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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워킹페이퍼] 2022 EAI 신정부 외교정책 제언 시리즈 ②_대미정책: 포괄적 한미동맹을 위한 신정부의 과제

  • 2021-09-08
  • 전재성

ISBN  979-11-6617-215-1 95340

[편집자 주]

본 워킹페이퍼에서 전재성 교수는 2022년 출범하는 신정부는 미국 조 바이든 정부와 보다 넓은 분야에서 동맹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향후 한미관계 설계 시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 대전략이 장기적인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지속가능한지,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지역과 지구 차원의 거버넌스에 대한 명확한 입장, 미중 전략경쟁에서 가치와 별도로 국익에 대한 계산 하에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입장 표명, 그리고 실리적 관점에서의 한미 기술협력의 구체적인 방안 추구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간 협력의 과제를 차기 정부가 직면할 정책 과제로 설명합니다.

 


 

대미국 3대 정책 과제

 

1. 신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가치와 이익의 체계를 명확히 수립하고 미중 양국에 대한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국제질서의 미래에 대해 가치와 원칙, 이익을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스스로 시민사회의 합의에 의해 추구하는 독자적인 가치와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중 간 협력 분야에서 더욱 협력을 촉진하고, 대결 분야에서 현상유지와 한반도의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경쟁 분야에서 원칙에 기초한 경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2. 신정부는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연대에 참여하고 쿼드에 최대한 이슈별 참여를 추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쿼드 참여를 추진해야 한다. 쿼드가 한국이 추구하는 지역비전에 부합하고 중국이라는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및 쿼드와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실익을 확보해야 한다.

 

3. 신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력 촉진은 물론 향후 북한의 경제발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한미 간 광범위하고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외교정책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의 우선 순위를 높게 유지하며 북한 비핵화의 과정이 미중 협력 분야로 안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I. 서론

 

2022년에 등장하게 될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와 넓은 영역에 걸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70년에 달하는 동맹 관계 속에서 한미 양국은 많은 성과를 이루었고 시련도 거쳤다.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한미 양국이 미래에 가치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함께 할 수 있는가의 비전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유하는 광범위한 이슈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이후의 협력 전망에 대해 규정력이 크기도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합의의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가야 할지 한국의 신정부는 많은 선택에 부딪힐 것이다. 단기적인 현안뿐 아니라 미래 아시아와 세계 차원의 국제질서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한미 양국의 협력 방향은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쟁 관계를 심화하는 흐름 속에서, 미국의 대중 전략, 인도 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지역 전략 간 관계는 한국의 중장기 운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이슈가 될 것이다.

 

II. 바이든 정부의 외교 대전략과 한미관계의 환경 변화

 

2021년 한국의 외교환경 변화의 큰 요인은 미국 행정부의 변화였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코로나 사태, 경제문제는 물론 중국 전략, 공급망 전략, 북핵 전략 등 주요 전략에 대한 발 빠른 검토를 거쳐 쿼드 국가들과 정상회담, 한국, 일본과 정상회담, G7, 나토 국가들과 정상회담 등 활발한 외교를 펼쳐갔다.

 

바이든 정부 1년 차의 변화가 중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으로 교체되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미국 외교 대전략의 큰 방향이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이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 그리고 다자주의보다 일방주의 외교전략에 의해 증진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다자주의와 동맹에 기초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복원이 미국 패권의 유지와 개선에 불가결하다고 전제하고 빠른 정책 기조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1년 차 변화를 생각해 볼 때, 2022년부터 바이든 정부의 외교전략은 기본 방향 설정에 이어 더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책들로 구체화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재원과 국내적 합의가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가에 따라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경쟁 및 견제정책은 미국의 극단적 정치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있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은 우선 중장기 차원의 패권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대국 간 세력균형에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인 단극체제의 성격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스스로 세계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의도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 역시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에 기대를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외교 대전략은 향후 수년간 한국의 외교환경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단 한미 양자 관계뿐 아니라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 태평양 지역 전략, 그리고 지구적 차원의 전략 차원에서 큰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사태의 해결과 미국 패권의 기초가 되는 경제력의 회복, 특히 중산층의 재건을 중시하고 있지만 향후 패권적 기초를 다지기 위한 장기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1991년부터 30년간의 단극체제 기간 중에 9·11 사태, 경제위기, 코로나 사태 등 3대 위기를 겪으면서 효율적인 패권 유지와 변화되는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제공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극체제에 반대하는 비서구 국가들, 테러집단 등 많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패권의 기초였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미국과 자본주의 동맹들에 큰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효과적인 다자주의 대응을 방해했고 결국 미국 스스로가 최대의 피해국이 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첫해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 그리고 나토와 유럽연합, G7 등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지구적 리더십 연대를 확고히 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 혼자 패권을 유지하기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은 가치와 규범에 기초하여 지속가능한 리더십 연대를 만들고 기후환경, 팬데믹, 신기술 등의 새로운 전선에서 리더십과 우위를 확보하고자 한다.

 

미국이 다자주의와 동맹, 인권 및 민주주의 규범을 토대로 패권적 리더십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핵심적인 전략은 중국에 대한 견제이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장기적이고 강대한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협력의 패러다임에서 경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협력과 경쟁, 대결이라는 대중 전략의 3대 노선을 표명하고 있지만, 경쟁이 압도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지구 환경의 보존 및 팬데믹 방지, 핵 비확산과 같이 미중 양국의 실존적 문제에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결국 경쟁적 공존으로 미중 관계가 설정될 것은 분명하다. 경쟁이 파국과 대결로 가는 것은 미중 양국 모두 원하는 바가 아니므로 단기간 내에 군사적 충돌과 같은 파국의 국면이 형성되지는 않겠지만 분야별 치열한 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패권적 연대의 수립이 인권과 민주주의,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의 축 위에 서 있는 한, 중국은 여러 분야에서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은 미국을 대체하는 권위주의 모델과 보건 공공재 제공, 그리고 경제적 영향력 확대 및 영토분쟁 등의 정책을 추진하여 중국의 힘을 증명하는 것과 동시에 많은 국가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중국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인도 등과 영토분쟁을 겪으면서 일본, 인도, 동남아 국가들과 사이가 벌어졌고 홍콩, 신장 인권 문제 등을 통해 유럽 국가들 및 민주주의 국제사회와도 긴장 관계가 조성되었다. 코로나 사태를 전후로 한 2~3년간의 사태 변화 속에서 바이든 정부는 인도 태평양 지역과 지구적 차원에서 반중 연대를 결성할 호기를 맞이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중국 견제 노선의 기초를 닦고 있다.

 

미국의 패권 약화와 미중 경쟁은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이다. 미국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약화, 보건, 의약,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취약한 공급망 의존, 신기술 분야에서 부분적 취약성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 단극체제하에서 미국은 시장의 효율성 논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하였지만, 점차 중국은 물론 많은 국가에 비해 뒤처진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의 전략경쟁은 미국의 국력 강화에 효율적인 자극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패권 쇠퇴의 논란에 휩싸인 바가 있지만, 현재까지 패권을 유지해왔고 현재의 미중 경쟁 역시 미국 패권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을 추구한다.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해 동맹국들의 도움을 유인하고 미국 정부의 개입 하에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며 금융 패권을 유지하고 신기술 분야의 리더십을 유지,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외교전략은 2020년대 미국 국력의 강화, 동맹과 연대 강화, 민주주의에 기반한 지구적 연대 강화로 지속될 것이고, 이후 중국과의 전략경쟁의 승패가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많은 국가가 미국의 소위 ‘재건 전략’(Build Back Better)에 협조, 편승하여 자국의 이익을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국의 재건 전략을 ‘지구 거버넌스의 재건 전략’(Build Back Better World: B3W)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맹국들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 인프라 지원, 군사 협력망 강화, 신기술 공동 개발, 보건, 환경 등 지구적 문제 협력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참여국들에 협력의 유인이 될 것이다. 2021년 6월 미국 민주, 공화 양당은 초당적 합의하에 전략적 경쟁법안을 통과시켜 2천억 달러에 이르는 정부의 경제강화책에 찬성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경쟁력 강화 전략이 과연 성공적일지에 따라 미국이 지구적 개입과 관여를 유지할 국내적 합의를 만들어낼지가 결정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코로나 사태 해결 및 중산층 부활에 성공하여 성공적인 1기 임기를 이끌어나간다면 이는 한국에게도 예측 가능한 외교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복원이 여의치 않고 중국의 도전을 막을 수 있는 외교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바이든 정부의 입지는 다시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2021년 바이든 정부가 행한 동맹, 파트너, 국제사회로부터 얻은 지지는 미국 국내에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의 지구적 개입이 고립주의적 일방주의보다 미국에도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한국이 2022년부터 한미관계를 설계해나갈 때 바이든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 대전략이 장기적인 역사적 흐름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지속가능한지,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III.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국가 이익

 

한국의 차기 행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인 외교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목표를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외교전략의 목표를 생각해보면 첫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명확한 지지와 강조를 들 수 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경제질서하에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그리고 문화강대국의 위상을 확보했다. 변화하는 21세기 국제질서에서 국제정치는 비단 힘의 배분뿐 아니라 정체성과 규범의 배분에 의해 규정될 만큼 크게 변화되었다. 강대국 정치가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중견국 및 제3세력의 목소리와 힘이 세진 것이다. 국제제도 및 국제기구, 비국가 행위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고, 물리적 힘과 구별되는 규범재정력이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는 정도가 커진 것이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설자이자 유지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도 다자주의 질서를 이끄는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상황에서 향후 자유주의, 다자주의 국제질서를 이끌어가는 것은 비단 강대국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은 단기적인 국가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넘어 한국에 유리한 국제질서를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는 제도적, 구조적, 규범적 힘을 발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개방되고 다자주의 규범에 기초한 국제 경제 질서하에서 활발한 대외 경제활동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추구하는 다자주의, 자유주의 국제 경제 질서와 상당 부분 공유하는 이익이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이념이 아무래도 강대국의 이념이자 패권적 함의를 하고 있다면 한국이 전망하는 자유주의 질서는 강대국과 약소국을 연결하며 중견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다른 관점의 이념과 가치이다. 한미 간 적절한 가치와 규범 증진의 역할 분담,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다른 축은 전쟁의 방지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이며 한국은 이러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은 2021년 다양한 외교활동을 통해 군사적 현상 유지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 위기 안정성의 제고와 전략적 소통의 강화를 주장해왔다.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등 소위 아시아의 분쟁 지역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군사적 현상 유지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유지, 발전시킴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고 인도 태평양 지역의 군사 안보적 안정성을 도모하는데 큰 국가적 이익을 두고 있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의 기본 입장 설정이 중요하다. 한국은 미중 전략 동맹 속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남북 간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한미동맹이 필수 불가결하며 북핵 문제의 해결과 경제적 상호의존을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도 중요하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딜레마 속에서 미중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양면적으로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의 딜레마에 대한 이해를 반복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른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각 이슈별, 국가별 특수상황을 고려한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최적 공식을 찾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미중 양국 중 어느 한 국가가 큰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각 이슈별로 미중 어느 한쪽에 경사가 될 때 이를 처벌하고 제재하는 강대국은 곧 다른 국가들로부터 비난과 반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중 양국이 힘에 기초한 선택 강요의 전략을 추구할 때 아시아 국가들의 조직된 반발이 강화될 때 양국은 포용성과 가치의 싸움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국가의 이익과 가치를 함께 고려하여 단순한 전략적 선택보다 미중 간 협력을 도모하고 한국의 입지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미중 관계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넷째, 단순한 비핵화를 넘어선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대북 전략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점차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억지와 비핵화를 위한 경제제재, 그리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스스로 변모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대북 관여를 함께 강화하는 것이 대북 전략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북미 협상은 핵심적 요소이며, 한국은 북한, 미국과 협력하면서 이들의 전략 방향을 견인해 갈 수 있을 때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확보됨을 경험한 바 있다. 차기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억지 속에 비핵화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보다 장기적인 북한의 체제 보장과 발전 속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은 필수적이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신기술 분야와 같은 국력 발전의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기후, 팬데믹 등 새로운 도전에서 규범제정국가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경쟁이 점차 격렬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신기술 강국으로 발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미국과 협력은 큰 이익을 줄 수 있다.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신기술 분야의 협력과 백신 기술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러한 협력은 다른 분야의 협력과 더불어 지속되어야 할 사안들이다. UN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은 향후 가장 중요한 분야로 기후환경과 디지털 분야를 꼽고 있다. 한국은 두 분야에서 규범제정은 물론 실제 정책 개발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부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한미 양국의 협력 역시 두 분야에서 지속될 필요가 있고, 이를 통해 한국의 발전 기회를 강화할 수 있다.

 

IV. 미중 전략경쟁과 한미동맹

 

한미 양국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파트너로서 향후 미국의 대중 군사안보전략은 한미관계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할 것이다. 한국은 과거 한미동맹을 둘러싼 전략환경이 변화할 때 동맹의 중장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새롭게 한 바 있다. 미국이 군사적 리더십을 쇄신하고 중국, 러시아 등 현상변경 국가에 대한 전략적 경쟁을 강화하는 현재야말로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한미전략동맹의 포괄적 미래를 제시할 때이다.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전반적 비전이 제시된 바 있으므로 2022년부터는 한미군사동맹 차원의 비전에 대한 구상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군사전략의 핵심 목표는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군사억지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현상 유지이다. 첫째 미국은 독자적인 대중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2020년 말부터 태평양억지구상을 발표하고 향후 지속적인 예산증가를 통해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다영역작전 개념을 통해 육, 해, 공, 우주, 사이버 영역을 아우르는 대응을 구상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다영역임무군(Multi-Domain Task Force) 창설을 앞두고 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이 군사력에 의한 중국의 현상변경을 방지한다는 것인 이상 미중 간의 군사력 경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둘째, 미국은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 및 업그레이드를 활발히 추구하고 있다. 이미 트럼프 정부 시기부터 쿼드의 활성화를 추진한 바 있고 바이든 정부 역시 쿼드를 이어받아 정상회담을 통해 연대를 다져나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쿼드의 4개국 이외에도 워킹그룹 중심으로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파트너 국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선은 4개국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지만 점차 참여의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쿼드를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이슈 중심의 포럼으로 정의하여 한국의 참여 여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중 견제의 수단으로 쿼드를 간주하고 참여하는데 부담을 느꼈으므로 실질적인 협력 중심으로 쿼드의 의제를 수용하여 협력의 형태를 다변화하도록 노력한 바 있다.

 

미국은 2021년 6월의 G7 회의와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유럽과 협력을 심화하는 한편, 협력의 의제를 넓히고 동시에 중국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화하였다. 중국과 협력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를 비판하고 홍콩, 신장 등에 대한 인권탄압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나토 국가들은 중국이 다면적 위협과 체제 경쟁을 제시하고 있다는 판단하에 2022년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전략개념을 공표하기로 하였다. 나토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발 체제 경쟁을 언급하면서 전략개념을 만들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봉쇄가 유럽, 인도 태평양 전역에 걸쳐 이루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셋째, 미국은 동맹국 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일 협력의 중요성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미국은 한일 간 양자 문제의 난관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편들기 외교를 피하고 있지만 동시에 적극적 중재 역할을 시도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일 양자 이슈와 별도로 인도 태평양 안보 이슈에서 한일 협력에 대한 미국의 요구는 지속될 것이다. 향후 인도 태평양의 여러 분쟁 지역 중 대만,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은 한미일 3국의 공통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과 미일 양국은 2021년의 정상회담에서 각각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비행, 상업의 자유를 중시하는 한편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중시한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였다. 일본은 동중국해 방어를 위해 대만해협 유사시 군사적으로 관여할 것이 확실하지만 한국은 이와는 다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 시 이에 대한 외교적 반대와 구체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구절을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문에 넣음으로써 중국의 대만 현상변경에 대한 외교적 억지 효과를 제시할 수 있다.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 내 분쟁 지역에서 동맹국들의 다양한 역할을 상정함으로써 미국과 동맹국은 물론 동맹국 간 효과적인 안보협력을 할 수 있도록 추구할 것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인도 태평양에 대한 각자의 전략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조율해갈 과제를 안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정부 교체로 정상회담의 기본 원칙이 보존되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신정부와 미국 간의 불신이 오히려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양국은 2021년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우리의 공동 가치에 기초하고 있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천명하였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어떠한 인도 태평양 지역 전략을 수립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 지역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였으므로 한국의 보다 구체적인 전략 목표가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2월 4일 국무부 연설에서 향후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2018년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가 발간되었고 여기에서 동북아에 집중된 해외주둔군을 효과적인 중국 견제를 위해 분산 배치할 것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한미동맹 차원에서 중국 견제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발전해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전략개념 변화, 다영역작전 수행을 위한 동맹국과 협력 형태 변화, 동맹국 간 협력체제 구축, 태평양억지구상을 위한 신무기 개발, 해외주둔군 재배치 등 구체적인 정책 차원에서 변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V. 차기 행정부의 대미 전략

 

한국 차기 정부가 직면할 정책 과제를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지역과 지구 차원의 거버넌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를 거치면서 기존의 자유주의 리더십을 방기했고 바이든 정부는 이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바이든 정부 취임 1년 차의 노력의 성과로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가 호응하고 있고, 아마도 2021년 이내에 민주주의 연대도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연대에 참여하고 쿼드에 최대한 이슈별 참여를 추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쿼드 참여를 추진해야 한다. 쿼드가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으로 출범했을 때 중국도 참여하여 재난 방지에 힘을 보탠 바 있다. 한국은 쿼드가 한국이 추구하는 지역 비전에 부합하고 중국이라는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강조하면서 쿼드와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실익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편으로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견제를 막아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사태로 창출된 패권의 공백을 메워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중국은 주변국들과의 영토분쟁, 지구적 차원에서 소위 전랑 외교 및 영향권 확대 외교, 인권 침해 정책 등 지역과 지구 거버넌스에서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지 못했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대중 전략과 인도 태평양 전략에 대비하면서 새로운 외교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신형 국제관계, 인류운명공동체, 중화몽 등의 패러다임으로 미국과 동맹국의 견제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 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대국 정치의 파괴적 결과를 막고 중견국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평화적인 갈등 해소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유지 등 한국이 독자적으로 신봉하는 국제정치의 가치와 규범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규정하는 것이 미중 관계와 같은 국제정치의 변화가 아니고 한국 스스로 자율적인 관점에서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니만큼, 독자적인 가치외교가 필요하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시민사회의 합의에 기반한 가치를 놓고 외교를 해나갈 때 미중 간의 아키텍처 경쟁에서 흔들림 없는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

 

둘째, 미중 전략경쟁에서 가치와 별도로 국익에 대한 계산 하에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국제질서의 미래에 대해 공유된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반적인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인 이슈 영역을 보자면 바이든 정부는 협력 이슈로 기후변화 및 환경, 보건 및 팬데믹, 핵비확산 등의 분야를 제시했고, 충돌 및 대결 이슈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영토문제가 될 것이다. 중간 영역의 경쟁 이슈는 경제, 문화·규범, 기술 등에 걸친 광범위한 영역이다.

 

한국은 미중 간 협력 이슈를 더욱 협력적으로 하게 만드는 노력, 한미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기후와 보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한중 협력은 물론 미중 협력의 구도를 강조할 수 있다. 충돌 및 대결 이슈는 한국이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현상 유지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우선 한반도에서 현상 유지의 역할을 상당한 비용을 들이며 하고 있고 미국도 이러한 한국의 기여를 알고 있다. 한반도는 미중이 충돌하고 대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한 억지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에서 현상변경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인도 태평양 전략에 한 축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남중국해 및 양안 관계에서 한국은 현상변경을 반대하고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지역 질서를 유지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미중 간 경쟁 이슈 영역이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한국은 미중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문에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이슈별 전략을 취해야 한다. 각 영역의 규범과 원칙에 맞게 행동했을 때 중국의 부당한 경제제재가 있을 경우 한미 간, 혹은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한 공동대처의 길을 찾아야 한다.

 

셋째,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미래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현시점에서 미중 경쟁 구도는 한국에 유리한 상황을 제공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정책은 미국의 적극적인 동맹국 지원 정책으로 이어지므로 한국은 경쟁 국면을 활용하여 국력을 향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기후, 글로벌 보건, 친환경 EV 배터리, 전략 핵심 원료, 의약품, 5G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흥기술, 공급망 회복력, 이주 및 개발, 인적교류 분야의 협력에 합의했다. 또한, 과학 ·기술 협력, 생산 및 관련 재료의 글로벌 확대 등 중점 부문을 포함한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 수소에너지, 탄소 포집·저장(CCS) 등과 같은 청정에너지 분야 및 인공지능(AI), Open-RAN 기술, 양자기술, 바이오 기술 등 신흥기술 분야도 유망한 미래 협력 분야이다. 민간 우주 탐사, 과학, 항공 연구 분야에서 파트너십도 강화하기로 하였다.

 

2021년의 이러한 합의는 향후 한미 간의 전략 협력 전개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한미 간 전략 구도가 일치할수록 미국은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기술 협력에 대한 상호 신뢰도 구축될 것이다. 또한, 미래 기술의 규제 플랫폼을 둘러싼 협력도 중요하므로 한국은 실리적 관점에서 한미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간 협력의 과제이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하에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하고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하여 행정부 간 연속성을 확보한 바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상이한 북핵 및 대북 정책으로 선회할 때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은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바이든-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성과 및 공감대를 효율적으로 이어받아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의 과정 속에서 북미 회담의 중요성이 확인된 이상 한국은 포괄적인 대미 협력관계 속에서 북미 관계를 중재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에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미국의 대북 정책 노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남북교류, 협력과 북미 화해를 조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 가야 한다.■

 


 

저자: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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