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연구원(EAI)은 21대 총선 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정치의 구조적 측면을 들추어 보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강원택 서울대 교수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모시고 손열 EAI 원장의 사회로 총선 대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대담에서는 코로나가 선거에 미친 영향, 한국정치의 양극화, 유력한 제3세력 부재와 대결정치의 심화, 시민사회의 역할, 선거를 통한 한국의 이념지형과 세대지형 변화 여부, 향후 개혁과제와 전망에 대해 짚어봅니다.

  • 일시: 2020년 4월 20일(월), 18:00–21:00
  • 장소: 동아시아연구원 대회의실
  • 참석자: 강원택 (서울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손열(EAI 원장)

 

 

 아래는 본 대담록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손열 원장: (...) 20대 국회 내내 양당이 극한대립으로 지새웠고, 광화문, 서초동으로 아스팔트 대립이 이어졌다. 선거 국면에서도 양당은 정책 없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였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경쟁적으로 위성 정당을 만들어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거대 양당으로 표가 갈렸고 제3당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좀 넓게 본다면 서구에서도 정치 양극화 경향은 심각하다. 사회경제적 양극화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정당간 이념적 정책적 거리가 넓어지고 이에 따라 정치적 갈등과 정치 마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정치 양극화, 진영논리, 대결정치가 한층 강화된 총선

최태욱 교수: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채 거대 양당의 진영정치, 대결정치의 폐해는 늘 심각했다. 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늘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제도 개혁 과정에서 비례의석마저, 심지어 위성 정당이라는 어이없는 꼼수, 최소한의 품위를 버린 것을 시민들이 보면서 굉장히 대결적인 것을 느끼고, 또 그 대결정치에 시민들도 참여했으므로, 이번에 더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다. (...) 사실 선거제도 개혁은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하여 표를 얻는 만큼 유력한 새 정당이 나오도록 하여 진영정치와 대결정치를 해소하자는 취지였지만, 그 과정에서 양대 정당이 깊숙이 들어오며 비례의석까지도 쪼개 가져가고자 하여 오히려 과거 선거보다 제3당이 들어설 여지를 대폭 줄여 놓았다. 결과적으로 제3지대가 괴멸하는 사태가 왔다. 

 

코로나 선거인가?

강원택 교수: 코로나 문제와 같은 국가적 위기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국민의 일차적인 관심은 국가의 역할과 공공의 문제, 즉 공적인 부분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시민의 참여와 공공성의 문제로까지 이어졌고 높은 투표율을 가져왔다고 본다. 나아가 위기 시 국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현상(rally around the flag)이 코로나 정국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본다.

 

무너진 시민사회

최태욱 교수: 우리 정치판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만약 복잡한 전술과 의미가 있는 정치 게임이 매 총선, 대선 때 벌어진다면, 정책경쟁을 위한 새로운 분석과 해석이 필요할 것이고 시민사회나 전문가의 도움이 늘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 게임은 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농경시대처럼 지역이나 인물에 기반을 둔 두 유력 정당과 제왕적 대통령이 꾸려가는 헌정 체제 하의 게임이다. (...) 만약 시민사회나 학계가 의미 있는 방향제시를 할 수 있는 위치를 얻고자 한다면 지금의 양대 정당 대결정치가 깨지고 제3의 유력정당들이 새로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면 새로운 세력으로서 방향, 이념, 전략, 전술에 대한 의견이 필요할 것이지만 현재 체제에 익숙한 정치세력들은 조언과 감시가 필요 없다.

 

대한민국의 이념 지형과 세대 지형, 바뀌지 않았다.

강원택 교수: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지역구 투표에서 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이 41.5%였다. 정당 투표는 미래한국당이 33.8%, 민주당이 33.4%로 비슷했다. 물론 여기에 열린시민당이나 정의당 등 진보 성향 정당 표를 더 하면 48.5%로 높아지기는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이념 지형 변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수 정당 지지도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는 건 2017년 이후 정치적 변화에 보수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중도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현행 비례제는 폐기처분 신세

최태욱 교수: 현재 한국 정치의 폐해를 넘으려면 제도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선은 선거제도 개혁의 첫 결과이다. 원래 개혁을 반대했던 미래통합당은 당연히 현행 비례제를 폐지하자고 할 것이고, 내심 이를 반대했던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들 역시 폐지를 선호할 것이다. 나는 현행 비례제가 폐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다음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선거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시민의회를 활용하라

최태욱 교수: 나는 합의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시민의회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EAI 들리는 논평 ‘산으로 간 개정 선거법, 민의는 어디에?’, 2020/03/12). 실제로 시민의회를 통해 선거제도를 개혁한 나라가 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는 선거법이 발전되어 있어 주 선거법을 주민들이 결정하며, 주지사들이 시민의회를 소집해서 개혁을 한 적이 많다. 그것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대통령이 시민의회를 소집하여 선거제도 개혁안을 시민들로 인해 만들게 하고, 그것을 대통령이 국회에 입법안으로 내놓는 것이다. 그러면 국회가 공개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시민의회가 열린다는 것은 시민사회 전체가 이 사안을 논의한다는 의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 수술이 필요하다

강원택 교수: 개혁과 같이 가야하는 것이 권력구조 개혁이다. 2016년 촛불집회에서 제기된 주장의 핵심은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력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 하에 있는 것 같다. 청와대의 국정 주도는 사실 더욱 강화되었다. (...) 정권/행정 수준에서의 비판과 국가/체제 수준에서 비판은 분별되어야 한다. 이것이 뒤섞여 나타날 때 그 국가는 표류한다. 사회통합과 국가안보, 미래를 도모하는 장기전략을 맡는 역할을 하는 대통령과 행정수반으로서 총리간 권력 분점이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결국 개헌인데 그것이 어렵다면 총리의 국회 선출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개헌에 대해 조속히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 담당 및 편집: 이영현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내선 207)  ylee@eai.or.kr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미래혁신과 거버넌스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