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숙종_ EAI 원장∙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대통령 국가안보자문단, 외교부, 통일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The Trilateral Commission, 싱크탱크세계평의회(Council of Councils: CoC)의 회원으로 정책연구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힘쓰고 있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동북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Johns Hopkins University, SAIS) 교수강사, 독일 German Institute for Global and Area Studies 방문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최근 저술로는 “South Korea as New Middle Power Seeking Complex Diplomacy,” Public Diplomacy and Soft Power in East Asia (공편), 《글로벌 개발협력 거버넌스와 한국》(편), “The Demise of ‘Korea Inc.’: Paradigm Shift in Korea’s Developmental State” 등이 있다.

 

 


 

 

6월 16일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이 의제 조정에 바쁠 때이다. 2013년 5월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과 같은 스피치외교보다 양국 정상 간 실무회담이 핵심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네 번째 정상회담인데다 두 정상 간 신뢰관계도 두터워 보이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협력의 의지를 다질 기회이다. 청와대는 지난 아베 총리의 방미와 앞으로 있을 시진핑 주석의 방미와 견주어 보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실무적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의제는 날로 위협감을 높여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북한의 어떤 위협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늘어나는 핵무기 숫자, 핵탄두의 소형화, 길어지는 탄도미사일 궤도, 잠수함에서 발사 가능한 탄도미사일 등의 소식을 접하는 한국인의 마음은 영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핵협상에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미 정부의 ‘전략적 인내’ 5년간 한국인의 인내심은 바닥이 날 지경이다. 당근도 채찍도 없는 인내는 방관에 가깝고 그 사이 북한의 협상 입지만 이롭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에 이어서 북핵문제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 관심을 쏟고 그의 리더십을 집중하도록 강력하게 주문해야 한다. 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핵무기 소유 못지않게 북핵이 위험한 것은, 이미 적어도 6-8개나 된다는 핵무기가 모험심 많고 불안정한 김정은의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지역정세에 대해서 한국은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을 어떻게 내보일지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은 국가안보에 초석이 되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정치적 협력도 심화해야 하는 처지이다. 미국 조야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심지어 미국을 속이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사드) 도입 문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가입 등의 현안에서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모호한 입장을 취했거나 우리 입장을 알리고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탓도 있다. 이번 워싱턴 방문 시 우리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천명함으로써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오랜 동맹국 미국이 한국을 전적으로 신뢰해야만 중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우리의 행보도 편안해진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순진한 단순논리는 복합적인 외교문제를 다루는 올바른 해법이 아니며 미국의 지속적인 한국 신뢰를 담보하기에도 부족하다.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한일관계 악화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한일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의 재개를 시작으로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의 대일정책이 과거사문제에만 매어있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미국 지도자들은 위안부문제 등 청산되지 않은 식민지 피해에 대해 한국인의 편에 있지만 동시에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베 정권의 잘못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아무리 진실이어도 역효과를 낸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로 예정되어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아베 정권을 넘어서 광복 70주년 해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비전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말할 필요가 있다. 불행한 역사의 피해자로서 진정성 있는 사죄와 보상을 주문하는 선을 넘어서 용서와 화합의 정신으로 미래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한일이 함께 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워싱턴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건설적 메시지는 우리 대통령의 귀국 후에도 이어져 일본의 종전기념일에 예정되어 있는 아베담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관계의 갈등을 풀지 못한 채로는 한미일 삼자관계의 실질적 협력이 난관에 봉착할 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지역구상으로 내세우고 있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도 궤도에 오를 수 없다.

 

한미동맹은 이제 양자 간 협력을 넘어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향해 발전하고 있다. 해외봉사단, 질병확산방지, 재난구호, 평화유지활동 등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은 용감하고 진취적인 공통의 국민성을 바탕으로 지구촌의 안녕을 위해 함께 나서고 있다. 어려운 북핵문제가 눈앞에 놓여 있지만 한미동맹의 역사적 발전상을 볼 때 이번 방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우리 대통령의 발걸음은 힘차고 자신감 넘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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