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페이퍼

[EAI 워킹페이퍼] 한국인 다문화 인식의 다면성

  • 2020-10-22
  • 최지혜, 조민효

ISBN  979-11-6617-034-8 95340

편집자 주

동아시아연구원(EAI)은 지난 15년(2005-2020) 동안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를 네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2020년 조사결과의 세 번째 워킹페이퍼 시리즈인 “한국인의 생활세계: 결사체, 다문화, 일과 삶, 소통”의 첫 번째 보고서로 최지혜 성균관대 석사과정생과 조민효 성균관대 교수가 함께 집필한 워킹페이퍼를 발간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다문화화와 다문화 수용성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변화를 다면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2015년 전후로 나타난 다문화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배타적인 태도는 2020년 조사에서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다문화사회의 장점을 인지하는 비율은 증가하였고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무지는 감소하였으나, 일자리 경쟁 등 실질적·제도적 이유로 인한 다문화 냉담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다문화에 대한 감정적·호소적 접근 대신 다문화사회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담론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의 서론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서론

사상 처음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돌파하여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9%가 외국인인 시대가 도래하였다(법무부 2019). 통상 학계에서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을 경우 다문화사회로 분류하므로, 한국은 이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적인 다문화 국가의 문턱에 다다른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은 2007년 8월 전후로 한국 사회에는 “다문화 열풍”이 불었다. 2007년에는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2008년에는 다문화가정 지원법이 제정되는 등 국내 체류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법률화되었다(황정미 2010). 또한,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마다 다문화 전담 부서가 신설되면서(오경석 2010) 정부가 다문화 관련 중복 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였다(한건수 2010). 당시의 다문화 열풍은 글로벌화라는 전 지구적 흐름에 발맞추고 한국의 다문화 사회 진입을 대비한다는 점에서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문화주의를 곧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상정하고, 다문화가 초래할 수 있는 불편함이나 논쟁에 대한 담론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주의는 “정치적·학술적 입장에 관계없이, 갈등이나 균열을 그다지 겪지도 않은 채” 마땅히 옳은 것이라는 막연한 담론으로 존재해왔다(김혜순 2006).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결혼이주여성 등 일부 이주민에게만 지원 정책이 집중되는 ‘관주도 다문화주의(김희정 2007)’, ‘문화 없는 다문화(엄한진 2006)’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황정미 2010).


 다문화의 다층적인 면이 토론되지 못한 채 다문화주의가 한국 사회 주류 선(先)주민이 이주민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여러 위험성을 지닌다. 다문화주의는 단순히 여러 인종과 국적이 모여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추상적인 ‘도덕’, ‘인권’ 등의 개념뿐만 아니라 복잡미묘한 현실의 문제를 건드린다. 다문화주의를 체계적으로 다뤄온 대표적 이론가인 킴리카(Kymlicka)는 대부분의 소수 이주민 집단은 그들만의 자치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존속시키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류 사회가 소수 문화에게 다양한 집단차별적(group-differentiated)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Kymlicka 1995; 설한 2010). 지난 수십 년간 다문화 흐름을 전개해온 미국과 서구 유럽에서도 치열한 논쟁과 사회적 합의를 위해 진통을 겪어왔으며, 2010년부터 2011년 사이에는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잇따라 자국의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국민일보 2011).

다문화에 대한 논쟁은 묻어둔 채 국가가 주도하는 다문화 열풍을 겪은 한국인은 외국인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오경석 2010). 학자들은 다문화에 대한 한국 사회의 순진한(naive) 온정주의적 태도 이면에 여러 다문화 갈등이 잠복해있음을 경고하고, 이러한 갈등이 폭발하기 전에 다문화 사회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필요함을 시사해왔다(한건수 2010).

실제로 2015년을 전후로 한국에서는 ‘다문화 피로도’와 ‘다문화 혐오증’이 관찰되고 있다(윤인진 2016). 국내 체류 외국인의 지속적인 증가로 한국 주류 선주민과 이주민 간 접촉 역시 활발해졌고, 일자리 경쟁, 위장 결혼, 문화 충돌, 외국인 범죄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2012년 오원춘과 박춘봉이 한국인 여성을 잔혹하게 토막 살인한 것은 중국 동포(조선족)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겼으며, 많은 미디어와 영화에서 조선족이 범죄자로 묘사되거나 조선족 밀집 지역이 범죄 소굴로 알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에 2015년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에서는 한국인이 다문화에 대한 과거의 온정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의 위협을 현실적으로 깨닫기 시작했으며, 다문화 국가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황정미 2016).

2020년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는 2015년에서 관찰된 다문화주의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최근 발생한 국제적 변수와 한국인의 다문화 인식을 함께 고려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15년~2016년 유럽을 뒤흔든 이슬람 무장 단체의 테러, 다양성을 미덕으로 삼았던 미국에서 자국 우선주의 ‘American First’를 내건 트럼프의 당선, 2018년 제주도 난민 사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겪은 국제 사회는 개방보다는 보호에, 교류보다는 자국민 안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일률적일 수 없을 것이며, 다문화주의에 대한 선호도나 이민자 수용성 이면에도 복합적인 사고가 작용할 것이다. 이에 한국의 다문화화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어떠한 양상을 보이며, 다문화주의에 가장 배타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어떠한 이유로 다문화를 지양하는지 등을 질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인의 다문화화 인식, 다문화 수용성, 다문화 소수자에 대한 태도 등을 조사하여 한국에서의 다문화주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연구에 사용된 자료는 동아시아연구원과 성균관대 동아시아 공존·협력 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조사를 사용하였다. 표본은 2020년 4월 주민등록 인구 현황을 기준으로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과 무작위 추출을 거쳐 표집되었다. 조사 기간은 2020년 5월 6일부터 27일까지 한국리서치 면접원에 의한 대면 면접조사방식으로 시행되었으며, 10,003명의 응답자가 확보되었다. 또한, 한국리서치가 동일한 표집 방법으로 대면 면접조사를 시행한 2005년(표본 1,038명), 2010년(표본 1,091명), 2015년(표본 1,006명) 조사의 응답을 함께 비교하여 한국 다문화화의 장기적 흐름과 2020년에 두드러지는 특징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 저자: 최지혜_ 성균관대학교에서 2019년 행정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복지, 의료, 빅데이터, 교육 등 사회정책에 대한 분석 및 평가이다. 최근 논문으로는 “유치원 3법의 정책변동과정 연구 – 신속처리안건제도와 상호적대화를 중심으로-”(2020, 공저), “보건의료 빅데이터 및 의료 플랫폼의 사회적 쟁점: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시범사업의 사례분석을 중심으로”(2020, 공저),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을 이용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정책변동과정 분석” (2019, 공저)가 있다.

 

■ 저자: 조민효_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시카고 대학교 (University of Chicago)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사회보장위원회 실무위원회 민간위원, 한국행정학회 연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정책평가, 복지정책, 교육 및 고용정책, 이민정책 등이다. 최근 논저에는 "강사법 정책결정과정 분석" (2020, 공저), "Kingdon의 다중흐름모형을 이용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정책변동과정 분석" (2020, 공저), "빈곤 노인의 노동시장 이행에 관한 연구" (2019, 공저), "Examining the Effects of the Durunuri Programme on Low-wage Workers’ Social Insurance Coverage in South Korea" (2019, 공저), "행복(공공)기숙사 도입이 대학가의 임대료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를 활용하여" (2018, 공저), "Exploring the Acculturation Profiles and Adaptation of Children of Multiethnic Families in South Korea" (2016)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서주원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6) jwseo@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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