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권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오바마 2기 대외정책 기조와 국내정치적 제약요인

 

“향후 중동에 관심 보일 수 밖에 없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다소 차질 빚을 것”

“방위비 삭감 문제를 둘러싼 민주당-공화당 갈등이 외교정책에 중요한 반향 일으킬 수 있어”

 

대선 과정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경제문제에 집중되었던 것에서 보듯,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2기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연방정부 재정적자 축소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경기회복 기대에 부응하는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회귀” 정책이 발표된 시점은 중동 문제가 일단락 되는 것으로 기대되던 2011년 9월 이후였다. 역으로 생각하면 중동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기 시작할 때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에도 일정부분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중동 민주화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 태도로 고착상태에 빠진 시리아 문제, 스티븐슨(Christopher Stevens) 대사가 사망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사태, 거세게 일고 있는 중동의 반미 움직임, 그리고 이란 핵 문제 등으로 인해 미국은 중동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바마 2기 아시아 회귀 정책이 원만히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심각한 당파갈등 상황(partisan deadlock)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정치적으로 가장 큰 대립은 정부지출 감소 문제를 둘러싸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방위비 삭감을 둘러싼 양당 간의 갈등은 외교정책에 중요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당은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방위비를 감축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과거와 같은 엄청난 규모의 방위비를 축소하고 대신 아프간 및 이라크 파병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군인들의 교육 및 취업 등 복지에 관한 부분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공화당은 방위비 삭감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실추시켜 벵가지 테러 및 중국의 공세적 행동을 야기했다고 보고 방위비 감축을 거세게 비판한다. 공화당은 국가재정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노인의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복지 부분의 재정축소는 불가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회귀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일정 부분 군사력 증강이 필요하고, 재정부담으로 인해 현행 의료보험 제도가 그대로 지속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오바마 2기 미중관계와 한미관계

 

“미중관계 : ① 중국에 책임있는 이해 당사자 역할 요구 ② 룰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

“대중정책은 봉쇄-포용의 진자운동을 계속하되 당분간은 포용을 강조할 것”

“한미관계 : ① 한반도 방위 측면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 요구할 것 ② 한미 FTA 재협상은 어려울 듯”

 

미국이 아시아 회귀 정책을 강조한다는 것은 이중적인 목적이 있다. 첫째, 교역 확대를 위한 아시아 시장 확보이다. 둘째, 중국 군사력이 신장되는 가운데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고, 중국이 주변국가들과 해양 영토분쟁을 벌임에 따라 해로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등 미국의 안보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교역 확대를 위해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포용정책을 추진하지만, 중국이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나와 미국의 안보이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미중관계의 양상도 이러한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은 미 평화연구소(U.S. Institute of Peace) 연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봉쇄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강조하고,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이 편의에 따라 개도국과 강대국의 지위를 오가는 “선택적 이해당사국”(selective stakeholder)의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비판하며 향상된 국력에 걸맞은 책임있는 역할을 주문했다. 아울러, 중국이 룰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의 규범을 지키는 것이나, 해양 영토분쟁 문제를 다자적으로 해결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중국 후진타오(胡锦涛) 주석의 제4차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 축사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후 주석은 일차적으로 미중관계 발전을 위한 창조적인 행보, 상호존중과 신뢰, 인적교류(people-to-people exchange)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클린턴 국무장관의 책임있는 강대국 역할 요구에 대해서는 중국이 ‘개도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룰에 기반한 미중관계 요구에 대해서도 서로에 대한 “간섭을 제거”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국면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9월 클린턴 국무장관과 패네타(Leon Panetta) 국방장관은 중국을 방문하여 연이은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결국 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봉쇄와 포용을 오가는 진자운동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는 포용 국면에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향후 중국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곳이나 동맹국의 중요이익을 침해하는 공세적 행보를 보일 경우 다시 안보적 측면에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 제약은 향후 한미관계에서 특히,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재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오바마 정부는 수출을 줄어들게 하거나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어떤 정책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FTA 재협상을 위해서는 의회에서 다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2014년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과제

 

“미중 양자 사이에서 한국이 가진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미국이 봉쇄-포용을 오가는 정책을 구사함에 유의하여 한국도 유연한 대중정책 구사해야”

“미국이 한국에게 적극적 협력 주문할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대비해야”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 저조한 상태에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 중요”

 

한국전쟁 이래로 한국의 전통적 동맹국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은 앞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지속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향후 지금보다 더 가까워질 수 밖에 없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일 뿐 아니라 6자회담 주도국으로 북한문제에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미중 양자 사이에서 가지는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노력을 통해 한국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을 미중 모두에게 납득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은 봉쇄•견제-포용•대화 사이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는 대중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강한 대중 압박 정책을 펼칠 때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게 되면 미국이 방향을 다시 전환할 때 한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따라서 한중관계가 언제나 정상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외교정책을 펼치는 유연한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

 

2012년 12월 대선 이후 한국에서 보수나 진보 어떤 정부가 들어서게 되더라고 미국은 한국에게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 사안에 따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정치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

 

북한 문제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란 핵 문제는 중요하게 거론되었지만 북한 핵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북한 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다시 부상하기 위해서는 첫째,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지고 협상테이블로 나오든지, 둘째, 부시(George W. Bush) 2기 때와 같이 미국 정부가 국내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게 되어 북한문제로 관심을 돌리려 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을 천명하며 노벨 평화상을 받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먼저 표명하며 미국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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