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희 교수는 미국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플레쳐 스쿨(Fletcher School)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및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남중국해 분쟁과 “공세적 중국”(assertive China)

 

“중국 공세적 행보의 배경 : ① 미국의 상대적 쇠퇴, ② 리더십 교체기 대내정치 보수화, ③ 의사결정 과정에서 군부역할 증대, ④ 역사적 피해 심리”

 

공세적 중국의 행보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이다. 개혁개방을 통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는 중에도 세계 최강대국 미국만큼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중국인들에게 미국의 경제적 쇠퇴는 상당히 큰 여파를 미쳤다. 중국의 핵심이익 논의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에 따른 중국인들의 자신감 증대가 그 배경에 있다. 즉, 미중간 세력격차가 감소함에 따라 이제 중국도 강대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 때문에 대외관계에 있어 중국의 태도 역시 변하게 된 것이다.

 

둘째, 중국 대내정치적 변동도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중국은 5세대 지도부의 등장을 앞두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리더십 승계의 문제가 걸릴 때 기존 정치세력들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보수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리더십 교체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이데올로기 경쟁 또는 선명鮮明경쟁이 촉발되어 전체 논의의 흐름이 보수화 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중국 의사결정과정에서 군부의 역할이 증대되었다는 점이다. 2011년 1월 게이츠(Robert Gates) 당시 미 국방장관이 스텔스 전투기 젠殲-20의 시험 비행 의도에 대해 물었을 때 후진타오胡锦涛 주석이 비행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물론 이 일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중국 의사결정 과정 내에서 군부의 역할이 커진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현재 군사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팽창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피해 심리이다. 1800년대 중반 아편전쟁 이후 서구 제국주의 침탈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었던 중국은 국력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국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작은 나라, 예를 들어 필리핀 같은 나라들이 더 큰 나라들을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발언을 하는 것도 본래 중국에게 속한 영토가 침해 당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논리를 깔고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이 밝히는 핵심이익의 영역은 대만, 티베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식적으로 남중국해 역시 중국의 핵심이익 영역에 포함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이 그만큼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5세대 지도부와 2013년 중국 대외정책 전망

 

“중국 5세대 지도부, 지역 패권 추구할 가능성 높아 : ① 시진핑 그룹의 정책적 독립성, ② 옌쉐통 자문 역할 증대, ③ 대내문제 안정화 위해 공세적 대외정책 추진 가능성”

 

중국 5세대 지도부는 ‘지역 패권,’ ‘책임 있는 대국,’ ‘부상에 주력하는 선진개도국’ 가운데 지역 패권에 방점을 찍는 대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4세대 지도부와 구별되는 차기 시진핑习近平 지도부가 가지는 정책적 독립성 때문이다. 3세대 장쩌민江泽民 주석은 2세대 덩샤오핑邓小平 주석의 “개혁개방,”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여 덩샤오핑으로부터 정책적 독립성을 가지지 못했다. 반면 4세대 후진타오 주석은 “과학발전관” 및 “화평발전론”을 내세우며 과거 지도부의 개혁개방 정책노선에서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정책적 독립성을 가지려고 했다. 5세대 시진핑 차기 지도부 그룹은 4세대 지도부 보다 더 정책적 독립성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과정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는 노선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옌쉐통阎学通 교수의 자문 역할이 증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 시기 대외정책 결정과정에서 베이징北京대학교 왕지스王缉思 교수의 자문 역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시진핑 시대에는 칭화淸華대학교 옌쉐통 교수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왕지스 교수의 경우 대외적으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자세를 낮추고 중국의 발전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옌쉐통 교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기명논평 “How Assertive Should a Great Power Be?”에서 밝힌 바와 같이 중국이 도광양회 정책노선에서 벗어나 국력에 상응하는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시진핑 지도부가 직면하게 될 대내정치적 도전 때문이다. 시진핑이 승계하게 될 대내외 정책환경은 후진타오 시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계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중산층의 성장에 따른 대내 정치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대내문제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인데, 도리어 이 상황을 대외적인 공세성으로 풀어가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미중관계와 한국의 전략

 

“단기적으로는 헤징(hedging) : 한미동맹 중심으로 한중관계 발전”

“동북아를 넘어서는 세계 속의 한국 역할 증대”

“주제별•이슈별 방향설정으로 한국 국익 극대화 추구”

 

미중사이에 끼여있는 한국의 딜레마는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이다. 미국과 중국의 행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미중관계는 갈등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격돌을 한국이 중재하고 조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추구하는 헤징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한미동맹의 폐기를 요구할 만큼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이 북한의 위협으로 인해 안보적인 차원에서 한미동맹이 불가피함을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때 중국 측의 이해를 일정 부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미국 측에게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한국에게 한중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4퍼센트에 달하고 있으며 향후 27-8퍼센트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경우 17퍼센트 정도의 대중 의존도를 보이기 때문에 미국과 공조하여 중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경우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미국이 대중국 견제노선을 추구할 때 한국이 일본만큼 미국에 동조하기는 어려움을 미국측에 설명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헤징전략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세계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동북아에 갇힌 한국이 아니라 더 넓은 구도 속에서 한국의 역할 증대를 추구하여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나 중국 일방을 지지하기 보다는 주제별•이슈별로 한국의 노선을 설정하여 국익을 극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하정 팀장(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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