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정동준 인하대 교수는 20대 대선 후보자의 권위주의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유권자들 또한 그러한 성향을 보이진 않았는지를 질문합니다. 유권자의 권위주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선호하는 정치체제’를 묻는 문항과 정부의 경제와 코로나 대응 평가, ‘일반 국민들에 의해 중요 정책이 결정되어야 한다’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항과 한국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평가에 주목합니다. 한국 국민의 권위주의 성향은 우파 보수주의와 좀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분석하며, 20대 대선 후보자의 권위주의적인 면모가 유권자에게서도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합니다.

1. 서론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란 오명을 단 채 진행되었다. 양대 후보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각각 당내에서 비주류였거나 아웃사이더로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로 특유의 극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스타일로 당파적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며 각 당의 경선에서 승리하였고, 선거 과정에서도 각종 추문과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로 진흙탕 대선을 이어갔다.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통해 대선일 이전 1년간(2021년 3월 10일~2022년 3월 9일)의 기사를 검색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권위주의적’이란 검색어와 함께 33건, 윤석열 후보는 같은 단어와 함께 11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다. 특히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권교체의 슬로건을 들고 나온 윤석열 후보는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결국 선거에서 승리, 대통령 당선인이 되었다. 이렇듯 이번 20대 대선은 그 언행, 성향, 정책 등에서 양대 후보의 권위주의적 면모가 드러난 선거였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권위주의적 정치 스타일에 유권자들은 어떻게 반응하였는가?

 

권위주의의 대두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0년대 이후 권위주의적 리더·정당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대두는 유럽, 미국, 남미 등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다(정동준 2018, 2020; Cohen and Smith 2016; Conway and McFarland 2019; Donovan 2019; Steiner and Hillen 2021). 특히 2016년 미국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당선 요인을 분석하며 많은 연구들이 극우 성향의 트럼프에 우파 권위주의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집결하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다(Choma and Hanoch 2017; Conway and McFarland 2019; Donovan 2019; Ludeke et al. 2018; MacWilliams 2016). 즉, 권위주의의 대두라는 현상 이면에는 이러한 권위주의적 지도자에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 동향은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권위주의를 설명하기 위하여 개인 수준의 ‘권위주의 성향(authoritarian attitudes)’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투표 행동과 관련하여 권위주의 성향은 이념 성향, 정책 입장들과 별개로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독립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 밝혀지고 있다(Conway et al. 2018; Conway and McFarland 2019; Cornelis and Van Hiel 2015; Choma and Hanoch 2017; Donovan 2019; Undzenas et al. 2021 등).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은 얼마나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성향은 이번 20대 대선의 투표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시민 차원에서 권위주의 성향은 어느 정도로 나타나며, 특히 어떤 집단에서 보다 뚜렷하게 관찰되는가?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은 어떠한 배경에서 형성되는가? 그리고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유권자는 이번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중 어느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권위주의 성향을 측정하고 이것이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한국 학계에서 개인 차원의 권위주의 성향을 확인하고 이들의 정치적 특성과 투표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최근 몇몇 연구에서 수행된 바 있으나(권순환·박상현 2021; 이보미하상응 2018; 하상응·이보미 2017) 아직까지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학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관련해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뭉크 2018; 정동준 2020; Levitsky and Ziblatt 2018; Przeworski 2019). 국민 다수의 의견과 민주적 가치에 기반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다수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거나 혹은 권위주의적 가치와 규범을 따른다면 그 체제의 존속은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 성향의 정도와 그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2. 이론적 논의

 

① 권위주의 성향의 개념

 

개인 수준의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연구는 아도노 외(Adorno et al. 1950)의 연구를 그 원류로 본다. 아노도와 동료들은 프로이드 이론을 바탕으로, 주로 편견(prejudice)이란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성격의 한 유형으로 권위주의 성향을 연구하였다. 하지만 현대의 권위주의 연구들은 권위주의 성향을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성격’의 한 유형으로 보기보다는, 이후의 환경적 요인들과 결합하여 형성되는 ‘태도’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다(하상응·이보미 2017; Conway et al. 2021). 많은 학자들은 알트마이어(Altemeyer 1996, 1998)의 연구를 현대의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연구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보고 있다.

 

알트마이어는 권위주의 성향을 다음의 세 가지 하위개념으로 정의한다(권순환·박상현 2021; Ludeke et al. 2018). 첫째는 ‘권위주의적 공격성(authoritarian aggression)’으로, 범죄, 정치적·사회적 혼란 등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이단아적 현상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원하는 성향을 일컫는다. 이러한 공격성은 곧 범죄자에 강한 처벌을 내리거나 이민에 반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둘째는 ‘관습주의(conventionalism)’로 변화를 싫어하고 전통과 보수적 가치를 존중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성향은 기존의 사회적, 종교적 전통과 가족에 대한 가치를 수호함으로써 낙태, 동성애 등 진보적 사회현상에 반대하는 태도로 연결된다. 셋째는 ‘권위주의적 복종(authoritarian submission)’으로 사회가 부여한 권위와 위계적 질서에 순종하고 이에 따르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복종 성향은 기존의 정치 제도와 사회 질서를 존중하고 권위에 대한 저항에 반대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이러한 개인 수준의 권위주의 성향은 거의 배타적으로 우파 보수주의와의 연관 속에 다루어지고 있다(권순환·박상현 2021; 이보미하상응 2018; 하상응·이보미 2017; Conway and McFarland 2019; Conway et al. 2021; Cornelis and Van Hiel 2015; Duckitt et al. 2010; Duckitt 2013; Ludeke et al. 2018). 특히 서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우파 권위주의(Right-Wing Authoritarianism)’란 단어가 마치 권위주의 성향을 일컫는 동의어처럼 다루어져 왔다. 권위주의 성향 척도에 대한 메타 분석을 진행한 콘웨이 외(Conway et al. 2018)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 발간된 연구의 약 69%가 권위주의 성향을 우파 권위주의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고 있다(1051-53).[1]

 

이처럼 권위주의 성향이 보수 이념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된다. 첫째는 권위주의 성향의 내재적 특성 자체가 보수주의(conservatism)의 가치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엇이 보수의 가치인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를 것이나, 일반적으로 사회적 변화에 반대하고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며 위계적 질서와 불평등한 구조를 용인한다는 공통적 특성을 가진다(Conway et al. 2018; Jost et al. 2003). 권위주의 성향이 앞서 언급한 대로 변화를 싫어하고 전통적 가치와 질서를 수호하는 ‘관습주의’와 사회의 권위와 위계질서에 순응하는 ‘복종’의 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생각할 때, 양자는 그 개념상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둘째로는 권위주의 성향이 발현되는 원인에 대한 고려이다.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위협 인식’(perception of threat)이 개인 차원에서 권위주의 수준을 높이는 주된 배경이라 말한다(Choma and Hanoch 2017; Conway and McFarland 2019; Duckitt et al. 2002; Duckitt et al. 2010; Feldman 2003). 나를 둘러싼 세상이 위험한 곳이라 인식하고, 특히 내집단의 가치와 사회경제적 지위가 외집단에 의해 위협을 받는다 여길수록 내집단의 결속과 집단적 안보를 추구하는 동기적 목적(motivational goal)이 권위주의 성향을 형성강화한다는 것이다. 즉, 위협 인식이 높아질수록 내가 속한 집단의 존속을 위해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수호하게 되고, 이러한 위협 상황을 해결해 줄 강력한 지도자와 권위를 원하는 권위주의 성향이 나타나게 된다.

 

② 권위주의 성향의 기존 연구

 

개인 차원의 권위주의 성향은 정치심리학에서 이른바 ‘빅파이브 성격요인’(Big-Five personality traits)과 같은 유전적·기질적 요인이 여러 환경적 요인들과 만나 형성되어 우리의 정치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 고리의 중간에 위치한 성향으로 이해된다(하상응·이보미 2017). 이러한 점에서 권위주의 성향은 학자에 따라 ‘특성 적응(characteristic adaptations)’(하상응·이보미 2017; McAdams and Pals 2006)으로 불리거나, 한 사회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는 ‘사회적 태도(social attitudes)’로 여겨지기도 한다(Duckitt et al. 2010; Conway et al. 2021). 즉 권위주의 성향은 개인의 유전적 기질이나 사회경제적 배경과 같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형성되는 종속변수로 기능하는 동시에, 다양한 유형의 정치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종속변수로서 권위주의 성향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앞서 언급한 위협 인식을 들 수 있고, 독립변수로서 권위주의 성향이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정치 행동으로는 투표 선택을 들 수 있다. 특히 권위주의 성향과 사회문화적 보수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우파 권위주의 성향은 오늘날 유럽과 미국, 남미 등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등장하고 있는 극우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투표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Choma and Hanoch 2017; Cohen and Smith 2016; Conway and McFarland 2019; Cornelis and Van Hiel 2015; Donovan 2019). 또한 보다 넓게, 브렉시트 투표와 같은 국민투표(Undzenas et al. 2021), 그리고 투표 외의 비관습적 정치참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권순환·박상현 2021)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치 행동 외에도 권위주의 성향은 여러 유형의 정치 태도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편견과 교조주의(dogmatism)와 같은 ‘경직적 태도(rigid attitudes)’(Conway et al. 2018), 내집단의 질서와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대상에 대한 비관용적 태도(Crawford and Pilanski 2014), 포퓰리스트 정당에 대한 지지 및 포퓰리스트적 태도(Akkerman et al. 2017; Vasilopoulos and Jost 2020), 그리고 시민적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에 대한 지지(이보미·하상응 2018)와 사회적 재분배 정책에 대한 반대(Jedinger and Burger 2018) 등이 권위주의 성향에 의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 학계에서도 시민 차원의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몇몇 연구들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최근 진행된 한국인의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연구로는 하상응이보미(2017), 이보미하상응(2018), 권순환박상현(2021)의 연구 등을 찾을 수 있다. 먼저 하상응과 이보미(2017)는 우파 권위주의 성향과 ‘사회지배 성향(Social Dominance Orientation)’이 강할수록 보수 정당정치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약할수록 진보 정당정치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짐을 밝혀냈다. 이보미와 하상응(2018)은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하였다. 우파 권위주의 성향과 정치참여 간 관계를 연구한 권순환과 박상현(2021)은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관습적비관습적 참여와 관계없이 모든 유형의 정치참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해당 연구들은 한국인의 우파 권위주의 성향이 갖는 정치적 특성에 관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들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에 있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권위주의 성향이 대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알려진 투표 선택에 대해서는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지 않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를 보완하여 한국 시민들에게 나타나는 권위주의 성향을 확인하고, 이러한 성향이 이번 20대 대선에서 어떠한 선택으로 이어졌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3. 자료와 변수

 

본 분석에서는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주관하고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2022년 EAI 대선패널 조사’ 자료를 사용하였다.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본 조사는 대선을 전후하여 2차에 걸친 패널조사로 실시되었다(1차: 2022년 1월 12~15일, 2차: 3월 10~15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무작위추출을 통해 선정된 표본에서 1차 1,515명, 2차 1,104명의 응답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본 분석에서는 1,2차 조사 간의 변화를 분석 변수로 사용하지 않아 패널조사의 이점을 살리지는 못하였다. 독립변수에서 1, 2차 조사의 문항들이 섞여 있는 경우, 분석 결과에서 이를 구분하여 표시하였다.

 

본 연구의 핵심 분석인 권위주의 성향이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을 보기 위해 먼저 유권자의 ‘투표 선택’을 종속변수로 삼았다. 직관적 해석을 위해 투표 선택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후보에 대한 투표를 ‘1’, 이재명 후보에 대한 투표를 ‘0’으로 하는 이원(binary) 변수로 만들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투표나 투표를 하지 않은 경우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겠지만, 본 설문조사에서 관련 문항에 응답한 1,093명의 응답자 중 ‘기타 후보에 투표’한 사람은 29명(전체의 2.69%), ‘투표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43명(3.95%)[2]에 불과했다. 따라서 분석의 편의를 위해 해당 응답자는 결측치로 처리하고[3] 남은 응답자들 중에서 0(이재명 투표)과 1(윤석열 투표)의 이원 변수를 구성하였다.

 

다음으로 본 분석의 핵심 변수인 ‘권위주의 성향’을 독립변수로 삼았다. 권위주의 성향의 척도로는 앞서 언급한 알트마이어의 ‘우파 권위주의 척도’(Altemeyer 1996, 1998)를 많은 연구에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Conway et al. 2018). 알트마이어는 본인이 정의한 권위주의의 세 가지 하위개념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총 30개의 문항을 구성하였다. 이 30문항은 후속 연구들에 의해 전체 또는 일부[4]가 사용되거나 일부 표현이 변형[5]되어 사용되는 등 아직까지도 권위주의 성향 측정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 외에 자주 사용되는 권위주의 성향 척도로는 펠트만과 스테너(Feldman and Stenner 1997; Stenner 2005)가 개발한 ‘자녀 양육(child-rearing) 가치’ 척도가 있다. 이 척도는 자녀를 부모와 사회의 권위에 순종하도록 키우는 것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키우는 것보다 얼마나 중요한지를 묻는 설문들로 구성되어 있다.[6]

 

본 설문조사에서는 아쉽게도 이렇게 기존 연구에 기반한 문항들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이 기반한 논리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가 가진 하위개념 − 법과 질서에 대한 강력한 수호(‘공격성’), 전통과 보수적 가치의 존중(‘관습주의’), 권위와 사회 체제에의 순응(‘복종’) − 과 연관이 있는 문항들을 찾아 권위주의 성향 지수를 구성하였다. 본 분석에서 일차적으로 고려한 문항은 아래 [표 1]에 제시된 8개이다. 하지만 문항들과 잠재변수의 연관성을 통해 지수의 내적타당성을 파악하는 크론바흐 알파(Cronbach’s alpha) 분석을 해본 결과, 세 개의 문항(3,4,8번)은 문항-나머지 상관계수(item-rest correlation)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지수의 구성에서 제외하였다(Nunnally and Bernstein 1994).[7] 따라서 나머지 5개 문항을 중심으로, 응답자가 권위주의와 연관이 높은 보기(같은 표 다섯 번째 열 참조)를 선택한 경우 1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구성하였다(0부터 5까지의 6점 척도, 높을수록 권위주의적).

 

[표 1] 권위주의 성향 지수 구성에 고려된 설문항

문항

관련 특성

설문항

보기

권위주의 성향 보기(+1)

문항-
나머지 상관계수

1

공격성

귀하는 다음 의견 중

어느 쪽 의견에 더 가까우신가요?

1) 민주주의는 언제나 다른 어떤 형태의 정부보다 낫다
2) 어떤 상황에서는, 권위주의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보다 낫다
3) 나같은 사람에게는, 민주주의 정부든 권위주의 정부든 상관이 없다

2)

0.1634

2

공격성

현재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2) 북한에 대해 강경 정책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

2)

0.3692

3

공격성

귀하께서는 한국 국회의

의사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한 정당이 주도하는 국회 운영이 바람직하다
2) 비슷한 의석을 가진 양당 간 경쟁이 바람직하다
3) 세 개 이상의 정당 간 연합과 경쟁이 바람직하다

1)

-0.0006

4

공격성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권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1)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분산시켜야 한다
2) 적절한 수준의 권력을 가지고 있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3) 약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강화해야 한다

3)

0.0479

5

관습주의

귀하께서는 고용과 승진에 있어

여성 인원의 비율을 일정 수준

보장하는할당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매우 찬성~5:매우 반대

4~5

0.2153

6

관습주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복지와 성장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복지가 더 중요하다
2)성장이더중요하다

2)

0.2646

7

관습주의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과중하다

0:전혀 동의 안함~10:매우 동의함

6~10

0.3102

8

복종

귀하께서는 현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현재의 헌법을 유지해야 한다
2) 개헌을 해야 한다

1)

0.0541

주) *는 1차 조사에서 사용된 문항을 나타냄

 

[표 2] 분석에 사용된 변수의 요약 통계

종류

변수

응답자 수

평균

표준
편차

최소값

최대값

종속 변수

투표 선택(1: 윤석열 투표, 0: 이재명 투표)

1020

0.52

0.50

0

1

독립 변수

권위주의 성향 지수

1104

2.04

1.42

0

5

통제 변수

나이

1104

48.52

16.38

18

91

성별(0:여성, 1:남성)

1104

0.49

0.50

0

1

교육수준*
(1:중졸이하, 2:고졸, 3:대학재학, 4:대학졸업이상)

1100

3.17

1.04

1

4

소득수준(1:월200만원미만~7:700만원이상)

1023

4.28

2.17

1

7

영남지역 출신(1:그렇다, 0:아니다)

1102

0.32

0.47

0

1

호남지역 출신(1:그렇다, 0:아니다)

1102

0.16

0.37

0

1

이념 성향(0: 매우 진보~10: 매우 보수)

1087

5.28

2.23

0

10

국민의힘 당파성(1:그렇다, 0:아니다)*

1099

0.30

0.46

0

1

더불어민주당 당파성(1:그렇다, 0:아니다)*

1099

0.30

0.46

0

1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0:아주못했다~100:아주잘했다)

1102

48.51

32.00

0

100

지난 5년 가계경제 평가*
(1:매우나빠졌다~5:매우좋아졌다)

1103

2.86

0.90

1

5

지난 5년 국가경제 평가*
(1:매우나빠졌다~5:매우좋아졌다)

1103

2.55

1.21

1

5

정부 코로나 대응 평가*
(0: 매우부정적~10:매우긍정적)

1097

5.23

3.48

0

10

주) *는 1차 조사에서 사용된 문항을 나타냄

 

분석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우리 국민에게 권위주의 성향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떤 집단에서 보다 강하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련의 기술분석(descriptive analyses)을 실시하겠다. 뒤이어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이 어떠한 배경에서 비롯되는지를, 특히 앞서 설명한 위협인식 이론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겠다. 그리고 본 연구의 핵심 분석이라 할 수 있는 권위주의 성향이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을 보기 위해 위에 제시한 변수들을 모두 통제한 다변인 회귀분석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4. 분석 결과

 

① 권위주의 성향의 분포

 

먼저 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권위주의 성향이 어느 정도로 나타나는지를 확인하였다. 0부터 5까지의 권위주의 성향 지수의 각 값에 대한 응답자의 비중(%)은 [그림 1]과 같이 나타났다. 중간 정도의 수치인 ‘2’와 ‘3’에 가장 많은 응답자가 분포한 가운데, ‘4’와 ‘5’의 높은 수치도 합해서 16.7%의 비중을 보였다. 이 정도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동일한 문항으로 지수를 구성한 다른 연구가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알트마이어의 우파 권위주의 설문항을 중심으로 권위주의 성향을 측정한 몇몇 연구들을 보면,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러데케 외(Ludeke et al. 2018)의 연구에서는 0~1점 척도에서 평균 0.45,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하상응과 이보미(2017)의 연구에서는 0~1점 척도에서 평균 0.42, 그리고 또 다른 이보미와 하상응(2018)의 연구에서는 1~7점 척도에서 평균 3.84(0~1점 척도로 단순 환산시 0.47)을 보였다. 본 지수의 평균값을 0~1점으로 단순 환산했을시 0.41이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관점에서 낮지 않은 수준의 권위주의 성향이 관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권위주의 성향 지수에 따른 응답자 분포(%)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이 어떤 사회적 집단에서 높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결과, [표 3]과 같이 권위주의 성향은 성별, 나이, 이념과 정당 지지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먼저 성별에 따르면 남성(2.23)이 여성(1.85)보다 평균적으로 권위주의 지수가 높았고, 세대별로는 20대와 30대의 권위주의 성향이 나머지 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통상 나이가 들수록 권위주의적 태도가 강화되는 것(Ludeke et al. 2018)을 고려하면 이러한 결과는 다소 놀라운 것이다. 60세 이상이 전체 평균치와 같은 2.04를 기록한 것을 볼 때 2030세대, 특히 20대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두드러지게 높다 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젊은 세대의 보수화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권위주의 성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경우 전반적인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

 

이념에 따른 분포를 보면 진보 집단(11점 척도 중 0~4점)보다 보수(6~10점)에서 권위주의 성향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보수의 경우 권위주의 지수가 평균 2.80점으로 진보(1.04)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 것이다. 아노바(ANOVA) 모델을 통한 통계적 유의미도 역시 F값이 162.56으로, 조사한 변수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기술한 바와 같이 권위주의 성향 자체가 우파 보수주의와 깊은 연관을 가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통을 중시하고 사회의 위계적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의 가치가 본 조사에서 사용된 권위주의 문항들과 연결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지수 구성에 사용된 문항 중 하나인 ‘선호하는 정치 체제’에 대한 문항에 들어간 ‘권위주의 정부’란 표현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맥락에서는 거의 배타적으로 ‘우파 권위주의 정부’를 상기시킨다는 점도 이 같은 결과를 일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지지 집단의 권위주의 성향(2.94)이 더불어민주당 지지 집단(1.16)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정당 지지에 이념적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만큼, 이러한 결과 또한 위와 같은 권위주의와 보수주의의 관계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표 3] 사회 배경 변수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지수

변수

분류

응답자수(명)

권위주의 지수
(평균)

집단별 차이의
통계적 유의미도

성별

여성

558

1.85

t=4.41***

남성

546

2.23

세대

19-29세

190

2.32

F=3.62***

30대

166

2.15

40대

203

1.85

50대

214

1.89

60세 이상

331

2.04

교육 수준

중졸이하

85

2.03

F=1.00

고졸

265

1.99

대학 재학

128

2.24

대학졸업이상

622

2.02

소득 수준

낮음(1-3)

409

1.97

F=1.43

중간(4)

126

1.98

높음(5-7)

488

2.13

이념 성향

진보(0-4)

275

1.04

F=162.56***

중도(5)

412

1.98

보수(6-10)

399

2.80

지지 정당

더불어민주당

324

1.16

F=113.4***

국민의힘

334

2.94

기타 정당

101

1.79

없음

339

2.07

주) *** p-값<0.01, ** p-값<0.05, * p-값<0.1

 

② 권위주의 성향의 형성 배경

 

그렇다면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다시 말해,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을 형성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론적 논의에서 서술하였듯이, 권위주의 성향을 설명하는 많은 요인 중에서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특히 위협에 대한 인식이다. 위협 인식과 권위주의 성향 간의 상관관계는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Choma and Hanoch 2017; Conway and McFarland 2019; Duckitt et al. 2002; Duckitt et al. 2010; Feldman 2003). 현재 한국의 맥락에서 내집단의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으로는 크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위협과 코로나로 인한 보건의 위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 혹은 국가의 경제상황이 안 좋아졌다 느낄수록, 그리고 정부의 코로나 대응이 미흡하다 여길수록 보다 큰 위협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권위주의 성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고려에 따라 지난 5년간의 가계 경제와 국가 경제에 대한 회고적 평가와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지수의 평균값을 알아보았다. 분석 결과 이러한 예상이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가계와 국가 경제,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권위주의 지수가 높게 나온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모두 유의미하였다.

 

[표 4] 경제평가와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에 따른 권위주의 성향 지수

변수

분류

응답자수(명)

권위주의 지수
(평균)

집단별 차이의
통계적 유의미도

가계경제 평가

매우 나빠졌다

99

2.76

F=30.02***

나빠진 편이다

217

2.63

별다른 차이가 없다

553

1.94

좋아진 편이다

214

1.45

매우 좋아졌다

21

1.25

국가경제 평가

매우 나빠졌다

263

3.05

F=121.78***

나빠진 편이다

323

2.46

별다른 차이가 없다

213

1.64

좋아진 편이다

254

1.05

매우 좋아졌다

49

0.80

정부의 코로나 대응 평가

부정적(0-4)

406

2.85

F=181.55***

중간(5)

205

2.25

긍정적(6-10)

491

1.29

주) *** p-값<0.01, ** p-값<0.05, * p-값<0.1

 

③ 권위주의 성향과 투표 선택

 

이렇게 형성된 권위주의 성향이 이번 20대선 유권자의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기 위해 통제변수들을 포함한 다변인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회귀분석 모델로는 종속변수가 이원 변수임을 고려하여 비선형 모델인 로지스틱(logistic) 모델을 사용하였다. 먼저 투표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여겨지는 통제변수들만 포함한 기본 모델을 분석한 결과, [표 5]의 모델 1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념적으로 보수일수록, 국민의힘을 지지할수록,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윤석열 후보를 선택하는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반면 호남 지역 출신과 더불어민주당 지지 집단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투표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예상과 달리 성별, 교육, 소득과 같은 사회배경 변수[8]와 영남지역 출신, 가계와 국가의 경제평가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영남 지역, 특히 부산, 울산, 경남의 지역주의 투표 경향 완화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부터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는데(강원택 2019; 정동준 2018; 정재도이재묵 2018), 이번 대선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나타난 것이다. 또한 경제 평가의 영향력은 대통령 평가와 코로나 평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9]과 코로나 위기가 주요 쟁점으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로지스틱 모델은 비선형 모델로 계수의 크기만으로는 정확한 영향력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독립변수가 1단위 증가함에 따라 종속변수가 0에서 1로 증가할 확률을 의미하는 승산비(odds ratio, 표의 괄호 안)를 구해본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변수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보인 변수는 역시 당파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으로 설문항이 구성된 당파성 변수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9.32’와 ‘0.28’의 승산비[10]를 보여 척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변수들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나타냈다. 다음으로는 이념 성향의 승산비(1.46)가 크게 나타나 이번 대선은 다른 사회배경 변수들보다도 당파성과 이념이 크게 작용한 선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관찰되고 있는 당파적 양극화 현상과 일맥상통한 것으로(길정아·하상응 2019; 정동준 2018; 장승진·서정규 2019; Dinkelberg et al. 2021; Fiorina 2017), 향후 이렇게 강한 당파적·이념적 갈등을 어떻게 봉합해가며 국정 운영을 해나갈 것인지가 차기 정부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 5] 윤석열 후보 투표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종속변수(1: 윤석열 투표, 0: 이재명 투표)

모델 1

모델 2

계수

승산비

계수

승산비

나이

0.025***

(1.03)

0.027***

(1.03)

성별(0:여성, 1:남성)

-0.057

(0.94)

-0.177

(0.84)

교육수준
(1:중졸이하, 2:고졸, 3:대학재학, 4:대학졸업이상)

0.146

(1.16)

0.142

(1.15)

소득수준(1:월200만원미만~7:700만원이상)

-0.053

(0.95)

-0.069

(0.93)

영남지역 출신(1:그렇다, 0:아니다)

-0.106

(0.90)

-0.089

(0.92)

호남지역 출신(1:그렇다, 0:아니다)

-0.988 ***

(0.37)

-0.900 ***

(0.41)

이념 성향(0: 매우 진보~10: 매우 보수)

0.376 ***

(1.46)

0.339 ***

(1.40)

국민의힘 당파성(1:그렇다, 0:아니다)

2.232 ***

(9.32)

2.130 ***

(8.41)

더불어민주당 당파성(1:그렇다, 0:아니다)

-1.274 ***

(0.28)

-1.316 ***

(0.27)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0:아주못했다~100:아주잘했다)

-0.029 ***

(0.97)

-0.026 ***

(0.97)

지난 5년 가계경제 평가
(1:매우나빠졌다~5:매우좋아졌다)

0.108

(1.11)

0.123

(1.13)

지난 5년 국가경제 평가
(1:매우나빠졌다~5:매우좋아졌다)

-0.064

(0.94)

0.023

(1.02)

정부 코로나 대응 평가
(0: 매우부정적~10:매우긍정적)

-0.104 **

(0.90)

-0.098 **

(0.91)

권위주의 성향 지수(0~5)

 

 

0.308 ***

(1.36)

보수 이념(1:그렇다, 0:아니다)

 

 

 

(0.11)

권위주의 성향 지수×보수 이념

 

 

 

 

상수항

-1.352

(0.26)

-2.205 **

(0.11)

응답자수
로그우도(Log likelihood)값

935명
-274.118

935명
-269.324

주) *** p-값<0.01, ** p-값<0.05, * p-값<0.1

 

다음으로 본 분석의 핵심 변수인 권위주의 성향 지수를 추가하여 분석하였다. 모델 2에 나타난 것과 같이 권위주의 성향 지수(표에서 굵게 표기)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계수를 보여,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응답자일수록 이재명 후보보다는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산비 역시 ‘1.36’으로 변수 간 척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당파성과 이념 성향의 뒤를 잇는 높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모델 2의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그림 2]를 보면 권위주의 성향이 증가할수록 윤석열 후보에 투표할 확률이 선형에 가깝게 우상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언급한 바와 같이 권위주의 성향 자체가 보수와 높은 상관성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전통을 중시하고 사회의 위계적 질서를 수호하는 보수의 가치가 권위주의의 개념과도 연결되기에,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유권자가 보수 후보인 윤석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서 주장하는 것 같이(Dusso 2016; Ludeke et al. 2018) 권위주의 성향이 보수 이념과 동의어이거나 그에 내포된 개념은 아니었다. 모델 2와 같이 이념과 당파성 변수를 통제한 상황에서도 권위주의 성향의 영향력이 유의미하고 높게 나온 것이다. 즉, 투표 선택에 있어 이념이나 당파성과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권위주의 성향의 영향력이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림 2] 권위주의 성향에 따른 윤석열 후보에 대한 투표 확률(95% 신뢰구간)

 

5. 결론 및 토의

 

본 연구는 20대 대선 설문조사를 통하여 한국 시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 성향의 정도를 확인하고 이러한 성향의 형성 배경 및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력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먼저 다른 비슷한 연구결과와 비교해 보아도 적지 않은 수준의 권위주의 성향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은 특히 남성, 2030의 젊은 세대, 이념적 보수와 국민의힘 지지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권위주의 성향은 위협 인식을 크게 느낄수록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 조사에서도 경제 상황과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할수록 권위주의 성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투표 선택에 대한 분석에서 권위주의 성향은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후에도 독립적이고 유의미한 영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유권자의 권위주의 성향은 윤석열 후보에 대한 투표 확률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고 그 영향력의 크기 역시 당파성과 이념 변수 다음으로 컸다. 이러한 결과는 권위주의 성향이 보수 이념과 가깝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인의 권위주의 성향에 대한 이 같은 실증적 발견에도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종속변수에서 후보자 간 권위주의 수준의 변이(variation)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권위주의 성향을 가진 유권자가 보다 권위주의적인 후보에 투표할 확률이 높을 것이기에, 어떠한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권위주의적인지가 명확해야 해당 관계에 대한 가설이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본 분석에서는 두 후보에 대한 선택만을 종속변수로 구성하여 이러한 가설을 정확히 검증하지 못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보다 권위주의적인지에 대한 별도의 분석을 수행하거나 혹은 이에 대한 응답자의 주관적 인식을 설문을 통해 물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쉽게도 전자는 본 분석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 수행하지 못했고, 후자는 관련 문항이 설문조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수행할 수 없었다. 둘째, 측정의 문제이다. 본문에서도 언급한대로 권위주의 성향 지수를 구성하기 위해 본 분석이 사용한 문항들은 기존 연구에서 정립된 문항들은 아니다. 최대한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진 권위주의의 하위 개념을 바탕으로 지수를 구성하고 그 결과 또한 여타 연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보다 나은 비교연구를 위해서는 이러한 측정의 문제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좌파 권위주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다. 권위주의 성향은 우파와 연관이 깊기는 하나 우파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진보 집단에서도 권위주의 성향이 관찰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좌파 권위주의에 대한 고려와 이를 반영한 측정과 분석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결과는 오늘의 한국 정치에 나름의 함의를 주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오늘날 권위주의의 부상에 대한 책임이 비단 정치 엘리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지하는 권위주의 성향의 시민들에게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수준으로 관찰되고 투표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본 연구 결과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여러 번의 정권교체 속에서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보다 극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당파적 지지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선 과정에서는 보다 극단적 입장을 보이는 후보들이 승리를 거듭하고 있다. 2030의 젊은 세대에서 이러한 성향이 높게 나타난 결과 또한 앞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질 수 있음을 예고해 우려를 자아낸다. 다수의 의견과 민주적 규범이 중요한 민주주의에서 국민 다수가 민주적이기보단 권위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자에 환호를 보낸다면 민주주의 체제 자체마저 담보할 수 없다. 구소련과 동유럽, 남미, 동남아 등지에서 우리는 이미 수많은 신생 민주주의의 몰락을 경험하고 있다. 위아래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의 대두 속에서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알고 경계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1] 최근에는 권위주의 성향이 비단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이른바 ‘좌파 권위주의(Left-Wing Authoritarianism)’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Conway et al. 2018; Conway and McFarland 2019; Conway et al. 2021). 하지만 이는 본 연구주제의 범위에 벗어나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도록 한다.

[2]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 3.95%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이 77.1%임을 감안할 때 매우 적은 수치라 할 수 있다. 이는 투표 설문조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투표율의 과대 응답(over-reporting) 현상(이현우·전시홍 2010; Duff et al. 2007)이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은 분석 결과의 해석에 있어서도 주의를 요한다.

[3] 결측치로 처리하지 않고 ‘0’으로 처리한 경우에도 분석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 시블리 외(Sibley et al. 2007)는 30개 중 10개의 문항을 선택하여 사용하였고, 이 열 개의 문항은 하상응과 이보미(2017)의 국내연구에서도 활용되었다. 만가넬리 라타찌 외(Manganelli Rattazzi et al. 2007) 또한 알트마이어의 설문항을 공격성·복종의 7개와 보수주의 7개 등 총 14개의 문항으로 축소하였고, 이 중 앞의 7개 문항은 2016년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도 포함되어 권순환·박상현(2021), 이보미·하상응(2018) 등의 연구에도 활용되었다.

[5] 대표적인 예로 좌파 권위주의 성향의 선구적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콘웨이와 동료들(Conway et al. 2018 등)의 경우, 기존 알트마이어 척도 중 20개 문항의 우파적 표현을 좌파적 표현으로 바꾸어 좌우 권위주의 성향을 함께 측정하였다.

[6] 자녀 양육 가치 척도는 권위주의 성향의 하위 개념들 중 하나인 ‘복종’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Ludeke et al. 2018).

[7] 선택된 5개 문항을 사용한 경우의 크론바흐 알파값은 0.56으로 8개 문항을 모두 사용했을 경우인 0.44보다 높았다. 물론 0.56이란 값도 통상적 기준에서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본 설문조사에 포함된 관련 문항들이 제한적이고, 해당 문항들이 권위주의 개념과 갖는 이론적 연관성이 충분하다 여겨져 부족하나마 이를 기반으로 지수를 구성하였다.

[8] 세대와 성별의 갈등으로 주목받았던 이번 대선이었지만 여러 세대(20세대, 2030세대, 60 이후 세대 등)와 성별 변수, 그리고 각 항의 상호작용 변수 등을 다양하게 테스트해 본 결과 대부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성별 변수의 경우, 이념, 국민의힘에 대한 당파성, 그리고 대통령 평가와 같은 변수를 추가할 경우 유의미한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 그 자체보다는 정치적 성향과 평가가 보다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투표율의 과대 응답에 따른 결과일 수 있어 추후 다른 연구 결과와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9]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이다’란 설문항에서 52.6%의 응답자가 동의(0: ‘전혀 동의 안 함’~10점: ‘매우 동의함’에서 6점 이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0] 구체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힘을 지지할 경우 윤석열 후보에 투표할 확률이 9.32배로 832% 증가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경우 같은 후보에 투표할 확률이 72% 감소함.

 


 

저자: 정동준_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비교정치와 정치과정, 정치체제 등을 강의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에서 정치학(비교정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인하대에 오기 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였다. 탈공산주의 민주화, 선거와 정당, 시민사회와 정치태도 등을 주된 관심분야로 연구하고 있다. Comparative Politics, Perspectives on Politics, Electoral Studies 등을 포함하여 다수의 국제 및 국내저널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담당 및 편집: 전주현 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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