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욱 교수는 남가주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유로존 위기의 원인

 

“촉발원인 : 취약한 제도적 기반 위의 급격한 금융 자유화”

“지속원인 : 위기원인, 처방, 대응방식에 있어 유로존 내 이견 대립과 리더십 부재”

 

유로존 위기는 국가, 지역, 세계 등 층위별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했을 뿐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촉발되었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유로존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분석적인 차원에서 ‘촉발요인’과 ‘지속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위기의 촉발과 지속원인이 상호 배타적이지는 않다.

 

우선 촉발 원인을 살펴 보자.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다음 4가지 요소들이 유로존 위기 원인으로 논의되어 왔다. 1) 유로존 수준의 은행규제 부재와 이에 따른 유럽 은행의 과도한 대출 및 부실 확대, 2) 유로존 내 무역불균형과 이에 따른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중소국 정부 재정 취약화, 3)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로 인한 버블형성, 특히 중소국에 유입된 자금이 부동산 투자 및 소모성 재정지출로 흘러 들어간 점, 4) 유로존 내의 강한 금융연계에 따른 빠른 위기 확산 등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취약한 제도적 기반 위의 급격한 금융 자유화’가 유로존 위기를 촉발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위기” 라고 부르는 1997-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자유주의적 탈규제의 물결 속에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출현은 1999년 이후 유럽 내 규제 없는 급격한 금융자유화를 이루어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은행의 과도대출과 부실화, 저금리 버블 형성, 상호 민감성과 취약성을 동반한 유로존 금융연계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또한 유로화의 출현으로 유럽은 통화장벽과 환리스크가 완전 제거된 단일통화 경제권으로 거듭나게 되었는데 이는 중소국의 국가경쟁력 취약으로 연결되어 이들 국가들은 거듭된 경기부양에 따른 재정 취약성에 노출되었다.

 

다음으로 위기 지속요인을 살펴보면, 유로존 위기에 대한 원인, 처방, 대응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간의 이견 대립과 리더십 부재’를 들 수 있다. 특히 유럽 통합의 양대축인 프랑스와 독일의 이견 차가 리더십 부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유럽국가들이 공동의 정책비전을 공유한다 해도 정책 선호도와 우선순위에 있어 합의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범유럽적 위기 해소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것이 장기간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국가들의 대응평가와 향후 유로존 위기 전망

 

“리더십 부재로 인해 유동성 공급 및 재정건전성 문제 모두 해결 안되고 악순환”

“유로존 창설의 정치적 목적 공유하는 한 유로존이 해체되지는 않을 것”

 

그 동안의 유로존 위기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대응은 정책적 목표를 중심으로 크게 두 가지로 살펴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유동성위기 해소를 위한 노력이고, 두 번째가 재정건전성 회복과 경제체질 개선 방안이다. 전자가 프랑스를 위시한 남유럽국가들이 강조한 부분이고 후자는 독일의 입장을 대변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정책 목표가 상호보완적이 아니라 경쟁적으로 운영된 데에 있다. 그 결과 유동성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재정건전성 회복정책 추진은 재정 취약국의 성장부재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유로존위기를 지속시키고 있다.

 

지난 6월 28-29일 개최된 유럽연합정상회의에서는 유로존 위기타개책으로 5개안을 극적으로 합의하였다. 1) 성장협약 체결, 2) 유럽연합차원의 통합은행기구 설립, 3) 유럽재정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유럽안정기구(European Stability Mechanism: ESM)의 부실은행 직접지원, 4) EFSF/ESM의 국채 직접매입 허용, 5) ESM의 선순위채권자 지위 포기 등이다. 첫 번째 합의내용은 프랑스가, 두 번째는 독일이, 나머지 셋은 스페인, 이탈리아가 강조한 내용이라 각국의 입장이 절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럽정상회의 합의안의 도출로 인해 유로존 위기 해소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후 이행과정에서 정책 우선순위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앞으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 위기가 지속됨에 따라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로존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유로존이 어떻게 창설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로존은 사실 경제적 이유 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처음 시작되었다. 즉, 달러화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달러화와 경쟁할 수 있는 유로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유로존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경제무대보다 정치무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더욱 주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위기 국면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유럽국가들 간의 상호 불신이 축적될 경우 유로존이 붕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한국의 과제

 

“국가수준 : ① 산업경쟁력 확보 ② 대안시장 개발”

“지역수준 : 역내 금융안전망 구축 및 역내 금융시장 개발”

“세계수준 : 세계금융질서 변환기 정책 아이디어 및 비전 제시”

 

장기화되고 있는 유로존 위기를 포함한 세계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국가, 지역, 세계 수준에서 몇 가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국가수준에서는 첫째,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유로존 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고, 이것이 재정 및 금융 부실을 초래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경쟁력 회복을 통해 수출이 살아났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일시적으로 재정 위기를 겪더라도 산업경쟁력이 강한 국가들은 얼마든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유로존 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에 있어 산업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말해준다. 둘째,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안적 시장 개발 및 진출이 필요하다. 내수시장 개발뿐 아니라 동아시아 및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and China: BRICs)로 상징되는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지역수준에서 한국은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hiang Mai Initiative Multilateralization: CMIM) 및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sia Bond Market Initiative: ABMI) 등 역내 금융안정망 및 재원 조달을 위한 금융시장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금융안정성 확보와 투자자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수준에서 한국은 G20 등에서 진행중인 세계경제질서 재편 논의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잇는 가교국가로서의 입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정책선호도가 세계 경제거버넌스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세계경제질서가 재편중인만큼 좋은 정책 아이디어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질서 안정기와 달리 변환기에는 국력보다 정책 비전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이 현재 규칙을 준수하는 위치에서 규칙 변화를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하정 팀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