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EAI)은 [After Trump] 온라인 세미나 시리즈의 첫 회의로 “대선 이후의 미국(America, After the Election)”을 개최하였습니다. 본 세미나에서 EAI는 발표자로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폴 피어슨(Paul Pierson) 교수와 태구 리(Taeku Lee) 교수, 토론자로 중앙대의 손병권 교수, 사회자로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교수)과 함께 미국 대선결과 분석, 신정부의 도전과제, 향후 외교정책의 국내적 기반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 일시: 2020년 11월 10일(화), 10:00–11:20 (KST)
  • 발표자: 폴 피어슨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교수), 태구 리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교수)
  • 사회자: 손 열 (EAI 원장; 연세대 교수)
  • 토론자: 손병권 (중앙대 교수)

 

 

요약문: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퇴보하는 민주주의, 인종 갈등, 정치 분열, 글로벌 리더십 쇠퇴

 

I.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분석

 

미국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

  • 피어슨 교수와 태구 리 교수 모두 이번 미국 대선이 20세기 이래 미국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두 교수는 또한 이러한 기록적인 투표율이 바이든, 트럼프 양 진영 지지자들 모두를 효과적으로 선거에 동원한 결과이며 동시에 눈에 띌 정도로 접전이었던 점에 주목한다. 태구 리 교수는 최종 집계가 마무리되면 약 1억 5천만 명의 미국인들, 혹은 전체 유권자 3명 중 2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트럼프는 2016년 득표수보다 900만표 가량 더 득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든 후보 역시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득표수보다 1,100만표 정도 더 득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종 간 갈등 (Race War) 양상을 띤 선거전

  • 태구 리 교수는 이번 대선의 두 번째 주요 특징으로 미국 내 인종 분열을 지목한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취임 전부터 인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분열을 조장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수사(rhetoric)와 정책들을 통해 이러한 분열이 더욱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 태구 리 교수는 출구 조사 결과 분석을 인용하며 바이든-해리스 진영이 흑인, 남미계, 아시아계 그리고 미국 원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하였다고 평가한다. 남미계와 흑인계 표본에 초점을 맞춘 여론조사기관들과 함께 실시한 남미계 및 흑인계 투표자들 대상 투표 조사에 따르면 89%의 흑인, 70%의 남미계, 68%의 아시아계, 그리고 60%의 미국 원주민들이 바이든-해리스 진영에 투표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대로 오직 41%의 백인들만이 바이든-해리스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해리스 후보는 백인 여성의 43%,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의 49%, 교외에 거주하는 백인의 46%, 18~29세 사이의 백인 유권자의 46%가량의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되며 이번 선거의 인종 분열 양상을 보여주었다.  

 

치열한 접전과 예상 외 선거 결과

  • 태구 리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다른 한 가지로 바이든과 해리스 후보가 500만여 표를 더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엄청난 접전이었다는 데 주목한다. 또한 전체 득표 차의 단 1퍼센트인 5만여 표가 트럼프 지지표로 바뀌어 위스콘신주, 조지아주, 애리조나주에 균등 배분되었다면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
  • 피어슨 교수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여겨지는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간주 등 ‘블루 월(Blue Wall)’ 지역에서 예상외로 양 진영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것과 관련, 미국 내 인종 분포가 변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지역별 정당 선호도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보았다. 민주당은 블루 월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었던 것에 비해 공화당 아성인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 선벨트(Sun Belt) 지역에서 예상 외 성과를 거두었다. 태구 리 교수 또한 대다수 인구가 백인이었던 2010년과 비교하여 현재 58%의 유색 인종 비율을 보이는 조지아주의 사례를 들며 이러한 인종 분포의 변화를 몇몇 지역에서의 민주당의 승리 요인으로 꼽았다. 
  • 피어슨 교수는 미드웨스트(Midwest) 지역에서 바이든 후보가 백인 노동자 계층 일부와 더불어 꽤 많은 수의 교외 거주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한 점을 승리의 요인으로 지적한다. 태구 리 교수 역시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트럼프가 위스콘신주, 펜실베니아주, 미시건주 등에서 자신의 지지 기반을 동원하는데 전력을 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지역에서의 바이든의 선전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II. 바이든 정부의 미래

 

미국의 정치적 분열 지속, 바이든 정부의 개혁 사실상 불가능       

  • 태구 리 교수와 피어슨 교수는 향후 바이든 정권 최대 과제로 미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훼손된 민주적 가치 속에서 정권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을 꼽는다. 태구 리 교수는 미국이 사회제도의 약화, 사회적 신뢰 붕괴, 음모론 부상과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을 배경으로 이념적 · 인종적 양극화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아이디어에 대한 자유로운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공적 공간의 많은 부분을 잃었으며, 그러한 손실은 필터 버블과 정치적 의도를 통해 전달된 정보의 교환으로 대체되고 있다. 태구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에도 이러한 현상은 존재했지만 트럼프 재임기에 이러한 상황은 그가 대통령으로 있음으로 해서 더욱 더 현실화되었고 이번 선거 이후에도 그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 태구 리 교수는 이러한 국내적 분열 상황이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국가적 차원의 마스크 착용 규칙부터 개인 보호 장비, 진단키트, 산소 호흡기의 공급을 조정하고 백신을 수급함에 있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 태구 리 교수는 양극화된 미국 상황에서 바이든은 공화당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굳건한 반대에 맞서는 한편, 자신의 핵심 지지층에 당선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는 이중의 짐이 지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든의 가장 단단한 지지기반인 흑인 유권자에 대한 보상으로 경찰개혁과 인종적 정의와 관련한 정책은 공화당의 큰 반대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 피어슨 교수는 이번 대선 결과로 트럼프는 패배하였지만, 바이든 역시 예상과는 달리 주요 주들에서 크게 선전하지 못하였고 이러한 한계가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야심찬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방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내년 1월 선거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나 공화당은 여전히 상원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며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이 이끄는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개혁에 요구되는 여타 법안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 피어슨 교수는 미치 맥코넬을 비롯한 일부 선출직 공화당 의원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의혹 주장을 과장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반면, 조지 W. 부시 등 퇴임한 공화당 지도자들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바이든에 축하 인사를 전하며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태도를 취하였다고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성숙한 정치문화가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망한다. 공화당 입장에선 어떤 증거도 없는 트럼프의 선거 불법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공화당을 분열할 가능성만 있을 뿐 당 차원에서 어떠한 이득도 없는 것이다.

 

불타는 집에서 탈출, 그러나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

  • 피어슨 교수와 태구 리 교수는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미국의 민주주의 퇴보 현상이 눈에 띄게 진행되었으며 바이든 당선으로 인하여 불타고 있는 집에서 탈출에는 성공하였으나, 여전히 그 불은 꺼지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향후 몇 년간은 이미 진행되어 온 민주주의 퇴보 상황과 국가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민주주의 규범이 훼손된 양상은 브라질, 헝가리, 폴란드와 같은 민주주의 후퇴국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견될 만 하다고 경고했다.
  • 태구 리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미국이 기능하는 민주주의(functioning de-mocracy)가 맞는지를 의심하게 하며 미국 거버넌스의 근간을 흔든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4년의 시간을 민주주의에 드리운 어둠(dark clouds over democracy)으로 표현하며 이제는 트럼프 이전의 정상 상태(pre-Trump normalcy)로 회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대중이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투표로써 권위주의 지도자를 몰아낸 것과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향후 트럼프의 행보 및 그의 지지자들의 규합 및 무장화(militarized) 여부가 추후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거대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바이든 정권 성공의 열쇠: 개인적 품성(decency)과 외교정책

  • 태구 리 교수는 바이든 개인의 품성과 대인관계는 분열 속의 미국을 코로나19 대응 등에 있어 연방정부의 조정된 대응을 이끌어내는 등 합의의 리더십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태구 리 교수는 또한 미국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지난 4년 간 시기에 지쳐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재임기간 동안 정치권에서 지속되었던 혼란과 위기를 멈추고 정상적인 정치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미국 국민들의 열망을 기반으로 바이든이 미국 국민들을 규합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한다. 
  • 태구 리 교수와 피어슨 교수는 국내정치에서 고전(苦戰)과 달리 외교정책에서는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바이든은 외교 분야 베테랑으로, 미국을 세계 자유질서의 리더로 복귀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태구 리 교수는 미국 대중뿐만 아니라, 공화당 소속의 다수 정치인들을 비롯한 정치 엘리트들은 트럼프 정권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정책이 야기한 불안정성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피어슨 교수 역시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단독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외교정책이라며, 지난 몇 년간 트럼프 정권 하에서 훼손된 동맹 관계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이 상원 다수를 확보하지 못했고 대법원 역시 다수가 보수 진영인 현 상황에서 대통령으로서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은 외교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피어슨 교수는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적인 행보로 미국의 동맹국과의 신뢰 기반이 상당히 약해져있어 신뢰 없는 동맹은 굉장히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개인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의 신임을 얻고 있고, 대통령 취임 후에도 동맹 관계 회복에 힘쓰더라도 이미 신뢰를 잃은 동맹국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

 


 

 

■ 폴 피어슨 (Paul Pierson)_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존 그로스 정치학과 교수(John Gross 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미국 예일 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The New York Times, The New York Times Magazine, The Washington Post, New Republic 에 연재하고 있다. 미국정치학회보(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Perspectives on Politics,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의 편집위원,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 정치학과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는 미국 정치와 공공 정책, 비교 정치 경제, 사회 이론 등이다. 저서로는 Let Them Eat Tweets: How the Right Rules in an Age of Extreme Inequality (forthcoming, with Jacob S. Hacker), Winner-Take-All Politics: How Washington Made the Rich Richer and Abandoned the Middle Class (2010, with Jacob S. Hacker), Politics in Time: History, Institutions and Social Analysis (2004) 등이 있다. 저서 중 Dismantling the Welfare State? Reagan, Thatcher, and the Politics of Retrenchment (1994)은 1995 년 미국 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에서 최우수 미국 정치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Path Dependence, Increasing Returns and the Study of Politics”는 2000 년 미국 정치학회의 최우수 논문 상과 2011 년 아론 와일드브스키 상(Aaron Wildavsky Prize)을 수상하였다.

 

■ 태구 리 (Taeku Lee)_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 조지 존슨 법학 교수(George Johnson Professor of Law), 정치학과 교수(Professor of Political Science). 미국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National Asian American Survey 와 Bay Area Poverty Tracker 의 공동 전문조사관, Asian American Decisions 의 상무이사, 미국 인구조사국 국가 자문위원(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the U.S. Census Bureau)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선거연구위원회(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의 감독위원, 미국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의 재무관 및 집행위원,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학교 학과장, Haas Institute 부소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는 인종과 민족 정치, 여론조사 연구, 정체성과 불평등, 참여 민주주의 등이다. 저서로는 Oxford Handbook of Racial and Ethnic Politics in the United States (2015), Asian American Political Participation (2011) 등이 있다.

 

■ 손병권_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국 정치, 미국 외교정책, 비교의회 및 정당론 등이다. 최근 연구로는 《미국 의회정치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전형인가?: 정당정치에 포획된 미국의회》 (2018), "트럼프시대 미국 민족주의

등장의 이해" (2017) 등이 있다.

 

■ 손열_EAI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 박사. 중앙대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재단법인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원장이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과 언더우드국제학부장, 지속가능발전연구원장, 국제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였고, 도쿄대학 특임초빙교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채플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방문학자를 거쳤다.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2019)과 현대일본학회장(2012)을 지냈다. Fullbright , MacArthur, Japan Foundation, 와세다대 고등연구원 시니어 펠로우를 지내고, 외교부, 국립외교원, 동북아역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자문위원, 동북아시대 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외교부 자체평가위원이다. 전공분야는 일본외교,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국제정치, 공공외교. 최근 저서로는 Japan and Asia's Contested Order (2019, with T. J. Pempel), Understanding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2016, with Jan Melissen), “South Korea under US-China Rivalry: the Dynamics of the Economic-Security Nexus in the Trade Policymaking,” The Pacific Review (2019), 32, 6, 『한국의 중견국외교』(2017, 공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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