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15년을 말하다”

 

이 책은,
지난 15년간 한국인들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떠한 연속성을 가지는가를 규명하려는 시도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연구원, 성균관대 동아시아공존·협력연구센터,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0년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를 바탕으로 하였다. 이 조사는 한국인의 다층적인 정체성과 가치관, 과거 역사에 대한 평가, 사회 참여, 갈등인식, 대외인식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족주의’의 강화…통일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조사 이래 처음 과반 기록

이번 책은 총 10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1부에서는 한국인이 보는 역사, 민족, 국가 그리고 세계에 관한 인식이다. 시간적 흐름과 공간적 층위에서 한국이란 나라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다루고 있다. 우선 이내영은 한국인의 역사인식과 정치 정체성 변화를 추적한 결과, 한국인은 한민족의 역사와 대한민국에 대해서 대체로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자긍심이 2005년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임을 밝혔다. 강원택은 한국인의 조건, 영토적 의미와 정치 공동체라는 차원에서 나타난 한국인들의 태도 변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2005년 첫 조사 결과에 대해, 혈연에 기초한 자기정의로부터, 보다 구체적이면서도 근대적 속성을 함께 내포한 '대한민국 민족주의'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이제 그 속성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화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이숙종은 세계화, 국익에 대한 위협 요인, 그리고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살피고 있다. 분석결과, 한국인은 개방 무역과 국제기구의 결정은 지지하는 반면 외국인 국적 취득이나 원조에 대해서는 방어적이며 세계화에 대한 긍정적 및 부정적 인식이 혼재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황태희는 북한과 통일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살펴보며, 분단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는 남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남한 체제만이 합법적이고 정통성을 가지는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통일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전보다 심해졌는데 '통일 한국'이 한국의 장기적 국가 목표에서 하위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통일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통일 불필요론이 2020년 조사에서 처음 과반을 기록했다.

 

정체성 기반 갈등 심화…그러나 ‘경제성장’에 대한 선호도는 세대적, 이념적 성향 차이 없어

이 책의 2부는 한국인의 정치세계: 정치적 분화, 민주주의 정부를 다루고 있다. 정한울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갈등과 사회균열구조(social cleavages)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핀다.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의 사회갈등은 이익 기반의 전통적인 갈등요인과 정체성 기반의 갈등요인 등 다원적인 갈등 구조로 변화해왔고, 실제 한국인들은 계층, 학력, 지역, 세대 등 전통적인 사회갈등 요인들과 환경, 젠더, 이민 및 난민, 성소수자 이슈 등 정체성 기반의 갈등 요인들을 독립적인 차원으로 구분하고 있었다. 강우창은 한국인이 이해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찾아내며,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한국인의 만족도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크게 향상되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과 일부 극렬 지지층 사이에 심화되고 있는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적 양극화가 일반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적한다. 박형준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장기적 국가의 목표와 국정가치, 그리고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 기관 신뢰도에 관한 국민 인식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 국민은 '경제 안정'과 '경제 성장'이란 경제적 가치구현을 지난 15년간 일관되게 1, 2순위 국가의 목표로서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안전한 사회'와 '공정한 사회'가 3, 4순위로, '개인의 자유가 존중 받는 사회'가 5순위로 꼽혔다. 이러한 선호는 모든 세대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였고, 보수와 진보 이념적 성향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

 

복잡해지는 한국사회: 다문화 냉담주의, 일과 삶의 불균형, 미디어의 양극화

이 책의 3부는 한국인의 생활세계: 결사체, 다문화, 일과 삶, 소통에서는 국제결혼과 이민자 유입 등으로 다문화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 사회와 일과 삶의 조화를 어떻게 꾀해야 할지, 아울러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 신뢰의 문제를 살펴본다. 조민효는 다문화화와 다문화 수용성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변화를 다면적으로 분석한다. 2015년 전후로 나타난 다문화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배타적인 태도는 2020년 조사에서 더욱 강화되었다고 밝히며, 특히 과거에 비해 다문화사회의 장점을 인지하는 비율은 증가하였고,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무지는 감소하였지만, 일자리 경쟁 등 실질적 제도적 이유로 인한 다문화 냉담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박성민은 최근 정부나 직장에서 도입하려는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제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나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사회의 도래는 물론 이러한 재앙이 없이도 앞으로 다가올 4차혁명의 시대의 일터에서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에 대해 현재 한국인들이 경험하거나 또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제도적, 시간 디자인적 관점에서 한국사회의 유연근무제의 현황과 필요성, 경험에 기반한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 스마트한 근무형태와 제도에 대해 살핀다. 한규섭은 한국인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한 다양한 미디어들에 어떻게 달리 신뢰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사회는 정치적 양극화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적 양극화 추이가 생활의 영역으로 전이되면서 사회 정체성화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디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양극화되고 있고, 사회 정체성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당 매체에 대하여 팩트(fact)나 논조보다 정체성과 진영논리에 기반하여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다.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기성언론 주도 시대와 비교하여 1인 매체 시대가 도래한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목차

 

서문

 

I. 한국인이 보는 역사, 민족, 국가, 그리고 세계

 

1장 한국인의 역사인식과 정치 정체성 ■ 이내영

2장 한국인의 국가 정체성과 민족 정체성: 15년의 변화 ■ 강원택

3장 한국인의 대외 정체성: 세계화와 주요국 및 정책이슈에 대한 인식 ■ 이숙종

4장 북한과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 황태희

 

II. 한국인의 정치세계: 정치적 분화, 민주주의, 정부

 

5장 한국인이 보는 사회갈등구조의 변화와 정치·이념 양극화의 실상 ■ 정한울

6장 한국인의 이념 정체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 강우창

7장 한국인의 국가비전과 정부역할, 정부 신뢰의 인식변화 ■ 박형준·주지예

 

III. 한국인의 생활세계: 결사체, 다문화, 일과 삶, 소통

 

8장 한국인 다문화 인식의 다면성 ■ 최지혜·조민효

9장 한국인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 현재와 미래 ■ 박성민

10장 한국인의 미디어 정체성 ■ 한규섭·노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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