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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NK 논평] 통신선 복원과 연합훈련: 북한 전술 읽기

  • 2021-09-10
  • 박원곤

ISBN  979-11-6617-218-2 95340

[편집자 주]

본 논평에서 박원곤 교수는 지난 7월 통신선 복원을 두고 대남정책 노선을 남북경색에서 벗어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석한다. 북한의 통신선 복원은 한미 연합훈련 형행화, 북한의 핵개발 정당화 등 명분 구축 등을 위한 것으로, 결국 ‘공세’라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대한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협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미연합훈련 후 북한이 이를 비난하며 1년여만에 복원되었던 남북통신 연락선을 단절한 결과적인 행동은 저자의 의견을 설득력있게 뒷받침해준다.

 


 

북한이 지난 7월 27일 통신선 복원으로 시작한 대남 행보는 사실상 ‘공세’임이 확인된다. 남북은 7월 27일 통신선 복원을 동시에 발표하면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도 천명하였다. 특히 남북이 지난 4월부터 관계 회복을 논의한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져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임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27일 발표 때부터 북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8월 한미 연합훈련을 바로 앞두고 북한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가 27일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4일 후인 8월 1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하였다. 이후 한미가 축소된 형태지만 연합훈련 시행을 밝히자 10일 김여정의 담화, 1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통해 “배신적인 처사”이자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손으로 날려”보냈다는 거친 비판이 제기되었다. 본 고는 북한이 시작한 통신선 복원 제안과 연이은 연합훈련 문제 제기에 대한 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북한의 대남 노선

 

7월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이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북한이 대남정책 노선을 남북 경색에서 벗어나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해석이 제기되었다. 북한이 노선을 변경한 이유로는 코로나19, 대북 제재, 자연재해 등 삼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은 김정은 스스로가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 8기 3차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라면서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한국 정부로부터 식량•방역 지원을 얻는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는 제재 수위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 노선을 변경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북한이 유일 지도체제 국가로서 최고 지도자의 결정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한도의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하려 한다. 대남정책의 경우 작년 6월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규정한 이래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기존 대남 강경 노선이 유지되었다.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북남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며 통일이라는 꿈은 더 아득히 멀어졌다”라고 현 남북관계를 진단하였다.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조건으로 “첨단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를 명확히 요구하면서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관계가 설정될 것임을 천명하였다. 이후 코로나 확산을 우려하여 극한의 봉쇄를 유지하는 북한이 매우 이례적으로 매달 대규모 대회와 회의를 개최하였지만, 대남정책을 전환하려는 ‘노선 투쟁’은 없었다. 따라서 7월 27일 발표를 북한이 대남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다.

 

북한이 남한을 통해 경제 어려움 타파에 나서려고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크지 않다. 북한은 8차 당대회 이래 지금까지 각종 대회와 회의에서 ‘자력갱생’과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를 격파하는‘사상투쟁’의 두 가지 화두를 던진다.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자력갱생전략을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 증대, 내적동력 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 건설에서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정치노선”으로 재차 규정하였다. 더불어 사상투쟁을 강조하면서 “학습을 강화하며 혁명적규률을 철저히 세울 것”을 지시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2019년 12월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현 정세와 혁명 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면돌파전을 벌일데 대한 혁명적 노선”(약칭 ‘정면돌파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선언하면서 “우리의 전진을 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 이것이 전체 인민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 구호”라고 천명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은 작년 12월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배격법)”을 제정한 이래 역시 8차 당대회에서 “혁명적인 우리 식의 생활양식을 확립하고 비사회주의적요소들을 철저히 극복”할 것을 김정은이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거의 모든 회의에서 같은 언급이 반복되었다. 예를 들어 6월 개최된 당 중앙위 8기 3차 전원회의에서도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공세적으로 실속있게 전개”할 것을 강조하였다. 배격법은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온 영상•사진•서적을 유통하면 최대 사형에 처하고 이를 이용하면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한다. 또한 한국식 말투를 쓰거나 노래 창법을 쓰는 것도 금지한다. 사회주의 애국 청년동맹 대회에서 김정은 “외국 머리 모양새, 옷차림, 말투 등을 독약”으로 지칭한 바 있다.

 

이외에도 김정은은 작년에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고, 1월 8차 당대회에서 한국이 제시하는“방역협력, 인도주의적 협력, 개별관광”을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평가 절하 하였다. 이런 상황이므로 북한이 남한과 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도 북한이 남한은 물론 외부와 본격적인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저해한다. 북한은 작년 1월 24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이래 2021년 8월 말 현재까지 국경을 철저히 봉쇄 중이다. 새로 임명된 주북 주중대사와 교체된 주중 북한 대사도 평양에 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북한은 지난 6월 당 중앙위 8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직접 “비상 방역 상황의 장기화로 인민들의 식의주를 보장하기 위한 투쟁의 장기화”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지도기관들이 비상 방역이라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 그에 맞게 경제사업을 치밀하게 조직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외부를 여전히 통제하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최대한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 교류를 위한 조치를 추진한 바 있다. 북한은 6월 말 개최된 당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킨데 대하여서와 그로 하여 초래된 엄중한 후과”를 지적한 바 있다. 국정원은 중대사건을 “신의주 인근 의주비행장에 새로 설치한 코로나19 방역용 소독시설 가동 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 물자의 공급 지연, 관리실태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북한이 일부 제한된 교류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정상적 경제 활동은 코로나19가 사실상 극복된 후에나 가능할 것이므로 한국과 교류 협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추가 근거는 북한이 7월 27일 통신선 복원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북한 주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후 10일과 11일 연합훈련에 대한 거친 비판을 담은 담화는 북한 내부 매체에 담겼다. 대남 강경 노선에 대한 전환이 없었으므로 북한 주민에게 27일 소식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의도

 

북한이 대남 노선을 전환하지 않았다면 북한의 행위는 다음과 같은 의도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한미 연합훈련 형해화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이 통신선 복원을 먼저 제의하였다. 문제는 27일이라는 시점이 사실상 한미연합훈련을 조정하기 매우 어려운 시기라는 것이다. 7월 말부터 이미 훈련에 참여하는 미측 요원이 입국하기 시작하였고, 8월 초 주한미군사령관과 한국 합참의장이 총괄하는 ‘세미나’를 통해 훈련 목표, 시나리오 등을 최종 점검한다. 10일부터는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연중 내내 동맹국과 연합훈련을 시행하고, 모병제인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최소 3개월 혹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연합훈련을 준비한다. 훈련이 보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조정되면 제대로 된 훈련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결국 한미연합훈련은 10월 1일 김여정의 요구 이후 더욱 축소되었다.

 

둘째, 북한식 명분 쌓기이다. 북한도 한미가 연합훈련을 취소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통신선 복원이라는 선의의 제안을 했음에도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인 연합훈련을 강행했으므로 이후 모든 북한의 행동은 정당화된다는 논리로 명분을 마련했다. 김여정과 김영철이 발표한 10일과 11일 담화는 모두 유사한 논리 구조를 보인다.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로 인하여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강화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라고 밝힌다. 김영철도 남측에 “선택의 기회를 주었”는데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하였다며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다”고 겁박한다. 도발 명분을 축적하는 언사이다.

 

북한의 명분 쌓기는 중국용이기도 하다. 중국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도발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특히 북한이 지속하는 미사일 발사 시험의 경우 미국이 사실상 중국 견제를 포함한 미사일(방어)망 구축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중국도 꺼린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북한과 밀착 행보를 보인다.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월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현재의 형세하에서 건설성을 결여했다”고 비판하고 “대북제재 완화”도 요구한 바 있다. 중국은 연합훈련과 북한 미사일•핵실험을 유예하는 쌍중단과 대북제재 해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인 쌍궤병행을 소환 중이다. 북한은 중국을 향해서도 같은 논리로 대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의 조처를 하였으나, 중국도 반대하는 연합훈련이 강행되었으므로 자위를 위한 도발은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셋째, 한미 간 이견을 극대화한다. 미국은 연합훈련을 중시한다. 지난 7월 2일 취임한 폴 라카메라 주한 미 사령관은 “정기적 훈련은 연합 방위 태세 구축에 필수적”이라면서 연기 주장에 난색을 표명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 합의 문제와도 연계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새로운 요구를 강압하며 핵 합의 복구를 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만 유화책을 펼치면 국내정치적 어려움을 안게 된다. 결정적으로 연합훈련을 취소하더라도 북한이 핵 협상장에 복귀할 것이라는 아무런 보장이 없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특정 조건을 내걸고 대화에 나서는 행태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한 상태에서 중국이 훈련 중지를 요구하는 것도 부담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김여정의 1일 담화 이후 훈련이 사실상 시작되었음에도 조정을 추진하였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 개발을 정당화한다. 핵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10일 김여정의 담화는 “국가방위력 증대의 정당성,”“외부위협 견제를 위한 힘,” 북한이 핵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절대적인 억제력” 등을 통해 핵 보유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천명한다. 더욱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북한 비핵화 협상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여정은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향후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요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 경우 한미가 동의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대신 북한은 핵 보유를 인정하고 핵 군축 협상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통신선 복원으로 시작한 북한의 대남 행보는‘공세’임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대남 노선을 변경했다는 정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공세를 통해서 연합훈련 형해화, 한미 갈등, 남남 갈등, 명분 쌓기 등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한과 중국이 합심하여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데 한국이 아닌 미국이 나서서 훈련이 소멸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계획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번과 같이 북한의 압박에 따라 마지막 순간에 축소한다면 의미 있는 훈련이 되기 어렵다. 더불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복귀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훈련을 조정하는 것은 대북 협상력을 스스로 낮추는 행위이다. 무엇보다도 한미 연합훈련은 대북 대비태세 유지를 위한 것이다. 한미가 대비태세를 강화하여 북한 핵의 유용성을 낮출수록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커진다.■

 


 

 박원곤_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한국국방연구원에서18년간 한미동맹과 북한을 연구하였다. 한동대 국제지역학(International Studies) 교수로 재직하였다.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미동맹, 북한 외교 및 군사, 동북아 국제관계(사)이다.

 


 

■ 담당 및 편집 : 민지윤 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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