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 9월 북한은 9월 한 달 새 미사일 시험발사를 4번이나 실시하며 신형 순항 미사일 및 철도기동미사일로 설정된 표적을 명중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보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북한은 핵 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되는 가운데 주변 강대국들의 군사위협과 군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남측에 북한 도발에 대한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을 버릴 것을 요구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해결의 실마리는 남측의 적대정책 철회 등 남측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55일 만에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은 국면전환이 될 수는 있지만 남북의 태도의 차이로 인해 향후 남북관계 회복의 길은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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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첨단 신종 군비 증강을 시사했다. 주권국가의 최우선적 권리인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강화하겠다며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공업발전 전략목표 관철을 주문했을 때만 해도 용어조차 생소해서 선군 정치 체제의 협박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9월 들어 사단이 나기 시작했다. 9월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과 12일 양일간 사전에 설계된 타원 및 8자형 비행 궤적에 따라 신형 순항 미사일이 약 7,580초(약 126분)간 비행하여 약 1,500㎞ 계선(경계를 나타내는 선)에 설치된 표적을 명중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그간 개발해온 순항 미사일들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날아간 게 된다. 또한 거리상 일본 전역이 이번 순항미사일의 타격권 안이다.

 

그러더니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에는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철도기동미사일체계 운영규범과 행동순차에 따라 신속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화력임무에 따라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발사의 플랫폼을 다양화하다보니 열차까지 등장한 것이다. 북한은 그간 궤도형, 차륜형 이동식 발사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전날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쏜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2발은 열차에서 발사했다. 옛 소련에서 이용한 발사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도미사일은 열차뿐 아니라 선박에 탑재한 수직발사대에서도 발사할 수 있다. 북한 매체는 올해 철도기동미사일 연대를 창설했고, 앞으로 이를 여단급 부대로 확대 개편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체계는 옛 소련에서 개발해 운용했던 체계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체계는 구 소련이 철도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서 동시다발적 미사일 공격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무거운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싣고 운반할 수 있고, 터널 엄폐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군으로서는 미사일 기지와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에 이어 열차 발사까지 대비해야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늘어났다.

 

또한 28일에는 특이한 미사일을 선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이 28일 오전 자강도 용림군 도양리에서 화성-8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소개했다. 극초음속은 마하 5(시속 약 612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을 뜻한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오징어와 비슷한 모양의 탄두부가 달린 검은색 탄도미사일이 날아오르고 있다.

 

북한은 9월 한 달 새 미사일 시험발사를 4번이나 실시하며 '강온양면 전략'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사일 발사 현장에는 출현하지 않았지만 한동안 내치에 집중하면서 대외 메시지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에게 맡겼던 김 위원장은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대남•대미관계 구상을 밝혔다. 노동신문은 9월의 마지막 날 김 위원장이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 투쟁방향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시정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우선 남북관계를 풀고 북미대화는 뒤로 미루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먼저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남측에 북한 도발에 대한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을 버릴 것을 요구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전망은 남측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남북관계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단 10월 초부터 단절된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한반도 워치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청와대의 희망인 화상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추어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다. 이어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자화자찬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불가역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차기에 여당은 물론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4•27 합의는 물론 평양공동선언 및 9•19 남북 군사합의가 지속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한미동맹의 균열과 한중 밀착여부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귀국길에 기내에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 종전선언이 체결된 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려할 필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여정은 지난 8월 10일 담화에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용도 폐기' 됐던 종전선언의 개념을 다시 화두로 꺼낸 것은 다분히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남북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을 명분 삼아 국제사회를 움직여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최종 목적지는 정상회담이다. 종전선언은 귀납적으로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존재 근거를 약화한다.

 

남북이 55일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했지만 향후 남북관계 방향에 대해선 '동상이몽'이다. 통신연락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를 논의하자고 화답한 남측과 달리, 북측은 여전히 적대정책 철회 등의 '중대과제'를 남측이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한동안 끊겼던 남북 채널이 김정은의 의지에 따라 재가동되면서 관계 복원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남북이 서로 다른 지점에 좌표를 찍고 있는 만큼 향후 갈 길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북측의 요구를 남측이 수용하기 쉽지 않다. 정의용 장관도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대북 적대정책 철회 등을 요구한 데 대해 일방적 주장으로, 한국과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가을이 깊어가지만 남북관계가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쉽지 않다. 한동안 조용하던 북한이 다시 남측과의 소통 채널을 연 것은 정세의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행보다. 북한이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와 민생이 악화한 상황의 반전을 꾀하고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우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북한의 만조 전략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간조 전략으로 후퇴할 것이다.

 


 

저자: 남성욱_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겸 행정전문대학원장이며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미국 미주리주립대(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에서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방송공사(KBS) 북한문제 해설위원이다. 그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2008-2012) 및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2012-2013) 등 학계, 정부 등의 기관에서 이론적이고 실용적인 경험을 가진 동아시아 전문가이다. 또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2014-2019)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2017-2019)으로서 활동한 바 있다.

 


 

담당 및 편집: 민지윤 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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