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은 시진핑 3기에 접어드는 중국의 외교가 장기집권의 정당성 확보, 경제의 불확실성 등 불안정한 정세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중국은 다자 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저항 프레임을 강조하며 경제와 기술, 대만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의 경쟁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리 외교의 공간을 탐색하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이 각자도생의 외교 환경 속에서 중견국의 역할을 모색하여 미중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하고, 한반도 안정에 관한 중국과의 공감대를 재확인하여 한중 관계 회복의 동기로 삼을 것을 촉구합니다.

1. 시진핑 3기의 외교 지향: 발전, 체제 안전과 영향력 증대의 삼중주

 

중국은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3기 체제 구축을 완료하였다. 20차 당대회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국가 발전 목표로 제시했고 2023년은 사실상 그 원년이다.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을 통해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제하로 하는 2023년 ‘6대 외교 임무’를 제시하면서 ‘현대화 강국 건설’ 목표 실현에 부응하는 능동적 외교를 추진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1] 시진핑 3기 체제는 발전, 체제 안전 그리고 영향력 제고 세 가지를 외교 목표이자 과제로 집약하고 있음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우선 6대 외교임무에서도 대외개방과 발전을 위한 외교를 제시하고 있다. 3대 국가이익, 즉 이른바 핵심이익 가운데서도 발전과 안전 이익을 주권 이익보다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지연시키거나 가로막으려는 모든 세력에 대항하는 단호한 투쟁’을 주장하고 있다. 대만 문제로 인해 영토 주권 이익이 핵심이익 가운데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해 왔던 기조에서의 미묘한 변화가 읽힌다.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 보고에서도 중국 발전을 위한 목표와 비전을 역설하는 데 집중했다.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서는 첨단기술의 자립과 자강, 과학 기술 인재 양성, 민생 복지의 증진, 생태환경의 개선, 그리고 공동부유 달성이 중요하다고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2] 요컨대 시진핑 3기는 우선 경제 회복을 조속히 달성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실현의 토대를 마련하여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원대한 비전과 목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정점을 찍고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중국경제 쇠퇴론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저지하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대상으로 탈중국의 연대를 지속적으로 요청, 압박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1인 체제의 강화는 국제사회의 반중국 정서를 자극하고 중국 견제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아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복합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3기가 직면한 이러한 복잡한 현실에 대한 인식은 당 대회 보고에서 ‘안전’(安全)이라는 단어가 무려 91회나 등장하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는 19차 당대회에서 55회 언급된 것과도 대비된다. 중국에서 ‘안전’이라는 용어는 대내 안전(safety)과 대외 안보(security)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안전은 인민안전, 정치안전, 경제안전 등으로 사실상 체제 안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시진핑 중심으로의 권력 집중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공산당 체제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강한 통제와 사상 교육을 동원해 일시적으로 내부의 불만과 저항을 덮을 수 있겠지만 결국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업적 성과가 절실하다. 이처럼 복합 도전과 딜레마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발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협력 지향의 관리형 외교를 전개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는 발전을 위한 외교 전략이 방어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신호도 동시에 발신하고 있다. 중국이 발전을 달성하는 데 국내외 환경과 조건이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도전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의 도전과 위험에 대해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핵심이익에 대해서도 '수호'를 넘어서 ‘투쟁’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다자 무대를 적극 활용하여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의지를 점진적이지만 매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기존의 ‘주도적 참여(主动参与)’에서 2022년에는 ‘적극 주도(积极引领)’라는 표현으로 진화했다. 2023년에는 ‘중국식’ 글로벌 거버넌스 담론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식 현대화,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중국의 길, 이념, 제도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와 인식 제고를 위한 국제적 소통과 발언권 강화를 6대 외교 임무의 하나로 상정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와 가치 공세에 ‘중국식’을 전면에 내세워 맞대응하고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주석이 다자 무대를 통해 왕성한 대면 정상외교를 재개한 것이 주목된다. 시 주석은 2022년 6월 브릭스(BRICS)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비롯하여 코로나 사태 이후 근 3년 만에 다자 무대에 직접 참석하기 시작했다.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 15∼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8∼19일), 그리고 12월에는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에 연이어 참석했고 이를 통해 40여 국가와 양자 간 정상회담도 가지는 광폭 외교 행보를 이어 갔다. 중국은 BRICS와 SCO의 경우에는 회원국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의 범위도 확장해 가려는 노력을 경주했다. 정상회담에서 공통적으로 상호 ‘핵심이익’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고 글로벌 발전구상(GDI), 글로벌 안보구상(GSI), 인류운명공동체, 그리고 일대일로 협력 등 중국 의제를 집중 부각시키며 연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이 다자 기제를 활용하여 정상외교를 재개한 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어 보인다. 우선 3연임을 확정한 이후 국제무대에 등장하여 세계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과시하여 해외발 장기집권의 정당성 확보를 모색하고자 한 것이다. [3] 그리고 시 주석이 참여한 다자 제도와 기구는 미국이 주도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미국이 ‘배타적’ 소다자 협력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다자주의’ 추진을 역설하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망 형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다자 제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서 국제사회에서 우군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과 경쟁하려는 것이다.

 

2. 시진핑 3기의 대미 외교: 저항, 경쟁, 그리고 탐색

 

중국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향해 경제무역, 첨단기술, 체제 및 가치, 그리고 안보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5 (파이브 아이즈, 5 eyes)-4 (쿼드, Quad)-3 (오커스, AUKUS)-2 (양자동맹)의 다양한 ‘배타적’ 소다자 협력을 동원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미중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정상 궤도로 회복’해야 한다는 외교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미국을 대체하여 패권국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압박과 공세에 굴복하지 않으려 저항하는 이른바 압박 대 저항이라는 프레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이 대미 외교에서 저항 프레임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국내정치적 고려가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 보고에서 인류사회가 역사상 유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했다. 세계, 시대, 역사 변화(世界之变、时代之变、历史之变)가 전개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 중앙과 시 주석을 핵심으로 결집하고 분투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 실익이 확보되지 않는 섣부른 양보나 타협보다는 오히려 일정한 갈등과 대립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내부 결집과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대립이 장기화되고 악화되는 것은 중국에게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 성장에도 큰 장애가 된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은 미국에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저항하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 대화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의 진전이나 성과는 없고 거친 설전이 오가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국내정치 및 경제적 이유로 경쟁과 대립을 이어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같은 이유로 대립이 충돌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회피하고자 하며 관리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즉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대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중 양국 간 6월 이후 이미 5차례의 고위급 회의가 있었고, 마침내 미중 정상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중 정상회담은 이번에도 뚜렷한 가시적 성과는 없었지만 3시간의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양국 정상은 경쟁과 대립이 오해나 오판으로 인해 충돌로 비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소통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중국의 대미 전략은 대응과 저항의 형태로만 전개되고 있지 않으며 다양한 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발전이 여전히 주요 목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과도한 세력 경쟁을 우회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로 전환해 가고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거버넌스 주도권 확보를 향한 경쟁은 회피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재 미중 간에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우회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상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과학기술 혁신의 미흡함과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해 경고했고 ‘과학기술 자립’을 다섯 차례나 언급하면서 사실상 미국과의 경쟁 의지를 피력했다. 시진핑 주석은 탈동조화와 공급망 단절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제무역과 과학기술 교류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4] 시 주석이 목표로 제시한 이른바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은 매우 중요한 전제이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을 회피하지 않고 장기 경쟁을 준비하겠다는 태세이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다른 한편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공고하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북미산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이 초래한 주요 동맹국들의 불만과 반발을 주목하면서 이 틈새를 이용하려는 탐색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호주, 독일, 사우디 등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을 향해서 연이어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적인 외교 공세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탐색의 일환이다. 세 나라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대 무역 상대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한국과도 유사한 점이다. 호주와 독일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이 야기하는 위기를 직간접적으로 심각하게 체험했다. 호주는 직접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렸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비록 간접적이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의 관리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되었다. 요컨대 두 국가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이 초래할 도전에 대해 경계하고 있고 중국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경제 수단을 동원해 미국 주도의 탈중국 연대를 약화시키려는 실리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숄츠 총리의 방문에 170억 달러에 달하는 에어버스 여객기 140대와 독일산 백신 구입이라는 선물로 화답했다.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6년 만에 정상 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경제보복 조치로 중단했던 호주산 밀 수입을 올해 재개해서 이미 18년 만에 최대량을 수입했다. 시진핑 주석의 전격적인 사우디 방문을 통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도 석유 수입과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경제협력이 주요 의제였다.

 

3.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공세와 관리의 딜레마

 

시진핑 주석은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대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만 해협의 불안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온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진핑 정부가 직면한 국내외의 난제들을 고려하면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는 현실성이 크지 않다.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제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력 사용의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2005년 반분열국가법에서 7가지 조항을 제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구체적으로 무력 사용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3가지 조건, 즉 대만의 독립선언, 핵무기 개발, 미군 주둔을 무력 사용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의 마지노선은 무력 침공 등 스스로 선제적으로 현상을 변경시키는 행동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은 사실상 미국이 열쇠를 쥐고 있으며 미국을 겨냥하여 레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역시 중국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을 향해 선제적으로 무력 침공하지 않는 한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직접적인 군사 충돌을 회피하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대립이 고조되고 있는 주요한 배경은 미중관계가 세력 경쟁 양상으로 확장되면서 양국 사이에 큰 틀에서 지난 50년 간 유지되어 왔던 대만의 현상 유지에 대한 암묵적 합의와 신뢰가 약화 내지는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시진핑 정부가 중화민족의 부흥을 주창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대만에 대한 무력 행사를 강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경계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면서 점진적으로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독립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런데 궁극적으로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원할 강한 동기나 여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중국 역시 무리하게 대만을 무력 침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면서 점진적으로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독립 의지를 자극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불사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대만 해협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도 지속하면서 관리하고자 한다. 다만 시진핑 정부가 2024년 대만 총통선거를 겨냥하여 대만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 갈 경우 대만 해협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우발적 충돌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4. 한국의 대중 외교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재건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압박의 국제 연대에 어느 범위까지 참여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우군으로의 확보가 어렵다면 미국의 세력 확장을 최소화하는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직면해 있다. 최근 독일, 호주, 사우디 세 국가의 중국에 대한 실리 외교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 나라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고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회복하려 하면서도 경제 의존을 경계하여 경제협력의 다변화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과의 전통적 외교안보 협력 관계도 훼손시킬 의사는 없다. 세 나라의 복잡한 셈법의 배경에는 경제난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세계 경제의 퇴조와 공급망 교란 등 다중의 위기가 중첩되면서 세 나라를 비롯한 다수 국가들이 경제난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국 경제 우선주의의 외교 행보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중 양 강대국이 각기 세력권을 확장하려는 치열한 경쟁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는 자국 이기주의는 역설적으로 각자도생의 실리 외교가 활성화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기민하게 국제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을 만들려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새로운 탐색이 필요하다.

 

한국은 북한발 안보 불안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킨 다양한 외교 과제의 해법도 찾아야 한다. 미국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하고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살얼음 위를 걷듯 불안하다. 사드 문제는 봉합 상태에 있지만, 양국 국민 정서는 더욱 나빠지고 양국관계의 유일한 동력인 경제협력도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대중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제는 시급하게 그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동시에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자칫 서둘러 해결해 보려다 총체적인 난맥상에 빠질 우려도 있다. 한국의 대중국 외교 전략은 북한,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종합적인 구상을 전제로 해야 한다. 중국과는 안보, 경제, 첨단기술, 에너지, 환경 문제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만큼 정부 부처 간의 긴밀한 협조 체제가 가동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견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을 전향적이고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확장해 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안정에서부터 돌파구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이 발생할 경우 결국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 구도가 강화되면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고조되고 한중관계는 사드 사태 때처럼 다시 악화될 우려가 있다. 중국도 한국도 국내 정치⋅경제적으로 어렵고 민감한 상황에 있는 만큼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한중 양국이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최소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준비해 가야 한다. 이를 통해 더 이상의 관계 악화를 예방하고 나아가 관계 회복의 새로운 동기를 만들어 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1] 中共中央政治局委员、国务委员兼外长 王毅. 2022. “胸怀天下,勇毅前行 谱写中国特色大国外交新华章—在国际形势和中国外交研讨会上的演讲.” (12. 25.) https://www.mfa.gov.cn/wjbzhd/202212/t20221225_10994826.shtml

[2] 习近平, 2022. “高举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旗帜 为全面建设社会主义现代化国家而团结奋斗——在中国共产党第二十次全国代表大会上的报告,” (10. 25.) https://www.mfa.gov.cn/zyxw/202210/t20221025_10791901.shtml

[3] “习近平主席的G20时间 行大道的中国,” 『人民网』 2022-11-21 https://baijiahao.baidu.com/s?id=1750094087254035629&wfr=spider&for=pc

[4] 习近平同美国总统拜登在巴厘岛举行会晤 (2022-11-14) https://www.mfa.gov.cn/zyxw/202211/t20221114_10974651.shtml

 


 

저자: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중미래발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지경학의 기원과 21세기 전환(공저)』, 『한국의 대외관계와 외교사(현대편3)(공저)』,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박한수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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