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동아시아연구원(EAI)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주요국과의 관계 및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인식조사로 파악하고, 주요 결과를 분석하는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중국의 부상 및 미중 경쟁 등 구조적 요인이 부정적 대중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 인식 개선이 어렵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제협력 및 북한 위협 대응에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관계의 중요성과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소장은 국익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입각하여, 한국은 양국의 만성적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한중 대화 채널 운영을 포함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Ⅰ. 부상하는 중국의 강압에 대한 우려와 경계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은 2023년 조사에서도 71.9%로 매우 높게 나왔다([그림 1]). 특히 ‘대체로 좋지 않다’보다 ‘좋지 않다’는 응답이 2022년(17.8%)과 비교하여 20.6%로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그림 2]). 그리고 부정 인식을 갖게 된 이유는 여전히 사드 보복 등 중국의 강압적 행동 때문이라는 응답이 비록 2022년(67.9%)과 비교하여 8.9%포인트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59%로 1위를 차지했다([그림 3]).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미 7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국인들의 인식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만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과도한 보복 조치는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명확하게 표출되게 한 특별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6%로 2022년(38.5%)보다 9.1%포인트 늘어났다. 반면에 중국이 군사적 위협이라는 응답은 8.7%로 가장 낮으며 2022년(12.3%)보다도 오히려 3.6%포인트 감소했다.

 

요컨대 한국인들은 부상한 중국을 아직은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을 존중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중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지니고 있다. 여론조사를 긴 흐름으로 추적해 보면 중국의 부상이 본격화되고 강대국의 위상을 과시한 2000년대부터 이미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해 점차 부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이동률 2023). 2016년 사드 분쟁은 한국인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강압 행동을 확인하고 기존의 부정 인식을 더욱 고조시킨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정서는 세대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전체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보수 성향(75.7%)의 국민은 물론이고 진보 성향(66.5%)의 국민도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20대는 76%로 부정 정서가 가장 높고, 부정 정서가 가장 낮은 60세 이상 세대도 67.8%에 이르고 있다.[1] 요컨대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 인식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우려와 경계가 저변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림 1] 중국에 대한 인상(2019년~2023년)

 

[그림 2] 중국에 대한 인상

 

[그림 3]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

 

Ⅱ. 한중관계, 개선되어야 하는 중요한 관계

 

한중관계는 나쁘다는 응답이 2022년(37.6%)보다 2023년(52.6%)에 15%포인트나 증가했다([그림 4]). 그런데 한중관계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2022년(18.8%)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28.3%)이 오히려 9.5%포인트 늘어났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나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중요하다는 응답이 특이하게도 81.8%로 매우 높게 나왔다([그림 5]). 2019년(94%)에 비하면 감소했지만 한미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88.9%)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정도로 높다. 또한 한국 정부의 중요한 외교 관계로 한미관계(74.8%) 다음으로 한중관계(48.1%)를 꼽고 있다([그림 6]). 이는 2021년 대비 22%포인트나 증가하여 남북관계(40.8%), 한일관계(17.4%)보다 중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인들은 중국이 싫지만 그럼에도 한중관계는 중요하고 그런 만큼 개선되어야 한다고 비교적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상호보완적(24.6%)이기 보다는 경쟁 관계(57.6%)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 중국은 거대시장으로 경제적 기회가 클 것이라는 응답은 77.2%로 2022년(64.5%) 대비 오히려 12.7%포인트나 증가하였다([그림 7]).

 

둘째, 한중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증가한 이면에는 한국이 당면한 가장 큰 위협 요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2022년에는 주요국 간 무역, 첨단기술 경쟁과 마찰(60.8%),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54.8%),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44.4%) 순서였다. 그런데 2023년에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56.3%)이 1순위로 올라왔으며 상대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은 36.3%로 18.5%포인트나 감소하였다([그림 8]). 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의 고조로 인해 최우선 외교 과제로서 한미동맹 강화가 전년 대비 11.5%포인트 증가하였고 중국과의 협력 강화도 17.8%에서 22.3%로 4.5%포인트 정도 늘어났다([그림 9]).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서 ‘중국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 4] 현재의 한중관계

 

[그림 5] 한중관계의 중요성

 

[그림 6] 정부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

 

[그림 7] 중국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이유

 

[그림 8]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요인

 

[그림 9] 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

 

Ⅲ.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동학

 

중국이 군사적 위협이라는 인식은 낮다. 그럼에도 응답자들은 전반적으로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긍정적이다. 예컨대 한미동맹이 중국의 공격이나 압력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데 동의하는 응답은 69.3%에 달하고 있다([그림 10]). 심지어 진보 성향에서도 동의한다는 응답이 60.8%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역할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이 47.3%로 한국의 국가방위(62.2%)와 동아시아지역 전체의 평화 유지(56.6%)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다. 특히 미중 갈등 시 한국이 중립을 선택해야 한다는 응답은 77.4%(2020), 56.6%(2022), 50.3%(2023)로 감소하는 반면에 상대적으로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9.4%(2020), 41.2%(2022), 45.2%(2023)로 증가하고 있다([그림 11]).

 

그런데 한미동맹을 통한 중국 견제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는 사안에 따라 신중함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시 한국이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43.5%)보다는 반대(56.5%) 의견이 더 많다([그림 12]).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탄압 문제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공동노선에 참여하는 데는 찬성 응답이 52.4%로 반대 47.6%보다 약간 높아 신중함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에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정책에 동참하는 데는 반대(40%)보다는 찬성(60%)이 높게 나오고 있다.

 

요컨대 국민들은 비록 중국을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으로 보고 있지는 않지만 미중 세력 경쟁 상황에서는 미국을 지지하고 중국의 도전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만 문제와 같은 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는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여 한국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거나 한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림 10] 한미동맹에 대한 의견

 

[그림 11] 미중 갈등 시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

 

[그림 12] 한미동맹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의견

 

Ⅳ. 대중 외교의 과제는 경제, 북핵, 상호인식 개선

 

중국은 싫지만 한국에게 중요한 국가이고 협력이 필요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는 한국의 대중 외교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론은 비교적 정확하게 대중 외교의 과제와 우선 순위를 제시하고 있다. 대중 외교의 우선 순위는 첫째 경제 제재에 대한 대응(28%), 둘째 중국과의 경제 및 첨단 기술 협력(23.1%), 셋째,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정책 공조(19.8%), 넷째 양국민의 상호 인식 개선(18.8%) 순서로 제시하고 있다([그림 13]). 즉 대중국 외교에서 여전히 경제협력과 북핵 문제가 중요하고 우선순위에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요컨대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 정서는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 미중 갈등 등 국제적 세력경쟁의 격화, 그리고 인접국으로서의 지정학적 민감성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세대로까지 이어지면서 고착화,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그러나 다른 한편 높은 부정 정서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지정학적 이유로 여전히 중요한 만큼 개선되어야 한다는 인식도 공유하고 있다.

 

즉 중국에 대한 높은 부정 정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협력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현실론이 제시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인접국이라는 불가피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양국관계가 만성적 갈등의 악순환에 매몰되지 않도록 전향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양국은 직면한 심각한 구조적 도전을 직시하고 소모적인 감정 대립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각성이 요구된다. 인접한 한국과 중국이 갈등과 위기를 관리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다층적인 대화 채널이 시급히 작동될 필요가 있다. ■

 

[그림 13] 대중 외교에서 우선 고려해야 하는 이슈

 

참고 문헌

 

이동률. 2023. “한중의 상호 인식 변화와 한일관계의 함의.” EAI 워킹페이퍼 한일협력의 미래비전 시리즈 ⑪. 3-4. https://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21822 (검색일: 2023년 9월 27일)

 


 

[1] 조사 결과에는 10대가 64.3%로 가장 낮게 나왔지만 조사 대상 10대는 18-19세로 한정되어 있고 응답 표본도 14개에 불과해서 제외했다.

 


 

이동률_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중미래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1980년대 한중 외교협상 사례연구)』, 『지경학의 기원과 21세기 전환(공저)』,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현대편3)(공저)』,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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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한일 국민 상호인식(동아시아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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