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집권 10년차에 접어든 김정은 정권은 ‘재난’ 거버넌스를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재난 극복이라는 국제적 보건 안보 의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함으로써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집권을 정당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내부정치적 요인, 제재국면의 돌파책이라는 실용적 측면, 국민의 안전을 고민하는 ‘정상국가’로서의 대외적 인정 욕구 등 세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소통할 지점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 또한 제시할 수 있는, 즉 국가 비상국면을 돌파할 중요한 정치적 수사로써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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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김정은 정권은 내년으로 집권 10년 차에 접어든다. 현재 ‘포괄적 대북 제재’와 고질적인 ‘풍수해’에 더해 지난해 ‘코로나비루스의 세계적 확산’까지 3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과연 어떠한 미래를 꿈꾸는가? 이 같은 3중고에 맞서 김정은 정권은 ‘재난’ 거버넌스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 관찰된다. 김정은 정권은 ‘재난’ 거버넌스를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강조함으로써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2018~2019년 미국과 “핵 담판”에 나섰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김정은은 이제 재난재해와의 전투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고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코로나 청정지역” 설파는 중국, 베네수엘라 등 여타 권위주의적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체제의 ‘정상성’ 내지는 심지어 ‘우위성’을 증명하기 위한 통치 도구가 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북미회담의 좌초로 김정은 리더십이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대미 강경파에 의해 도전을 받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되면서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정권을 강화할 계기를 마련하였다. 즉, 재난 극복이라는 국제적 보건 안보 의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함으로써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집권을 정당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정상 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 특히 김정은 시대 북한이 재난위험경감을 위해 UN의 ‘지속가능한 개발(SDGs)’과 같은 국제 개발 담론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하고 제도개선과 다자기구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의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 주목 동기

 

북한이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내부정치적 요인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재난’은 선대의 비상국가 종식과 현대의 정상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 수립에 핵심적인 정책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상체제에서 ‘안보의 욕구’가 중시되었다면, 정상체제에서는 ‘안전의 욕구’가 우선시되기 마련이다. 북한은 고질적인 풍수해와 영양결핍, 전염병 창궐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재난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민심이반을 방지하고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재난 복구 및 예방책 마련을 통한 위기관리 능력 향상은 필수적이다.

 

둘째, 제재국면의 돌파책이라는 실용적 측면이다. 사실 재난 거버넌스는 북한이 외부로부터 합법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유용한 창구이다. 미국과 유럽, UN에 의한 전방위적 제재 하에서 북한이 동원할 수 있는 외부 자원이란 식량, 보건•의료, 모성 지원과 같은 인도주의적 지원과 UN SDGs와 연계된 프로젝트 참여가 유일하다. 특히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자 방역을 위해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여 대중 밀무역까지 차단한 상황에서 재난재해 복구와 예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김정은 시대 재난 예방, 대비, 대응, 복구라는 재난위험경감 영역은 다자적 협력 공간에서 북한의 국제사회의 참여가 독려되는 유일한 부문으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 역시 제공한다.

 

셋째, 대외적 인정 욕구이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고민함으로써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이미지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2020.10.10.) 연설에서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와 “혹심한 자연피해” 그리고 “코로나비루스로 인한 비상방역”의 3중고를 겪은 북한 인민들과 군대에 대한 감사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였다. 특히 연설 중에 보인 김정은 위원장의 눈물과 자성의 리더십은 全지구적 보건•안보 위기에서 나타난 권위주의의 심화 경향과 대비되며 신선한 충격으로 비추어졌다. 또한 올해 초 노동당 8차 당대회(2021.1.5.-12)에서 김정은은 대내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표방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정상국가로서 정당성과 안정성 확립에 더욱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의 차별성

 

이처럼 재난은 김정은이 국내외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다잡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이 점을 통치에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첫번째 징후는 북한 내부에서 나타난 재난대비 및 복구 정책의 변화에서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매체에서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이슈에 대한 해외 뉴스들을 보도하고 재생에너지, 환경보호 등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노력에 할애하는 지면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다음과 같은 정책의 변화로 이어졌다.

 

김정은 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북한은 ‘태풍 예경보’ 시스템을 재편하고(2012) 국가계획위원회 산하 ‘재난관리국’을 설치하여(2013)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에 국가적 차원의 비상조치를 발동했고, ‘국가비상재해대책위원회’(2014 신설)의 지휘 아래 재난대응 거버넌스를 확립하였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76호에 따라, 기존에 산재해 있던 재난위험관리 관련 법제를 통합하는 ‘재해방지 및 구조•복구법’(2017년 개정)을 제정했고 이에 근거해, 2014년 11월 30일 상시적 차원의 국가 재난위험관리 기구인 국가비상재해대책위원회(SCDEM)를 만들었다. 재해예방과 복구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국가비상재해대책위원회는 재난위험관리 및 재난위험준비, 초기 복구와 재난관리를 위한 과학기술적 기초 공고화 전략을 확립하고 북한 실정에 부합하는 재난위험평가 및 재난복구기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였다. 또한 재난 대응체계를 부문별(가령, 식량안보는 농업성, 임업성, 어업성, 국토환경보호성)과 지역별(시•군 인민위원회 산하 대응체계)로 이원화하여 재난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하였다. 아울러 국가적 재난 거버넌스에서 지역 단위 조선적십자회가 지방정부와 협력하여 재난 대응, 예방, 대비에 참여하는 형태를 갖추었다. 이처럼 김정은 시대 북한이 재난에 대한 단기 대응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개혁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나은 재건과 예방을 지향하는 것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도 부합한다.

 

김정은이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를 통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또다른 징후는 재난위험경감을 위해 다자주의적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데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2016년 8월 29-31일 함경북도 수해지역에서 보인 김정은 정권이 보인 대응은 북한의 변화된 재난 거버넌스 및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함경북도 회령시,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무산군, 경흥군 6개 지역에서 138명의 사망자, 400여명의 실종자, 6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이에 김정은 정권은 ‘북부피해복구전선’, ‘북부전역’ 등의 이름 아래, 2016년 제7차 당대회 직전 국가적, 사회적, 인민적 역량을 ‘재해복구’라는 새로운 전투에 집중시켰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재난위험관리의 국제 규범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 정권은 이전처럼 피해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사실을 은폐하지 않고 오히려 유엔 기구 및 스위스 개발협력청의 수해 지원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였다. 나아가 UN 북한 상주조정관의 긴급호소로 이루어진 UN 북한 재난구호 프로그램은 ‘제2차 UN국가전략프레임워크’(UNSF 2017-2021)의 큰 틀에서 이루어졌다.

 

2010년 김정은 후계체제의 북한은 유엔 ‘북한인도주의지원팀’(UNCT)과 함께 ‘제1차 UN국가전략프레임워크(UNSF 2011~2015)’를 수립하고 ‘사회발전,’ ‘지식과 개발관리를 위한 파트너십,’ ‘영양개선,’ ‘기후변화와 환경’을 우선과제로 설정했다. 당시 UN은 2011~2012년 심각한 풍수해를 입은 북한에 지원을 확대하였으나 원조배분 및 모니터링을 위한 유엔기구의 북한 내 활동에 비협조적인 북한 당국으로 말미암아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연이은 핵실험으로 인한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UN 등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였다. 2014년 ‘재해방지 및 구조복구법’의 제•개정 이후 강화된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 따라, ‘국가재난위험경감전략(2019-2030)’, ‘국가환경보호전략(2019-2030)’ 수립,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탄소배출감축 목표 이행을 위한 산림녹화계획(2015-2024)’ 추진 등을 통해 김정은 정권이 국제 규범에 부합하게 재난위험경감 정책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관찰되었다. 2015년 가을 북한은 UN이 제시한 SDGs 이행을 위한 새로운 UNSF 초안을 마련하였고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는 5개년 국가경제발전전략에 SDGs 이행 계획을 반영하였다. 외무성 국가조정위원회(NCC)와 주요 관련부처의 의견을 수렴하여 2016년 완성된 2차 UNSF(2017-2021)을 기반으로 북한 당국과 UNCT 간 글로벌 파트너십과 조정체제가 수립됨으로써, 북한 SDGs이행을 위한 제반 활동과 UN의 인도적 지원체계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틀 안에서 2016년 풍수해 당시 김정은 정권은 2차 UNSF에서 수립된 4가지 전략 목표(‘식량 및 영양안보’, ‘사회개발서비스’, ‘복원력과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개발관리’) 아래 영양 및 식량안보, 건강, 모자 보건, 물 위생과 교육, 살림집 복구건설의 6가지 영역에서 재난복구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서 국제사회와의 다자협력 강화는 지역 차원의 실제 구호활동에서도 큰 빛을 발했다. 이미 2010년 보고서에서 지역 커뮤니티 차원의 재난대응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국제적십자연맹(IFRC)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태풍 ‘링링’ 구호과정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와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난대응 및 복구과정에서 ‘커뮤니티 관여 및 책임성 제고’가 구현되었다. 또한 국제적십자연맹은 태풍 ‘링링’에 대한 구호지원 사업과 연동된 2019년 9월 23일 용강군 모니터링 과정에서 2015년의 조기 경보 훈련이 태풍 ‘링링’ 재난시 지역주민들이 재난에 대비하며 경보 메시지를 받고 행동방침을 취하는 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처럼 재난 구호지원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상호작용과 국가적 재난 거버넌스 향상 노력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재난위험경감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2020년, 2021년에 봄철, 가을철 국토관리사업 차원에서 사전에 재해방지대책에 힘을 쏟는 사회적 분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재난 거버넌스 부문에서 UN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한편, 북한은 2019년에는 녹색기후기금(GCF)에 기후변화 적응, 완화에 대한 ‘준비 지원’에 대한 사업계획을 내는 등 국제사회에 자국의 기술적, 금융적 지원에 대한 권리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재난위기경감 부문에서 보이는 적극적인 행보로부터 북한이 비단 재난위험경감 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영역에서 보편적 기준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국제 사회에 참여할 것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2016년 수해 복구 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는 북한의 정치 서사에도 변화를 야기하였다. 2016년 ‘북부전역’의 재난복구 경험은 이후에도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의 표본으로 지속적으로 소환되었다. 가령, 수해로부터 60여 일이 지난 10월 8일 『로동신문』의 정론은 재난위험관리를 김정은의 ‘인민사랑’으로 부각하며 김정은 정권을 정당화하였다. 이 같은 ‘인민’의 강조는 2019년 ‘우리 국가제일주의’ 구호 아래 ‘인민대중제일주의’가 주요 구성요소로 등장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차별점으로 부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가 원군 사업을 강조했다면, 김정은 시대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는 재난재해 복구 사업을 통해 군의 ‘원민’ 사업을 통한 군민 혼연일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확연히 구별된다. 더욱이 재난위험경감의 국가적 노력을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정당화하는 정권 차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인식 제고 노력이 나타난 것과 함께, 당ㆍ정이 직접 현장에 달려가 신속한 초기 대응 전략 및 실천을 지도, 관리하는 형태가 2020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확산으로 가중된 자연재해 비상국면에서 더욱 가시화되었다.

 

2020년 수해위기에서 김정은 정권은 재해지역 현지에서 당 정무국 회의를 이어가는 등 파격적인 당, 정 연속회의 및 지역 대응체계 구축 노력을 보였다. 2016년 태풍 ‘라이언록’ 복구과정에서 당대회 직후 200일 전투에 동원된 인민군대, 돌격대를 재해지역에 급파해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 명제를 강조한 것이나, 2020년 수해 지역들의 복구재건에 최고지도자의 서한을 통해 1만 2천명의 ‘수도당원사단’을 파견하고 재해복구를 주타격방향으로 설정한 ‘80일 전투’를 토대로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개최한 것은 김정은 정권에서 재난 거버넌스가 국가적 정체성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를 반증한다. 이 같은 국내정치적 변화는‘인민대중제일주의’가 사실상 김정은 권력승계를 정당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김정일 정권이 핵무력 완성을 위해 선군정치를 추구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김정은 정권이 2017년 연말 ‘국가핵무력 완성’을 전제로 2018년 4월 ‘경제건설총력집중’의 새로운 노선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김정은 시대 북한 재난위험경감 거버넌스에서 나타나는 인식의 전환과 정책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내년이면 집권 10년을 맞이하는 김정은 정권은 선대와는 또 다른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다름 아닌 북한 그 자신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관행적으로 주어진 자연환경을 고갈시키는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해왔다. 가령, 땔감을 위해 나무를 베고 주요 지하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산과 땅을 파헤쳤다. 그 결과, 취약해진 지반이 폭우를 이기지 못하고 산사태를 일으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고, 도로가 유실되어 복구가 어려워지자 고립된 수해 지역의 피해는 증가하였다. 수해 복구가 늦어질수록 오염된 상하수도로 인해 전염병이 창궐하지만 부족한 의약품과 식량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확산되었다. 이 같은 재난의 악순환은 북한에서 매년 계속되어왔으므로 전혀 새로운 바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김정은 집권기부터 재난위험경감과 관련된 북한의 대응체계, 정치적 수사가 달라졌다. 단순히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적극적으로 소개, 정책에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향후 대북정책 수립에 의미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재난이 국가안보 문제로 격상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에서 재난 거버넌스가 풍수해와 감염병, 제재라는 국가 비상국면을 돌파할 중요한 정치적 수사의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시 상황에 준하는 재난의 발생은 ‘정상국가화’라는 김정은 정권의 통치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자원을 효과적으로 총동원할 수 있는 훌륭한 명분을 제공하였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은 선대의 ‘선군정치’를 대체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중요한 통치 원칙으로 제시하며 군수물자 중심의 중공업에서 민수용 경공업을 강조하고, 살림집과 상하수도 개선 작업을 서두르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재난위험경감이라는 인류 보편적 목표 설정 아래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와 소통할 지점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우리는 김정은 정권을 자연스럽게 고립과 은둔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할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국제사회에서 SDGs의 보편적 규범 하에 자국의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재난’이 최근 북한의 정치 수사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김정은 정권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 것인지 국제사회의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 

 


 

조은정_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지역통합을 통한 핵비확산과 평화체제 구상에 주안점을 두어 연구 중이다. 주요 논저로 “인도태평양에서 영국, 프랑스의 군사적 관여: 현황과 시사점(2021),”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결정(4.13): 주요 쟁점과 한국의 대응 전략(2021)”, “Nation branding for survival in North Korea: The Arirang Festival and nuclear weapons tests(2017)”, “북한과 국제정치(2018)”, “국제안보 개념의 21세기적 변용(2017)”, “원자력 협력은 핵확산을 부추기는가?: 미국양자원자력협정의 국제 핵 통제적 성격(2016)”, “핵•미사일 체제의 ‘구조적 공백’과 북한의 핵•미사일 동맹 네트워크(2014)”, “EURATOM: Bridging ‘Rapprochement’ and ‘Radiance’ of France in the Post-war(2013)” 외 다수가 있다.

 

김태경_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대학교에서 전후 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형성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북한대학원대학교 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터 연구교수로 활동하였다. 최근 논문으로는 “1950년대 북한의 ‘평화공존의 마음들’: 소련 ‘평화공존’ 노선의 수용과 북한의 군비축소담론”, “1950년대 북한의 독일 국가연합 통일방안 수용과 한반도 평화공존의 상상”, “The Making of the ‘Reader-People’ in the 1950–1960s North Korean Socialist Literature”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 민지윤 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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