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재적 연세대 교수는 2023년 인도-태평양(인태) 공간에서 탐색과 조정 시기를 보낸 미중 양국이 2024년에도 관리 국면을 이어 나가면서 각각 안보 네트워크 정비와 세력 연대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아울러 쿼드, 아세안, 태평양 도서국 등 국가들은 주요국의 인태 전략에 협력하거나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며 역내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자는 한국이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기여도를 높이면서도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인태전략을 추진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제언합니다.

1. 2023년 인도-태평양 미중관계: 탐색과 조정

 

2022년에 동중국해, 남중국해, 남태평양 등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공간에서 공세적으로 경합하였던 미국과 중국이 2023년에는 탐색과 조정의 한 해를 보냈다(하영선 2024). 미국은 2023년 인태 공간에서 건축을 위해 먼저 거푸집을 짓듯이 자국이 주도하는 안보네트워크의 큰 틀을 구축했다. 동북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복원에 발맞추어 한미일 안보협력을 촉진하였다. 해양안보를 매개로 정보·감시·정찰(Information,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ISR) 자산 지원의 양과 질을 격상시키면서 동남아 및 인도양 주요국을 미국 안보네트워크로 한층 끌어들였다. 남태평양에서는 ‘호주·영국·미국 안보협력(Australia,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AUKUS)’ 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공급 이행계획을 구체화하였고, AUKUS ‘제2 기둥(second pillar)’으로 지칭되는 민·군 겸용 첨단기술 연대 논의를 본격화하였다. 또한 2023년 5월에는 남태평양 최대 인구 국가인 파푸아뉴기니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였고, 6월에는 제2차 ‘미국·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 개최하였다. 같은 달에 호주, 일본과 함께 안보적 함의가 있는 남태평양 해저케이블 구축 사업 개시를 선언하기도 하였다.

 

인태 공간에서 지난 3년 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단되거나 규모가 축소되었던 미국 안보네트워크 상 군사훈련이 본격적으로 재개되어, 2023년에는 양자 훈련의 다자화, 규모의 대규모화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인태 지역 미국 주도 동맹과 유럽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의 연계 시도도 지속되었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나토와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파트너국(AP4, Asia-Pacific Partners: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나토 주요 회원국인 영국은 2023년 1월에 일본과 ‘상호접근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 RAA)’을 체결하였고, 영국, 프랑스가 인태 지역에서 쿼드 전체 또는 일부 국가가 역내 국가와 함께 개최하는 이른바 ‘쿼드 – x + 알파’ 군사훈련에 다수 참여하였다.

 

인태 공간개념을 수용하지 않는 중국은 미국을 수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2023년에도 ‘범-아시아(pan-Asia)’,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 지역 개념을 표명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2022년 4월 보아오(Boao) 포럼에서 제안한 ‘글로벌 안보 구상(The Global Security Initiative, GSI)’을 주창하였다. 2023년 2월에는 GSI 구상을 구체화한 ‘GSI 개념문건’을 내놓았고, 10월에는 ‘신시대 중국 주변 외교정책 전망(新时代中国的周边外交政策展望)’을 발간하였다. 아시아에서 일부 국가의 군사동맹 구축 강화, 거버넌스 문제, 경제 발전 불균형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이 동맹 및 ‘편협한’ 소다자 안보협력의 중층적 연계로 중국을 에워싸는 안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것을 비난하면서, 다자주의, 유엔, ‘지구촌(global)’을 대비시켜 강조하고 있다.

 

2023년 인태 공간에서 미국과 중국이 탐색과 조정의 한 해를 보냈지만, 중국은 핵심 이익인 영토주권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하였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군사 및 경제 유착에 강력하게 반발하였다. 아울러, 남중국해에서는 영토 분쟁 국가 중 유독 필리핀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중국과 필리핀의 해상 충돌 및 신경전은 수십 년째 지속되고 있는 오래된 이슈이다. 하지만, 2023년에는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의 연계 속에 중국과 필리핀의 신경전이 과열되었다. 기존의 5곳에 더해 필리핀이 2023년 2월에 미국에 군사기지 4곳을 추가로 개방했고 이 중 3곳이 대만과 가까운 루손 섬 북부에 있기 때문이다.

 

2. 2024년 인도-태평양 전망: 미중 관리 국면과 역내 국가의 역할 모색

 

1)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 정보네트워크로 진영 정비

 

2023년에 틀을 구축한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는 2024년에 본격적으로 진영을 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자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를 관통하는 운영 기제로 정보네트워크 구축을 중시하고 있다. 아래에 기술하는 바와 같이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해양상황인지(Maritime Domain Awareness: MDA)를 위한 ‘정보·감시·정찰(ISR)’ 자산 제공, 첨단 민군 겸용 기술 정보공유가 주요한 매개이다.

 

첫째, 미국은 나날이 고도화되어 가고 있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여 인태 지역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주력해 왔다. 2024년에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지속한다면, 동북아에서 미사일 방어를 매개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계를 추진할 것이다. 이미 2023년 8월에 채택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기반해 삼국은 2023년 12월에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 가동을 시작했다. 동북아 밖으로 확장하면,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의 북방 축과 남방 축으로 부상한 일본과 호주가 미국 주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이다. 향후 미·일·호 미사일 방어 정보 연계가 추동되고 나아가 한미일 및 인도와의 공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동남아와 인도양에서 미국 등 쿼드 국가가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Maritime Capacity Building)’과 MDA 능력 제고에 기여해 왔는데, 공여의 질을 무인 정찰기, 감시 레이더 등 ISR 자산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ISR 장비 공여와 정보 제공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수의 역내 국가가 중국의 공세적 해양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최첨단 장비를 구매하거나 사이버 보안 기술을 확보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할 재정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보공유 네트워크에서 어떤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할지는 정보 취합 및 융합을 어느 국가가 주도할지와 깊게 연관된 이슈이다. 미국은 기술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를 개발·배포·운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는 정보 취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정보 보안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미국은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 접근과 정보 교환이 가능한 ‘시비전(SeaVision)’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는데, 역내 국가와의 군사훈련 시 이를 사용하는 빈도를 늘려가고 있다. 즉, 미국은 주요 거점 국가에 ISR 자산, 정보 기술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이들을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로 유인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 미국 등 쿼드 국가가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ndo-Pacific Partnership for MDA: IPMDA)’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쿼드는 2022년 제3차 정상회의에서 IPMDA을 발족시켰다. 이후, 다수의 쿼드 관련 회의 시 IPMDA를 위한 ‘작업반(working group)’ 가동을 공언해 왔지만, 2023년까지 구체화한 것은 없다. 2023년 5월 일본에서 개최된 쿼드 정상회의의 선언문에 IPMDA가 시험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언급된 바,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IPMDA는 역내 국가를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로 유인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고, 유럽 주요 국가와의 연계 고리도 된다. 유럽이 ‘유럽연합 광역 인도양 주요 해로 기구(Critical Maritime Routes Indo-Pacific: CRIMARIO)’ 프로젝트 I(2015년~2019년)과 II(2020년~2025년)를 가동하여 인도양 MDA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5G, 인공지능, 자동주행 시스템, 극초음속(hypersonic)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첨단 기술 발전이 미중 전략 관계 및 전반적인 국제질서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다. 인태 지역에는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인도, 호주, 한국 등도 최첨단 기술 개발을 이끌어가고 있으므로, 미국은 이들과 연대하여 세력을 구축하고자 한다. 첨단기술 협력에서는 민감 정보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AUKUS 3개국은 핵심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쿼드 국가도 공동으로 조기경보체제, 해양 및 항공 정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우주 사이버 공간에서의 미중 경합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주 공간에서의 쿼드 사이버 연대도 발족하였다. 2024년에 쿼드(플러스)와 AUKUS 제2 기둥이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동남아 및 인도양 지역 MDA를 위한 ISR 자산 제공, 남태평양 AUKUS 제2 기둥은 정보 제공, 공유, 융합 및 해석이라는 공통성이 있다. 장기적으로 각각의 소지역을 초월하는 인태 차원의 정보네트워크로 통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2) 중국: 동·남중국해 강경 입장 고수와 중국식 세력 연대

 

중국은 부동산 위기, 내수 경제 침체, 시진핑 장기집권 정당성 확보 등 내부 문제에 직면하여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전면적 대립이 아닌 사안에 따른 협력, 경쟁, 대립의 3C(Cooperation, Competition, Confrontation)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국내 정치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중국도 전면적 대립보다는 미중 관리 국면을 선호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2024년 11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중국은 관망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선거 이후’ 미중 관계를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4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반중 성향의 민진당이 재집권에 성공함으로써, 중국은 대만 문제에는 2023년보다 더욱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1월에 개최되었던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5개 기둥’과 구체적인 협력 과제에 합의했지만, 최첨단 기술의 대중 수출통제와 대만 문제에서는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한 바 있다. 이동률 교수가 전망하는 것처럼 2024년에 미중이 대만 문제를 극단으로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지만(이동률 2024),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 미국과 중국의 해상 군사훈련 등을 둘러싼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은 2023년에 남중국해에서 대만과 가까운 거점 3곳을 미군에 개방한 필리핀과 해상 분쟁을 가열시켰다. 기지 제공에 대한 대가인 듯 미국은 필리핀과 6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근처 남중국해 영역에서 2023년 11월과 2024년 1월에 합동 해양 순찰을 재개했다. 인태 지역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에 적극적인 일본과 호주도 미국과 필리핀이 수행하는 해양 순찰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2023년 6월 미국, 일본,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루손 섬 해역 공동 훈련, 8월 호주와 필리핀의 남중국해 최초 양자 군사훈련, 11월 미국과 일본의 필리핀해 군사훈련과 호주와 필리핀의 합동 순찰이 있었다. 필리핀이 미국, 호주와는 방위협정을 이미 체결하였는데, 2024년에 일본, 프랑스와 RAA를 협상하고 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토주권을 ‘핵심 이익’ 중 하나로 간주하는 중국은 필리핀 주변 해역의 상황 전개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2024년에 미국, 호주, 일본, 필리핀, 프랑스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군사훈련이나 해양 순찰이 대만과 가까운 루손 섬 인근에서 시행된다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해 대만 및 필리핀과의 분쟁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다.

 

한편, 중국은 중국식 (소)다자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 주도 소다자 안보협력을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기제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도 연대 외교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러시아, 인도, 중국 삼자협력(RIC)’,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협력(BRICS)’,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Building Measures in Asia: CICA)’ 등 중국이 관여하고 있는 (소)다자 협의체를 강화하고 참여국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비동맹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것에 더해, 역사적 이슈와 영토 분쟁 등으로 (소)다자 연대를 추진할 ‘동류(like-minded) 국가’가 많지 않다. 따라서, 중국처럼 식민 통치를 경험하고 발전도상국에 있는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의 연대를 늘려 나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GSI뿐만 아니라,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GDI)’와 ‘글로벌 문명 이니셔티브(Global Civilization Initiative: GCI)’를 중국 외교의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3) 주요 역내 국가(군)의 역할 모색과 위치 선정

 

일본

 

일본은 미국과 중국이 인태 공간에서 탐색과 조정 및 관리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국의 역할 모색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강화와 일본 대외 원조 정책의 전략성 강화를 주요한 역할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윤석정 2023). 2023년 3월 인도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 실현을 위한 새로운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동 계획에서 일본은 인도와 함께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2030년까지 정부와 민간이 개발도상국의 사회기반시설 정비를 위해 약 98조 원을 지원하기로 공약하였다.

 

또한 FOIP 실현을 위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바다에서 하늘로 안전확대 보장’을 제시하였다. 이는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하겠다는 일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양안보 협력을 위해서는 하늘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항공협력도 매우 중요하고, MDA에 유인기, 무인기, 인공위성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은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지원(Official Security Assistance: OSA)’이라는 새로운 원조 프로그램을 신설하였다. 기존의 ‘해외 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와 달리 군사 안보 분야에서 원조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일본은 OSA를 통해 2023년 12월에 필리핀에 연안 감시 레이더를 제공하였고, 2024년 초에 말레이시아에 구조 함정과 드론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도

 

인도는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string of Pearl Strategy)’에 대비해 미국, 호주, 일본 등 쿼드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왔다. 동시에 쿼드 국가 외 역내 국가와도 안보협력도 증진하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 모리셔스(Mauritius), 세이셸(Seychelles)을 포함한 인도양 도서 국가들과 접촉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가 인도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걸프만, 서인도 지역, 동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군사력 투사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모리셔스와 세이셸에 군사 기간 시설이 필요하다.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인도는 모리셔스와 2023년 9월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모리셔스의 지구 관측 위성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중국이 스리랑카처럼 인도양 국가에 공세적인 항만 투자를 통해 수원국을 채무의 덫에 빠뜨리면서 부채 상환을 명분으로 수원국의 항만을 군사적 거점으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양 국가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해양안보 관련 2024년에 주목할 점은 인도가 몰디브, 모리셔스, 스리랑카, 세이셸 등 인도양 국가의 해안 레이더를 연결하는 유일한 정보융합 센터인 ‘IFC-IOR(Information Fusion Center-Indian Ocean Region)’와 ‘정보 관리 및 분석 센터 (Information Management and Analysis Centre: IMAC)’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쿼드 국가가 IPMD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인도가 IFC-IOR과 IMAC를 역내 다른 지역 정보 공유센터와 연결할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또한, 인도, 호주, 프랑스의 삼자 안보협력이 복원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프랑스가 주도하여 삼자 대화가 2020년에 태동하였고, 2021년 장관급으로 격상하였다. 인도양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Reunion), 호주령 ‘코코스 아일랜드(Cocos Islands)’, 인도 동쪽에 있는 인도령 ‘안다만-니코바르 제도(Andaman and Nicorbar Islands)’에서 각국이 취합하는 군사정보가 공유되고, 상호 함정의 접근이 용인된다면 광활한 인도양의 상당 부분이 통제되는 효과가 있다. 세 곳 사이에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조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가 있다. AUKUS로 인해 호주와 프랑스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인도, 호주, 프랑스 삼자 협력도 정체되었는데, 삼국은 2023년 6월에 복원을 위한 고위 관료 회담을 재개하였다. 2023년 12월에는 호주와 프랑스가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여, 인태 내 군사시설 상호 이용, 공동 훈련 증가 등에 합의하였다. 이로써 2024년에 삼국 장관급 회담 또는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세안

 

인도양과 태평양을 결합하는 인태 지도 한복판에 동남아가 위치한다. 그러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국가는 미국의 인태 전략 추진으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3년에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이었는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의 양자 관계를 중시함에도, 인도네시아가 의장국으로 주재하는 아세안 다자 정상 외교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4년 아세안 의장국은 라오스이다. 라오스가 친중 국가이고 인도네시아처럼 아세안 내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라는 점에서 2024년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아세안 다자외교에 참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공간에서 아세안 중심성이 도전받고 있다는 우려는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은 전통적으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중시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인태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가 경합하면서 아세안의 전통적 외교 노선이 도전받고 있다. 미국, 중국 양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환경을 최대한 피하려고 아세안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연계성, 경제협력, 비전통안보 등에 중점을 두고 지역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세안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여부는 미국의 인태 전략에 아세안이 얼마나 협조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중국이 역내에서 얼마나 공세적인 군사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을 제외한 다수의 아세안 국가는 그들의 인태 [또는 지역] 전략을 펼치는 데 안보적으로 미국에 접근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고, 그러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이들 국가는 2024년에도 이 세 가지 사이에서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립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호주

 

아세안과 달리 호주는 미국의 인태 전략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쿼드 국가로 미국, 인도, 일본과 함께 인태 지역에서 ‘자유로운 항해와 항공의 자유’를 주창하고 있다. 호주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항해의 자유,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과 같은 가치가 미국이 창출·유지해 온 ‘자유주의 질서(liberal order)’에 투영되어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 한국, 미국, 인도가 호주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인태 지역 안보가 불안정해지면 호주의 교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호주는 역내 안정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하고 있다.

 

호주는 2024년에도 미국 주도 인태 지역 안보네트워크와 나토의 주요 회원국을 잇는 연결자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1971년부터 영국,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유지해 온 ‘5개국 방위 협정(Five Power Defence Arrangements: FPDA)’, 2021년 AUKUS, 2022년 일본과의 RAA, 호주·인도·프랑스 삼자 안보협력 등이 주요한 플랫폼이다. 2023년 8월에 개최된 미국과 호주의 격년제 군사훈련인 ‘탤리즈만 세이버(Talisman Sabre)’에는 한국, 일본, 영국, 캐나다, 독일 등 13개국이 참여하였다.

 

호주와 중국은 2020년에 시작된 중국의 무역 제재로 1972년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를 겪었다. 그러다가 양국이 2023년 전반부부터 통상 장관 회담, 외교장관 회담, 다자 회의 부속 회담으로 개최된 정상회담을 통해서 관계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고, 11월 호주 앨버니즈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짐으로써 무역분쟁을 봉합하였다. 하지만, 호주와 중국이 무역전쟁을 봉합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 양국 관계가 급속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에서는 중국이 호주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언젠가는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번 무역전쟁은 중국이 철광석을 비롯한 호주 광물의 대체재를 찾지 못해 호주가 승리하였는데, 중국이 현재 호주 광물에 대한 대체재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 광산 등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반면에 호주 광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산업구조 재편으로 쇠퇴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경제 안보’에 대한 우려에 더해, 남중국해와 남태평양에서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공세적 행동은 호주 집권당이 아시아와의 관여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노동당이라고 하더라도 호주가 미국에 대한 안보적 경도에서 선회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하고 있다.

 

남태평양

 

남태평양에서는 호주, 중국, 미국, 일본의 영향력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태평양 도서국(이하 태도국)이 최대한의 실리를 찾으려 할 것이다. 중국이 일대일로 기치 아래 태도국에 인프라 자본을 대규모로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도국과 안보협력도 촉진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2022년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경찰을 파견해 솔로몬제도의 치안 강화를 지원하였다. 2023년 7월에는 양국이 ‘2023년–2025년 경찰 협력 협정’에 서명하였다. 사실 중국보다 먼저 호주가 2017년 8월에 솔로몬제도와 자연재해와 보안 위협 시 호주가 솔로몬제도에 경찰과 군인을 배치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실제로 이에 근거해 2021년 11월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시 호주가 300명 규모의 경찰과 방위군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했다. 양국은 2023년 9월에 호주 경찰이 솔로몬제도 총선이 있는 2024년 6월까지 솔로몬제도의 치안을 담당하기로 합의하였다. 호주는 피지(2022년 10월), 바누아투(2022년 12월), 투발루(2023년 11월), 파푸아뉴기니(2023년 12월)와 유사한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바누아투의 경우 바누아투 의회가 2023년 9월에 호주와의 안보 협정 체결로 바누아투의 중립이 훼손되었다며 총리를 불신임하고, 친중 성향 인사를 새로운 총리로 선출했다. 하와이에 인도-태평양 사령부, 괌에 공·해군 기지, 마셜제도에 탄도 미사일 시험장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태도국과 중국의 안보협력 증가로 미국의 전략적 취약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은 파푸아뉴기니와 2023년 5월에 미군이 파푸아뉴기니의 6개 항구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2023년에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안보 협정은 중국, 호주, 미국이 남태평양을 지정학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거 국제관계에서 남태평양은 태도국과 대만과의 국교 단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태도국 14개국의 투표권(voting power)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남태평양이 항공·해상 교통과 해저 데이터 전송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화웨이가 솔로몬제도에서 이동통신망을 구축 중인 가운데 호주, 일본, 미국이 2025년까지 키리바시, 나우루, 미크로네시아를 잇는 2,250km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 미국, 호주의 영향력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이들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려는 태도국의 실리적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다. 14개 태도국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로 국가 역량이 제한적이고, 친호주·친중·친미로 갈라지는 국내 정치 분열로 제한적인 국가 역량마저 결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지역 기구인 ‘태평양 도서국 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이 미국, 중국 등 남태평양 역외 국가의 최근 급증한 관심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3. 한국 인태 전략의 과제

 

대한민국 외교부는 2023년 12월 19일 인태 전략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22년 12월 28일 인태 전략서를 발표한 후, 1년 간 국제정치 환경, 우리의 역량, 그리고 역내 국가의 수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이번에 구체적인 실행계획 52개를 내놓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어진 한·아세안 연대구상, 인태 전략서,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담, 인태 이행계획서로 인해 역내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번에 외교부가 발표한 52개 이행계획을 보완해 가면서 착실히 실행해 나가야 하는데,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인태 공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한반도 안보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한반도 밖 역내 안보 이슈에도 기여해야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포괄안보 영역 중에서 먼저 해양안보에 기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쿼드 국가,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가 인태 지역 거점 국가의 해양 역량 배양과 MDA 능력 배양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행계획서에 제시된 것처럼 한국은 개별적 기여를 지속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협력 및 조율도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미 여러 차례 역내 해양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필리핀으로부터 합동 해양 순찰 참여를 요청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또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이 실시하고 있는 ‘말라카 해협 순찰(Malacca Straits Patrol)’,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실시하는 ‘술루-술라웨시해 순찰(Sulu-Sulawesi Patrol)’에도 참여를 요청받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외교·안보의 지평을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넓히기 위해 참여를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중국이 우리의 참여를 비난할 수 있으나, 우리는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한다는 명분이 있다.

 

둘째, 우리의 인태 전략과 미국의 인태 전략 간 차별성을 부각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견국이 역내 비전통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미국 인태 전략과 방향성을 같이 한다. 하지만, 미국의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역내 중견국들의 양자·소다자 협력을 추동하는 것은 미국과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이번 이행계획서는 “한미일 인태 대화를 비롯하여, 여타 주요국들과 인태 지역 내의 다양한 현안 및 구체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자·소다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할 것”이라고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2023). 향후 52개 전략의 수정 및 보완 과정에서 소다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된 세부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몇 가지를 제안하면, 먼저 우리는 일본, 호주와 (미국이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안보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2023년에 안보협력을 복원함에 따라, 2024년에 한국, 일본, 호주가 동북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에서 소다자 협력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일례로, 삼국이 동남아에서 공동으로 개발 협력사업을 수행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남태평양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또한, 호주, 인도네시아와의 양자 협력관계를 증진하고 한국·인도네시아·호주(Korea, Indonesia, Australia: KIA) 삼자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동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부상 및 아세안 지도국으로서의 위상과 상위 중견국인 호주와 한국의 경제·군사력을 고려하면 동 소다자 협의체가 역내에서 주요한 안보·경제 협의체로 부상할 잠재성이 크다. 방산, 천연액화가스(LPG), 수소에너지 분야가 삼국의 협력을 촉진할 수는 있는 구체적 의제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방산, 에너지 등 기능 분야에서의 삼자 협력을 바탕으로 KIA 차원의 안보 전략 대화를 태동시켜 역내 안보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키워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전략적 소통이 복원된다면, 한중일 삼자 협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중일 사무국(Trilateral Cooperation Secretariat: TCS)을 플랫폼으로 TCS–아세안, TCS-유럽, TCS-PIF 등 다양한 TCS + 협의체 가동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셋째, 인태 공간은 한국이 표명한 ‘글로벌 중추 국가’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는 중견국 이상의 국력을 가지고 있어야 함과 동시에, 단순한 미국과 중국이 짜 놓은 (또는 짜 나가는) 질서를 단순히 수용하기보다는 그러한 질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자국이 속한 소지역에서 지도적 위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각 소지역이 연계되는 네트워크에서 연결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태 공간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국가는 일본, 한국(동북아), 인도네시아, 베트남(동남아), 호주(남태평양), 인도(인도양)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어느 중견 국가가 단독으로 역내 안보 질서 구축 및 유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부족이지만 ‘글로벌 중추 국가 연합’을 형성한다면 미국과 중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인태 지역 주요 중견국인 일본,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번 이행계획서에 언급된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우선하여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넷째, 2023년에 복원된 한미일 소다자 협의체를 한반도를 넘어 인태 차원에서도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미일 3국은 2024년 1월 5일에 미국에서 제1차 ‘삼자 인태 대화(Trilateral Indo-Pacific Dialogue)’를 개최하였다. 한미일 협의체가 인태 공간에서 포괄적 안보 의제를 다루는 소다자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한미일+알파(α)’ 형식으로 외연 확장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한미일 3국 협의체로 인해 북·중·러 안보협력이 더욱 긴밀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중관계도 더욱 악화한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공고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전제되면, 한국이 중국에 경도된다는 미국과 일본의 오인을 방지하면서 중국과 안보협력을 늘려 나갈 공간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인태 지역의 ‘해양능력 배양’과 MDA 제고를 위해 우리가 미국 및 일본과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협력한다면, 우리가 해양안보와 관련하여 중국과 접촉의 면을 넓혀 나갈 공간이 생긴다. 이 경우, 동북아 해역에서 한국, 일본, 중국이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 CUES)’를 위한 공동 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가 ‘소집자(convenor)’ 역할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인태 공간에서 아세안과 인도는 미·일·중·러와 더불어 우리 삶과 외교의 핵심 지역/국가로 부상하고 있다(하영선 2024). 아세안, 인도와 경제 및 안보협력을 넘어서, 문화·인문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간 이해와 존중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 이번 이행계획서는 “인태지역 내 인적 교류 및 소통의 확대가 역내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된다는 인식 하에 인적 연결성 강화를 위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표명하고 있다(대한민국정부 2023). 그런데 52개 이행계획 중에서 아세안 관련 사업의 비중은 높으나 인도 관련 사업의 비중이 작다.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인도 관련 사업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대한민국정부. 2023. “자유,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 인도-태평양 이행계획.” 2023년 12월. (검색일: 2024. 1. 14.) https://www.mofa.go.kr/www/wpge/m_25838/contents.do

 

윤석정. 2023.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새로운 계획』: 분석 및 함의.” 주요국제문제분석. 2023-25. 국립외교원. (검색일: 2024. 1. 14.) https://www.ifans.go.kr/knda/ifans/kor/pblct/PblctView.do?csrfPreventionSalt=null&pblctDtaSn=14232&menuCl=P01&clCode=P01&koreanEngSe=KOR&pclCode=&chcodeId=&searchCondition=searchAll&searchKeyword=&pageIndex=3

 

이동률. 2024. “2024년 중국의 글로벌 구상과 한중관계.” EAI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1월 10일. (검색일: 2024. 1. 14.) https://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298

 

하영선. 2024. “2024 세계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 EAI 보이는 논평. 1월 2일. (검색일: 2024. 1. 14.)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291

 


 

박재적_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및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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