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동아시아연구원(EAI)이 2013년부터 일본의 겐론NPO와 매년 실시해오고 있는 <한국인의 동아시아 인식조사>를 분석한 “한일관계 세대분석: 청년세대(MZ세대)가 보는 한일관계” 첫 번째 보고서로 오승희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워킹페이퍼가 발간되었습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편인 이 글에서는 지난 7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39세 집단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일본 인식이 조금씩 변화해왔으며, 이러한 변화에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비자로서의 선택의 차원에서 일본을 마주하고, ‘공정’이라는 가치관을 중시여기는 MZ세대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 아래는 본 워킹페이퍼의 서론입니다. 전문은 상단의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I. 들어가며

2019년의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태로 평가될만큼 악화되었다. 아베 총리는 2019년 7월 한국의 반도체 핵심소재(포토레지스트와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를 중심으로 수출규제강화 조치를 단행하였고, 8월에는 한국을 수출심사 간소화 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한국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전개하였고,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수출규제조치를 경제침략으로 규정하고 대일 수출규제 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선언, 국산화 등으로 맞대응 조치를 취했다. 결국 지소미아 실효 직전 한국정부가 지소미아 종료통보의 효력정지라는 또 다른 예측불가능한 결정을 내렸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한일 간 교류는 더욱 단절되었다.  8월 4일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했다는 공시송달이 발효하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시 보복을 시사하였다. 8월 7일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이 한국 법원의 국내 자산 압류명령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현금화는 당분간 미루어지고, 지소미아 종료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남아, 역사-경제-안보 문제의 연계와 악순환과 정치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시 8월이 돌아왔고 한일관계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지속되는 최악의 한일관계는 이제까지의 한일관계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성찰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일본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2019년 한일갈등은 이전의 일본관과 어떠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가?

한국인의 일본관을 살펴보기 위해, 본 연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일본의 겐론NPO와 함께 진행한 <한국인의 동아시아인식조사>[1]의 지난 7년간(2013-2019)의 결과를 집중 분석하였다. 2013년부터 지속되어 온 설문조사들 중 공통 질문은 추세를 살펴보고, 특정 이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2019년 7월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영하기 위해 2019년 10월 시행한 <문재인 정부 중간평가>[2] 설문 중 일본관련문항들과 2020년 5월 실시된 <한국인의 정체성> 여론조사 결과[3] 중 일본관련 문항들을 참고하여 설명을 보완하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그동안 축적해온 일본 관련 설문조사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특히 한국의 청년세대가 일본과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주목하였다. 20-30대의 청년세대는 밀레니얼(Millennials)과 Z세대로 구성된 ‘MZ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MZ세대란 1980년대 초부터 짧게는 1990년대 중반, 길게는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표현이다.[4]

통칭 MZ세대의 주요 특징으로는 1)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특히 Z세대는 디지털 기기를 원어민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다. 2)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한다(다만추), 3) 자신의 취향, 신념, 소신을 표출하는 일명 ‘미닝아웃(Meaning Out)’을 한다.[5] 4)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며, 소비에 있어서도 최적의 만족을 위해 밸런스를 중시여기는 ‘밸런스익선’을 추구한다. 5)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자신의 만족을 우선으로 고려한다(Mysider). 평소에는 돈을 절약하다가도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소비하는 ‘플렉스(Flex)’ 행위를 통해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다양한 특징들이 있으나, MZ세대의 가치관과 선호도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며 균형을 추구하고,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MZ세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MZ세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주요 소비주체이자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한국 사회의 중추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과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MZ세대의 특징은 이전 세대와 구별되면서도 전체 평균에 영향을 미쳐 한국인의 일본관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일본과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MZ세대의 특징을 ‘나’중심의 대외관, ‘소비’하는 일본, 반일보다는 ‘공정’ 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분석방법으로는 각년도 설문조사 중 19세-29세의 응답과 30-39세의 응답에 주목하였다. Z세대에 해당하는 19-29세의 응답과 밀레니얼 세대를 구성하는 29-39세의 응답을 평균과 다른 연령집단과 비교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6] 분석 과정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비슷한 성향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상이한 경우도 나타났다. 따라서 19-29세, 30-39세 집단을 MZ세대 하나로 합치지 않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각각의 흐름과 차이점, 공통점을 비교분석하였다.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II장에서는 MZ세대의 일본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다. 일본에 대한 인상과 일본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MZ세대의 답변을 분석한다. III장에서는 MZ세대의 한일관계에 대한 인식을 검토한다. 한일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질문에 MZ세대의 특성이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IV장에서는 MZ세대의 일본관의 특징을 정리하고 한국인의 일본관이 변화하는지에 대해 논한다. V장에서는 MZ세대가 바라보는 일본과 한일관계의 변화가 한일 양국 간 외교정책에 어떠한 함의를 주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1] 매년 5-6월경 전국의 만 19세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약 17일-20일 간 종이설문을 이용한 1대 1 대면면접으로 진행되었다.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하였으며, 조사표본 1000명의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p이다.

[2] 2019 년 10 월 24 일부터 29 일까지 6일 간 전국의 19 세이상 성인 남녀 1000 명의 휴대전화와 이메일로 이루어졌으며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 %p 이다.

[3] 2020년 5월 6일부터 27일까지 전국의 만 18세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로 이루어졌다.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추출하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3.1 %p이다.

[4] 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8. 『트렌드 MZ 2019』. 한빛비즈;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 위즈덤하우스.

[5]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단어로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2017).

[6] 연령효과(aging effect)과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 연구를 위한 구분에 따르면, 18-29세를 Z세대, 30-39세를 밀레니얼세대, 40-49세를 X세대, 50-59세를 386세대, 60세 이상은 전후세대와 전전세대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박영득, 이재묵 2016). 본 연구에서는 MZ세대에 주목하며 필요시 이전 세대와의 비교를 통해 차이를 확인한다.

 


 

■ 저자: 오승희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분야는 일본 외교정책, 중일관계, 외교정책분석 등이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전후 중일관계 70년: 마오쩌둥-요시다 시기부터 시진핑-아베 시기까지》(2019, 공저), “아베 내각의 아시아 정책: 강한 일본을 위한 아시아의 타자화”<일본연구>(2018), “전후 일본의 인정투쟁과 중일국교정상화: 하나의 중국론에 대한 인정론적 접근”<한국정치학회보> (2017) 등이 있다.

 

■ 기획 및 편집: 오승희 EAI 수석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2) seungheeoh@eai.or.kr

 


 

[EAI 워킹페이퍼]는 국내외 주요 사안들에 대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고 심층 분석한 학술 보고서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6대 프로젝트

한일관계 재건축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