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버거(Thomas U. Berger) 교수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국제관계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 해양분쟁의 원인

 

“동아시아에 만연한 민족주의가 해양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저해”

 

동아시아 해양분쟁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먼저 전략 지정학적(geo-strategic) 요인과 지리 경제학적(geo-economic) 요인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략 지정학적 요인의 중심에는 중국의 부상, 특히 중국 해군력의 증강이 있다. 1945년 이래 미국은 동아시아 내 해군력 우위를 토대로 지역 내 해양분쟁을 관리해왔다. 최근 중국이 해군력 증강 및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전략으로 미국 해군력의 절대적 우위에 도전하게 되면서 지역 내 해양분쟁이 재점화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지리 경제학적 요인의 경우 동아시아 지역의 경제적 부상과 연관되어 있다. 자원문제와 결부된 해양영토문제는 관련국가들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 내 국가들 간 분쟁요인으로 발전되기 쉽다.

 

이에 덧붙여 동아시아에 만연한 민족주의는 지역 내 해양분쟁이 끈질기게 지속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앞서 언급한 전략 지정학적 요인과 지리 경제학적 요인을 극복하는 것보다 더욱 난해한 문제이다. 민족주의는 정책입안자들 사이의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들어 해양분쟁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함에 있어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동한다. 각국 정부의 실제 의도와 상관없이 일반 국민의 민족주의 감정이 작용하여 특정 이슈가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고 지역 내 해양분쟁 문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해양분쟁과 동아시아 동맹체제

 

“해양분쟁은 동맹딜레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줘”

“해양분쟁에 대한 미국의 중립적 입장은 지속되기 어려워”

 

동아시아지역 내 해양분쟁은 연루와 방기의 동맹딜레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맹국 가운데 일부 국가의 문제로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불필요한 분쟁에 연루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반대로 미국의 동맹국들은 자국의 사활적 이익이 달린 해양문제에서 미국이 연루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강력한 지지를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방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미국이 주권 및 해양분쟁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하는 한 동맹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해양분쟁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나 중립성은 지속되기 어렵다.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군비경쟁으로 인해 지역 국가간 충돌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동맹국들 간에 갈등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해양분쟁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지역전략대화가 지역 내 긴장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플랫폼은 해양분쟁이 관련국 간 충돌로 비화되는데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하는 전략적 불신과 오해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와 미중관계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서 합의를 이룰 여지 많아”

“동아시아 해양분쟁 문제 해결 위해 민족주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

 

해양영토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향후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중국 정부에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뿐만 아니라 미중 양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갈등 보다는 협력을 지향하는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들과 관련하여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동아시아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해양분쟁을 야기하는 여러 요인들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가 잠재적 충돌의 가장 큰 요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각국의 정책입안자들은 국가적 과제들이 민족주의적 열망에 좌우되지 않도록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체제가 점증하는 지역국가간 경제적 이익의 복잡한 경쟁구도를 제대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미국 맥아더 재단의 ‘아시아안보이니셔티브’(Asia Security Initiative) 프로그램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재정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EAI는 국내외 전문가를 대상으로 동영상 인터뷰 형식의 Smart Q&A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심도 있는 분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원고는 인터뷰 내용을 Stephen Ranger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과 김양규 연구원(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정리한 내용을 이영진 인턴(EAI 아시아안보연구센터)이 번역한 것으로, 전문가 개인의 의견이며 동아시아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Smart Q&A를 인용하실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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