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피와 형제애로 맺어진 북중관계는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북중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아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동률 교수는 북중 관계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차원의 현상 너머에 있는 미국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국 간 축전 속에 나타난 미국 요인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북중관계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제기하는지 살펴본다.

 


 

2021년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이하 우호조약)’ 60주년을 맞이하여 북중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전과 화환을 보낸데 이어서 시진핑 주석과 김 총비서는 7월 11일 양국 우호조약 체결 60년을 맞이하여 축전을 상호 교환하며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강조했다. 북중관계는 전통적으로 다른 어느 양자관계보다도 정상간의 교류와 소통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실상 정상은 물론이고 고위급간 상호 교류와 회담이 중단된 상황에서 북중 양국정상간 축전교환은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사회주의 연대’를 강조한 북한의 ‘축전’에 담긴 전략적 의도

 

북중 양국 정상은 축전을 통해 우호조약은 “두 나라의 장기적인 친선협조의 중요한 정치법률적 기초”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0년간 두 나라는 사회주의 위업의 발전, 그리고 지역(아시아)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였다.”고 하면서 양국은 피와 형제애로 맺어진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국은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이하여 기본적으로는 이전과 유사한 의례적인 관용적 내용의 축전을 교환하였다.

 

그런데 북중 양국이 100년과 60년을 축하하고 있는 현재의 국내외 상황은 특별하다. 미중 대립과 경쟁은 최고조에 있고, 북핵협상은 교착상태에 있다. 북한은 고립과 경제난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코로나 위기와 2022년 20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국내정치일정에 몰두해 있다.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특별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비록 축전 내용은 이전과 유사한 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달되는 메시지는 다를 수 있다. 북중관계는 이미 독립변수로서의 성격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반면에 미국 변수, 미중관계 등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로 변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따라서 북중 관계는 양자차원의 현상 너머에 있는 미국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비로소 그 실체에 더 근접할 수 있다. 실제로 축전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미국 요인’ 과 관련된 미세하지만 중요한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특히 김 총비서의 축전에서 이전과 다른 중요한 메시지가 발견되고 있다. 북한은 축전에서 “적대세력들의 도전과 방해 책동이 보다 악랄해지고 있다”고 사실상 미국을 겨냥하여 이전 축전에는 없었던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김 총비서는 중국 공산당 100주년 축전에서도 이미 미국을 향해 유사한 비난 공세를 펼친 바 있다. 즉 “중국 공산당에 대한 적대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 1면 사설에서도 “제국주의자들이 연합하여 사회주의 나라들을 고립 압살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책동하고 있는 현실은 조중 두 나라가 조약의 정신과 원칙에 맞게 단결하고 친선협조 관계를 보다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고, 압박하고 노예로 만드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들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한 주장에 김 총비서가 한 걸음 더 나서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며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바이든 정부의 대화 제안에는 냉담한 채 오히려 미국을 맹비난하면서 중국과의 전통적 우의와 ‘친선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북중 양국의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미국의 공세를 제국주의 대 사회주의의 대립 구도로 설정하고 북한과 중국간의 사회주의 연대를 역설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북한이 유독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다양한 전략적 고려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중국과의 ‘사회주의 연대’를 새삼 특별히 강조하는 이면에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위기와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은 불가측하고 불확실한 미국과의 대화에 섣불리 나서기 보다는 우선 내부 체제 다지기가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둘째,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제재 완화, 경제지원 등의 실익을 당장에 기대할 수 없다면 북한의 입장에서 당장의 유일한 대안은 결국 중국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 있을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중국으로부터 가능한 협력과 지원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 셋째, 일종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우선 중국과의 협력을 과시하고 강화해서 한편으로는 자국의 뒷 배경을 다지고, 다른 한편 미국을 자극하여, 이를 통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축전외교’가 북중관계의 변화에 갖는 의미와 한계

 

반면에 중국은 북한과 비교하면 축전 외교에서 ‘미국 요인’을 상대적으로 덜 부각시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조약 체결 60주년 축전에서는 김 총비서와 달리 미국을 겨냥한 어떠한 언급도 암시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관영 매체들은 김 총비서의 100주년과 조약 60주년 축전을 소개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거친 표현들을 대외적으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물론 중국 역시 북한과의 ‘친선협조관계’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분명 ‘미국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바이든 정부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우군 확보’가 중요한 외교 전략이 되고 있다. 중국 역시 창당 100년이라는 중대한 정치일정에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전폭적인 지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중국에게 북한은 전략적 자산인 동시에 부담이기도 한 ‘전략적으로 복잡 미묘한 우군’이다. 중국에게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미국 등 해양세력과의 갈등이 고조되면 자동적으로 지정학적 가치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북한은 핵위기, 경제난 등으로 수시로 중국 국경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급진적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목격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우려는 커졌다. 중국은 북한(핵)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확대되는 것도 원치 않지만 다른 한편 북한의 체제 위기, 도발, 그리고 북미관계 개선 등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은 축전외교를 통해 매우 이례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의 접근 공세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지 않으며, 기존의 대북한(핵) 입장에 변화의 징후를 보이고 있지도 않다. 요컨대 중국과 북한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는 협력의 동기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축전외교에서도 보여 주듯이 중국과 북한이 상정하고 있는 ‘미국 요인’의 구체적 활용법은 여전히 동상이몽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이미 양자관계에 의해 변화하기 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축전 외교를 통해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북중간 연대가 과시되는 현상 자체가 북중관계의 새로운 전략적 밀착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의 고립과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고 북핵 협상은 교착 상태에 있고. 미국과 중국 양 강대국은 세력 경쟁에 몰두해 있는 한반도의 불안정한 국면을 돌파하는 변화가 절실한 시점에 있다. 북미대화와 남북한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면 최선이겠으나 당장에 실현이 용이치 않다면 북중관계에서의 제한적이나마 새로운 변화가 일시적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도 기대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북중관계의 진전으로 북한의 고립과 경제난의 숨통을 열어주고,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도 자극될 수 있다면 일단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중관계가 만든 일시적 돌파를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회로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

 


 

이동률_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 표광민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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