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남북 평화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낙후된 북한 경제사회의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에 강조점이 있습니다. 인프라개발은 국제협력을 통한 효과적인 재원 조달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인 서울대 이정환 교수는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해 다자간개발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차원의 제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남북관계의 개선, 한일관계의 화해,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진전을 별개의 과제가 아닌 연결된 과제로 이해하고 대응하려 할 때 북한의 인프라개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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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프라개발 과제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북한의 비핵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높은 장벽이 전제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경제발전을 대상으로 하는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해 보인다. 북한 경제발전의 마중물이 될 북한의 인프라개발에 대해 한국은 어떤 제도적 틀 속에서 접근해야할 것인가? 북한의 인프라개발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으로 정립되어 있다. 3대 경제벨트(환동해 경제벨트, 환서해 경제벨트, 접경지역 경제벨트)를 축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북한의 인프라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북한 하나의 시장협력 등을 지향함으로써 경제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남북 평화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경제 모든 분야에서의 남북협력을 포괄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래 북한의 생산과 고용 창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민간의 해외직접투자보다는 북한의 낙후된 경제사회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에 강조점이 주어져 있다. 환동대 경제벨트가 에너지와 자원 개발에 초점이 있고, 환서해 경제벨트는 물류와 교통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 인프라개발의 과제에서 가장 핵심적 질문은 효과적 재원 조달의 방법이다.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경제사회 인프라는 공적인 자본투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문제는 북한의 낮은 자본축적 상황에서 북한의 미래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북한의 정부와 공적기구가 충당하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세기 발전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 해외로부터의 재원확보와 이것의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에의 투여는 신흥국 발전 초기 단계에 벌어지는 일반적인 일이고, 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북한의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한 재원 조달 문제

 

북한의 경제사회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해외 자본을 한국이 전적으로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의 2019년 계산에 의하면 북한의 초기 인프라개발에는 10년 동안 306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북한이 2011년에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명의로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10개년전략계획>과 한국의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의 모태가 되는 국토연구원의 ‘한반도 핵심개발사업’은 서해안축과 동해안축의 인프라개발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양 계획의 중복된 사업을 제외하고 계산하였을 때, 산출되는 북한 인프라개발 소요 경비가 306조원이다.

 

10년간 306조원이 소요되는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한 투자 재원 조달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정부와 공적 금융기관의 책임이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국가역량에 비추어볼 때, 북한 당국이 이 재원 조달을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및 세계시장 및 국제금융과의 연결성 증진 속에 다국적개발은행 및 민간은행들의 개발협력 자금 지원, 그리고 민관협동 파이낸싱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금융시장에 연결성이 부재하고 국제금융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이 이러한 민관협동 파이낸싱으로 바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섰을 때 초기 인프라투자의 재원은 일단 수익성에 입각한 금융조달이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 차원의 규범에 입각한 공적 자금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북한 인프라투자 재원의 북한 외의 출처로 가장 유력한 곳은 당연히 한국이다. 한국과 북한의 특수한 관계성 속에서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되는 북한 인프라건설은 장기적으로는 국내적 투자로 생각되어야 할 것이고, 단기적으로 인프라 건설 사업 실행시에 사업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가장 긴밀하게 관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제적 수익의 무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정부 재원으로 북한의 인프라건설 수요를 전적으로 또는 대다수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한국의 정부 재원 중에서 북한 인프라투자에 사용될 수 있는 출처로는 남북협력기금과 공적개발원조/대외경제협력기금이 있다. 하지만, 남북협력기금 사용에 대한 정치적 걸림돌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남북협력기금의 규모 자체가 북한 인프라 건설 수요 규모에 비해서 매우 적다. 한편, 외국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와 대외경제협력기금을 북한 인프라투자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법적 정비 후에 이들 자금을 북한 인프라투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1년에 3조원 규모의 정부개발원조와 1조5천억원 규모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은 북한 인프라투자에 필요한 재원의 필요 규모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즉, 공적개발원조와 대외경제협력기금이 북한 인프라투자 필요재원 조달에 도움은 될 수 있지만, 핵심적임 재원처가 되기는 어렵다.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한 국제협력의 제도 모색

 

남북협력기금과 정부개발원조/대외경제협력기금 이외에 북한 인프라투자에 대한 한국의 공적 자금 투여 재원을 별도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 인프라투자 수요는 한국의 재원으로 충당되기 어렵다. 또한 북한 인프라투자는 한반도 미래 평화 구상에서 세계와 북한의 연결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주변국의 공적 자금과 국제금융자본이 북한에 투자되었을 때, 이는 북한에게 국제금융시장에 적응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에는 북한의 성공적 개혁개방에 대한 지지의 토대가 될 것이다. 재원 조달의 수량적 측면에서도 북한의 인프라투자에 대한 국제협력은 필수적이고, 북한의 인프라투자에 대한 국제협력은 한반도 미래의 안정적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관여를 증진시킬 수 있다.

 

북한의 인프라개발에 대한 국제협력에서 다자간개발은행(MDB)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다자간개발은행이 북한 인프라투자 재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다자간 개발금융 레짐에서 북한이 안정적인 일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인정받는 과정 속에 장기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양허적 성격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회원국 가입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금융기구 가입 이전에 한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이 자금을 출연하여 다자공여신탁기금(Multi-Donor Trust Fund)을 설치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북한 인프라투자에 대한 국제협력으로 논해져 왔다. 현재 대북 인도지원의 국제협력에서 인프라투자의 국제협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유엔개발그룹이 운영하는 신탁기금을 먼저 출범시키고, 북한의 국제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편입되는 과정 속에서 세계은행이 운영하는 신탁기금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한 지역다자협력의 필요성

 

북한 인프라개발에 대한 국제협력은 다자간개발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차원의 제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적 차원에서의 협력제도 구축도 필요로 한다.

 

북한 인프라투자에 함의를 지니는 동북아 지역에 특화된 다자간개발은행의 설립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부터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논의로 진행되어 왔다. 탈냉전기 지역주의 붐 속에서 동북아에서도 개발수요에 대한 추가적 국제금융의 필요성이 언급되어왔다. 동북아개발은행이 북한 인프라투자와 연계되는 것은 2000년대 들어서 한국에서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을 다시 재가동시키고 이를 북한 개발에 대한 재원조달로 사용하자는 논의가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북한 개발협력에 대한 지역적 협력금융기구로 논의되었지만 동북아개발은행 구상은 북한에 대한 지원에서 다른 다자간개발은행들과 차별화되고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북한 인프라투자에 대한 국제협력에서 다자주의 틀 이외에 지역주의적 제도 틀 모색은 협력의 다양화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국제금융레짐의 규범은 강력하게 작동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제도화와 기구화가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북한개발을 장기적 단계로 보았을 때, 지역적 차원의 협력은 공식적인 제도화에서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한편, 동북아 공간의 한반도 주변국들의 개별적 지역개발 구상 그리고 그 구상과 연계된 주변국들의 개발자금 지원 정책이 북한 인프라투자의 초기 단계에 의미 있게 논의될 수 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모두 지역개발구상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국경을 넘어 주변 지역과의 연계성을 높이는 개발협력을 통해서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지역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에서 등장한 것이 각국의 지역개발 구상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한국의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이 그 예이다. 이들 국가의 지역개발구상이 완성도있게 추구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북한의 개발이 어느 정도 필수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역구상이 해양축을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구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북일국교정상화의 남겨진 과제는 북한개발에 대한 일본 관여의 잠재적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만약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되고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된다면 각국의 지역개발 구상은 북한개발과 연계되는 논의가 발전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북한의 인프라개발에 있어 선명한 이해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 개발의 서해안축과 동해안축 모두에 관심이 크다. 서해안축은 철도로 경의선을 중심으로 해서 중국 동북지방 중심으로 직결된다. 또한 길림성과 연결되는 동해안축은 중국 동북지방의 해양 접근을 강화시킬 수단의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는 동해안축을 통해, 북한을 지나 한국까지 이어지는 교통,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관심이 지대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환동해권역의 연결망 증진 차원에서 북한 동해안축에 대한 관심이 높다. 더불어, 일본의 북일국교정상화에서 예상되는 막대한 규모의 일본 자금의 대북 공여 전망은 북한의 인프라개발에서 일본의 관여가 동해안축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게 한다.

 

북한의 인프라개발과 일본

 

현재 악화된 한일관계는 북한의 인프라개발에 대한 지역적 차원과 글로벌 차원 모두에서의 한일협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정책지향이 합치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상이한 입장 이전에 역사인식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일 양국간 갈등 사안이 모든 사안에서의 한일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북한의 인프라개발이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과제가 되더라도, 북한 인프라개발을 위한 재원 조달의 글로벌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의 국제협력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매우 협소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북한의 개혁개방이 현실화되었을 때, 북한의 경제사회 인프라 개발에 있어서 양국이 경합 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 한국 입장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국제적 공조 속에서 한국의 주도성을 유지하려 한다면,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의 북한에의 관여를 한국의 계획과 상보성을 증진시키는 노력이 필요로 한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의 개선, 한일관계의 화해,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진전을 별개의 과제가 아닌 연결된 과제로 이해하고 대응하려 했었다. 김대중 정부의 외교전략이 주는 함의는 한반도 평화번영의 미래구상에서 한일관계의 관리가 일정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 이정환_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일본 정치경제와 일본 외교이다. 주요 논서로는 <현대 일본의 분권개혁과 민관협동> (2016), "일본 지방창생 정책의 탈지방적 성격" (2017), "아베 정권 역사정책의 변용: 아베 담화와 국제주의" (2019)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 민지윤 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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