고 있다.
<백학벌의 새봄>은 알곡 증산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열악한 농촌 상황, 당 간부에 대한 농장원들의 뿌리 깊은 불신, 당 정책에 대한 불신, 당의 지위를 이용한 행정 간부의 구조와 부정부패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주인공 형섭은 당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가족을 희생하며 헌신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당원으로서의 소명을 확인하고, 농장원들에게 신임을 얻는 리당비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현실일까? 보여준 현실은 현실에 가깝고, 드라마에서 그려진 간부의 모습은 이상에 가깝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총결기간 얻은 경험과 교훈, 범한 오유를 전면적으로 깊이있게 분석총화하고 그에 기초하여 우리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과학적인 투쟁목표와 투쟁과업을 확정하자”고 하였다. [1] ‘인민 경제 계획’ 수행의 걸림돌로 지목된 것은 ‘허풍’이었다. ‘허풍’은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인 사업 태도, 사업방식’이라는 의미로 각종 회의에서 배척해야 할 사업방식, 사업 태도로 지목되었다.
2022년 5월 3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972호로 경제 수립, 사회 전반의 허풍, 농업에서의 허풍을 처벌하는 조항을 담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허풍방지법(이하 허풍방지법)」이 제정되었다. 「허풍방지법」의 사명(목적)은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허풍을 치는 현상과의 투쟁을 강하게 벌려 국가의 정책을 정확히 집행하고 인민의 리익을 보호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2025년 하반기는 2026년 초로 예정된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5년 동안 추진했던 성과를 평가받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방영된 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집행을 위해서는 먼저 전반적인 허풍과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자기 고백적 서사이자, 당 정책을 믿어달라는 절박한 호소였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실의 변화가 없다면, <백학벌의 새봄>은 한 편의 낭만으로 기억될 뿐이다. ■
[1] 김정은,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한 개회사”, 『로동신문』, 2021. 1. 6.
■ 전영선건국대학교 교수.
■ 담당 및 편집: 오인환_EAI 수석연구원; 정종혁_국립외교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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