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교수는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학부 중국정치외교담당 교수로 재직중이다.

 

 


 

 

중국 5세대 지도부의 대외정책기조

 

“4세대 지도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이 균형을 이룰 것”

“연속성 : 경제발전과 국가번영을 위한 외교”

“차별성 : 복합적 세계관, 모순적 위상인식, 상호연동 강조”

 

중국 5세대 지도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4세대 지도부와의 연속성과 차별성이 균형을 이루는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선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설정한 목표로 인해 연속성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즉, 2020년까지 소강사회 구현, 2050년까지 “부강민주문명의 조화로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이룩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외교정책이 경제발전과 국가번영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큰 틀에서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와 달리 시진핑(習近平)은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모두 가지고 새 정권을 출범하게 되었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 주석직에 취임하면 시진핑은 이른바 ‘3부 권력’, 즉 ‘당•정•군’의 최고 권력을 모두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시진핑이 후진타오와는 다르게 전임 지도부로부터의 견제나 눈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후진타오의 경우 2002년 당 총서기에 올랐지만 “평화발전관”이나 “조화세계”와 같은 독창적 외교정책을 2004년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양도받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추진할 수 있었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시진핑 체제는 후진타오 체제와 달리 출범과 동시에 독창적인 외교정책 노선, 개념, 전략을 창출해낼 수 있는 권력적 공간과 자주성이 보장되었기 때문에 후진타오 체제와는 다른 외교적 행태를 보여줄 가능성도 높다.

 

지난 2-3년 동안의 발언내용 및 연설문을 분석해 보면 시진핑 체제 외교정책의 향방을 전망해 볼 수 있다. 첫째, 시진핑은 세계화와 다극화의 병행 발전, 다양성과 공동성의 병존, 개방성과 다원성의 공존을 강조하는 복합적인 대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향후 시진핑의 외교정책이 다름과 차이에 대한 상호 이해, 평등, 그리고 존중을 강조해 나갈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둘째, 중국의 국제적 위상에 있어서는 세계 최대 강대국인 동시에 세계 최대 발전국가라는 모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민소득 측면에서는 세계 90위 밖의 개도국이지만, 규모면에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은 주변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증진시켜 이를 토대로 정치, 외교, 안보 영역에서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모든 문제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연동 개념에 기초하여, 국제분쟁이 표면화 되어 당사국들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제5세대 지도부는 사전 예방외교를 통한 분쟁관리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시대 미중관계 및 한반도 정책 전망

 

“공동이익 추구하는 미중 신형대국관계 : ① 상대방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성적으로 이해 ② 협력적 국제•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강화”

“균형있는 한반도 정책 : ① 북중 혈맹관계 유지 ② 개혁개방 특히 평양 이외 지역의 주민생활 개선 요구 강해질 것”

 

중국은 자국이 세계 최대 국가 중 하나라고 인식하면서 다른 대국과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중미 “신형대국관계” 개념이다. 대국관계를 새로 정립하기 위해 국제관계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개념이라고 중국이 자부하는 신형대국관계의 핵심은 ‘공동이익의 추구’에 있다. 중국이 공동이익을 강조하게 된 배경은 중미 양국이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는 윈-윈(win-win)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미 양국은 물론 세계의 공동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인식을 같이 한데 있다. 신형대국관계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중국은 첫째, 모든 대국과의 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전략적 의도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 둘째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중국 5세대 지도부는 전반적으로는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적인 외교전략을 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한미동맹•미일동맹과 북중동맹의 두 축을 중심으로 지역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동북아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을 품고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진핑의 경우 2010년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역설하며 북중 혈맹관계를 강조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이 초라하지 않는 동맹파트너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북중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인지하기 때문에 동북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북한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진핑 시대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더욱 강력하게 요구해 나갈 개연성이 높다. 특히 이번 5세대 지도부 상무위원 7명 가운데 4명, 즉 시진핑, 리커창(李克强), 장더장(張德江), 왕치산(王岐山)이 현 서기 출신이다. 개혁개방 시기 중국 최일선 행정단위인 현의 경제개발을 위해 노력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결국 권력의 최고봉에까지 오르게 된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시진핑 지도부는 현재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평양시민과 평양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하여 북한이 평양 이외의 지역과 주민들의 생활개선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고 이행하도록 촉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과제

 

“대전략 차원에서 중견국 한국의 외교 목표와 가치를 먼저 구축해야”

“지역다자협력체 구축에 앞장서고 중국의 참여 유도해야”

“미중 양국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채널 구축 시급”

 

미중사이에 있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견국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냉철히 따져보는 것이다. 안보이익을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경제이익 측면에서는 중국이 중요한 파트너인 한국 입장에서는 국가 외교의 가치, 목표, 대전략을 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할 경우 현실적인 이득에 따라 일관성을 잃고 이리저리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중견국 한국의 역할은 지역다자협력체 구축에 앞장서고 이 다자협력체에 중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로써 지역 내 주요 국가들이 공동의 가치와 규범을 자연스럽게 공유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미중사이에서 미국 쪽으로 편향된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가 한중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악화되었고, 이명박 정부는 한미관계를 강화했기 때문에 한중관계가 소원해 졌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을 보면 이명박 정부 시기 한중 정상회담이 역대 가장 많이 성사되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많은 정상들 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중에서도 한중간의 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채널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한국 외교의 상수다. 두 나라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기 위한 초당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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