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 박한수 EAI 연구원은 EAI와 일본의 비영리 싱크탱크 겐론NPO가 공동 실시한 2023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그 함의를 분석합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양국의 현재 관계,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 양국 정부의 한일 간 신뢰 회복 및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서로 다른 인식이 드러났습니다. 저자들은 통계 분석을 통해 한일관계의 중요성 및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관계 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안보 및 경제 분야의 협력에 양국 국민 다수가 지지를 보낸 점에 주목하며, 기능적 협력과 역사인식의 수렴을 병행할 때 관계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제언합니다.

들어가며

 

2023년 한일관계는 완연한 해빙 무드이다. 지난 3월 한국 외교부의 강제동원 관련 해법 발표를 전기로 양국 정상은 사상 유례 없이 6개월 간 6회의 만남을 이어가고, 정부 간 교류도 급격히 늘어났다. 미국을 매개로 한일 양국은 외교, 국방, 상무(산업), 재무, 국가안보실 등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쟁점을 다루는 협의체들을 만들었다. 민간 교류 역시 관광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위안부 문제 해법을 놓고 난항을 겪었고 2018년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래 강제동원 문제로 대립하며 양국 정부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던 시절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과연 2023년은 양국이 ‘잃어버린 10년’을 뒤로 하고 신시대 개막의 전기를 마련하는 해가 된 것일까? 양국 국민들은 정부 간 변화 양상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관계 개선의 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관계가 개선된 만큼 상호 인상도 향상되었는가? 잃어버린 10년의 주범인 역사 문제는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인식하는가?

 

2013년 조사 이래 11년째를 맞은 올해 여론조사의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고 중요한 해석의 여지와 정책적 함의를 가져다 주고 있다. 첫째, 양국 국민들은 양국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다. 여론조사 이래 긍정 평가는 최고치에, 부정 평가는 최저치에 달하고 있다. 둘째, 양국 간에 관계 개선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의 차이가 드러났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대한 호감도 상승, 한일관계 중요도 상승, 한미일 안보협력 지지 증가, 강제동원 문제 해법 지지 등 주요 항목에서 일제히 긍정적 평가를 보여주었다. 반면 한국 여론을 보면, 관계 개선 무드가 일본에 대한 호감도, 한일관계 중요도, 한미일 안보협력 지지도, 강제동원 문제 해법 지지도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셋째, 이러한 결과 차이는 양국 국민이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의 차이로 나타났다. 일본 여론은 자국 정부 및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을 지지하는 반면, 한국 여론은 자국 및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그다지 지지를 보내지 않은 까닭이다. 넷째, 역사 문제는 여전히 양국관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양국 국민 모두 한일관계 발전의 최대 변수로 역사 문제를 꼽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의 역사인식(침략전쟁, 역사교과서, 강제노동, 위안부 등)을 문제 삼고 있는 반면, 일본은 한국의 반일 교육, 한국 정치인과 언론 매체의 일본에 대한 발언, 한국인의 과도한 반일 행동 등 역사 문제를 대하는 한국의 태도(반일적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번 조사를 보면 한국은 일본의 역사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반면, 일본은 한국의 반일적 태도가 교정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양국 간 역사 인식의 차이가 엄존하는 현실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조사 결과가 한일관계에 주는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양국은 한편으로 현재 적극 추진하고 있는 안보, 경제 부문 등 기능적 협력을 확대, 강화해 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인식의 수렴을 향해 진전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기능적 협력과 역사 화해 두 바퀴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한일관계 수레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1. 한일관계 개선, 양국민 모두 체감했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일 양국민 모두 한일관계의 개선을 체감하고 있다([그림 1]). 한일관계가 나쁘다는 평가는 2022년 64.6%에서 2023년 42%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9년 여름 경제 보복을 주고받으며 악화된 양국관계 평가(88.4%) 이후 3년 만에 반토막으로 줄었다. 반면 긍정 평가는 2022년 4.9%에서 올해 12.7%로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개선의 폭은 더욱 가파르다. 양국관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2022년 39.8%에서 2023년 21.2%로 급격히 감소하였고, 긍정 평가는 같은 기간 13.7%에서 29%로 급증하였다.

 

[그림 1] 현재의 한일관계

한편, 한일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한국인의 28.8%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현재와 같을 것이라는 의견은 48%이었다. 일본인의 경우 38.5%가 좋아질 것으로, 31.3%는 현재와 같을 것으로 보았다([그림 2]). 미래에도 개선의 추세가 지속될 것이며 현재보다 관계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2] 미래의 한일관계

 

2. 상대국에 대한 인상에서 나타나는 양국 간 인식 차

 

양국관계에 대한 긍정 평가는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의 상승으로 이어졌는가? 한국인의 경우, 작년에 비해 일본에 대한 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좋은 인상은 2022년 30.6%에서 2023년 28.9%로 소폭 하락, 좋지 않은 인상은 52.8%에서 53.3%로 미세하게 상승했다. 대조적으로 일본의 경우, 좋은 인상은 같은 기간 30.4%에서 37.4%로 상승, 좋지 않은 인상은 40.3%에서 32.8%로 하락하였다([그림 3]). 한국의 경우 관계 개선이 호감도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반면, 일본의 경우는 양자가 일치하고 있다.

 

[그림 3] 상대국에 대한 인상

이런 인식 차는 상대국 지도자(정상)에 대한 인상 평가에도 이어진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한국인의 인상 변화를 보면, 좋은 인상이 2022년 6.6%에서 2023년 8.5%로 소폭 증가하는 한편 나쁜 인상은 2022년 21.8%에서 2023년 36.1%로 14.3%포인트나 증가하였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의 인상 변화는, 좋은 인상이 2022년 20.1%에서 2023년 32.1%로 12%포인트 증가하였고 나쁜 인상은 2022년 4.6%에서 2023년 4.1%로 소폭 감소하였다([그림 4]). 이는 한일 정상이 관계 개선 노력을 본격화함에 따라 “모르겠다” 내지 “관심이 없다” 등 유보적 판단을 내리던 양국 국민들이 보다 분명한 인상을 갖게 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때 한국에서는 부정적 인상이, 일본에서는 긍정적 인상이 각각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차이가 나타났다.

 

[그림 4]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인상

11년 간 양국 인식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상대국에 대한 인상은 여러 측면에서 상대국과의 관계에 대한 판단이나 전망과 연결된다. 한일 양국 사이 인상의 편차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 한일 간 대립에 대응하는 방향, 제5장에서 후술할 한미일 군사안보 협력 지지도 등에서 나타난다. 현재 한일관계가 자국에게 중요한지 여부를 물었을 때, 한국 응답자의 74.1%와 일본 응답자의 61.8%가 “중요하다” 또는 “비교적 중요하다”라고 응답했다.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중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한국에서는 8.5%포인트 감소한 반면, 일본에서는 5.3%포인트 증가했다([그림 5]).

 

향후 한일 간 대립에 대응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에서 “대립을 관리해서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각각 48.3%, 42.8%로 가장 많았다. 한일 간 존재하는 대립을 어떻게든 미래지향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에서 31.3%(전년 대비 17.9% 감소), 일본에서는 26.1%(전년 대비 2.4% 감소)에 그쳤다([그림 6]). 특히 한국측은 미래지향적 극복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림 5] 한일관계의 중요성

[그림 6] 한일 간 대립에 대응하는 방향

 

3. 상대국 인상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는 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 정책과 태도

 

[그림 7]을 보면 한국인의 경우,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를 좋게 평가하는 비율은 21.7%로서 전년도 21.2%와 차이가 없는 반면 나쁘게 평가하는 비율은 27.5%에서 32.3%로 소폭 증가하였다. 좋게 평가하는 수치는 전임 정부에 비해 약 10%포인트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2020년 30.8%, 2021년 30.2%). 한국 여론은 자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적극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관계 개선의 핵심 이슈는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인데, 한국 정부가 추진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높지 않다. (28.4% vs. 34.1%) 마찬가지로 한국 여론은 일본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이다([그림 8]). 긍정 평가는 15%, 부정 평가는 34.2%로서 일본인의 자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 평가가 긍정 34.5%, 부정 16.2%인 데 비하면 상당히 낮다. 요컨대, 한국 여론은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하면 일본 국민들은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를 높이 평가하며(34.8%), 부정 평가 역시 한국보다 낮다(19.3%). 일본 여론은 한일 양국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처리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한국 여론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림 7] 한국 정부의 한일관계 태도 평가

[그림 8] 일본 정부의 한일관계 태도 평가

한국인과 일본인의 상대국에 대한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양국 국민들의 상호 호감도 변수에 대하여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Ordinal Logistic Regression)을 실시하여, 양국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파악하였다.

 

[표 1]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표 1]은 한국인의 대일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변수들의 통계적 유의미성을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는 (1)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 (2)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 (3) 한일관계가 한국에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정도, (4)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인식, (5) 중국에 대한 인상, 그리고 (6) 연령이다. 모두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이는 한국 및 일본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한일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한일 경제관계가 상호경쟁적이기보다는 보완적이라고 느낄수록, 중국에 대한 인식이 좋을수록, 그리고 젊은 연령층일수록 일본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임을 의미한다. 둘째, t값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인의 대일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두 변수는 ‘연령’ 및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고, 그 뒤를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과 ‘한국 정부의 노력’이 따른다. 셋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그림 9])의 경우, “IAEA 검증을 신뢰하고 일본 정부 조치는 합당하다”고 보는 집단을 기준집단(base)으로 보았을 때, 나머지 집단들(“IAEA 검증은 신뢰하나 일본 정부의 추가적 노력 필요”, “IAEA 검증 결과와 무관하게 방류 반대”, “IAEA 검증 결과를 불신하므로 방류 반대”, “모르겠다”)은 일본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한 한일 군사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및 이념의 경우, 다른 변수들을 고려한 포괄적인 모델에서 통계적 유의미성을 가지지 못한다.

 

[그림 9]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견

이 같은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양국관계 개선이 상당히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가지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정체 상태인 이유는 ‘한일관계의 중요성’ 비율이 하락한 점(8.5%p),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과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불만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아무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일본 정부가 그에 대한 호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의 경우 기준집단을 토대로 한 분석이기에 그 해석이 용이하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대일본 호감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이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표 2]는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한국의 경우와 동일한 변수를 적용하여 분석한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첫째,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에 영향을 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수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고, 그 뒤를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인식’과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이 따른다. 둘째, 흥미롭게도 일본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은 한국에 대한 호감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한일 군사협력 필요성이나 지지정당 또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본인은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 특히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견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표 2]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4. 한미관계, 한일관계 개선의 주 동력

 

미국은 2022년 2월 공개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의 핵심 요소로서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을 꼽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양국관계 회복을 명시하였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고(손열 2018), 이후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 간 강제동원 문제를 둘러싼 외교 마찰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여러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강제동원 해법이 발표되자마자 이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을 내고 “오늘 한국과 일본의 발표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동맹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라고 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국민들 또한 한일관계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한미관계 및 동맹 등 미국 변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 측 응답자에 한하여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한지 여부를 물었을 때, 응답자의 71.6%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라고 응답했다([그림 10]). 이러한 결과는 북핵 등 대외 위협 요인에 대응하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우호적 여론으로 이어져 진전을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림 10]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

 

5. 한일 안보협력에 대한 양국민의 견고한 지지

 

양국 국민들은 한미일 및 한일 안보협력에 견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 강화에 동의하는 응답 비율은 한국에서 60.6%, 일본에서 49.9%를 각각 기록했다([그림 11]). 일본 국민의 긍정 응답 비율은 한국 국민에 비해 적지만, 2022년 37.9% 대비 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서 문항 조사를 시작한 2018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삼각 군사안보협력 강화에 동의한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양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응답은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협력이 불가결하다는 것이었다([그림 12]). 한편 협력 강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주로 삼각 협력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측에서는 2022년에는 “과거 한국의 행동으로 보아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 70.9%로 가장 높았으나, 2023년에는 같은 응답 비율이 39.3%로 크게 감소했다([그림 13]). 이는 협력 강화에 부정적인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므로 속단할 수 없으나, 그간 군사안보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상대국에 대한 불신이 일본 측에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 할 것이다.

 

[그림 11]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에 대한 입장

[그림 12]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그림 13] 한미일 삼각 군사안보협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이번 조사에서는 고조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일 안보 협력의 방향성을 함께 물었다. 한국 응답자의 82%, 일본 응답자의 71.4%가 정보 공유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그림 14]). 이처럼 양국 국민들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삼각 협력에 더하여, 한일 양자 간 안보 협력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적 여론은 지난 3월 한일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운용 정상화를 선언하는 등 안보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양국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그림 14] 북한에 대한 한일 안보 협력의 방향성

 

6. 한일 경제협력에 대한 호의적 경향

 

이번 조사에서는 양국의 경제관계에 대한 호의적 경향도 재확인되었다. 한일 경제관계에 대한 상반되는 의견 중 응답자의 견해와 가까운 것을 물었을 때, 상호 보완적이라는 의견에 가깝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국 44.6%, 일본 38.5%로 나타났다. 상호 경쟁적이라는 의견에 가깝다는 응답 비율은 한국 38.1%, 일본 24%였다([그림 15]). 한국 측에서는 2022년 결과와 비교 시 상호 보완적이라는 의견이 상호 경쟁적이라는 의견에 앞서는 역전이 나타났고, 일본 측에서는 상호 경쟁적이라는 의견이 2021년 이후 감소하는 경향이 이어졌다.

 

[그림 15] 한일 간 경제관계에 대한 의견

자국에게 경제관계가 특히 중요한 국가나 지역을 개수 상관 없이 선택했을 때, 한국 국민들은 일본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일본 국민들은 한국을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선택했다. 상대국을 선택한 응답자 비율은 양국 공히 2022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그림 16]).

 

[그림 16] 자국에게 경제관계가 중요한 국가나 지역

 

7. 결론

 

2023년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는 양국 여론이 2012년부터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감정적 대립으로 상호 불신의 상태에 빠진 “잃어버린 10년”으로부터 탈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국 정상 간 신뢰 회복으로 정부 간 관계는 빠르게 복원되었고, 여론은 이러한 추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동해 온 점이 있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점증하고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증가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 중국의 안보 위협 증가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이끌었고, 미국이 간단없이 요청해 온 한미일 삼각협력의 강화를 위해서 한일관계의 개선이 필요했다. 일본의 경우도 이와 같은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여론은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에 대한 태도에 유보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 및 국내 이해당사자들과의 양면 외교에 전력을 다하여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된 해법(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였지만, 내각 지지도가 낮은 기시다 정권이 한국 정부의 노력에 전향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업의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을 위한 기금 출연이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 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속에서 한국 여론은 한국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에 충분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측의 적극적인 화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양 정부가 희망하는 만큼 신뢰가 회복되거나 미래지향적 협력의 물꼬가 트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역사 문제를 풀지 않는 한 진정한 미래지향적 협력이 불가하다는 일부의 주장이 옳지 않듯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면 역사 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이란 전망 역시 옳지 않다. 양국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대응, 경제안보, 초국가적 위협 등에 대한 협력을 경주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국민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양국 정부는 역사 현안 해법에 진전을 거두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문제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현금 지원을 넘어서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에 대한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제에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 ■

 

참고 문헌

 

손열. 2018. “위안부 합의의 국제정치: 정체성-안보-경제 넥서스와 박근혜 정부의 대일외교.” 『국제정치논총』 58, 2: 145-177.

 


 

손 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박한수_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hspark@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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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사업

한일 국민 상호인식(동아시아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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