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EAI 사랑방, 그 후! - 14, 15기 김대영(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2021-01-05
  • 김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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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사랑방 지원을 하면서 든 첫 생각입니다. 3년 동안 정치외교 전공 수업을 들었지만 주로 미국의 국제관계이론 위주로 세계 현상을 분석한 것이 대부분,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혹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을 기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 와중, <동아시아질서건축사>라는 이름으로 저에게 다가온 강의계획서는 신선했습니다. 선진시대부터 청나라까지, 그리고 동아시아의 근현대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을 살펴본다는 생각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 것은 하영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들’이 저술한 원서를 읽고 예습일기를 매주 쓰는 일이었습니다. 난해하기도 했지만 페어뱅크스, 니시지마 사다오, 로사비와 같은 중국학자들 그리고 양계초의 <음빙실자유서>, 유길준의 <서유견문>, 후쿠자와 유키치의 <문명론의 개략>과 같이 당대 지식인의 생각을 훑어볼 수 있는 기회는 생애에 다시 접하기 힘들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규수의 시 구절, 冷眼看時務 虛心讀古書(냉안간시무 허심독고서). 차가운 눈으로 시무를 바로 보고 비운 마음으로 옛글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비록 다 이해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쓴 예습일기를 모으면 책 한 권은 배출해 낼 수 있을만큼의 분량이었습니다.

 

 그동안 수업에서 선생님이 강조하신 단어가 있다면 ‘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즐겨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을 분석한 글이 수만 건 이상 배출되지만 정작 본질을 잡아내어 김정은의 심상을 제대로 파악한 것은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대회 문서, 로동신문을 이해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어를 별도로 공부해야 하는데 이러한 학습이 되어 있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시는 모습을 보며 과연 그러한 경지에 오르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곱씹어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는 14기 답사 보고서를 준비하며 <모택동 선집>을 읽을 때 항상 염두에 두며 고찰해보는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세계정치학 수업을 들으면서 정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고찰하며 존재론, 인식론 그리고 방법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정치의 본질과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는 확실히 말할 수는 없으나, actor-stage-performance를 오가며 제한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면서 서구 중심 질서 이후의 세계, 그리고 코로나 이후를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중국 북경과 일본 규슈 답사를 갈 수는 없었고 대면 수업보다는 비대면 세션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선 회식, 동기들과의 단톡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머리와 마음을 키우고, 공간을 넓고 또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사랑방을 추천합니다!

 

EAI 사랑방, 그 후! - 14, 15기 김대영(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AI 사랑방, 그 후! - 14, 15기 김대영(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