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북일관계의 최대 난관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가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대화의 자세로 전환하였습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은 이러한 시점에서 북-일 관계 개선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일 관계 회복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일대화의 계기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북일 국교정상화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상호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 수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자는 한국 정부의 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어지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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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관계의 최대 난관: 일본인 납치자 문제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3가지 중요 문제를 내세운다. 북한 핵•미사일문제, 일본인 납치자 문제이다. 이 중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주로 북미협상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이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함께 납치자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2019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한 대화 기조 국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그 동안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대북 강경 입장에서 선회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 아베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여기서 ‘조건’이란 일본의 최우선 외교과제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납치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는 것이며, 일본이 납치문제를 제기하는 한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2020년 9월 외무성 산하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로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완전히 해결되었다”라고 주장하였고, 2021년 6월 29일에 일본 정부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납치문제에 관한 유엔 심포지움에 대해서도 동일한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였다. 즉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북일 평양선언’으로 납치자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북한측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즉 납치문제는 현재진행형 문제로서 지금도 미해결 상태라는 입장이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과 65년 체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둘러싸고 북일 간 협상의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라 일본 정부가 북한 문제에서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대화의 자세로 전환하였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즉 북한 정부가 한국, 미국 정부와 대화에 나서는 상황이라면 일본 정부와도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북일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요인은 바로 한일관계의 회복이다. 한국과 일본은 2019년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강제징용공 문제 관련 대법원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발, 그리고 이에 따른 대한국 수출규제조치 등이 잇따랐다. 현재까지도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으로 불릴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공 판결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체제(65년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일본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65년 체제는 북한과 일본 간 2002년 평양선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은 65년 체제와 동일하게 북한의 청구권 포기와 일본의 경제협력자금 제공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향후 한일 간 65년 체제의 재구축 및 변경은 2002년 평양선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며, 결국 과거사 문제와 같은 한일 간 현안사항은 미래의 북일관계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따라서 한일관계 개선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지는가는 단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북일대화의 계기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북일 국교정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도쿄 올림픽, 광복절 연설

 

일본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도쿄 올림픽(7월 23일~8월 8일)이 무사히 끝났다. 당초 북한의 도쿄 올림픽 참가 여부에 관심이 높았지만, 북한 정부는 코로나를 이유로 불참을 결정하였다. 북한의 불참 결정에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대북제재 기간의 연장 결정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무엇보다 북한의 불참이 아쉬웠던 것은 문재인 정부이다. 2021년 들어 문재인 정부는 북미대화 및 남북관계의 교착 상태를 탈피하기 위한 정책전환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한일관계 개선 시도와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도쿄 올림픽을 다자정상외교의 장소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였고, 비록 막판에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발되었지만 도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고려하였다. 북한의 불참 결정 이전에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정체 상태에 빠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즉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김정은 위원장,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모두 참석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정상외교 실현을 모색하였다.

 

2021년 8월 15일 광복절 연설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협력과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two track)’ 원칙을 재확인하였고,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즉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미래지향적 대화 자세를 표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급격한 65년 체제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하며, 대북정책 실행 및 북미 정상회담 재개 과정에서 최소한 일본이 부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목적도 담겨 있었다.

 

65년 체제 유지와 남북일 관계의 새로운 모색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남북관계, 북일관계, 한일관계는 각각 양자관계 차원에서 진행되었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북한측에 전달되었다고 하지만, 북한의 직접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일관계 해결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문제를 ‘남북일’ 관계 차원에서 새롭게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한일관계를 포함하여 북일대화를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 65년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의 새롭고 자주적인 역할 실행을 통하여 평화질서를 형성해야 한다. 65년 체제 유지를 통한 한일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관계 정상화와 북일관계 정상화로 이어지고 동북아 지역의 새로운 평화안보 질서로 확장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기태_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장.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사(2002),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정치학박사(2012) 학위를 취득하였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2019-2021)으로 활동하였고, 주요 연구분야는 일본안보정책, 동아시아 국제관계, 북일관계 등이다.

 


 

■ 담당 및 편집 : 민지윤 EAI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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