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2024년 양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일인체제를 공고화 하고, 체제 정당성 및 안정 확보를 위해 기술 혁신과 자강을 통한 성장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과학 기술 분야에서 지속되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정책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다자기구를 통해 세계 질서의 다극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 대외정책의 초점이 대미전략에 집중됨으로써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외교는 상대적으로 하위 변수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저자는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화’ 차원에서 기본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위기 예방과 관리를 위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I. 체제 강화, 과학기술의 혁신과 자립 자강 추진

 

올해 양회(兩會)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과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이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 업무보고에서는 ‘발전’이 총 137회 언급되었고, 그 중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의해온 고품질 발전이 24회 언급되었다. 고품질발전은 시 주석이 2022년 연설에서 65회 언급한데 이어서 2023년에는 거의 2배인 128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강조해왔다(Bloomberg News 2024/1/5). 특히 시진핑 주석이 2023년 9월 헤이룽장성에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양회 기간 내내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시진핑의 발언을 통해 보면 ‘새로운 질적 생산력’은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의 소산으로 보인다.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는 외부의 예상치보다 높은 5% 경제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했고 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 고품질 생산, 내수 진작 등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2024년 10대 주요 업무중에서도 첫째는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신흥산업, 미래산업, 디지털 경제의 발전 추진이, 둘째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통한 첨단기술의 자립자강 추진이었다. 요컨대 중국은 첨단 기술 주도의 신흥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강화해 고품질의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리창(李强) 2024/3/12). 이를 뒷받침하듯 전인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3천708억위안으로 작년보다 5배나 늘어난 10% 인상을 결정했다.

 

그리고 올해 양회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외교, 국방은 물론이고 경제, 사회 등 국가 전 분야의 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시진핑 주석 일인체제가 더욱 공고화 되고 있음을 재삼 확인해 주었다. 전인대는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이고 최대 연례 정치행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올해 전인대는 그 위상이 오히려 더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993년 이래 약 30년간 정례화된 총리의 양회 후 기자회견은 전인대의 업무보고 이상으로 내외신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지만 올해는 사라졌다. 올해 리창 총리의 전인대 업무보고는 이전과 비교하여 분량도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정책 이념과 방향을 강조하는 이상의 주목할만한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았다.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국무원조직법 개정안에는 국무원도 ‘당의 지도’ 아래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제도적으로도 총리의 권한과 역할은 사실상 축소되었다. 중국 총리는 권력 서열 2위로서 경제수장의 역할을 하면서 정책 결정의 균형을 잡는 이른바 중국식 집단지도체제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시진핑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의 비서실장 출신이었던 리창이 총리로 임명되면서 사실상 총리의 위상과 역할 약화는 예정되었다. 이번 양회를 통해 확인된 총리 역할의 약화와 당정(黨政) 일체화는 결국 시진핑 1인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시진핑의 지속적인 권력 집중과 정책 주도권 장악 시도는 역설적으로 체제 취약성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결과는 체제의 경직화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체제의 정당성 확보와 안정화를 위해 기술 혁신과 자강을 통한 성장이라는 장기 구상을 선택했다.

 

II. ‘세계화와 다극화’ 글로벌 구상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외교

 

올해 전인대 보고 외교 영역의 핵심어는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글로벌화’ 였다.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 구상은 2023년 12월 5년 만에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中央外事工作会议)에서 강대국으로서 세계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새로운 글로벌 구상으로 강조된 바 있다. 전인대 기간 열린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서도 글로벌 구상을 설명하고 양자관계는 러시아와 미국과의 관계만을 언급하면서 작년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제시된 강대국으로서의 정체성과 그에 부합하는 글로벌 구상을 부각시키는 흐름을 이어갔다.

 

왕이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세계 다극화로의 진전을 반영하는 주요한 변화로 글로벌 사우스의 성장을 제시했다(중국 외교부 2024/3/7). 왕이 부장은 글로벌 사우스의 성장이 국제질서의 변화의 핵심이고 100년 변화의 희망이라고까지 주장하면서, 구체적으로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and South Africa: BRICS)의 성장을 예로 들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BRICS,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GCC), 중국-중앙아시아 협력 포럼(China-South Asia Cooperation Forum: CSACF) 등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한 국제 다자 기구를 중심으로 활발한 다자외교를 전개해 오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다극화 실현의 협력 대상으로 유럽과의 관계 발전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중국과 유럽은 근본적인 이해 충돌도, 지정학적 갈등도 없으며, 양측의 공통 이익이 이견보다 훨씬 크므로 경쟁자도 제도적 라이벌도 아니며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주, 협력, 상생을 기반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다극화와 세계화가 글로벌 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실상 미국을 적시하지 않은 대미 외교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미국의 과학 기술 분야 수출 통제로부터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를 주장하면서 신흥국 및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와의 협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전인대에서 시진핑 주석이 인민해방군·무장경찰부대 대표단 전체회의에 참석해서 사이버 방어, 우주 분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등 첨단 국방 분야의 역량과 해양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 주석은 해양에서의 군사적 충돌 대비와 해양 권익 보호, 해양 경제 발전을 위한 준비를 조율하고 해양 관리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시도 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초기에 해양강국 건설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상정한 바 있으며 일대일로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서 제시되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중국은 해양 진출 확대의 새로운 공간과 기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비하는 움직임일 수 있다.

 

III. 대미외교, 첨단기술 분야의 수출 통제에 대한 비판과 대응 모색

 

미중관계에 대한 왕이 부장의 메시지는 최근 양국관계의 개선 분위기를 반영하듯 외형상 직설적이고 공세적 표현은 자제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럼에도 4개의 질문 형식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정책과 행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다.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의 진전이 있었지만 미국의 대중국 착오 인식이 여전히 계속되고, 합의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대국으로서의 신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은 여전히 새로워지고 있고, 일방적인 제재 리스트도 계속 연장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추구하는 정당한 발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이른바 중국의 발전권 저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2022년 발리와 2023년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수용했다는 이른바 5불(不)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피력한 것이다. 즉 미국이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동맹 관계 강화를 통한 반(反)중을 추구하지 않고, ‘타이완(臺灣)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발전을 압박하고 억제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내용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이른바 ‘스몰야드 하이펜스(small yard high fence) 정책’을 돌파하는 것이 발전권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수출 통제에 직접으로 맞대응할수 있는 방안과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반도체에 주로 사용되는 갈륨, 게르마늄 등에 대한 수출 통제하는 ‘자원 무기화’ 방식으로 맞대응도 했다. 그리고 신흥국가와 개도국 등 글로벌 사우스를 향해서 경제 세계화를 주창하면서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 여론을 조성하고, 다른 한편 협력 및 지지 대상을 확대하려는 외교적 시도도 병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으로는 미흡하다.

 

결국 중국은 첨단기술의 자립자강이라는 장기전으로 대응하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인대에서 유난히 ‘새로운 질적 생산력'과 ‘고품질발전’을 강조한 이유이다. 따라서 중국은 중단기적으로는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과 갈등은 최대한 우회하면서 내부적으로 기술 자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확보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발전권 확보를 위한 외교는 대미 외교전략이면서 동시에 체제 안정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선택이다. 왕이 부장은 미중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 궤도로 진입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내심 미국의 중국 체제에 대한 공세와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대만문제는 대미외교 차원이 아닌 별도의 질의 응답을 통해 언급되었다. 중국의 내정이며 통일 문제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한편, 대만 문제가 미중 갈등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최대 성의를 가지고 평화 통일을 추진할 것이며 대만 독립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 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에서는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 양안의 융합발전의 심화, 양안 동포의 복지 증진 등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이라는 선언적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대만 문제의 현상을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대만이 중국이 설정한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할 경우에는 강경 대응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IV. 한반도의 상황 관리

 

왕이 부장은 한국 기자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으로 한반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년 기자회견에는 한반도가 거론되지 않았다. 발리와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에서도 연이어 이례적으로 한반도는 언급되지 않았다. 2023년 12월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도 한반도 문제 뿐만 아니라 주변 외교도 별도로 논의되지 않았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강대국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면서 글로벌 구상을 제기하고 대미 외교에 정조준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변 외교는 대미전략과 미중관계의 하위 변수가 된 결과이다. 특히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면서 중국은 한반도와 한중관계를 더욱 대미 전략의 차원에서 인식하고 접근하고 있다.

 

올해 왕이 기자회견에서 한반도가 새삼 거론된 것은 한반도발 안보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왕이 부장은 “세계는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운데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이례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직접 거론했다. 중국이 국내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한반도의 불안정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를 언급한 것은 북한발 안보 불안과 함께 사실상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재집권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중국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급진전 되면서 ’차이나 패싱‘ 이라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던 경험이 있다.

 

왕이 부장은 한반도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면서 한국이나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한반도 문제의 해법 역시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는 정도에 그쳤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기존의 원론적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의사가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진핑 정부가 기술혁신 등 발전권 확보을 위한 외교에 중점을 두는 상황에서 한반도와 한중관계는 주변 정세의 안정적 상황 관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비록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이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최소한 한반도의 안정화라는 차원에서는 기본적인 공감대를 지니고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의 위기 예방과 관리를 위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회복할 필요는 있다.

 

참고문헌

 

중국 외교부. 2024. “中共中央政治局委员、外交部长王毅就中国外交政策和对外关系回答中外记者提问.” 3월 7일. https://www.mfa.gov.cn/web/ziliao_674904/zt_674979/dnzt_674981/qtzt/2024lh/ (검색일 : 2024. 03. 13).

 

Bloomberg News. 2024. “Xi’s Mysterious Economic Sloan Adds to Investor Confusion.” January 5.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01-04/xi-s-high-quality-development-for-china-can-mean-anything (검색일 : 2024. 03. 13).

 

李强. 2024. “政府工作报告——2024年3月5日在第十四届全国人民代表大会第二次会议上.” 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 3월 12일. https://www.gov.cn/yaowen/liebiao/202403/content_6939153.htm (검색일 : 2024. 03. 13).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

 


 

담당 및 편집:박지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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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계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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