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동아시아연구원(EAI)은 한양대학교 엄구호 교수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복귀 가능성에 따른 북중러 삼각관계의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분석한 Global NK 스페셜리포트 「트럼프 행정부 하 북중러 3각 협력 전망과 대응」을 발행했습니다. 저자는 북중러 연대가 제도화된 동맹보다는 전략적 제휴의 성격을 띠며, 러시아의 대북 군사 협력을 매개로 형성된 불완전한 구조라고 진단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러 관계 개선 또는 미중 갈등의 심화 여부에 따라 북중러 협력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중국은 전략적 이익과 부담 사이에서 신중한 관망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북러 관계의 혈맹화 가능성과 핵 협력 심화 우려를 강조하며, 한국이 북중러 연대의 위험성을 미국에 주지시키고, 한러 관계에 대한 레드라인 설정 및 경제·외교 수단을 병행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I. 트럼프의 복귀와 북중러 연대의 가변성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북중러 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시기 미러, 미중, 미북 관계의 변화 양상은 북중러 연대 수준에 영향을 미칠 것인데 그 셋 양자관계가 현재로는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선거 운동 기간 트럼프가 강조했듯이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전을 이끌고 일정 수준에서 미러관계를 개선한다면 러시아의 북한 군사 지원 의존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북중러 연대의 동력이었던 북러 밀착의 속도는 더뎌지고 북중러 연대 가능성은 크게 감소할 것이다. 여기에 일각의 주장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압박을 가중하기 위해 러시아를 포용하여 중러 관계를 이격시키려 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또한 미북관계가 트럼프 1기 때와 같은 협상 국면에 돌입하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급속한 밀착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북중러 연대 분위기는 냉각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예상대로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어 미중 갈등이 고조된다면 북러 밀착 및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북중러 연대에 다소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근본적 이유는 통상의제 등 미중 간 주요 의제의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국제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러시아나 북한 같은 불량국가와 엮이는 것을 피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관계가 너무 나빠지면 중국은 미국을 괴롭히는 카드로 북한과 러시아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비공식 수준에서라도 북중러 연대를 가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의 북중러 관계의 성격을 진단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하에서의 미러, 미중, 미북관계의 가변성에 따른 북중러 관계의 변화를 예측해 보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II. 불완전한 현재의 북중러 3각 관계

 

북중러 연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을 띄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군사적 지원을 표면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작년 8월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당시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급속히 진행되었고 이후 금년 6월 19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으로 군사동맹의 수준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에게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문제이다. 현재의 북중러 관계는 3국의 합의가 아니라 북러 밀착을 추동력으로 러시아가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동기가 있고, 중국은 러시아가 자신의 영향권에 있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의 일부를 분점하는 점에 불편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의 견고성과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북러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북러 및 북중러 연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북중러 연대의 성격에 대해서는 해당 삼각관계가 아직 제도화된 것은 아니지만 폐쇄된 3각관계 속에서 양자관계가 활성화되어 마치 3자 협력이 제도화된 것 같은 선순환적 메커니즘이 구성되고 있다는 주장과 각 양자 관계에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고 있어 선순환 메커니즘은 나타나지 않고 불안정한 속성을 갖는 3자 동거 모델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대별된다.

 

북러 관계가 매우 가까워지면 중국은 불리한 위치가 되지 않기 위해 북한과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이 북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선순환 메커니즘으로 보이는 과정이 일정 기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각 양자 관계에 구조적 결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요 의제별로 3국간 미시적 정책 조정이 가능한 견고한 제도화 수준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러간 관계를 보면 양국의 요구와 기대 수준을 합치시키기 어렵다. 고급 군사기술, 핵보유국 지위 인정, 대러 제재의 무력화라는 북한의 요구를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충족하기엔 러시아의 부담이 크다. 핵확산방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 체제의 한 축인 러시아가 사실상 NPT 체제의 붕괴를 용인하기는 어렵고, 스스로 참여한 유엔 제재를 이사국으로서 무력화 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북중 관계도 적어도 안보 분야에서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1961년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했지만 2021년 조약 갱신 이후 구체적 조항이 알려져 있지 않고 무엇보다도 1961년 이후 합동 군사 훈련 경험이 없어 군사적 협력의 실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러간 협력의 정치·경제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았고 일부 중국 기업들은 서구 기술권 접근 상실 위험 때문에 대러 협력을 주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쟁 이후 중국의 대러 공산품 수출은 늘고 러시아는 자원 중심의 대중 수출에 의존하는 양국간 경제 협력의 비대칭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도 대중 의존을 줄이기 위해 중국과 국경 갈등을 갖고 있는 인도, 베트남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순방(6.19)을 통해 베트남과 남중국해에서 석유 및 가스 공동 탐사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또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7.16)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합동 군사 훈련, 훈련, 군사 시설에 대한 상호 접근을 촉진하는 물류 협정 초안을 승인했다.

 

북중러 모두 미국을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어 반미 연대를 구축할 수 있으나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과 중국의 미온적 입장 때문에 제도화 수준에 이르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북중러 3각은 연대라기보다는 임시적이고 결속력이 약한 전략적 제휴(strategic coalition)에 가깝다고 보인다. 양자 관계의 구조적 결함으로 3국 간 전략의 미시 조정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견고성은 약할 것이다. 북러 간 양자관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부 의제가 있을 수 있으나 중국의 견해 차이로 3국 간 입장 조정은 어려운 상황이다.

 

III.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정책과 미러관계 전망

 

트럼프는 대선 운동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트럼프 1기에서도 미러관계 개선을 시도한 바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미러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내용과 시기가 트럼프 2기 미러관계의 향방을 정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은 현재로는 지금의 전선을 기준으로 비무장 지대를 설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최소 2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가입 연기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추가 안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J.D. 밴스(Vance) 부통령 당선자, 신임 마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 예정자, 마이크 월츠(Mike Waltz) 국가안보보좌관 예정자 등 외교 안보 분야 핵심 인사들도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 협상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1] 이며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타결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 협정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상실과 NATO 가입 연기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부담 문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의 푸틴 기소 철회, 2만 건이 넘는 대러 제재의 완화 해법 등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문제들이 산적하다. 또한 미국 의회 및 관련 기관에서 러시아에 대한 양보에 저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대러 제재 유지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주장하는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저항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설사 임시적 봉합 수준의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1,300km나 되는 비무장 지대의 유지가 쉽지 않고 비무장 지대 유지를 위한 당사국들의 신뢰 수준이 높지 않아 재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트럼프 1기 시절 취임 전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미국의 대러 강경 입장은 지속되었었다. 트럼프는 2018년 행정명령 13849호를 통해 행정부 차원에서 오바마 시절 만들어진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대국 대응법(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 CAATSA)’을 적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였고,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고 시애틀 주재 러시아 영사관의 폐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2019년에는 ‘유럽 에너지 안보 보호법(Protecting Europe’s Energy Security Act: PEESA)’을 지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도 처음으로 허용해서 4,700만 달러 규모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FGM-148 Javelin)과 발사대 210기 공급을 승인하였다.

 

트럼프 2기에서도 미러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보다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2] 이 있고, 러시아에 대한 정당간 이견이 크지 않고 또한 국민들도 국내 정책에 비해 외교정책에 관심이 적다.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고 대러 제재의 급격한 완화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3] 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중러 관계를 이격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4] 이 같은 논리는 ‘逆닉슨(Reverse Nixon)’이라는 이름으로 트럼프 1기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가능성이 없는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장기 전략은 러시아와 중국의 이중 봉쇄이고 러시아의 중국 경제 의존성 심화 상황에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5]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를 매개로 미러관계가 일정 수준 개선되어 북러 밀착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북미 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없다면 북러 밀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며 북중러 연대의 장기 추세화 현상이 크게 쇠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IV. 트럼프의 대중 압박 강화와 북중러 연대

 

북중러 3각 협력에 대한 중국은 다소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삼각축 참여는 미국의 동맹과 냉전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과 모순되며, 둘째, 삼각축 형성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고 역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으며, 셋째, 삼각축은 바이든 시기 나름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고, 넷째, 불량국가들과의 삼각축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훼손하고 중국의 국제협력을 제약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중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동북아의 전략적 세력균형이라는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핵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중러 간 북핵 문제에 관한 관점의 차이는 점차 커질 수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북중러 연대 가능성의 핵심 요소인 북러 밀착에 대해 중국은 관망의 자세를 보인다. 우선 북러 밀착에 대한 중러 간 사전 교감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군 파병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중국의 동의 없이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며, 10월 22일 카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등에서 푸틴과 시진핑 간의 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러간 군사협력은 중국의 대러 관계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러 무기 지원을 할 수 없는 중국에게 미국과 유럽의 적대감을 피하면서 대러 지원의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위협 증가로 한국은 대북 영향력이 지대한 중국에게 외교적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지렛대를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일본에게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또한 대북 제재 위반의 책임을 러시아에 전가할 수 있어 대북 관계 유지에 대한 국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따라서 중국은 북중러 연대에 나서는 것이 현재로는 이익보다 부담이 큰 관계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미중 경쟁에 있어 러시아와 북한 모두 중국에게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기 때문에 북중러 연대를 공식화하기 보다는 북러간 밀착이 통제 가능한 수준까지는 관망적 접근을 취하면서 한국과의 관계 개선 또는 서구 제재 준수 등의 경제적 수단으로 그 수위를 조절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러시아 지방은행들이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는 일이 나타나는 경우나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운동 선수를 제재 준수라는 핑계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 등은 중국의 수위 조절 행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의 복귀는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바꾸게 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 운동 기간 트럼프는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와 최혜무역국 지위 박탈 등을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미중 갈등이 안보 문제까지 번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1기를 회상해보면 안보 문제 보다 경제 문제, 그리고 다자주의적 접근보다는 미국 독자적 접근을 선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압박이 강해지면 대미 경쟁의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서 중국에게 북한과 러시아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지만, 미중 간 갈등이 안보 문제나 대만 문제보다는 경제·통상 문제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에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카드로 북중러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강력한 발전 동력을 얻었던 한미일 3국 협력은 추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2017년 트럼프 본인이 부활한 쿼드(Quad)는 안보보다는 경제협의체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인 글로벌 및 지역 공급망에서 중국을 축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다자주의 회피는 오히려 미국의 세계적,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맹 및 파트너십 네트워크를 약화시킴으로써 미국의 대중 압박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V.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 북러 밀착 지속가능성

 

금년 6월 19일 사실상 군사동맹을 규정하는 조항을 포함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맺어진 시점에서조차도 북러 밀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고전으로 인한 북한 무기의 필요성이 양국 밀착의 주 원인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북러 밀착의 추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양국 경제협력의 이익 지속이 어렵다는 점도 그 근거였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제재를 받고 있고 협력 분야의 비보완성(양국이 모두 자원국)으로 인해 새로운 협력 분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참여한다면 북중러 경제권이 러시아 극동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 3성과 북한에 걸쳐 형성될 가능성이 있으나 그마저도 저위 산업 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러시아의 대중 수출 상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경제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절실해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의 북러 밀착 중단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2020년 카라바흐 전쟁에서 동맹국인 아르메니아의 군사 개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과 터키와의 경제적 실익으로 군사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좋은 예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이 러시아 의회와 김정은에 의해 공식 인준되고 실제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어 북러가 사실상 혈맹의 관계로 급속히 진화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전략적 이익을 장기적으로 공유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는 NATO와 IP4가 연결되는 글로벌 안보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유라시아 안보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의 억지력을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분산시키고 취약한 러시아 극동 지역의 영향권 설정을 위해 북한을 이 구상의 필수 요소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와의 밀착을 북한이 원한 측면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내부 자원으로 국내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단계에 봉착한 북한이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을 염려하고, 중국이 상대적으로 북한 안보에 대한 배려가 적다고 인식한 북한이 상대적으로 의존에서 자유롭다고 인식한 러시아를 위기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조응성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미중 갈등의 수준 그리고 미북관계 등에 영향은 받겠지만 북러 관계가 혈맹 수준으로 진화하였다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 혈맹 관계라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적으로 북한이 취약한 방공망 제공과 항공기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후 군산복합체의 생산 사슬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합동 군사훈련이나 러시아 해군의 북한 항 이용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ICBM 대기 진입 기술 등 핵고도화 기술의 제공은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26년 예정된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New START) 협정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러시아가 핵다자주의 지지 입장으로 진화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2020년 재래식 무기에 의한 공격 대응에도 핵 사용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금년 11월에는 핵 미보유국이더라도 핵을 보유한 국가의 참여 또는 지원을 받아 러시아 또는 러시아 우방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경우 핵을 통한 대응이 가능케 하는 내용으로 2020년 행정명령을 개정함으로써 핵 사용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Kremlin 2020, 2024). 또한 대통령 측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핵다자주의 필요성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6] 핵다자주의는 핵비확산이 과거에는 핵의 무단 사용과 핵 테러의 위험을 줄이는 점에서 유용했으나 현재는 많은 비서구국가에 불공평한 상황을 조성하고 있어 핵확산이 오히려 평화에 기여한다는 논리이다.

 

현재 러-우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은 용병의 성격이 강하고, 아직까지 공식적 파병 선언은 없었다. 북한군 파병이 공식화된다면 그 가능성이 크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평화협정 체결에서 북한군이 대북 제재 완화와 연관된 즉각 철군 논의를 미국에 제기할 수도 있다. 가장 우려할 사항은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미국에게 미북간 핵군축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이사국이고 NPT 체제의 핵심 축의 하나임을 감안할 때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현재로는 낮지만 러시아의 대북 제재 무력화 시도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에서 1기 때와 같은 트럼프와 김정은 간 협상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북관계 정상화를 기회주의적으로 활용해 온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진전 속도를 늦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다소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 1기 때보다 북핵이 고도화되어 협상 조건 충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스몰딜(small deal)의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하지만 한국과 국제 사회가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의 상황과 속도 그리고 북미간 접촉 시기와 그 성과에 따라 북러 밀착의 속도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를 포용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중국은 오히려 북중러 3자 협력의 실제 가동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에서 미러간 그리고 북미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VI. 트럼프 2기 북중러 협력 전망

 

트럼프 2기에서 북중러 3각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북중러 연대의 추세화는 속도가 조금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근본적으로 트럼프 2기에서 대중 압박이 강화된다면 중국의 대미 견제 카드로서 러시아와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응 전략 도출을 위한 몇 가지 전망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북러 관계는 장기 전략적 조응성을 갖추고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이후에도 밀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 북미 간 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북한을 러시아나 중국에서 이격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둘째, 트럼프 2기에서 미러 관계 개선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중러 관계를 볼 때 러시아를 중국에서 이격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 트럼프 2기의 대중 압박 강화는 중국에 대한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것이나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북중러 연대를 공식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 트럼프 2기 북중러 연대가 공식화되지 않더라도 반미라는 공동 입장에 기반한 우호적 북중, 북러, 중러 관계는 지속되어 비공식 수준의 북중러 연대는 기능할 것이다.

 

VII. 트럼프 행정부에 북중러 연대의 위험성 주지시켜야

 

글로벌 차원에서 북중러 연대의 가장 큰 위험은 핵 보유국 세 국가가 서로의 핵을 공동 자산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국이 북한이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막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북러 밀착은 북핵 고도화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으로 갈 것이며 이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안보 위협이 된다는 사실도 주지시켜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도적 북핵 외교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과 북한이나 러시아 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배제되거나 경시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절대 북핵을 용인해서는 안되며 한국에 대한 핵 보장이 강화되어야 하는 공감 가능한 논리를 명백히 해야 한다.

 

북중러 연대는 한국 외교에는 재앙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과도하게 북한에 밀착하지 못하도록 대러, 대중 전략적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그 지점에 한미동맹은 북중러 연대에 대응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중국의 대미 견제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의 역할이 있음을 명확히 주지시켜야 한다.

 

VIII. 대러 외교의 레드라인(redline) 설정해야

 

러시아는 한국과의 관계도 중시한다고 보아야 한다. 러시아는 한국과 북한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중국에 대한 일정 영향력도 가질 수 있고 경제적으로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매우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대러 관계에서 적절한 압박과 유인을 상황에 맞게 혼용해야 한다.

 

우선 한국은 대러 관계에서 명확한 레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게 핵고도화 등 고급 군사 기술을 제공한다면 한러관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게 때문에 러시아에게 이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이 레드라인을 넘어서게 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비롯해서 사실상 국교 단절을 감수하는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이전 단계에는 러시아가 설정한 레드라인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기 지원은 자제하면서 외교적 수단과 경제적 유인의 두 가지를 혼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교적 수단은 러시아의 안보리 이사국 지위 비판과 중국과의 소통 강화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유엔 안보리 이사국 지위 유지를 가장 중히 생각하는 러시아로 하여금 대북 제재 위반의 부담을 안겨주어야 하며, 일정 수준 러북 군사밀착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하는 외교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결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면 비제재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앞으로 더욱 중시하게 될 러시아 극동 개발 및 북극 항로 사업 등에서 한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 개발을 발굴해 볼 필요가 있고 중앙아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옵저버(observer)인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러시아와의 합작 투자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떠난 서구 기업의 빈자리를 선점하는 방안도 사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러 양국간 싱크탱크 간의 소통은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양국간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민간 차원의 소통은 국가간 갈등이 급상승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Gavrisheva, Anna. 2024. “How does Trump really feel about Russia and what should Moscow expect from his presidency? (in Russian)” Gazeta.Ru. November 6. https://www.gazeta.ru/politics/20036887.shtml.

 

Karaganov, Sergei A. 2024. “An Age of Wars? Article One.” Russia in Global Affairs. January 1.

 

Kashin, Vasily. 2024. “How Trump Can Do to Destroy the Russia-China Alliance (in Russian).” 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November 6. https://russiancouncil.ru/...razrusheniya-soyuza-rf-i-knr/.

 

Kremlin. 2020. “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 (in Russian).” Presidential Executive Order No.355. June 8.

 

______. 2024. “Basic Principles of State Policy of the Russian Federation on Nuclear Deterrence (in Russian).” Presidential Executive Order No.355. November 19.

 

Porter, Tom. 2024. “Trump said he will divide Russia from China. It’s a tough bromance to break.” Business Insider. November 7. https://www.businessinsider.com/...2024-11.

 

Timofeev, Ivan. 2024. “The Trump Factor (in Russian).” 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August 16. https://russiancouncil.ru/...faktor-trampa/.

 


 

[1]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예정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분쟁은 협상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며 "키이우는 러시아가 점령한 모든 영토의 반환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음. 그는 또한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95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 예산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음.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예정자는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많은 무기 제공을 촉구했으나 최근에 입장이 바뀌어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료 필요성을 강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한 군사 무기 제공 비판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종전 압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함.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경이 아니라 우리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트럼프의 입장 지지. Elise Stefanik 유엔 주재 미대사 지명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한 공화당 내 회의론과 동조하여 트럼프의 입장 지지.

 

[2] 정치학자이자 이즈보르스크(Изборск) 클럽 회원인 Yuri Samonkin은 미국 외교 정책은 여전히 공격적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러시아에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Gavrisheva 2024). Ivan Timofeev 러시아국제문제협의회(Russian Foreign Affairs Council) 사무총장도 러시아 내 트럼프와의 거래 가능성 또는 건설적 관계에 대한 기대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관계에 큰 영향 없을 것. 미국 외교안보 정책은 대통령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됨을 강조(Timofeev 2024).

 

[3] 1) 트럼프 1기 때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에 제재 강화 2) 대러 제재가 미국 경제와 연동성이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제재를 가성비 좋은 수단으로 고려할 가능성 3) 미국의 입법 환경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재 완화 시키기 쉽지 않음. 예를 들어, 2017년 제정된 '제재를 통한 미국의 적대국 대응법(CAATSA)'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능력에 특정 제한을 두고 있음.

 

[4] 트럼프는 중국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중러 관계를 이격시키겠다고 말했다(Porter 2024).

 

[5] Vasily Kashin 고등경제대학 교수(2024)는 러시아가 세계 리더십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국내 상황과 미국의 전략이 러시아와 중국의 이중 봉쇄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6] 푸틴의 외교 브레인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고등경제대학은 대표적인 학자이다. 카라가노프(2024)는 북한에 핵이 없었다면 이미 정권은 붕괴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엄구호_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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