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K 북중러 삼각관계 시리즈] 북·러 관계 강화와 중국: 지정학적 시각에서](/data/bbs/kor_issuebriefing/202412101744241040939687.jpg)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북러 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두 국가의 대중국 비대칭성 완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이에 따라 중국은 북러 밀착에 대해 이전보다 확연히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역사적으로 북러 협력은 양국이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강조하고, 현재 북러 관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북러관계가 강화되더라도, 현재 중국이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수준을 넘어서는 형태의 발전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합니다.
Ⅰ.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한 중국의 반응
2024년 6월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하면서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을 시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공식 반응은 원론적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북한과 러시아의 주권적 차원의 사안으로 간주하면서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2024년 6월 19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린젠(林剑)은 “북·러는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교류와 협력의 필요가 있다. 고위층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일”이라고 언급했다(中华人民共和国 外交部 2024). 6월 20일 기자회견에서는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과 군사 동맹 체결이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평화에 미칠 영향, 그리고 북·러 군사협력 및 푸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수정 요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북·러 간 협력은 두 주권 국가의 일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평가하지 않겠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는 것이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中华人民共和国 驻大韩民国大使馆 2024). 10월 24일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중국은 관련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中华人民共和国 外交部 2024a).
이에 반해, 10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수교 3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추궈홍(邱国洪) 전 주한 중국 대사는 북한군 파병이 아직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북·러 군사협력은 미국이 한미일 3자 군사협력을 더 보강하는 데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24). 2019년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러 간 협력의 강화가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발언과 이러한 발언들을 비교할 때, 최근 중국은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해 이전보다 소극적이고 덜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요 언론은 북·러 간 조약 체결 및 협력 강화에 대해 사설을 게재하기보다 다른 국가의 언론 보도를 소개하거나(<环球时报> 2023, 2023a) 기사 형식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环球时报> 2024). 상대적으로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직설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환구시보>(环球时报)조차 북·러 관계 발전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환구시보>는 2023년에 중·러, 북·러 간 협력 강화 추세를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칼럼을 발표한 바 있다(<环球时报> 2023b). 이 칼럼에서 북·중·러 내 양자 협력은 신냉전 구조와는 무관하며, 중국은 이러한 구도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려는 세력이 신냉전 구도를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중국은 북·러 관계 강화가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Ⅱ. 북·러 협력 강화의 역사적 사례
역사적으로 소련과 북한은 세 차례 협력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이다. 소련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시기 세력권 관리 차원과 이후 아태지역을 향한 세력팽창을 염두에 둔 교두보로서 북한은 중요한 지정학적 의미가 있었다. 북한의 관점에서도 정부 수립 및 한국전쟁 전후 복구 과정에서 소련의 지원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1956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3기 제2차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이 같은 맥락에서의 협력은 이어질 수 없었다. 이른바 ‘종파사건’을 전후로 중국과 소련이 김일성 ‘교체’를 고려한 것이다(Lorenz 2010). 그러나 중·소 간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의 관점에서 북한은 완충 지역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했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했다. 따라서 북한의 내정에 간섭할 동기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세력 팽창을 염두에 둔 소련의 관점에서는 북한 항구를 조차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북한 내 친소련 세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 이후 김일성이 북한을 장악하고 ‘주체성’을 강조하면서 상기 맥락에서의 북·러 협력의 의미는 소실되었다.
두 번째는 1960년대 중·소분쟁과 베트남 전쟁이 중첩된 시기이다. 이 두 사안은 긴밀히 연동되어 있었다. 1960년대 초반부터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ev)는 중국을 자국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해, 호치민의 남베트남 공격을 지원하는 전략을 추구했다(Westad 2005). 즉, 베트남 전쟁에 미군이 참전하고 이에 중국이 연루되는, 한국전쟁과 유사한 상황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전쟁과 다르게 미군은 17도선을 넘지 않았다. 또, 1960년대 중반부터 중·소 국경 분쟁이 격화되면서 소련은 베트남, 북한, 인도 등 중국 주변국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시기 소련은 북한에 MIG-21 전투기를 제공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의 수도인 북경과 인접해 있어 중국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전략적 고려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반면, 북한이 소련과 협력한 이유는 전투기 획득 외에도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지원에 대한 회의감이 컸기 때문이다. 1966년 중소분쟁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마오쩌둥이 소련의 베트남 전쟁 지원 방식을 반대한 사실과 관련이 있었다. 소련의 지원은 반드시 중국을 거쳐야 했고, 이는 공산권 지원이라는 명분과 중국의 민감한 자국 사안들을 러시아에 노출시킬 위험 사이에서 중국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게다가 마오쩌둥은 중국 바로 아래에 통일 국가 형성이 자국의 국익에 반한다고 인식했기에, 베트남 통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북한에 불신을 안겨주었다. 이와 같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이 시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한적이었다.
세 번째는 미국 레이건(Ronald Reagan) 행정부가 소련 봉쇄를 본격적으로 추구한 시기이다. 레이건 행정부(1981~1989)는 소련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강경 봉쇄 정책을 재활성화했다. 특히 1983년부터 1986년까지의 시기는 이로 인해 미·소 관계가 매우 악화된 시기였다. 이 시기 미국은 군비 경쟁을 강화하고,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SDI)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미국의 봉쇄 정책에 맞서서 소련은 자신의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했다(Garthoff 1994). 이 시기 러시아는 북한에 MIG-23, Su-25, MIG-29와 같은 항공기를 제공했다. 북한도 소련 항공기가 북한 상공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Ⅲ. 최근 북·중·러 관계 평가 : 북·러의 대중국 비대칭성 완화 노력
냉전 종식 이후 국력이 크게 약화된 러시아가 현시점에 동북아시아에서 세력 확장을 추구할 수 있는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이 러시아 붕괴를 목표로 대러 봉쇄 정책을 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명시했으나, 미국의 전략에서 최우선 과제는 여전히 중국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첫 번째와 세 번째 사례를 현재의 북·러 관계 강화를 해석하는 데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러시아가 대중국 지렛대 강화를 위해 중국 주변국과 관계를 강화한다는 맥락에서 북·러 밀착에 대한 유효한 설명력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관계를 중시하면서 협력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2014년 크림사태와 러-우 전쟁으로 강력한 대러 제재를 받으면서, 에너지·원자재를 중심으로 경제적 부문의 상호연계성이 깊어지고 있다. 2014년 이후 식량 수출국으로 변모한 러시아는 빠르게 중국의 주요 식량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러시아의 대중국 에너지 수출은 지난 10년간 약 5배 증가했다(Zuenko 2024). 중국의 입장에서도 전략물자의 공급원 다변화는 안정적인 전략환경 구축 목표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은 엄격한 가격 협상 태도를 견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양자 관계 내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러-우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동시베리아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공백이 확대되면서,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개발 참여를 확대해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의 자원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기에는 인구와 개발 자본이 부족하다. 반면,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 대국으로, 수자원과 에너지 등 필수 자원과 원자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해당 지역은 이러한 자원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본래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의 잠재적 협력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한국에 나름의 균형자 역할을 기대해왔다(Lukin·Pugacheva 2022). 그러나 한국이 나토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대러 적대시 정책을 선명하게 가져가면서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북한의 경우, 자체적 필요에 의한(또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핵무장으로 인해 중국에게 ‘완충지’로서의 북한의 지정학적 특징에 변화가 발생했다. 즉, 북한의 핵무장은 전통적인 대중국 외침 경로가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 방비 이상의 대북 지원을 해야 할 동기를 감소시키면서, 북한의 대중국 지렛대가 크게 약화되었다. 이는 북한이 강대국 의존도를 낮추고 정권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와 달리, 전략적 고립과 경제적 의존도 심화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북 통제력 강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상의 배경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대중국 비대칭성 완화 및 지렛대 강화를 추구하는 정황을 보여주는 세 가지 주요 증거가 있다. 첫째는 북·러 조약에서 언급된 두만강 하구의 교량 신설 계획이다. 지난 5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양국은 중국 선박이 두만강 하류를 통해 바다로 항행하는 문제에 대해 북한과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었다. 그러나 6월에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동해 출해 문제와 관련된 내용 대신, 북한 국토환경보호상과 러시아 운수상이 '두만강 국경 자동차 다리 건설 협정'에 서명했다는 발표가 나왔다(이제훈 2024). 이는 기존 '우정의 다리' 외에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연결하는 추가 교량 건설 계획을 의미한다. 두만강 하구는 정비되지 않아 퇴적물이 쌓여 있고, 기존의 두만강 철교는 높이가 7m로 대형 선박의 항행을 막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교량 건설 계획은 중국의 동해 출해 문제를 차단하려는 북·러의 협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두만강 하구 출해 문제는 중국의 아태 전략 구상에서 핵심적인 현상변경 의지가 담긴 문제이자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북극항로’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러한 북·러의 추가 교량 건설 계획 발표에 중국은 즉각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은 북·러의 발표 직후 두만강 하구 팡추안(防川) 전망대로부터 동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추가 건설했으며, 아직은 그 의미가 불명확한 다수의 시설물을 도로 곳곳에 설치하였다. 또한, 전망대에서 불과 800m 떨어진 지점에 선박 시설도 신설하였다(VOA 뉴스
둘째는 푸틴의 외교 행보이다. 최근 러시아의 외교적 움직임은 1960년대 대중국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했던 시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푸틴은 6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베트남은 과거 캄보디아 침공으로 인해 서방 및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고립을 겪었고, 당시 소련에 크게 의존한 바 있다. 현재도 러시아산 군사 장비의 비중이 높고, 남중국해 석유 탐사와 관련하여 러시아 석유 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다. 이에 베트남은 우크라이나와 우호적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러-우 전쟁 관련 대러 제재 유엔 결의안에서 지속해서 기권했다. 이는 베트남이 친러 노선을 고수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미·중 간 전략적 공간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와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대중국 지렛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푸틴은 베트남 순방을 마친 직후인 7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러시아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는 소련 시절부터 러시아 무기의 주요 수입국이었다. 2022년 2월 러-우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판로를 잃은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처로 떠오르며 양국 관계가 경제적으로도 더욱 긴밀해졌다. 2023년 두 나라의 무역량은 에너지 교역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76% 증가한 650억 달러(약 89조 원)를 기록했다. 인도는 표면적으로 러-우 전쟁 중단을 촉구하지만, 러시아의 침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과의 히말라야 영토 분쟁과 인도양에서의 영향력 경쟁 속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를 대중국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도의 친러 일변도 외교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도는 미국 등 서방과도 협력하며,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대중국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셋째는 2024년에 유출된 러시아군의 기밀문서이다(Seddon·Cook 2024). 이 문서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기준과 주요 강대국과의 갈등 초기 단계를 상정한 전술 핵무기 사용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 2008년과 2014년 사이에 작성된 전쟁 시나리오와 해군 훈련 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주목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2001년부터 핵무기 선제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이 문서는 양국의 관계 강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동부 지역에서 중국의 침공에 대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음을 보여준다. 유사시 핵무기 사용 전략은 긴장고조를 통한 긴장완화(Escalate to De-escalate) 방식을 취하며, 갈등 초기 단계에서 소규모 핵무기를 사용해 갈등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의 침입이나 러시아의 전략적 자산에 중대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또는 일반적인 무기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등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대규모 병력을 추가 투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 공격을 통해 중국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밀문서가 의도적으로 유출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문서의 내용은 대중국 관계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특히, 동시베리아를 포함한 중·러 국경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의 핵전력 위치를 표시함으로써 중국이 해당 지역의 전략적 공백을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핵무기를 전략적 방어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음을 시사할 뿐 아니라, 동시베리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공백에 대한 러시아의 심각한 우려를 담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강화가 중국과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중국의 반복적인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북·러 밀착은 중국이 이들과 싸잡혀 ‘권위주의’ 정권으로 비난받거나, ‘중국 역할론’에 대한 부담을 지거나, 미·중 전략적 경쟁을 중심으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북·러 관계의 강화는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반대 또는 미국 영향력의 하락 추세를 드러내는 측면이 있으므로, 중국이 이들과의 관계를 훼손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저지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상쇄된다. 결국, 북·중·러는 이러한 틀 내에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미·중 간 세력균형에서 전략적 공간을 극대화하려는 데 그치지 않고, 중러 관계 내에서도 독자적인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이후 북·중 정상 간에는 친서 교환만 있었을 뿐 대면 회담은 없었으나, 지난 1년 동안 김정은과 푸틴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 심화가 정권 차원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우선하여 강화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중·러 간 전략적 공간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Ⅳ. 북·중·러 관계 전망
1956년 제20차 당 대회에서 흐루쇼프는 미국과의 평화공존을 기본 노선으로 채택하며, 중국과의 노선 갈등을 예고했다. 비록 평화공존론이 미·소 관계의 즉각적인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이 노선이 미·중·소 삼각관계에서 자국을 상대적으로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고 여겼다(中共中央文獻研究室 2013). 또한, 1950년대 말 대만 해협 위기와 중국-인도 국경 충돌은 중·소 간의 지정학적 인식 차이를 부각시켰다. 소련은 1959년 핵확산금지조약 체결을 앞두고 중국의 핵무기 개발 지원을 중단하고, 중국을 자국의 핵우산 아래에 두려 했다. 이처럼 중·소 간 이해관계의 불일치가 증대되어 갔으나,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과 소련의 대미외교 교착으로 인해 중·소 관계는 본격적인 갈등보다는 연성 경쟁의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 두 국가는 각자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으며, 특히 중국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지속했다. 이는 북한이 중국공산당의 건국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이 주한미군의 위협을 공유하며 중국 방어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국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보 환경은 북한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북한은 중·소 경쟁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어느 일방에 편승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했다. 그리고 양국의 연성 경쟁 관계를 이용하여 1961년 소련 및 중국과 동맹을 각각 체결할 수 있었다. 이로써 북한은 이들과의 비대칭 동맹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자율성 교환’의 딜레마를 상호 완화하고,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방기 당할 우려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 북한은 이와 같은 소위 ‘등거리’ 외교를 통해 전략적 공간을 창출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안보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은 중국의 요구가 아닌 자체적인 필요에 의해 핵무장을 했고, 그 결과 북한의 최소 억지력 확보는 곧 한반도 권역에서의 중국 완충지 공고화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동기를 약화시켰음을 의미했다. 또한, 북한은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전략적 고립을 탈피하려 했지만, 좌절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를 완화할 대안으로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중·러 관계는 과거와 다르게 구조적으로 깊은 연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이 전략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러 관계가 발전하더라도, 북한의 중·러 간 전략적 공간 창출 노력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러-우 전쟁 군사적 지원을 북한의 전략적 결정보다는 부채 탕감을 위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Cha 2022). 그러나 2014년에 이미 러시아가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했고, 나머지 10%는 20년에 걸쳐 6개월마다 분할 상환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고려할 때(<연합뉴스> 2015),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적 동기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결정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은 대러 관계 개선이 갖는 제한적인 효과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전략 구상의 ‘출발점’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
즉, 북한은 러-우 전쟁의 출구 전략과 맞물린 미-러 관계 재조정 여부 및 미·중·러 3국 간 역학 변화 등 국제정세의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러-우 전쟁의 종료 국면과 자신의 전략적 지위를 연계시키려는 전략의 도입부로서 북·러 관계 강화를 추구했을 개연성이 있다. 러-우 전쟁의 종결 방식은 향후 미·중 경쟁 향방의 가늠자로 인식될 개연성이 있으며, 종결 방식에 따라 대안적 국제질서가 추동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처지에서 그간 국제경제체제로의 편입은 북·미 관계 수립만을 의미했지만, 이 경우 하노이에서 좌절을 넘어 대안적 경제체제로의 편입을 모색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북·중·러 삼국은 강대국들의 국제정치 및 지정학적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이는 미·중 경쟁을 핵심으로 여기면서 서로를 활용하거나 견제하는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북·중·러 관계의 구조를 보면, 최상위에는 미·중 전략적 경쟁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아래로 중·러 관계, 그리고 그다음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러시아의 대북 첨단무기 지원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러시아가 전투기와 같은 당시의 첨단무기를 북한에 지원한 사례는 1966년에서 1969년까지 중·소분쟁이 격화되었던 시기와 1980년대 중후반 미·소 간 치열한 대립이 지속되었던 시기에 국한된다. 이 두 시기는 앞서 역사적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과거 소련이 중국과의 핵 사용 가능성을 포함한 분쟁 상황에 직면하거나, 또는 미국이 소련 붕괴를 목적으로 본격적인 봉쇄를 추구하는 등 ‘사활적’ 차원의 위기에 처했던 시기였다. 즉, 강대국 간 사활적 층위의 위기에 봉착한 경우를 제외하고 소련은 북한에 전투기와 같은 첨단무기를 지원한 사례가 없다. 더욱이 현재 러시아는 북한을 세력팽창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과 여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미국의 전략적 초점은 러시아보다 중국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할 때, 현재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한다는 근거만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을 체결하고 군사적 지원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안보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러시아의 판단에 따라 지원 수준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러 관계 악화 정도에 비례해서 러시아가 북한의 위협을 대한국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전황에 따라 북한의 대러 군사적 지원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탄약 및 포탄, 인력 지원은 잠수함, 위성,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와 비례하지 않고, 현재 러-우 전쟁 전황과 북한의 대러 지원 모두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러시아가 타국에 전략 잠수함 등을 판매한 사례는 지극히 적으며, 그마저도 인도와 같이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국가에 한정되었다. 제공 방식도 수년에 걸친 임대 형식을 통해 이루어졌다. 중국에 판매한 디젤 잠수함의 경우에도 핵심 소음 기술은 제외되었다. 2014년 S-400 방공체계 판매 관련 중·러 간 합의는 크림사태로 인한 안보 환경 변화 요인과 더불어 2012년에 러시아가 차세대 방공체계인 S-500으로 넘어갈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이었다(Mezey 2024). 북한은 비대칭 전략에 부합하는 첨단무기체계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지만, 강대국 간 ‘사활적 이익’이 걸린 배경 없이, 본질적으로 유럽 세력인 러시아가 핵무기 및 첨단 미사일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해 줄 가능성은 작다. S-300 방공망 체계와 4세대 전투기 등 한두 세대 이전의 무기체계를 제공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의 관점에서 보면, 재래식 전력 건설에는 해당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성과 엄청난 예산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단기간 내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경제적 협력 강화도 가능하나, 양국 간 시너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과 수산물이 러시아 내에서 경쟁력 있는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또한, 러시아가 교역 관계보다 북한에 일방적인 원조를 우선시할 가능성도 적다. 북한이 제공할 수 있는 노동력과 포탄 중심의 군수물자에 대한 관심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우 전쟁이 종료되면 군수물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북·러 관계는 구체적인 사안별 시너지보다는, 대중국 관계에서의 비대칭성을 공유하는 차원, 불확실한 미래의 세계질서 변동 가능성에 대한 대비 등의 전략적 구도 차원에서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Ⅴ. 정책적 시사점
북한,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미·중 전략경쟁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 간 국제정치 및 지정학적 역학 속에서 자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전략에서도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경향과 동태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반영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하고, 우리의 피해를 초래할 경우 그들에게도 비효율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논리와 지렛대를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립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략 수립 시,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한반도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도구화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핵 문제마저도 강대국에 의해 도구화되어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현재 미·중 간 형성하고 있는 전선이 과거 미·소가 형성했던 전선과 지정학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상기 두 요소에 입각한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 일차적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우리의 대외 지렛대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주변국 모두와 소통(재소통)을 통한 연성 균형 상태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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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우_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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