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022년부터 지속된 북한의 ‘김주애 띄우기’는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만 8살의 나이에 김정일 전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되었던 사실을 고려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대중 및 군부에 노출시킴으로써 확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유사시에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북한은 작년 11월 19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과 그의 딸 김주애가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참관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같은 달 27일에는 두 부녀(父女)가 전날 화성포-17형 ICBM 시험발사 관계자들과 같이 찍은 기념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다시 김정은과 김주애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들을 시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2월 8일에는 두 부녀의 북한군 장령 숙소 방문 및 군 창건 75주년 기념연회 참석 사진을 공개했고, 2월 9일에는 김주애의 전날 열병식 참가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후에도 북한 선전매체의 ‘김주애 띄우기’는 계속되어, 북한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김정은과 김주애의 14차례 동행 사진들을 공개했다. 김주애가 모습을 드러낸 분야 중 11건은 군사, 2건은 체육경기, 1건은 경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로 군사 분야에 집중되었다.

 

이처럼 작년부터 북한이 김주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것은 그가 김정은의 후계자로 ‘내정’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가 김주애에게 사용하는 호칭과 각종 공식행사에서의 그의 위상, 과거 김정은이 만 8세 때부터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점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작년 11월 27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로동신문 사이트에서 ‘존귀하신’이라는 수식어를 검색해보면 김일성과 그의 부인 김정숙, 김정일 및 김정은에게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처럼 역대 최고지도자들과 김일성의 부인에게만 사용되는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곧 그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27일자 로동신문에서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김정은에게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후계자로 되는 것이 당연하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김주애의 나이가 만 10세 정도밖에 안 되는데 김정은이 벌써부터 그를 후계자로 지명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후계자 ‘내정’과 ‘공식 지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김주애의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김정은이 그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고 그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길 수는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미래에 김주애가 그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측근들과 국민에게 분명하게 인지시키면서 후계자 수업을 시작할 수는 있다.

 

필자가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만난 김정은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의 8세 생일날(1992년, 김정일이 만 50세 때) 그에 대한 찬양가요인 ‘발걸음’이 김정일과 그의 핵심 측근들 그리고 김정은 앞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김정일은 이때부터 그의 측근들에게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세우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김정은 이모부의 지적에 대해 당시 김정일은 계속 “나를 닮아서”라고 대답했다. 김정은이 만 8세가 되었을 때 김정일이 그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처럼 김정은도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일이 이처럼 김정은을 조기에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하고도 이를 연회에 참가하는 소수의 핵심 측근들에게만 공개했기 때문에 황장엽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같은 고위 간부도 1997년 한국에 망명하기 전까지 후계자 내정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어 그것이 2009년 초에 우리 사회에 알려지기 전까지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그의 ‘장남’ 김정남을 후계자로 내세울 것이라고 실상과 괴리된 전망을 했다.

 

김정일은 대중들 앞에서 단 한 차례도 공개연설을 하지 않았고, 그의 부인이 누구인지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에 김정은은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기를 좋아하고, 권력을 승계한지 얼마되지 않아 자신의 부인 리설주를 곧바로 공개하는 등 김정일과는 정반대의 정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김정은으로서는 후계자 조기 내정 및 공개가 실보다는 득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볼 때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후계문제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 발생할 소지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주애가 일찍부터 김정은의 군사 분야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해 군부에 확고한 지지세력을 구축한다면,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갑자기 사망해 김주애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승계하게 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여성이라는 점에만 주목해 그가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철혈 재상’으로 불린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독일의 최장수 총리였던 메르켈 모두 여성이다.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이면서 ‘사실상의 군주제 국가’이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권력은 김일성에게서 그의 아들 김정일, 그리고 그의 손자 김정은에게 이양되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아들이 없거나, 있어도 지도자 자질이 부족하다면 김정은은 아들 이외의 다른 선택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김정은에게 김주애보다 연상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그러나 김정은과 그의 가족을 평양에서 직접 만난 복수의 외국인들 증언과 고급 정보에 기초해볼 때 김주애에게 오빠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리고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주애의 모습을 볼 때 그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치적 야심이 있고, 군사에 큰 관심이 있으며, 아버지의 뜻을 잇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므로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는 자제’인 김주애가 10~20년 후에는 김정은의 후계자 또는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정성장_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담당 및 편집: 박지수 ,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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