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과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핵 개발 현황과 한계, 미중경쟁 속 북핵문제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에 따른 동북아 역내 핵확산, 대만위기 시 한반도 긴장고조, 미중군사경쟁 심화 시 중국의 북핵 협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합니다. 저자들은 미중 양국이 상존하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상호협력 가능성을 최대치로 도출하여 동북아 역내 비확산체제에서 시작하는 ‘한반도 비핵화 안보구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통합억제 역량 구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북한에 대한 억제능력을 강화하고 역내 국가들과 협력 목표, 범위와 수준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합니다.

I. 북한 핵 개발

 

 

북한은 2023년 8월 현재, ‘정면돌파전’을 지속하고 있다. 2018-19년 이른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시도하였지만, 2019년 10월 ‘발전권’과 ‘생존권’의 선 보장을 내세우며 대화를 종료하였다. 2019년 12월 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자력갱생, 사상투쟁, 핵 고도화, 장기전을 표방한 정면돌파전을 선포한 후 수행 중이다.

 

북한은 핵 질주를 지속하여 2022년 대륙간탄도미사일 8기를 포함한 70여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였고, 2023년 들어서도 고체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을 비롯한 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스스로 천명한 것처럼 “핵을 대부로 개선된 가시적인 경제 생활환경을 추구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 중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핵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표출한다. 첫째, 저위력과 고위력 핵을 모두 개발 중이다. 북한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작동 중이던 2019년 5월부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저위력 핵 탑재가 가능한 KN-23 개발을 시작하였다. 이후 현재까지 약 20여 종의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여 일부는 실전 배치하였다. 특히 2023년 3월 28일 김정은이 직접 현지 지도하면서 공개한 ‘화산-31’ 전술 핵탄두는 북한이 보유한 600㎜ 초대형 방사포, KN-23, KN-23B, KN-24, 신형전술유도무기, 화살-1형, 화살-2형, 핵무인수중공격정에 탑재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2022년 3월 24일 그간 유예하던 시험 발사를 공식 철회하고 화성-17형 발사를 통해 재개하였다. 2023년 들어 신속 발사가 가능하여 탐지·식별이 어렵고, 실제 이동형 차량에서 발사할 수 있으며, 다탄두탄을 탑재할 수 있는 고체연료 기반 화성-18형을 선보이고 있다. 종합할 때 북한은 한국, 일본, 괌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는 사실상 실전 배치하였고, 미 본토 타격 역량을 배양 중이다.

 

둘째, 핵 능력을 제도화한다. 북한은 2022년 4월 15일 김여정 담화를 통해 한반도 전쟁 초기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천명한 이래, 같은 달 ‘4.25 독트린’으로 불리는 핵의 두 가지 사명을 김정은이 직접 밝혔다. 군사적 목적이라는 첫째 사명 외에도 모호한 개념인 “국가이익”이 침해될 경우 두 번째 사명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 해 9월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핵 사용 5대 조건을 포함한 구체적인 핵전략을 담은 핵 법령을 통과시켰다. 11월 19일에는 핵 작전 계획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전술·전략부대를 창설하여 배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3년 3월에는 김정은이 직접 “핵 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지도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북한은 핵이 실제 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임을 강변하고 불가역적 핵 보유의 정당성을 공포한다.

 

II. 북한 핵의 한계

 

 

북한이 핵을 최대치로 고도화·제도화하여 사실상 핵보유국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역작용에 직면해 있다. 우선 경제 상황이 악화 일로이다.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향후 5년 국내 총생산액 1.4배 향상을 제시하였고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목표치를 재확인하였으나 달성은 난망하다. 140% 성장을 위해서는 2021-25년 기간 동안 매년 4% 성장해야 하지만, 불가능한 수치이다. 코로나로 인한 특수상황이 아니더라도 2016년부터 본격화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 포괄제재가 해제되지 않고는 의미 있는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목표로 하는 생존권과 발전권 확보도 오히려 저해되는 양상이 표출된다. 북한은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마지막 미북 실무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영구중단을 요구하는 생존권과 대북 제재 철회를 통한 발전권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할수록 더욱 강력한 한미연합훈련이 시행되고 최첨단 미 전략자산이 수시로 전개된다. 대북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로 부과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미국, 일본, EU 등이 독자 제재를 추가하고, 김정은의 통치 자금원인 사이버 공간에서 제재는 대폭 강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과 공격적 행위는 남북한 정치 군사 관계를 지속해서 악화한다. 예를 들어 2020년 북한이 감행한 개성공단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한내 대북 여론, 특히 젊은 세대의 대북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바 있다. 북한은 남한 내 호의적인 여론 조성에 실패함으로써 한국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의 한계치가 축소되고 있다.

 

한미일이 대북 공조를 강화한다. 역사적 앙금으로 인해 한일 안보협력은 답보 혹은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2022년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일 삼국의 안보협력이 본격화하였다. 2022년 11월 13일 한미일 정상이 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발표한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핵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대북 군사적 억제를 실제 강화하는 조치로서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도 합의하였다.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넘어서 한미일이 북한 핵미사일에 실시간 공동 대응하는 것이다. 더불어 최악이었던 한일관계도 북한 핵 위협이 동기가 되어 마침내 2023년 3월 양국 정상회담이 성사된 후 정상화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되어 한미일 협력이 강화되면 대북 핵 억제력이 향상되어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북한 핵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적 핵 능력 개발을 촉진한다. 한일이 핵무장을 당장 선포할 가능성은 없으나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 및 비확산 세계질서와 연계하여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주류 학계도 동참하기 시작한 북한 핵 용인론과 부분 비핵화, ICBM 발사 동결 우선 등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내 핵무장론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더불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재소환되어 권력을 쟁취하고 대외정책에 본격적으로 투영된다면 1968년 이래 구축되어온 비확산체제가 결정적으로 훼손될 수도 있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을 사용할 경우 5대 핵보유국을 인정하는 대신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비확산체제에 효용성은 사실상 소멸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고도화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핵능력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의 핵무장은 시간이 걸리지만, 기술 및 경제, 재래식 군사력 등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므로 북한 핵 보유의 의미는 급격히 소멸할 것이다.

 

북한이 기대하는 신냉전 구도는 난망하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하였지만, 동시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핵심동맹국이 다시금 단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와 동조화한 상황에서 제재 해제 불가론이 강화되었다. 10여 차례 유럽국가가 만장일치로 대러 제제를 부과한 상황에서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 없는 제재 해제는 명분을 상실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 차원에서 북한이 그리는 북중러 대(對) 한미일 대결 구도, 세계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 대(對) 권위주의 국가 구도는 냉전과 같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자유 민주주의에 대항하는 이념적 정합성도 부재하고, 진영 내부 결속과 진영 간 절연성도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은 갈등 중이지만, 미소 냉전과는 다르게 경제 및 다분야에서 완전한 탈동조화는 불가능하다. 진영 내 결속도 권위주의 체제를 단결하게 하는 가치가 부재하고 진영보다는 지역화 현상이 도출된다. 북중, 북러, 중러등 양자 관계도 가치와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기보다는 편의에 따른 결합이라는 역사가 현시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향한 단기 협력은 가능하더라도 지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이”탐색과 조정”이 이행되어 전략경쟁이 일정 수준 제도화될 경우 북한의 활동 공간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종합할 때 현상적으로 제약이 없어 보이는 북한의 핵 질주와는 달리 북한은 심각한 반작용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목표로 하는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상황은 쉽게 도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 핵에 대한 효용성은 낮아지고, 북한 경제는 악화하여 내적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우선하도록 하는 정책 목표하에 미중 역동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III. 북한 핵과 미중관계

 

 

북한은 전술핵을 개발하는 데에서 나아가 핵전투수행 전략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2023년 4월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언급했듯이 군사적인 선택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노동신문> 2023). 북핵 문제는 한반도 차원의 군사적, 정치적 위기들로 인해 악화될 수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분쟁이 북한 핵 위협과 병행 발전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북핵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거나 다른 지역의 위기가 한반도로 확대되면 통제불능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림 1. 김정은 시기 미사일 발사 추이                그림 2. 북한 핵보유량 추계
                                                               (출처: https://isis-online.org)

                 

 

북핵문제를 방치할 경우에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핵 고도화 문제는 대만위기 시 미중 양국 모두가 원하지 않는 또다른 고강도 위기를 한반도에서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자, 북핵의 지속적인 고도화가 방치되고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약화되는 경우에는 한국, 일본으로 핵확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중 고강도위기 시 한반도 안정의 관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역내 비확산체제 유지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미국이 추구하는 통합억제와 전세계 대비태세 검토는 미중관계 변화를 추동하여 북핵 문제에 연계되므로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방위태세를 통합억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기반으로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통합억제로 인한 동맹체제의 강화를 국제안보환경의 악화를 가져오는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협력의 부족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동북아 역내의 연쇄적인 핵개발 가능성, 대만위기가 한반도로 전이될 가능성, 미중군사경쟁 심화 및 북한 핵위협 증대이다. 이들 문제에 대한 미중협력 가능성과 방안도 생각해볼 때이다.

 

IV.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중간 타협 추진

 

 

북한 핵 능력 고도화는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의 이해관계도 잠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억제하고 핵태세를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시켜 놓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핵무장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핵 개발을 지지하는 여론 조사가 발표된다(Ahn 2022). 물론 그러한 높은 응답은 일본과 달리 낮은 한국의 반핵여론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어두운 협상 재개 전망은 한국의 여론주도층과 다수 국민이 핵 개발 주장에 동조하게 하는 요인이다. 비핵 3원칙을 가진 일본마저도 중국의 핵 능력과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핵무기 재배치나 핵 공유 문제를 검토하려는 동향을 보여왔다. 2022년 초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은 미국과 핵 공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Johnson 2022). 물론, 일본은 핵 개발 여론도 2019년 기준 75%에 달하고 기시다 총리도 핵보유나 핵공유를 반대하는 정치인이지만(Deacom and Soligen 2023), 일본은 독일과 함께 필요시 핵개발 준비를 갖춰둔 보험국가군(insurance hedgers)로 분류된다(Narang 2022, 74).

 

중국 역시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다. 한국은 북핵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보다 의존하고 있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는 핵협의그룹 창설을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더불어, 한미동맹을 사이버, 우주 분야에도 적용하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메시지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데에서도 드러났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한 한미 간 핵확장억제 협력은 통합억제를 위한 보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에 앞서 일본도 미일 ‘2+2’ 외교·국방 장관회담(2023. 1. 11)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문제 및 중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토의했었다. 이러한 억제 노력에도 북한이 2023년 5월 31일 장거리로켓 천리마-1형을 시험 발사하자, 한미일 간의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의 구축·가동까지 3국 국방장관 간에 합의되었다. 전술한 2022년 11월 한미일 정상회담 공동 성명을 통해 대북 핵억제를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이 제시되었다. 과거에도 중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에 우려를 표했었는데, 북한의 핵위협은 그러한 우려를 실현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데일리안> 2022).

 

북한 핵 개발을 방치 한다면, 조만간 핵 사용위협이 빈번히 발생하고, 미국과 중국도 원하지 않게 북한발 핵 위기에 연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확장억제 공약에 따라 핵 위기에 대처하지 않을 수 없고, 미중 경쟁 속 한반도 주변 미국의 핵 능력 강화에 중국도 어떻게든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경고 메시지를 위해 미국의 항공모함도 동원된 한미연합훈련에 중국이 긴장하여 동시사격훈련 등 반발 행동을 보인 바 있었다. 이제는 중국도 항공모함을 3척 갖추고 있으므로, 미국의 조치에 맞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북핵 문제와 미중 양국이 서로 얽힌 관계 때문에, 핵 위기는 미중 양국에게 계속 연루의 위험이 된다.

 

덧붙여, 북핵문제를 적절히 규탄하지 못한 결과로. 중국이 전지구적인 비확산 레짐에서 리더쉽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도 난처한 일이다. 중국은 자신의 첫 핵실험 이후 핵무기 철폐를 위한 전세계정상회담 소집을 요구하고, NPT 체제 내에서 핵무기 철폐의 옹호자를 자임해왔다. 그러한 중국이 비핵화 약속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을 방치하는 것은 전통적 외교가치에는 부담이 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발전권과 생존권을 하노이 노딜 사태 이후의 맥락에서 강조하였는데, 미중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대신 북한에게 그들이 요구하는 권리와 체제보장을 제공하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에 의견이 합치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미국은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추구하면서, 대화가능성을 모색해왔고, 중국은 쌍중단, 쌍궤병행 해법 및 2019년 6월 시진핑 방중시에도 드러났듯이 체제보장을 통한 북한 비핵화 해법을 최근까지 선호해왔다.

 

가. 정책방향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중 비확산 협력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가 이어지는 조건에서, 미중 양국 모두 동북아 지역의 핵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일방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미동맹 중심의 워싱턴 선언도 그러한 조치이다. 최근 한미 간의 워싱턴 선언에서 미국은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배치를 확대하고, 확장억제 문제를 상시적으로 한국과 협의하는 핵협의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계속 이어질 경우, 미국의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워싱턴 선언에서는 한반도 핵무기 재배치를 다루지 않았으나,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가 이어진다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핵무기 재배치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처럼 미국 위주로 대북억제가 강화만 되는 미래는 중국에도 불리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동북아 비핵국가들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다자적 접근법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동북아 핵확산을 방지해가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동맹국에 확장억제의 재보장을 제공함으로써 만약의 핵확산 가능성을 해소하는 접근법을 취했지만, 미국 국내정치의 불확실성 하에서 미국 정부의 접근법이 계속 유지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같이 동맹국들을 위한 방위비 지출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동맹국들이 더 많은 방위를 위한 비용을 부담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정권교체 등의 요인으로 한일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약화한다면, 동북아시아 내의 여러국가들이 연쇄적으로 핵개발을 선택할 개연성이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혹은 동아시아의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국제적, 다자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용적으로는, 비핵국가에 대해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체제구축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 사용을 억제하는 것과 미래의 비핵화 모두가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목적이며, 한국과 일본, 나아가 대만에 대해서는 핵 비확산이 그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동북아 역내 비확산 다자체제를 구축한다면,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P-5 차원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비핵지대 조약들처럼 가입국에 대해서 P-5 국가들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 있다. 둘째, 지역안보 차원에서 회원국들은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조치를 규탄할 수 있다. 동시에, 북한을 비핵화로 유도하기 위해, 핵을 포기한다면 북한도 P-5의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 받는 회원국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덧붙여, 부차적일 수 있지만, 북한의 핵 위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역내 비확산 체제는 미국의 확장억제 노력 강화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나. 추진방안

 

동북아 역내 비확산 체제구축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핵 위협 제거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공론화 방법의 하나로 대규모 핵 정책 컨퍼런스 등에서 고위급 인사가 축사 등을 통해 동북아 핵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어서, 각국 외교부 장관이 자국에 대한 핵위협 제거가 절실하며, 그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집된 회담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핵위협 제거를 위해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설립을 단계적으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내 비확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다자체제 협상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할 필요도 있다. 중국이 주목하도록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전보장 조치가 없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동북아시아 핵확산이 일어날 것을 중국이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의하에 한미 원자력 협정의 조기개정을 한국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 간에 핵기술 관련 협력을 확대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이 한일에 대해 위협까지 느끼지는 않는 방안을 통해, 중국을 한국과 일본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데로 유도해갈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중이 공동으로 동북아 비핵국가들에게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동북아 안전보장/비확산 체제는 북한에게 이를 통해 안전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아 역내 비확산체제는 북한을 비핵화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체제가 북한, 일본, 한국 등 역내 비핵국가 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고무하는 요소도 포함한다면, 북한의 발전권 요구도 충족시켜줄 수 있다.

 

V. 대만위기 시 한반도 안정을 위한 협력

 

 

대만위기가 고강도 분쟁으로 나타날 경우, 중국이 북한을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는 점은 미국측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우려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대만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강도 위기를 중국의 합동화력전, 대만에 대한 해상봉쇄, 본격적인 대만 상륙작전 하의 충돌로 구분하고, 이 중 마지막인 상륙작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북한을 조정해 긴장을 조성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북한의 대남 도발이 저강도 혹은 중간강도의 것이라면, 한국이 자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Saunders 2023). 이처럼 미국측 시각에서는 중국이 상륙작전 감행 시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을 고무하여 주한미군 지상군 전력의 투입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대만충돌 와중에 한반도에서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여파는 예상보다 더욱 클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북한이 대만위기 중 도발을 하는 경우에는, 북한이 2022년 10월 4일에 시험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경우와 같이 일본도 함께 긴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수중발사핵무기와 같은 새로운 수단에 의한 북한의 도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인해 대만위기에 연루된 미국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일본과 한국의 지원역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위기가 발생하는 사태를 우려할 것이라는 분석이 존재한다. 중국의 경우, 분산된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군사작전을 펼치는 데 조직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의견이다. 14개국과 육상국경을, 7개국과 해상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경우, 일본, 인도,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나라와의 영토분쟁은 여러 전구 간의 자원경쟁을 야기하는 내부적인 긴장 요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 이래 중국군은 대만에 대한 전쟁을 최우선 대비 시나리오로 규정해왔지만, 다양한 분쟁들은 중국이 대만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기능해왔다. 일례로, 2020년 중반 중인분쟁으로 중국군은 육군의 1/4을 서부로 이동시키고 여러 지상공격 및 미사일 여단의 훈련을 진행해야 했지만, 그러한 훈련은 대만과 관련된 작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종류의 것들이었다(Wuthnow 2022). 이외에도 북한과 아프가니스탄은 중국과 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군이 대비해야 할 사태를 낳을 수 있는 불안정한 국가들이다. 또한, 한반도, 일본 등에 있는 해외미군 역시 중국군이 경계해야 하는 세력이다. 덧붙여, 중국은 대만위기 시에 인접국들이 영토탈환이나 분쟁의 유리한 해결을 목적으로 대만위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마오쩌둥은 주된 공격방향 이외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었던 것이다(Wuthnow 2022, 91). 결과적으로, 대만위기 시 한반도 갈등은 대만전선에 자원을 집중시키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중국이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가. 정책방향

 

논리상으로 대만 위기 시 북한 도발이 우려되는 것은 우선 중국이 북한 도발을 이용하거나, 북한이 대만위기를 이용하여 모험주의적인 도발을 할 위험성 때문이다. 따라서 대만위기 시 한반도 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 요인에 대한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동시 분쟁 발생이 자국의 대만에 대한 정책목표 실현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북한의 모험주의에 따른 한반도 위기발생의 요인에 집중할 수 있다. 대만지역 미중 충돌 시 북한이 추구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 도발 가능성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주한미군 일부가 대만지역으로 차출되는 미래 시점에 한국에 대해서 핵능력을 기반으로 한 강압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과 중국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모험주의적인 대외정책을 추구해온 행위자이다. 그 때문에, 북한의 모험주의에 따른 대만분쟁 확전 문제의 논의 필요성을 베이징과 워싱턴에 제기했을 때 미중 양국이 모두 수긍할 가능성은 크다. 이처럼 북한으로 인한 통제하기 어려운 갈등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미중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대만위기 시 위기의 확전 방지에 대한 공감대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조성하고, 대만사태 시에도 확전 방지를 위한 군사적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2023년 7월 현재 대만사태에 대해서 미국과 중국 간에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중국은 국방 장관에 대한 제재를 이유로 미측과 국방부문 고위급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 국방대화의 부재는 대만위기 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이후 NATO와 러시아 간에는 전쟁을 우크라이나 국경 밖으로 확대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존재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3월에는 미군 유럽사령부와 러시아 국가방위관리센터 간 충돌회피 전화 채널도 개설되었다(Stewart and Ali 2022). 2023년 3월 미국 무인기와 러시아 전투기 간의 충돌사건 시에도 미러간 고위급 채널이 전격 가동되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예를 본다면, 확전방지와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돌방지에 대한 공감대를 조기에 확보하고, 핫라인과 군사채널을 위기 시 즉각 구축하는 것이 성공적인 확전방지에 중요할 요소이다.

 

나. 추진방안

 

중국이 미래의 미중충돌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교훈을 축적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도발과 같은 돌발변수를 관리하고 미중충돌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중국에 설득해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과거 1991년 걸프전을 분석하고 정보화 조건 하의 전쟁 개념을 발전시키고 실제 군사전략으로 구현해갔듯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이를 계기로 드러난 서방의 군사전략을 분석하고 관련된 군사전략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분석결과는 여러 단계의 검토를 거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게 승인을 받고, 중국의 대외, 군사전략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기한 것은 중국전문가들은 서방의 연구자료와 분석을 철저히 참고하기 때문에, 중국의 분석결과도 기술적으로는 미국 등 서방의 연구결과와 수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망에 기초할 때, 중국이 확전방지의 필요성을 학습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기관이나 전문가들, 그리고 한국의 정부기관 및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으로서 성공적인 확전방지를 강조하고 그 방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1.5 트랙 전문가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강조하여,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미중 군사대화에 대한 중국의 기본적인 관심을 유도한 후에, 미국이 공식회담을 통해 비공개적으로 대만위기 시 지역적 안정관리 방안을 직접 제기하고 논의해가야 할 것이다. 물론 미측이 대만문제를 중국과 직접 논의하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중국은 미중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제시하면서, 미국의 대만방위 노력에 대해서 비판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만위기 시 북한의 모험주의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돌발변수를 관리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미국의 대만방위 노력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이를 자국에게 불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자신에게도 유리한 의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만위기 시 북한의 모험주의 관리는 미중 양국 모두에게 공통의 이익이 되는 문제이다.

 

한국 정부는 위의 사안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미국과 대만해협 위기시 한미동맹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력 구조와 목표 상 주한미군이 대만해협 위기 발생시 우선적으로 활용되지는 않겠지만, 분쟁 양상과 전개 과정, 규모 등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전구로 상정하고 있으므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등 전진배치된 모든 전력을 역내 분쟁시 활용할 수 있다. 전력 특성상 주일미군이 대만해협 위기시 우선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전선이 확장될 경우 중국 본토에 근접한 주한미군도 동원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과 직선거리 800km에 위치한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교두보가 된다. 한국은 우선 대만해협 위기시 한국이 원하는 최종목표를 설정하고, 동맹 차원에서 기여할 수 있는 영역과 아닌 영역을 확인한 후 미국과 협의를 통해 일정 수준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 위기와 연계될 가능성도 상정하고 이에 따른 동맹 차원의 대응도 마련해야 한다. 한미가 동의한 안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 상황과 연계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VI. 미국의 ‘통합억제’를 활용한 대중 협력 도출

 

 

북한 핵 문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중 갈등 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은 첨단화되고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능력을 결합해서 억제력을 최대화한다는 통합억제의 사고에 맞춰 전반적인 방위태세를 강화하고 있고(The White House 2022), 이에 중국은 종래의 정보화 전쟁 전략을 중시하면서, 지능화된 군사력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 10월 제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정보화, 지능화 전쟁의 특성법칙”을 바탕으로 군사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人民网 2022). 특히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억제와 전 세계 대비태세(Global Posture Review: GPR)에 따른 군사력 변환은 미중 갈등 과정에서 미국의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는 주요 수단이 될 수 있고, 그 결과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데 중국의 협력을 도출할 수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통합억제는 인도·태평양을 단일전구로 상정하고 대서양 나토 동맹국과 인태지역 동맹국을 연계하여 최대치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박원곤 2022). 구체적으로 미국은 “영공, 해상, 우주, 사이버 공간”등 다양한 영역 혹은 다면(multiple domain) 전장에서 동맹국과 협력을 강조한다. 미국은 통합억제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간 연동은 물론 동맹국 사이에 협력도 증진할 것을 기대한다. 공유한 안보 목표, 결국 중국을 견제하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미국은 동맹국 및 우호국이 각각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통합억제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미 국방부 부장관인 힉스(Kathleeen Hicks)는 지역 안보를 위한 “연맹(federated) 접근”개념으로 이를 표현하면서 동맹국과의 군수, 정보 등의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2021). 이외에도 통합억제를 위한 핵심 개념으로 “거부에 의한 억제,” “회복력 있는 억제” “비용 부과를 통한 억제” 등을 제시한다(Department of Defense 2022).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역내 군비경쟁을 통해 적성국 혹은 경쟁국에 막대한 비용을 부과하겠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미 구축된 동맹 네트워크를 활용하므로 중국 또는 북한이 단일 대상국 혹은 이른바 북중러 협력으로 미국의 통합억제를 대응하기는 한계가 노정된다.

 

전 세계 대비태세 검토는 미국이 냉전형 전력 배치에서 벗어나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여 사활적 이해를 반영한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때 시작되었지만, 테러와의 전쟁으로 추진이 일정 수준 유보되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에스퍼(Mark Esper) 국방장관에 의해 본격화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출범 초 검토를 지시하였고, 2021년 11월 결과가 발표되었지만, 외부에 공개된 내용은 매우 제한되었다. 핵심은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군사력 배치를 재검토하되 신속성과 연계성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역내 배치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다양한 역내 장소와 연결된 심층성과 선제공격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재생성, 특정 시간과 장소에 가장 적절히 전력을 투입할 수 있는 기민성, 한 곳의 전력이 완벽히 소멸하더라도 보충할 수 있는 잉여성” 확보를 제시한다(김동현 2020). 부연하면 해외 전진배치된 미군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필요시 최단 기간내 최대 전력을 배치하여 대응하되, 동맹국과 연계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통합억제와 전세계 대비태세를 발전시키는데 한계도 존재하지만[1],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도 추진하므로 향후 미국 행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지속 발전한다면 일차적 목표인 중국 견제와 더불어 북한을 포함한 위협에 대응하는 전반적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중국도 여기에 대응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겠지만, 동맹국과 통합하여 승수효과를 내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국이 북한과 동맹체제로 연계되어 있으나 미국이 조약동맹을 맺은 국가, 특히 한국과 같은 연합체제 수준의 상호운용성과 대비태세를 유지하지 못한다. 미국 주도의 통합억제에 대응하여 중국은 지능화전을 통해 스스로 방어 능력을 향상하겠지만, 50여 개국과 조약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미국 및 동맹국과 군비경쟁에 한계를 느낀 중국이 통합억제 강화에 명분을 제공하는 북한의 핵 질주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가. 정책방향

 

미국이 추진하는 통합억제와 전 세계 대비태세 검토에 한국은 능동적으로 동참하여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을 압박하여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의 대전략을 정교히 구축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연계 등에 대한 한국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큰 틀에서 한국은 미중과 공진(coevolution)을 모색하되, 전략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최근 많이 회자되는 중국 정점론(peak China)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Nye 2023; Brands and Beckley 2022; Brooks and Wohlforth 2023; 박원곤 2023). 중국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는 반면 미국은 매년 백 만명의 생산 인구가 유입된다. 중국은 해외 자본 의존율이 석유의 경우 75%이나 미국은 2021년부터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이 되었다.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여 사회 및 경제 전반에 효율성을 상실해 가는 중국과는 달리 민주주의 양극화에 시달리지만 미국은 개입과 기업, 조직의 자유를 보장한다. 중국 경제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자본 투자로 최근 수년간 경제 성장을 구가했지만, 과다한 부채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이에 비해 높은 생산성과 낮은 실업율, 첨단 산업 주도성, 달러 패권 등에서 중국을 압도한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은 안정적인 안보환경이지만, 중국은 인도,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과 국경 분쟁 중이다. 해외 투사 능력의 경우 미국은 전 세계 750여 개 기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지부티 한 곳만 운용하는 등 현격한 격차가 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미국이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억제와 전 세계 대비태세가 발전한다면 중국도 결국 미국과 일정 수준 타협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국은 이를 고려한 전략을 마련하고, 북한 비핵화와 연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통합억제와 미군 재편에 대한 공감대와 필요성을 높이는 동력 중 하나가 북한 핵 개발임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 일본과 같이 북핵 위협에 직접 노출된 국가를 포함하여 통합억제에 참여 대상이 되는 대부분 국가가 북한 핵 보유에 반대한다. 중국이 미국 및 동맹국이 추진하는 통합억제에 부담을 갖게 하여 통합억제 강화에 명분을 제공하는 북한 핵 문제해결에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나. 추진방안

 

일차적으로 통합억제와 전 세계 대비태세에 한국이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대비태세를 향상하고 북한에 대한 억제능력을 확충해야 한다. 미중간 중장기적으로 펼쳐질 경쟁과는 별개로 실존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한국의 입장에서 단기적인 과제이다. 대서양 나토 동맹과 인태지역의 ‘주요거점’(hub-and-spoke) 동맹이 연계된다면 산술적으로도 북한이 상대해야 할 대상이 급격히 증대된다. 현재 북한은 한미일 삼국에 의해 억제되는 상황에서 나토 31개국이 협력한다면 북한은 중국의 지원을 받더라도 거대 군사 협력체에 대항해야 한다. 북한 핵에 대한 효용성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한국은 나토가 2022년 채택한 신 전략개념을 인지하고, 협력의 목표, 범위와 수준 등을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인태 역내 미국의 핵심동맹국인 일본, 호주 등과도 협력의 최종 단계를 설정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VII. 나가며

 

 

본 보고서는 북한 핵 개발 현황과 한계, 미중경쟁 속 북핵문제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고,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에 따른 동북아 역내 핵확산, 대만위기 시 한반도 긴장고조, 미중군사경쟁 심화 시 중국의 북핵 협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다루었다. 미중 양국이 상존하는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상호협력 가능성을 최대치로 도출하여 동북아 역내 비확산체제로 시작하는 ‘한반도 비핵화 안보구상’을 추구해야 한다. 이외에도 대만위기가 고조되는 경우에도 한반도의 안정유지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포함한 통합억제 강화도 중국과 북한의 대치비용을 키워 그들의 협력을 도출할 방안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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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2023. “중국 정점론.” <국민일보> 6월 26일.

 


 

[1] 자세한 내용은 박원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동맹: 통합억제와 전 세계 대비태세”『한국국가전략』통권 제 19호 (2022.7), pp. 38-40 참조.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이중구_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담당 및 편집:박지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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