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동아시아연구원(EAI)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주요국과의 관계 및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인식조사로 파악하고, 주요 결과를 분석하는 이슈브리핑 시리즈를 발간합니다. 첫 번째로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 박한수 EAI 연구원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에 대한 국민 인식이 향후 동맹의 발전 방향에 갖는 함의를 제시합니다. 여론은 한미동맹의 범위가 비전통 안보 및 지역과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데 원론적으로 찬성하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개입을 놓고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으며, 미국의 확장억지를 신뢰하되 이 신뢰가 반드시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저자들은 한미 양국이 동맹 강화와 북핵 대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여론의 복합적 성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하여 동아시아연구원은 중앙일보 및 한국리서치와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수 년 간 수행해 온 한미관계 여론조사 결과를 참조하여 주요 쟁점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한미관계 전반에 대한 국민의 인식, 둘째는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즉, 전통적 안보를 넘는 사안에서의 대미 협력, 그리고 한반도 안보를 넘는 지역적, 지구적 차원에서의 대미 협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 셋째는 미국의 확장억지 제공과 핵무장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고 평가하였다. 국민들은 한미동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 동맹의 도전요인들을 의식하면서 동맹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포괄동맹화와 지리적 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총론으로는 찬성하나 각론에는 엇갈린 반응을 표시하고 있다. 동맹의 연루의 위험성, 특히 중국이 관련된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끝으로 국민들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지를 신뢰하면서도 이것이 반드시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약화시키는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Ⅰ. 한미관계 인식

 

1. 한미동맹에 대한 강고한 지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한미동맹에 대해 강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70년 간 한미동맹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한미동맹이 한국에 도움을 주었다는 진술에 동의하였다([그림 1]).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했다는 데 93.8%가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고, 경제 발전 및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도 80퍼센트 후반의 응답자가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미국과의 군사동맹으로 안보에 절대적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종의 ‘안보의 외부 효과’로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제 성장에서 미국의 원조에 대한 평가, 고도성장기나 외환 위기 시 미국의 역할, 민주화 운동에 대한 미국의 역할 등에 비판적 시각이 존재함을 상기해 보면, 현재 동맹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한미동맹의 기여에 대한 의견

 

한미동맹의 과거에 대한 긍정 평가는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현 정부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로 한미관계를 꼽고 있다([그림 2]). 국민의 74.8%는 한미관계를 꼽고 있는데 이 수치는 지난 2년간 10%포인트 정도 증가한 것이다. 또한 정부의 최우선 외교과제로 한미동맹의 강화를 첫 번째(40%)로 꼽고 있다([그림 3]). 이 역시 작년에 비해 11.5%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다.

 

[그림 2] 정부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

[그림 3] 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

 

2. 한미관계에 대한 미온적 평가

 

한미관계와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높은 평가와 달리, 국민들은 한미관계의 현재 및 미래에 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유보적인 입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였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어떠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매우 좋다”라는 응답 비율은 5.3%였고 “약간 좋다”라는 응답비율은 45.4%였다. 반면 “보통이다”라는 응답도 42.3%를 기록했다. 한미관계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와 같을 것이다”라는 응답이 46.9%로, “좋아질 것이다”(10.1%)와 “약간 좋아질 것이다”(36.5%)라는 응답을 합한 비율(46.6%)을 근소하게 앞섰다. 현재 및 미래의 한미관계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응답 비율이 10% 미만임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여론은 긍정 평가에 가까우나, 역대 정부들이 예외 없이 “빛샐 틈 없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동맹 강화를 외교적 업적으로 내세워 온 점을 상기해 보면 국민의 체감 온도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정부가 관계 강화를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미국과 한국 간에 이익의 간극을 좁히는 조정 사안을 다음과 같이 꼽고 있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이 초래할 수 있는 연루(entrapment)의 딜레마다. “한미동맹 때문에 한국은 한국의 국익과 관계없는 아시아 지역의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라는 질문에 66.5%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동의 비율은 2018년 조사 이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그림 4]). 미국의 안보이익과 한국의 안보이익 간의 갭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4] 한미동맹과 아시아 지역 분쟁 연루 가능성

 

둘째, 한미 경제관계가 점차 경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도 증가하고 있다. 한미 간 경제관계에 대한 의견을 별도로 물었을 때, “한미 양국 경제는 상호보완적이다”라는 응답이 50.8%로 우세했으나 상호경쟁적이라는 인식도 31.7%에 달했다([그림 5]).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역내 투자를 촉진하는 움직임이 한국 등 주변국에 끼칠 영향을 우려하는 관점이, 본 인식조사에서 나타난 한미 경제 관계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5] 한미 간 경제관계에 대한 의견

 

셋째, 미국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응답도 국민 3명 중 1명은 동의하고 있다([그림 6]). 미국 패권의 상대적 쇠퇴는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 외교를 보여주는 이른바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났고 바이든 정부에도 계승되었다.

 

[그림 6] 미국 쇠퇴 및 한미동맹 중요성

 

국민들이 미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갖는 이유로 미국 우선주의와 국제사회 내 일방적인 태도 때문에”를 첫 번째로 꼽고(55.6%), “무역, 투자 등에서 불공정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를 두 번째(55%)로 지목한 것도 패권 쇠퇴에 따른 국민의 우려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그림 7]). 향후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어 트럼프 현상이 재분출하는 경우, 혹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시화되는 경우, 국민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림 7] 미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의 이유

 

3. 동맹 강화와 외교 다변화

 

국민은 한국이 다면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그림 8]).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동맹의 강화로 대응한다는 전통적인 문법보다는 보다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북핵 위협(56.3%)과 더불어 주요국 간 무역-첨단기술 경쟁(55%), 기후변화와 환경문제(41%), 미중 전략경쟁과 갈등(36.3%) 등을 복수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고 있는데,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중관계, 한일관계, 지역협력외교, 경제외교 등을 강화하는 외교정책의 다변화를 요청하고 있다([그림 2], [그림 3]). 특히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로 한중관계를 꼽은 수치가 2021년 26%에서 올해 48.1%로 무려 22.1%포인트 증가한 것([그림 2])은 미국 못지 않게 중국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국민 인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동맹을 강화해야 하지만 동맹에 올인해서는 안된다는 시그널이다.

 

[그림 8]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위협

 

 

Ⅱ. 한미동맹 범위 확대에 대한 인식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을 묻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미동맹이 앞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을 넘어 지역 및 세계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는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 81.8%에 이르는 압도적 다수가 지역 및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할 것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그림 9]).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한미동맹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 9]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한 의견

 

그런데 총론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역할, 지위가 지역 및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찬성 입장이 각론 부분에서 한미동맹 범위 확대에 대한 지지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발견된다. [그림 10]은 한국인들이 지역 및 세계의 문제로 여겨지는 여러 현안들에 대한 한국의 기여 문제에 사안에 따라 매우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드러낸다.

 

[그림 10] 한미동맹과 한국의 역할에 대한 의견

 

따라서 “지역 및 세계 문제 해결에 역할을 하는 동맹”이라고 하였을 때,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러한 동맹 범위의 확대가 어떤 비용 지불을 수반하는 것인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일관된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한반도 중심의 한미 동맹을 지역 및 글로벌 동맹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찬반 의견의 이진변수로 재범주화한 뒤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Multinomial Logistic Regression)을 실시하여, 한미동맹의 역할과 범위 확대에 지지하는 사람들과 각 사안별 이슈에 대한 한국의 기여에 대한 응답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그림 11] 한미동맹 범위 확대와 사안별 한국의 기여 확대 사이 관계

 

[그림 11]은 한미동맹의 범위 확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기준집단(base)으로 보았을 때, 범위 확대 찬성에서 반대로 값이 변하게 되면 각 사안별로 입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추세를 분석한 것이다. 첫째, 한미동맹의 범위와 관련한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는 변수는 (1) 핵비확산, 기후변화, 감염병 등 범지구적 도전, (2)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영역에서 중국 견제, (3)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에 대한 대응, (4)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유럽 문제에 대한 기여이다. 해당 이슈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반대하면, 한미동맹 범위 확대에도 반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둘째,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행할 때 한국이 동참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이 변수만 고려했을 때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변수를 고려한 모델에서는 한미동맹 범위 확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같은 회귀분석 결과는 한미동맹 범위 확대로 인해 한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 일반 여론이 사안별로 상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물론, 확대된 한미동맹이 역할을 수행해야 할 ‘글로벌 이슈’로 기후변화, 감염병, 첨단기술, 인권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올린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입증이 되고, 실제로 이런 문제는 한반도를 넘어서는 지역 및 세계 차원의 문제가 맞는다. 그런데, 대만해협 위기 시 한국이 개입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은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게 되면 통계적 유의미성을 상실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대만 위기에 대한 개입 여부가 한미가 함께 조율할 문제가 아니라고 인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해당 이슈에서만큼은 한미의 이익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단순히 국민들의 인식 지평에 대만해협 위기에 대한 개입이 지역/글로벌 이슈 중 하나로 포함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유독 대만문제에 대한 입장만 회귀분석 모델 설정 방식에 따라 한미동맹 범위 확대 입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현재 한국인들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방향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기후변화와 같은 범지구적 문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문제, 인권문제, 우크라이나 지원과 같은 동북아 이외 지역의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문제라는 점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고, 경우에 따라 군사분쟁에 연루될 위험도 있는 민감한 문제인 대만해협에서의 위기는 한미동맹의 범위 문제를 생각할 때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반도를 넘어서 지역 또는 글로벌 동맹으로 한미동맹의 범위를 확대할 때 그것이 가져올 득과 실에 대한 가치상충(value trade-off)을 전체적으로 고려하면서 한미동맹의 범위 확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Ⅲ. 핵무장과 동맹: 미국 확장억지 신뢰성과 독자 핵무장 지지

 

이번 조사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지에 대한 신뢰도와 2023년 4월 발표된 워싱턴 선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문항도 포함되었다. 아래 [그림 12]와 [그림 13]에서 보듯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을 받을 시 미국이 핵 또는 재래식 전력으로 보복에 나설 것(응답자의 90.2%)이고,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한국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응답자 과반이 동의(응답자의 57.7%)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림 12] 미국 확장억지 신뢰도

 

[그림 13] 워싱턴 선언 평가

 

그렇다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에 대한 이러한 신뢰도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도 영향을 주었을까? [그림 14]는 이번 조사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지속될 때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론의 입장이 상당히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조사에서 69.6%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찬성한 것에 비해, 올해 조사에서는 58.5%가 찬성을 하여 11.1%포인트나 감소하였다.

 

[그림 14] 북핵 위협 지속 시 한국 핵보유 찬반

 

이러한 인식 변화에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의 신뢰도가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비교적 자명하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핵보유에 대한 입장과 미국 확장억지의 신뢰성에 대한 입장 사이의 관계를 다항 로지스틱 회귀분석(Multinomial Logistic Regression)을 실시한 결과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림 15] 미국 확장억지 신뢰성과 핵무장 지지 여론

 

[그림 15]는 한국의 핵무장을 찬성하는 사람들을 기준집단(base)으로 보았을 때, 찬성에서 반대로 값이 변하게 되면 미국 확장억지 신뢰성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그 결과 첫째, (1)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 공격을 감행할 때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 (2)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안보 불안이 해소되었는지 여부는 모두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을 시 미국이 제대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수록(핵보복 → 재래식 무기 보복 → 보복하지 않음), 핵무장에 반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셋째, 워싱턴 선언으로 한국의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믿을수록,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면,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일수록 도리어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동맹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지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때 동맹국은 방기(abandonment)의 두려움을 느껴 자체 핵보유를 추진할 것이라는 억지(deterrence) 및 동맹 이론의 예상과 정반대의 성향을 한국인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보다 엄밀한 통계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대면 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본 여론조사의 특성상 두 문항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인들이 핵무장을 지지하는 논리의 이면에 미국 확장억지의 신뢰도보다 더 중요한 요인들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미동맹 범위 확대와 미국 확장억지 신뢰도 관련 문항에 대한 응답자의 답변에서 확인되는 한국 여론의 인식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정책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나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동맹 강화의 방향과 일반 여론이 지지하는 형태의 동맹 정책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한미동맹의 범위와 역할에 대해 한국 여론이 광범위한 지지를 보이고 있고, 최근 양국 정부의 합의하에 추진되는 일련의 확장억지 강화 조치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론은 대만해협 위기에서는 한국이 거리를 두기 원하고,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 또한 계속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및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 전략 맥락에서 추진되는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 운영체계 구축에 대해, 한국인이 중국과의 전면적 군사분쟁 가능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지의 신뢰성 제고가 반드시 한국의 자체 핵무장 반대 여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신뢰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여전히 과반수의 응답자가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성향을 드러낸다. 따라서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 등 한미가 북한 핵 위협에 대항하는 더욱 강력한 대비태세를 마련한다고 해도 그것이 곧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는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비확산 체제 안정성 강화를 위해 한국의 핵무기 개발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찾으려면, 한국인들의 핵무장 찬성 입장을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무엇일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

 


 

손 열_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중앙대학교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원장이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언더우드국제학부장,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고, 도쿄대학 특임초빙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방문학자를 거쳤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2019)과 현대일본학회장(2012)을 지냈다. Fullbright, MacArthur, Japan Foundation, 와세다대 고등연구원 시니어 펠로우를 지내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자문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공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이다. 최근 저서로는 『2022 대통령의 성공조건』(2021, 공편), 『2022 신정부 외교정책제언』(2021, 공편), 『BTS의 글로벌 매력 이야기』(2021, 공편),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 (2021, 공편),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3, 6 (2019), 『한국의 중견국외교』(2017, 공편) 등이 있다.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서울대학교에서 불어교육·외교학 학사와 외교학 석사 학위를,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학교(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 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겸임교수(Adjunct Professor)를,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살츠만전쟁평화연구소(Arnold A. Saltzman Institute of War and Peace Studies)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풀브라이트 해외학위 장학금(Fulbright Graduate Study Award)과 스미스 리차드슨 재단(Smith Richardson Foundation)의 “세계정치와 국가경영 펠로우십”(World Politics and Statecraft Fellowship)을 수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강압외교(coercive diplomacy), 핵전략, 세력전이, 미중관계, 북핵문제, 그 리고 국제정치 및 안보이론이다. 최근 연구로는 “Infeasible Punishment and Non-Effective Threats: Political Feasibility of Nuclear Punishment and Policy Choices after Direct Nuclear Deterrence Failure”와 “At the Brink of Nuclear War: Feasibility of Retaliation and the U.S. Policy Decisions During the 1962 Cuban Missile Crisis”가 있다.

 

박한수_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4) | hspark@eai.or.kr
 

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한일 국민 상호인식(동아시아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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