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EAI 스페셜리포트] 미중경쟁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II_① 미중 규범 경쟁: 인권과 민주주의, 한국의 대응

  • 2020-11-25
  • 김헌준

ISBN  979-11-6617-050-8 95340

편집자 주

본 스페셜리포트에서 김헌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규범부문에서의 미중 양국의 전략을 분석하고 미국 대선에 따른 중단기 전망과 한국의 대응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미중 양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규범에서 갈등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이 보편적이고 국제적인 원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두 국가와의 양자관계보다 다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 아래는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들어가며: 미중 관계와 규범 경쟁

국제관계에서 2010년 이후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중 관계이고, 2010년대를 특징짓는 것은 미중 간 다양한 부문에서의 경쟁과 갈등이다. 특히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은 아시아와 세계에서 외교, 경제 및 군사 영역에서 도전적이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이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미국도 쇠퇴론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군사 및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 구호 아래에 중국에 대한 다방면의 노골적인 압박으로 나타났다.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 미(美)구축함 디케이터(USS Decatur)와 초계기 P-8에 대한 중국의 위협, 통상 분쟁과 계속된 협상, 화웨이(Huawei)사건, 홍콩 시위와 천안문 30주년을 둘러싼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설전 등 시진핑과 트럼프 시기 두 국가의 관계는 상당히 나빠졌다. 바이러스의 기원과 정보 공개 투명성 문제와 이와 관련한 책임론, 국가 배상에 관한 논의, 세계보건기구 분담금 문제 등으로 코로나 19는 이미 나빠진 양국 갈등을 급속히 증폭하고 있다.

이 글은 다양한 갈등의 지점 중 규범(가치·이념) 분야를 다룬다. 국제관계에서 규범이란 국제정치에서 적절한 행동이 무엇인가에 대해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 기대로 정의된다(Katzenstein 1996, 5). 중국이 근대 국제질서로 편입된 19세기 이후, 중국과 서구 열강 사이에 규범의 교류, 경쟁 및 갈등은 항상 있었다. 이 상호작용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중 관계로 주로 나타났다. 냉전기에 양국은 비동맹주의(non-alignment), 인도적 개입, 국제원조, 신국제경제질서, 핵-비확산문제, 인권, 주권, 민족주의, 개발, 군비축소에 관한 규범을 두고 국제적으로 경쟁했다. 냉전 종식 이후에는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 유엔 안보리 개혁, 개발 협력(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재난 대응, 기후변화, 대(對) 테러리즘, 인권, 민주주의, 발전모델, 반부패, 거시경제정책에 관한 규범을 두고 경쟁하고 대립했다. 물론 이 양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주로 나타났지만, 중국은 다양한 부문에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들과도 관계를 맺어왔다. 이들과의 관계는 많은 경우 미중 경쟁이나 갈등의 양상과 유사한 형태였지만, 대화와 관여를 중요시하는 유럽은 결이 다른 접근을 하기도 했다.

규범과 군사, 정치, 외교, 전략과의 관계는 이미 1976년 저비스(Robert Jevis)의 『국제정치의 인식과 오인』에서 논의됐다(Jervis 1976). 규범은 정당성, 합법성, 도덕성 등 ‘당위성 의식(sense of oughtness)’ 혹은 ‘적절성 논리(logic of appropriateness)’의 영역이다. 19세기 신념으로서 민족주의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볼 수 있듯이, 합리성을 뛰어넘는 정당성의 힘은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같은 이유에서 모델스키(Modelski)는 세계 리더십 변화에 있어 탈정당화(delegitimation)가 실질적 전환인 탈중심화(deconcentration)에 앞서 일어난다고 보았다(Modelski 1987). 흥미롭게도 저비스는 정당성 문제가 전쟁의 주요 요인인 적대감을 일으킨 사례로 냉전 초기 미중 관계를 예로 들었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한 중국의 선택이 정당성이 없었다고 판단했고, 이후 중국을 호전적 적대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정당성에 근거한 판단은 일관성(consistency)의 추구를 통해 군사, 안보 등 다른 분야와 밀접히 연결된다(Jervis 1976, 121). 따라서 미중 간 규범 경쟁은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무역/기술 경쟁을 정당성 갈등의 차원으로 확대·재생산해 결국에는 군사/안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규범(가치·이념)의 영역은 광범위하므로 상호 밀접하게 연관된 인권과 민주주의에 집중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냉전기부터 양국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던 문제이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대표적이지만, 그 이전과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톈안먼 사태 이전부터 미국은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등 소수민족 정책, 종교의 자유, 학문과 양심의 자유 등에 대해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개선을 촉구해왔다. 같은 시기, 중국도 미국의 시민권(Civil Rights) 운동, 인종 차별 및 불평등, 인도차이나 전쟁 중의 학살 등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현재에도 중국의 신장·위구르 엄격한 통제 정책과 홍콩 민주화 요구에 대한 대대적 탄압, 미국의 인종 갈등(Black Lives Matter), 사회보장 정책과 코로나 19 감염병 대처 등을 둘러싸고 양국은 비난을 주고받았다. 또한, 인권과 민주주의는 보호책임, 발전모델, 경제정책, 반부패 등 양국이 대립하고 있는 다른 규범과도 밀접히 연결돼있다. 따라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둘러싼 갈등 양상을 보면 다른 규범의 상호작용도 이해하고 전망할 수 있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첫째, 미중 양국의 전략을 보기에 앞서 미중 규범 경쟁에 관한 일반적 두 가지 오해를 밝히고 해명한다. 둘째, 미국의 전략을 살펴본다. 우선 전체적 전략의 개요를 보고, 시진핑-트럼프 시기에 미중 관계의 규범 부문에서 전략이 사용된 실질적 사례를 분석한다. 셋째, 같은 방식으로 규범 부문에 있어 중국의 전략을 살펴본다. 역사적으로 규범 관련 외교를 지속해 온 미국과 그렇지 못한 중국과는 지식의 불균형이 있다. 이를 위해 많이 알려지고 연구된 미국 전략보다 그렇지 않은 중국 전략 부분에 약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대선에 따른 중단기 전망과 미중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정책과 그 이유를 제시한다.

 


 

■ 저자: 김헌준_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Twin Cities)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인트올라프 대학(St.Olaf College) 초빙조교수, 그리피스 대학(Griffith University) 부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주요연구 분야는 국제 규범 및 제도, 국제인권 및 윤리이다. 최근 저서 및 편저로는 《평화적 세력전이의 국제정치》(2015, 공저), The Massacres at Mt Halla: Sixty Years of Truth-Seeking in South Korea (Cornell University Press, 2014), Transitional Justice in the Asia Pacific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4)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백진경 EAI 연구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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