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북한이 신냉전 담론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 강화와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북중러 대 한미일 대치 구도에 편승해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냉전을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으로 치환하여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지지 강화를 도모하려 한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현 상황에서 북중러의 결집은 가능하지만 편의에 의한 결합 관계인 만큼 동맹 관계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완전한 도래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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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국제관계구도가 《신랭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된다”라는 세계정세 인식을 피력한 바 있다. 세계정치 차원에서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신냉전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 북한도 동참하고 있다. 본고는 북한이 표출하는 세계정치 질서에 대한 인식과 의도, 의미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 특히 최근 빈번히 소환되는 신냉전과 다극화에 대한 북한의 이해를 분석하려 한다.

 

냉전·탈냉전 초기 북한의 대외인식

 

냉전기 북한은 대외정세를 기본적으로 “자유진영 대 반동세력”의 이분법적 시각을 갖고 판단했다.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국제 민주 진영”간 경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1960년대 중소 분쟁이 본격화되자 주체사상을 정립하면서 자주를 내세우고, 동시에 중소간 시계추 외교를 통한 ‘실리외교’도 추구하였다. 1970년 11월에 열린 5차 당대회는 북한 대외정책의 원칙을 천명한 회의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난 ‘현대수정주의,’ 과학적 고려 없이 신조만 강조하는 ‘교조주의,’제국적 특성을 반영한 ‘대국주의’등을 비판하면서 주체사상에 기초한 자주적 대외정책 원칙을 천명하였다.

 

탈냉전이 도래하자 김정일은 대외정책에서 자주를 더욱 강조하면서 선군정치를 도입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남한 등 주변 세력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고취를 통해 ‘피포위 의식’을 소환하고 선군을 정당화하였다. 사회주의 몰락과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돌파하는 세계관으로 활용하였다.

 

김정은 시기

 

김정은 집권 초기 표출된 대외환경 인식은 이전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자주가 대외전략 핵심 이념으로 제시되었다. 다만, 북한 대외정책에서 자주와 더불어 상정되는 친선과 평화에 대한 원칙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일부 변화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2012∼13년 발표된 공동사설에서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와의 선린우호관계”를 강조하였다. 연계하여 미국을 상대로 “핵몽둥이를 휘둘러대는 상대와의 굴욕적인 협상 탁자에는 마주 앉을 수 없다”라는 인식도 표출하였다.

 

이전부터 표출되었지만, 기존 국제질서와 규범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보다 강화되었다. 김정은이 전력투구하는 핵개발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여 부과되는 제재에 저항하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2년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면서 “안보리 결의보다 훨씬 더 우위를 차지하는 보편적인 국제법들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인정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신냉전과 다극체제 세계관

 

북한이 다시금 ‘냉전’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이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력증강 계획, 특히 미사일 방어와 첨단 전투기, 핵능력 강화 등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경각성을 가지고 주시한다”라면서 “새로운 냉전”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냉전 테제는 다극화와 연계되면서 반미를 기반으로 마르크스 결정주의 역사관을 따른다. 2008년 북한은 “《새로운 랭전》론이 대두하게 된 배경”이라는 제하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전개한 바 있다. 우선 미소간 냉전을 “초대국들 사이의 부당한 경쟁”이라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랭전이 되풀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유일 초대국”으로서 누리던 “지위”가 “로씨아를 비롯한 대국들”에 의해 도전받는 “다극화 추세”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다극화는 국제관계가 민주화되는 과정으로서 력사의 전진으로 되지만 일극화는 국제관계의 파쑈화를 노린것으로서 력사의 반동”으로 정의한다. 결국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랭전정책은 세계 진보적 인류의 항거에 부딪쳐 종국적 파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리하면 미국에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을 즈음하여 탈냉전 미국 단극체제는 중국, 러시아 등에 의해 도전받기 시작하여 다극 체제 추세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항하여 미국은 일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활용하여 나토를 확대 강화하는 등 냉전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파산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결정주의적 역사관을 표출한다. 일극 체제와 “새로운 냉전”을 비판하는 반면, 다극화는 긍정적 세계질서로 평가한다.

 

북한은 이중적 신냉전 구도를 제기한다. 우선 북한을 미국과 대등한 입장으로 간주하고, 미소 양국간 냉전구도를 미북간 신냉전 구도로 치환한다. 미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 조치를 “새로운 랭전을 몰아오는 시대착오적인 망동”으로 규정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도 신냉전을 소환한다. 2011년 “랭전의 긴장도가 높은 동북아시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이 남조선, 일본과 3각 군사동맹을 구축하여 중국, 로씨야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는데 몰두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랭전을 촉발시키고 있다”라는 것이다.

 

진행형이었던 신냉전 도래가 “완전히 부활”했다는 완료형으로 전환된 것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기가 되었다. 북한 외무성은 전쟁 발발 후 일주일 3회까지 러시아를 옹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합법적 안보 고려를 무시하여 전쟁이 발발하였고, 이후 대규모 무기공급과 제재 등 반러시아 적대행위를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전쟁을 계기로 서방세계와 이에 대응하는 세력간 진영이 구축되었음을 강변한다.

 

김정은의 최고위 수준에서 신냉전이 직접 언급되었다. 전술한 2022년 12월 개최된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신냉전으로 명백한 전환과 다극화 추세를 천명한 바 있다. 주된 이유로 미국이 “《동맹강화》의 간판 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 것”과 남조선을 포함한 적대세력의 “군사적 동태와 활동”등을 들었다. 특히 한미일 3각 공조를 신냉전의 핵심으로 상정한다. 다극화 추세로는 브릭스, 상하이협력기구 등 신흥경제국들이 미국 주도의 “일극화 경제체계에 도전하여 국제경제관계의 다극화를 실현”한다고 근거를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오커스(AUKUS), 푸른태평양지역동반자(PBP), 쿼드, 인도태평양경제협력(IPEF) 등을 “신랭전의 산물”로 규정하고, 냉전 진영으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을 포함하고 있다.

 

 

냉전 세계관의 배경과 한계

 

북한이 신냉전을 소환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력 강화와 대북정책을 비판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은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첨단전력을 개발 및 배치함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향상시키는 조치를 “신랭전”의 “시대착오적 정책”으로 정의한 바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되는 것을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냉전정책으로 규정하였다. 이 추세는 지속되어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역내 군사 역량을 증대하는 행위를 “《힘의 우위》를 통해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려는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대외정책과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으로 말미암아 아시아태평양지역에는 신랭전의 검은 구름이 무겁게 드리우고 있다”라고 비판한다.

 

특히 “신랭전 격화와 신랭전 구도의 심화”계기가 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활용하여 북한이 원하는 구도를 강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국의 주권과 령토완정, 근본리익을 수호”하는 정당한 전쟁으로 정의한다. 더불어 서방세계가 부과하는 대러 제재를 “압박소동”과 “비우호 정책”으로 비판한다. 북한이 주창하는 한반도 “령토 완정”과 제재 철회의 목표를 러시아 상황에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종합할 때 북한은 신냉전 담론을 통해 진영화된 세계질서에 자신들의 핵보유 정당성을 주창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생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기능부전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어 북한핵을 불법화한 기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한다. 더불어 한미일을 삼국동맹으로 규정하여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지의 정당성을 진영 차원에서 강화하려 한다. 신냉전으로 제재가 무용함도 강조한다. “미국의 제재가 결코 만능의 수단”이 아니며 “미국의 시대착오적인 제재압박소동에 강경히 맞서고 있는 러시아 정부와 인민의 투쟁에 전적인 지지와 련대성을 보낸다”라는 북한의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과 다극화 세계는 완성형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신냉전의 완전한 도래는 쉽지 않다. 냉전이 내포하는 이념 결속, 진영 절연 등이 부재하다. 미소의 냉전 시기와 달리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 대립으로 치환하는 신냉전은 체제 차이 외에 이념적 정합성이 부족하여 지속하기 어렵다. 더불어 냉전 시기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가 보여준 절연성도 현 세계에 적용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및 다분야에서 완전히 탈동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중러가 지속성 있는 하나의 진영 혹은 ‘한 참모부’로 기능할지도 불확실하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현 상황에서 결집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들 국가는 불신이 가득한 ‘편의에 의한 결합’ 관계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희망과 기대를 품고 “신랭전 격화와 신랭전 구도의 심화”를 주창하고 있지만,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 본 논평은 "North Korea's Outlook on the New Cold War" 의 국문 번역본입니다.


 

박원곤 _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반도평화연구원(KPI)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18년간 한미동맹과 북한을 연구하였으며 한동대 국제지역학(International Studies) 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미동맹, 북한 외교 및 군사, 동북아 국제관계(사)이다.

 


 

담당 및 편집: 박정후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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