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 2050 ①_단계별 확대와 타협의 모색

  • 2021-07-12
  • 하영선, 손열

ISBN  979-11-6617-164-2 95340

편집자 주

EAI는 미중경쟁을 장기적 견지에서 단계별, 분야별 전개 경로를 전망하고 강대국간 타협의 가능성 진단, 중견국 한국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지난 수년간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연구의 일환으로 이번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는 2050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 미중 경쟁이 분야별로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중의 GDP가 역전하는 2030년, 미중의 군사비 지출 및 군사력이 균형점에 근접하는 2050년을 주요한 역사적 기점으로 잡아, 첨단기술, 화폐금융, 가치와 규범, 군사안보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과 경쟁, 갈등의 동학을 제시한다. 스페셜 리포트 게재 내용과 일정은 다음과 같다.

1. 미중경쟁 2050: 단계별 확대와 타협의 모색 - 하영선, 손열 (7월 12일 발간)

2. 미중경쟁 2050: 첨단기술 - 배영자, 이승주 (7월 13일 발간)

3. 미중경쟁 2050: 가치와 규범 - 김헌준, 이동률 (7월 14일 발간)

4. 미중경쟁 2050: 통화금융 - 이용욱 (7월 15일 발간)

5. 미중경쟁 2050: 군사안보 - 전재성 (7월 16일 발간)


 

I  연구요약문 (executive summary)

 

▶ 본 연구의 목표는 ① 미중관계의 2050년 장기 전망 속에서 경쟁 및 갈등의 경로와 심화 단계를 제시하고, ② 단계별로 미중 양측이 상대국에 대한 우세를 확보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압박카드)를 식별, 실효성을 평가하여, ③ 궁극적으로 미중간 타협과 협력의 길을 제시해서 아태 신문명 설계도의 기초를 마련함에 있다.

▶ 미중 전략경쟁의 미래는 양국의 GDP 격차와 군사비 격차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제1단계(중기)인 2030년까지는 양국간 GDP 역전이 일어나는 시기로서, 첨단기술분야에서 중국의 굴기를 저지하고 가치·규범 분야에서 중국정치체제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미국의 대공세가 전개될 것이다. 제2단계(중장기)인 2040년은 중국 군사비 지출이 미국의 2/3선을 상회하는 시점으로서 미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등 핫스폿(hotspots)에서 군사충돌 카드를 통해 각 분야에서 가시화되는 중국의 추월을 저지하려는 반면, 중국은 통화 경쟁으로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무력화 및 미국 패권의 약화를 위해 격렬한 대립을 보일 것이다. 제3단계(장기)인 2050년에 다다르면 양국간 군사비 균형이 이루어지는 바, 첨단기술, 에너지, 통화, 가치, 규범 등의 미중 공방은 군사 분야로 수렴되어 군사비 경쟁, 무기체계 및 군사전략, 동맹국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대결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저지하기 위해 첨단기술, 가치규범, 에너지, 통화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압박카드는 없다. 첨단기술 규제, 반중 공급망 연대, 금융 네트워크 통제, 해상수송로 압박, 인권침해 및 공산당 독재 비판 카드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력 및 군사력 성장에 따라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압박에 따른 양국간 피해규모가 충분히 비대칭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활적 경쟁은 양국간 군사비 격차가 근접하는 2040년 이후 군사안보분야에서 이루어 질 것이다. 양국은 군사적 압박카드를 본격 교환하며 양국 본토를 서로 공격하여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sured Destruction)’ 상황에 진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미중은 공멸을 회피하기 위해 타협 노선을 선택할 것이다.

▶ 미중 전략경쟁은 ‘상호압박 → 비용상승 → 위기고조 → 타협’의 수순으로 전쟁을 회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중 양국 및 주변국들에 막대한 비용과 피해를 초래하는 경로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한 이런 결과는 불가피하므로, 미중 양국과 역내 이해상관자인 한국 등은 새로운 발상으로 경쟁과 협력, 그리고 공생을 향한 21세기 다자적, 다영역 복합 그물망의 초석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II  연구가설 및 분석

 

연구질문 1. 미중간 전략경쟁은 대립과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

 

가설 1: 미중 전략경쟁은 GDP 역전이 일어나는 2030년 전후로 첨단기술, 통화, 에너지 분야에서 첨예한 대립이 전개되고, 이후 군사비 지출액이 근접하는 2050년 경 안보영역에서 군사적 대립과 충돌이 야기될 것이다.

과거 냉전의 경우, 미국과 소련 간에 안보, 경제, 이념 등 다 영역에서 동시다발적 경쟁과 대립, 분단이 이루어졌다면, 미중 경쟁은 2050년에 이르는 장기간에 걸쳐 분야별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escalation)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 경로는 무역 → 첨단기술 → 가치·규범 → 에너지 → 통화 → 군사안보 등으로 예측된다. (표 1)

역사적 경로에서 중요한 기점은 미중의 GDP 역전이 일어나는 2030년과 미중의 군사비 지출 및 군사력이 균형점에 근접하는 2050년이다. ①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이 백중세에 이르는 2030년 전후로 양국은 기술 및 경제, 가치와 규범 영역에서 첨예한 경쟁과 대립을 벌일 것이며, ② 중국의 군사비 지출 규모가 미국에 근접하는 2050년에 가까울수록 양국은 군사영역에서 대결과 충돌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 중간 시점인 2040년은 군사적 경쟁으로의 전환기로서 통화와 군사 양 영역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미중간 ‘진검승부’즉, 본격적인 안보경쟁과 갈등은 2040년 이후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지구적 리더쉽의 회복과 중국의 도전을 저지 혹은 완화하고자 하나 경쟁과 갈등 뿐만 아니라 협력의 분면을 열어 놓는 복합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신형대국관계’ 3원칙 즉, 불충돌과 불대항, 상호존중, 협력공영으로 대미관계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다만 중국은 자주권, 안전권, 발전권으로 요약되는 핵심이익을 강조하며, 미국이 핵심이익을 침해할 경우 결연히 대항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2030년까지 중기적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힘의 비대칭성이 바뀌지 않을 때까지는 자국의 핵심이익이 결정적으로 도전받지 않는 한 미국에 군사적으로 직접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역시 기후변화, 비확산, 포스트-코로나 경제질서 구축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되, 양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에 따른 이득을 크게 희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의 약점을 공략할 것이며, 특히 공산당 독재체제와 인권침해 문제 등 가치와 정체성 차원에서 공세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표 2)

중국 경제력이 미국을 따라잡고, 군사비가 미국의 2/3선을 넘어서는 2040년으로 근접할수록 신형대국관계에서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대립과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달러패권에 본격 도전하게 될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편 미국은 각 분야에서 가시화되는 중국의 추월을 저지하고자 군사력 우위를 활용하는 압박수단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표 3]에서 보듯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핫스폿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중국 경제력이 미국을 따라잡고, 군사비가 미국의 2/3선을 넘어서는 2040년으로 근접할수록 신형대국관계에서 중국이 보다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대립과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달러패권에 본격 도전하게 될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편 미국은 각 분야에서 가시화되는 중국의 추월을 저지하고자 군사력 우위를 활용하는 압박수단을 사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 [표 3]에서 보듯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핫스폿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이다.

미중간 군사력 비대칭성이 축소되고 균형점으로 이동하게 되면 양국의 다양한 비군사적 경쟁 이슈들이 안보화되고, 이에 따라 양국은 본격적인 군사적 대립의 경로로 접어들게 된다. 2050년에 다다를수록 양국은 군사비 지출 경쟁, 국방전략 개발 경쟁, 첨단기술에 깊이 의존하는 무기 체계 혁신 경쟁, 동맹국 확대 및 강화 경쟁 등을 다면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특히 동맹전략은 상대방에 대한 탈집중화전략,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탈정당화전략 즉, 가치 및 규범 경쟁을 수반할 것이다.

 

연구질문 2. 미중 양국은 상대국에 대해 결정적 우위를 확보할 수단(압박 카드)을 보유하고 있는가?

 

가설 2: 첨단기술, 가치·규범, 에너지, 통화 등 비군사 분야에서 미중 양국은 상대방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만한 결정적 압박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의 균형전략이 본격화되기 전에 체제와 이념의 정당성 공격, 외교적 수단을 동원한 부담 강요, 경제적·군사적 압박 등 다양한 예방 수단을 동원하여 중국의 도전을 저지, 좌절시키고자 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 패권의 정당성과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이념적 견제와 실제적 균형을 준비하고 있다. 과연 양국은 자국의 목표를 실현할 만한 유효한 압박 수단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자.

전체적으로 미국은 무역, 첨단기술, 에너지, 금융통화, 군사안보 등 다방면에서 중국에 대해 월등한 수의 압박 카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사이 경제적 상호의존의 네트워크가 심화됨에 따라 미국은 국가안보 견지에서 고도의 탈동조화(decoupling)와 분단을 초래하는 압박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중국이 대미 압박 카드를 축적함에 따라 양국이 압박 카드 교환에 따라 치를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하는 등 경제력 상승이 명확해지는 경우 미국의 대중 경제 및 기술 압박 카드 사용은 역으로 자국에 커다란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첨단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5G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확산을 저지하고 미중간 네트워크를 분리하여 중장기적으로 기술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대중 수출규제의 확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 ‘민주주의 vs. 전제주의’대립구도 형성 등 정책 수단이 상대국에 대한 기술 및 생산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역량 제고에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중국의 성장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일대일로 참여국을 중심으로 독자적 5G 생태계를 구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이승주 제2장).

미중경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목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미국 중심 공급사슬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급사슬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상호의존의 무기화를 실행하고자 하나, 중국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주요 관문(chokepoint) - 예컨대, 최첨단 자외선(EUV) 노광장비, 액침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 심자외선(DUV)장비 등 - 을 조일 경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한 애플,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업의 수출길이 막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현실적인 압박카드는 한국, 대만, 일본 등과 공급사슬 협력을 강화하여 간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국내 기술혁신 및 제조역량 강화로 중국으로 하여금 힘겨운 경쟁을 치르게 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반면 맞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은 중국은 장기적 차원에서 제도 정비, 산업정책 조정, 자체기술 개발 등으로 홍색(RED) 공급사슬의 구축에 나서 미국과의 일정한 탈동조화를 꾀할 것이다(배영자 제3장).

에너지 분야도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은 군사력을 사용하여 중국의 주요 에너지 수송로 통제에 나서거나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등의 압박전략을 취할 수 있으나, 미중 상호간 심화된 경제적 관계로 인해 양국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 우려되며, 에너지 수송로에 의존하는 각국의 동맹국들의 불만을 초래함으로써 미국은 상당한 외교적 비용을 간수해야 한다.

과거 강대국간 통화전쟁이 군사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통화영역에서 미중 경쟁은 패권의 장기적 향배를 가늠하는 주요지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지구적 리더쉽의 기반인 달러 기축통화체제를 방어해야 하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중국은 미중 비대칭 권력의 핵심에 달러체제의 약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하는 2030년을 경과하면 통화패권을 두고 양국간 치열한 대립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채를 다량 매도하거나 매입과 매도를 반복하여 달러 가치의 불안정화를 유도하는 압박 카드, 미국은 지구 금융네트워크의 비대칭적 우위를 통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과격한 투자 제한이나 투자 철회 조치를 행사하여 중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무력화시키는 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양자간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서 이른바 미니 상호확증파괴(mini-MAD)의 상태 즉, 비대칭적으로 치명적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은 갈등을 거쳐 2040년이래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며 국제통화 네트워크의 높은 경로의존성을 고려해 볼 때 위안화 단독 통화체제의 가능성보다는 달러체제의 승리 혹은 복합통화체가 등장할 것이다(이용욱 제6장).

끝으로 가치, 규범 영역에서 미중 경쟁은 지구적, 지역적 패권국으로서의 정당성을 둘러싼 정체성 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미국은 신쟝-위구르, 홍콩, 티베트,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 및 권위주의 체제로서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한계, 미국식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고발하며, 나아가 중화 문명을 기반으로 한 대항적 문명 질서를 제시하고자 할 것이다(김헌준 제4장; 이동률 제5장).

이러한 가치·규범 경쟁은 상대방의 지역적, 지구적 리더쉽에 대한 비정당화(delegitimation), 나아가 비집중화(deconcentration) 경쟁의 기반이 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이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행위자로 간주하여 안보 뿐만 아니라 기술과 생산, 금융 네트워크에서 배제를 기도하는 데에서 보듯이 미중 양국은 가치와 규범 이슈를 경제나 안보 이슈와 연계하여 경쟁과 대립을 이어갈 것이다.

요컨대, 미국과 중국은 경제, 기술, 에너지, 가치·규범 분야 등에서 상대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압박카드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경제, 기술, 에너지 부문에서 양국간 상호의존의 약화와 점진적 탈동조화는 역으로 상호의존이 안보 갈등을 저지하는 효과를 감소시킬 것이다. 더욱이 가치와 규범 공방이 심화되면 서로에 대한 부정적 정체성이 강화되어 전략적 불신이 심화되고, 상호 갈등의 소용돌이에 말릴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군사적 경쟁과 대립의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연구질문 3. 미국과 중국은 군사적으로 충돌할 것인가?

 

가설 3-1: 미국은 군사분야의 압도적 우위를 활용하여 군사적 충돌과 선제적 제압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과거 패권경쟁의 경우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의 대부분 사례는 무력 충돌을 수반하였고, 대부분 부상국이 아닌 기존 패권국이 선제적으로 군사력을 사용하였다. 미중 경쟁이 무역, 통화, 기술,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보이기 시작하고 중국의 추월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국은 군사분야의 압도적 격차가 축소되기 전에 군사적 충돌과 선제적 제압으로 중국의 도전을 저지, 좌절시키고자 할 것이란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비해 군사분야에서 전반적 열세이므로 미국의 반격이 확실시되는 군사적 대결과 충돌을 무모하게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의 국내 주권, 국제 안보, 경제발전의 3대 핵심이익을 미국이 본격적으로 침해하는 경우, 군사적 수단 동원을 불사할 수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 주변 핫스폿의 경우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군사적 충돌을 기획하여 단기적이고 고강도의 선제공격을 통해 국익을 확보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만이 반도체 약진, 경제성장, 미국 및 일본 등과의 관계 강화 등을 통해 독립선언 혹은 주권회복의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커진다면, 중국은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개입 이전에 대만을 무력으로 병합하려는 속도전을 개시할 수 있다.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 노력의 기운이 감지될 경우, 미국은 인도·태평양 해군력 이동배치, 주일미군 기지의 대만 발진 준비태세 강화, 대만과 군사작전 준비 강화 등 선제 압박카드를 사용하여 중국과의 군사 대결을 심화시킬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세계 물동량의 60%를 차지하는 해양수송로를 포함하는 남중국해에서 군사력 신장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지역의 완전 장악을 위해 선제적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대해 전략적 지원을 지속하는 속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가속화하여 중국과 국지전을 일으키는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양국간 의지의 경쟁과 긴장 고조가 지속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만의 경우 그 전략적 중요성과 위상을 고려할 때 일단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어느 한편이 양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통제 불능의 상태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미중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고 양국간 전략핵 균형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실제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남중국해의 경우는 미국의 개입 없이 지역 분쟁을 종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이 경우 실제 분쟁 발발 가능성은 더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전재성 제6장).

 

가설 3-2: 미중 군사 경쟁은 핵무기와 첨단무기를 활용한 상호확증파괴(MAD)가 작동할 것이고 국지적 충돌도 핵 전면전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커지므로, 미중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협상과 타협에 나서게 될 것이다.

 

2040년대를 경과하면 미국과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 유사시를 넘어 직접적인 양자 군사력 경쟁에 나설 것이다. 양국간 경쟁은 과거 미소 대결과 같은 지속적인 군비 지출과 무기 개발을 통한 상대의 지출 압박, 군사전략 압박, 군사 동맹 확대 및 상대 동맹의 비집중화 등이 다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중국은 국방비 측면에서 미국을 맹렬히 추격할 것이며 해군력, 공군력 증강에 이어 전략무기 및 첨단무기 증강에 대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핵탄두 증가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3축 체제를 강화하고 다탄두미사일, 수소폭탄탄두 등 더욱 강화된 핵능력을 바탕으로 미 본토에 대한 핵능력을 확실히 향상시켜 핵전면전의 가능성을 현실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갖는 압박 카드가 월등하다고 볼 수 있으나, 중국의 압박 카드가 축적되면서 미중 간 아시아에서 국지전이 미본토를 포함한 미중 간 핵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높아지고, 양국 간 핵을 중심으로 한 무기 경쟁이 본격화되면 상호 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쌍방의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짐에 따라서 1970년대 초 미소 간 전략핵무기 감축협정과 같은 핵무기, 미사일 관련 타협과 조정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미중 양국은 서로를 확증파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만 남기고 여분의 군비증강을 통제하는 한편, 핵무기 감축과 전략무기 부문 신뢰구축을 향한 상호협력체제를 만들어 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양국이 군사비 지출, 군사기술 및 무기체계 혁신, 국방전략 개발, 동맹국 확보 등에서 대략 균형을 이룰 경우 전반적인 분야에 걸친 군사안보의 타협이 도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전재성 제6장).

양국은 근본적으로 아태 지역의 위험 지대에서 법과 규범에 의한 갈등 해소, 상호 양보 및 타협을 실현하는 포괄적 구상을 필요로 한다. 1975년 헬싱키협약과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는 정치적 합의로서 미·소간 본격적 군축 이전에 군사적 신뢰구축을 마련한 중요한 사례이다. 이는 미·소 양자가 아닌 다자적 합의로 유럽의 관련 국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태 지역에서 평화프로세스 가동을 위해서는 미중 양대국과 역내 이해상관자인 한국, 일본, 인도 등이 다자적 합의를 통해 군사, 기술, 금융통화, 무역, 가치규범 등 다중 바스켓을 설치하고 이를 토대로 아태 신질서를 향한 다자적, 복합 협력 그물망을 이끌어 내야 한다.■

 

■ 저자: 하영선_EAI 이사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미국학연구소장, 한국평화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복합세계정치론: 전략과 원리 그리고 새로운 질서》, 《한일 신시대 와 공생복합 네트워크》, 《변환의 세계정치》, 《미중의 아태질서 건축경쟁》 등이 있다.

■ 저자: 손열_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최근 저서로는 『위기 이후 한국의 선택』(2020),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 표광민 EAI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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