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전략을 분석하고,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 양국의 단기적, 중장기적 군사력 균형 변화를 예측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대만을 양보할 수 없는 이익으로 규정하였습니다. 또한, 미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양국 모두 전력 및 전투 즉응 태세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동원하며 대만 수호 의지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전략핵무기 균형이 미중 양국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만큼 대만문제가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협상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도, 대만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입니다.

 


 

1. 서론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이후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한 미중관계는 2021년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우려된다. 대만문제와 관련된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관계정상화 이후 줄곧 양국관계의 근간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과거 미중관계 전문가들이 ‘레드 라인’으로 추정해 왔던 많은 행위, 예컨대 고위 관료의 대만 공식 방문 등이 실행되었으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양국이 관계의 근본적 재설정을 고려할 만큼 전략적 경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미국의 상대적 쇠퇴와 완만하지만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부상, 그 결과 양국 간 경제력 및 국력의 격차 축소는 갈등의 고조 및 지속의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으며 따라서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그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양국이 충돌할 수 있는 결정적 지점의 하나로 남을 것이며 따라서 그 전략적 의미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하에서는 향후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속에서 대만문제가 갖는 전략적 위상과 의미를 규정하기 위하여 대만을 둘러싼 미중 양국의 전략적 의도를 분석하고 군사전략 분석을 통해 대만사태 발생 시 사태의 전개 양상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구체화해 볼 것이다. 이어서 각 시나리오 하에서 단기적, 중장기적 군사력 균형 변화를 평가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이러한 평가에 기초하여 미중관계 속에서 대만문제가 갖는 전략적 함의를 규정해 볼 것이다.

 

2. 대만사태의 발생 가능성 및 사태의 전개 양상 전망

1) 미중 양국의 전략적 의도와 충돌 가능성

현시점에서 미중 양국 모두에게 대만은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을 분리 불가능한 영토의 일부로 인식하며, 대만과의 통일을 중국 공산당의 핵심적인 과업으로 규정한다. 시진핑 지도부가 내세우고 있는 치욕의 과거사 청산 및 중국몽 구현의 가장 핵심적인 단계이자 과업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022년 시진핑 3연임 결정을 앞두고, 미국과 대만 사이의 국교 정상화 등 대만 통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현시될 경우 용인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만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불침항모’로 인식되어 왔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은 현재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이 지역의 지향 목표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만 독립은 이를 상징하는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부상했다. 대만 독립이 부정될 경우 인태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역사학자 퍼거슨(Niall Ferguson)은 미국이 대만을 상실할 경우 과거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상실하며 사실상 패권국의 지위에서 내려왔던 것에 비견되는 사건이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전략적 의도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인 2019년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태들은 대만을 둘러싼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양국 모두 향후 경쟁이 심화할 것을 예측하면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이익으로 대만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일련의 행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공세적 군사력 현시, 보다 과감한 군사행동으로 이어지는 추세이다. 양측(중국 vs 미국/대만) 모두 미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 강화 및 군사력 동원, 전투 즉응 태세 강화에 나서고 있어 사태 발생 시 결과의 불확실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치열한 미중 경쟁 속에서 첨단 무기 도입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양자의 강한 의지가 충돌하고 의지 표출을 위한 무력 현시 및 과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도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고 억제하기 위해 양국 모두 전투태세 강화를 진행하고 있어 충돌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악순환 구조마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미중 양국 간 전략적 인식, 판단과 최근 동향을 고려해 볼 때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군사충돌 회피를 위한 양측의 노력과 신중함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향후 중국과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아 상당한 긴장 고조 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미중관계를 안정화하고자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국 간 충돌 시 그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측은 사태의 전 과정에서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실제 충돌이 발생 시 잠재적 결과의 파괴성을 실감하고 조기에 타협한 후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미중 양자 간 충돌 가능성은 이와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하여 최종 판단해야 하며, 그 상대적인 가능성 변화를 지속해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2) 미중, 대만의 군사전략과 대만사태 시나리오

대만사태의 발생 가능성 및 전개 양상,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사태 발생 시 전개 양상을 구체적으로 전망해 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 미국, 대만의 군사전략을 개관할 필요가 있다.먼저 중국의 군사적 목표는 대만을 사실상 지배하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대만섬에 상륙하여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대만의 정치적 의지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실질적 장악을 달성하거나 진먼도 등 일부 도서의 점거를 통해 결정적인 군사적 우세를 달성하여 군사적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민해방군은 먼저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대만의 해•공군력을 파괴 또는 압도한 후, 공중 및 해상을 통해 대만섬에 상륙/강습하여 군사적 장악을 완료하고 변경된 현상에 대한 재변경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도전하지 못하도록 대만에 대한 접근 차단을 지속하는 것을 하위의 목표로 추진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군사/비군사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은 은밀한 방식으로 전투 준비태세를 최대로 격상하고 기습적인 방식으로 육해공 및 전략군의 모든 전력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가동하고자 할 것이다. 여기에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의 접근과 기동을 차단하고 방해하는 ‘반접근/지역거부 전력’들의 활용 및 현시가 이루어질 것이며,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을 마주 보고 있는 동부 전구 전력들과 다른 전구의 지원병력을 순차적으로 활용하면서 압도적인 전력을 기습적으로 집중 투입하여 신속하게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대만의 목표는 독립의 유지이며 미국의 지원을 통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중국 공산당에 의해 복속 당하는 것을 억제하고 저지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에 대한 궁극적 보장은 군사력의 확보, 미-대만 간 외교 관계 복원 및 동맹 조약 체결이라 판단할 것이 예상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만군의 하위목표는 조기경보를 통한 중국의 군의 움직임 미리 포착하고, 중국군의 침투 및 상륙, 전복 작전을 지연시켜 미국이 개입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제공권과 제해권을 최대한 유지하여 중국군의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이 상륙을 시도할 경우 이를 방해, 차단하며, 상륙이 실시된 경우 지상전 및 저항 작전을 시행한다. 중국이 대만섬 장악에 성공할 경우 남은 전력이 미국과 연합하여 대만섬 재탈환 상륙작전을 실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공격을 저지하거나 보복하기 위해 주요 원전지대, 대형 댐, 북경 등에 대한 전략 폭격 역량을 갖추고자 할 것이다.

미국의 목표는 현상 유지이다. 대만이 독립을 누리면서 중국에 복속되지 않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대만을 완전히 복속할 수 있는 역량과 태세를 갖춰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먼저 대만의 군사역량 강화를 지원하여 미국의 지원전력이 도달할 때까지 저항, 지연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고, 둘째,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현시하여 중국이 오판하지 않도록 하며, 셋째, 유사시 증원전력을 파견하여 정보전, 공중전, 해상전 등의 수행을 통해 중국의 대만 상륙을 저지하고, 마지막으로 상륙이 이루어질 경우 대만섬을 재탈환하기 위해 대만군 및 동맹군과 연합 상륙작전을 실시한다.

이상과 같은 중국, 대만, 미국의 군사전략 고려 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력한 예상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먼저 일반적인 ‘재래식 정규에 의한 대만 점령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각종 심리전과 사이버•우주전 등의 정보전과 더불어 공군력 및 해군력, 전략 폭격 능력, 지상 발사 미사일 타격 능력 등을 동원하여 대만해협의 제공•제해권을 장악하고 상륙전력 및 공중 강습전력을 해상•공중으로 수송하여 대만에 상륙해 점령을 시도하는 시나리오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하이브리드 戰(Hybrid Warfare) 시나리오’이다. 이 시나리오의 핵심은 첫째, 미국이 개입을 결정하기 어려운 군사 이하 수준의 분쟁에서 시작되며, 둘째, 각종 비군사 활동을 통해 대만의 전투능력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셋째, 군사력의 일부 사용, 전면적 사용 위협을 활용하여 비군사적 압박의 효과를 높인다. 대략적 전개과정은 (해상 상선 충돌 등) 민간 영역에서의 충돌을 계기로 정치적 위기가 시작되고, 대만 내부의 주요 핵심 시설 및 군사전력에 대한 사이버•전자전•내부 게릴라전이 전개되어 사실상 무기력한 상황을 만들게 되면서 대만이 항복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기습적 제한전 시나리오’이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 비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유사시 대만을 빠르게 복속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군사적으로 신속하게 장악하는 시나리오이다. 중국 본토에 가깝게 위치해 있는 대만령 섬 중 일부가 이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높은 위험도 감수할 수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대만과 연합하여 상륙 및 탈환 작전을 시도해야 하나, 중국 본토에 가까워 군사적으로 상당히 불리한 여건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며 유사시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해져 확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3. 대만사태 시 군사력 균형 평가: 단기 및 중장기

1) 군사력 균형의 평가 기준

미중 양국의 군사력 균형을 엄밀히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다양한 방식의 군사력 균형 평가가 이루어져 왔으며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축적되어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할 경우 대체적인 평가는 가능하다. 또한, 중국이 예컨대 70% 이상의 상당히 높은 승리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을 때만 실제로 결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태 발생 여부를 대체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림1] 중국-대만 군사력 균형

[그림1] 중국-대만 군사력 균형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군사력 균형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 및 인민해방군 현대화의 결과로 [그림1] 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은 중국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수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 결과 점증하는 중국의 군사적 역량으로 대만의 군사적 취약성은 지속해서 증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만의 지리적 이점도 인정된다. 산악지형이 많은 대만섬의 특성상 대만 장악을 위한 상륙지점은 전체 국토의 15% 정도에 제한된다. 대만은 이러한 지점들에 군사기지를 밀집시키고 있어 중국의 상륙은 효과적으로 저지될 것이다. 상당한 규모의 상비군과 예비군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을 완전히 지배하기 위해서는 장갑차 등 중무장 전력과 병력을 상륙시켜야 한다. 이는 제공권과 제해권의 완전한 장악을 필요로 한다. 속도가 느리고 공격에 취약한 수송선과 수송기를 대량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 단기 군사력 균형 평가

최근까지 이루어진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중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전’을 통한 대만섬 장악은 여전히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 대만군의 저항과 미군의 지원으로 제공권과 제해권을 완전히 확보하고 대규모의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하이브리드전과 기습적 제한전의 경우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전 방식의 경우 개별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등 속성상 불확실성이 높고 그 결과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기습적 제한전’은 세 가지 방식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으나 정치적 효과도 제한적이다. 동시에 중국 가까이에서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겠지만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미중 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내포하고 있는 ‘위험’은 높다.

따라서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대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증대되고 있다. 더불어 일단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중 양국 모두 양보하려 하지 않고 일정 수준까지는 위기를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만일 여기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미중 간 군사력 균형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국은 상기한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감행하여 정치적 목적 달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가능성은 중국이 미래의 군사력 균형을 비관하고 군사적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경우다. 즉 향후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인도•태평양 지역 내 군사 네트워크 완성 등으로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중국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결의가 강하다 해도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생각하는 중국에 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마지막 순간에는 미국이 양보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선택을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3) 중장기 군사력 균형 평가

현시점에서 중장기 군사력 균형을 평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향후 양국의 국력 변동과 그에 따른 국방예산 변동, 새로운 무기체계 및 작전개념의 구현 여부, 중러 협력과 미국에 대한 동맹 및 우방국의 협력 여부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국의 국력 잠재성과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 고려 시 군사력 균형 유지를 위한 양국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며 그 결과 대체적 균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을 수용할 경우 주목되는 것은 미래전 수행체계의 속성이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을 먼저 구현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050년경까지 이어질 양국 간 경쟁은 결국 미래전을 먼저 지배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활용한 미래전은 정찰과 감시에서 결정, 타격으로 이어지는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신장된 센서 및 정밀타격 능력으로 인해 먼저 타격하는 것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거리의 경쟁’은 점차 ‘시간과 속도의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로 인해 군사충돌 발생 시 위기 고조는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위기관리는 점점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미래로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 분쟁이 발생하고 여기서 과거 걸프전이나 이라크전과 같이 새로운 전쟁 수행 방식이 시현되면서 상술한 전쟁의 속성에 대한 일반 정치지도자들의 이해가 높아질 경우 대만을 둘러싼 전쟁 기획과 군사 활동은 더욱 신중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장된 자국의 군사적 능력을 낙관하고 단기간 내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될 경우 군사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이 실제로 감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4. 결론: 대만문제의 전략적 함의

대만문제는 초강대국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전략핵무기 균형으로 인해 실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우발적 충돌도 조기에 협상을 통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중 간 직접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개입 없이 지역 분쟁으로 고립되어 종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남중국해가 실제 분쟁 발발 가능성은 더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대만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향후 미중경쟁 속에서 수립될 새로운 인태지역 군사질서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양국 간 무분별한 긴장 고조와 의지의 경쟁이 지속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만문제의 전략적 중요성과 위상을 고려할 때 일단 충돌이 발생하면 어느 한 편이 양보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보는 자신감의 결여로, 자신감의 결여는 군사력 균형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특히 미중 간 군사적 교전이 실제로 발생하면 통제 불능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도 이후의 사태를 높은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고 기획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지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이 아니다. 양국의 군사전략을 고려할 때 핵전쟁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의 전략적 지휘시설을 타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중국의 본토에 위치한다. 이를 타격할 경우 또는 타격이 임박한 경우 중국은 인근의 주둔 미군기지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미국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공격을 구사하면서 미국이 핵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단계에서나 정치적 협상이 시도될 수는 있다. 그러나 현대전 그리고 미래전은 ‘속도의 경쟁’을 본질로 하고 있다는 점이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향후 우주와 공중을 기반으로 한 센서 체계가 완비되고 극초음속 무기가 일반화될 경우 전장의 모든 전력을 실시간으로 타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정찰 감시 및 타격을 누가 빨리 결심하는가가 전승의 핵심이 되며 타격체계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이것이 미래전의 핵심으로 논의되는 ‘결정 중심전(decision centric warfare)’의 본질이다.

이와 같은 ‘전장 구조의 변환’은 미중 간 군사충돌 시 위기관리를 더욱 어려운 문제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대만문제의 ‘전략적 중요성’ 만큼이나 ‘군사적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향후 새로운 군사질서 구축과정에서 핵심 주제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미국과 중국, 대만뿐 아니라 지역과 세계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주제이다. ■

 

Richard Hass & David Sacks, "American Support for Taiwan Must Be Unambiguous: To Keep the Peace, Make Clear to China That Force Won’t Stand," Foreign Affairs, 2020. 9. 2.

Niall Ferguson, "A Taiwan Crisis May Mark the End of the American Empire," Bloomberg, 2021. 3. 22.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대만의 군사전략은 이들이 구비하고 있는 무기체계와 군사훈련의 양상을 통해 대체적인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그동안 이와 관련된 군사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가 산출된 바 있으며 본고는 이러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작성하였다. Robert Blackwill & Philip Zelikow, "The United States, China and Taiwan: A Strategy to Prevent War," CFR Special Report No. 90. 2021. 2; Samson Ellis, "Here's What Could Happen if China Invaded Taiwan," thejapantimes, 2020. 10. 8; Tim Willasey-Wilsey, "The Question: Why Would China Not Invade Taiwan Now?," Military Review, Sep-Oct, 2020; Admiral James A. Winnefeld, U.S. Navy (Retired), and Michael J. Morell, "The War That Never Was?," Proceedings, 2020. 8; 박창희, “중국군의 정보화전쟁 수행능력 평가: 대만공격 사례를 중심으로,” 『군사논단』 105권, 2021. 3.

Lee Hsi-min and Eric Lee, "Taiwan’s Overall Defense Concept, Explained," The Diplomat, 2020. 11. 3.

핵심 질문은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대만사태 시 신속한 승리를 성취할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Tim Willasey-Wilsey, 2020. p. 8.

Niall McCarthy, "The Military Imbalance In The Taiwan Strait," Statista, 2021. 4. 14.

J. Michael Cole, “How Taiwan Can Defend Its Coastline Against China,” The National Interest, 2019. 6. 30.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경쟁은 미래전은 먼저 성취하기 위한 경쟁의 양상을 띠며 전개되고 있다. 설인효, “군사혁신의 구조적 맥락: 미중 군사혁신 경쟁 분석과 전망,”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 서울: 한울출판사, 2020.

Bryan Clark, Daniel Patt & Harrison Schramm, “Mosaic Warfare: Exploiting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utonomous Systems to Implement Decision-Centric Operations,” CSBA Online Report, 2020. 2.

 


■ 저자: 설인효(薛仁曉)_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 대학원에서 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University of Maryland의 CIDCM에서 Visiting Researcher로 활동했으며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등을 역임했다. 2017년 미 National Defense University의 INSS에서 Visiting Fellow로 일했으며 한국국제정치학회 국방분과 이사, 합참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통일의 길 위에 선 평화》 (박영사, 공저, 2019), 《4차 산업혁명과 신흥 군사안보》 (한울아카데미, 공저, 2020),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어떻게 달라지는가》 (사회평론아카데미, 공저, 2020)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Deterring North Korea with Non-Nuclear High-Tech Weapons: Building a “3K+” Strategy and Its Applications,’(KJDA, 2018)“, '유엔사의 어제와 오늘 : 유엔군사령부의 역사적 전개과정 및 평화체제 이행시의 주요 문제’(군사, 2018), ’비전통 안보위협의 부상과 한미일 안보협력 방안‘(한일군사문화연구, 2021)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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