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AI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선 중국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과 전망을 담은 “코로나19 쇼크와 중국” 특별논평 시리즈 총 4편을 아래와 같이 게재합니다.

 

1. 이동률: 코로나19의 중국의 대외관계 및 한중관계 영향과 전망

2. 최필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의 위상은 강화될 것인가? [보고서 읽기]

3. 하남석: 코로나19와 중국 사회의 반응 [보고서 읽기]

4. 양갑용: 코로나19로 변화하는 당국가체제의 양면성 [보고서 읽기]

 

EAI 특별논평 시리즈 “코로나19 쇼크와 중국”의 첫 번째 보고서로,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을 분석한 이동률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동덕여대 교수)의 특집 논평이 발간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방역에 실패하면서, 발생 초기 은폐와 부실 대응 논란 속 대내외 비난의 중심에 있었던 중국이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적극적인 국제 지원과 여론전으로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야기한 글로벌 위기에서 생긴 기회의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자국의 상대적 부상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이 비록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며 독자적 부상을 이루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 사태로 정치경제적 난국에 직면하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중국발 위기’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로 미중 양국은 상호 불신이 심화되어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양국 모두 국내문제로 인해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내세운 ‘대리 견제와 경쟁’을 펼치며 세력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러한 전망 속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는 것은 한국인데, 저자는 한국이 현재의 과도기적 국제정세 속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I. 코로나19의 충격이 야기한 중국외교의 과제는?

코로나19는 중국에 예상 못 한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마저 개혁 개방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2021년 창당 100년을 앞둔 중국 공산당 체제는 지난 4개월 사이에 체제의 취약성과 강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시진핑 중심의 권위주의 체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 정부의 은폐 및 부실 대응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리더십과 공산당 체제는 외견상 체제 내부의 갈등과 동요도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 19의 충격과 비난으로부터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이면에는 세계적 확산, 특히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19 대응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상대 평가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국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주는 고통과 더불어 감염병을 확산시킨 책임으로 인종 차별적 비난의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그들을 비난했던 미국 등 선진국 역시 코로나 방역에 실패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공산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내부 응집력, 상대적 자신감, 그리고 체제 지지로 전환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 발생 초기의 대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그로 인해 공산당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남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중대한 과제로 남아있다.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은 경제성장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IMF가 올해 1.2%의 중국경제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6.8%라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중국은 창당 100주년 자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경제회복에 매몰될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정부는 역설적으로 ‘중국발 바이러스’로 도전과 기회가 병존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시진핑 체제는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중국 외교정책도 공산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체제의 정당성과 안정을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코로나 책임론을 방어하는 수세적 입장에서 오히려 공헌론을 적극 부각시키는 이미지 개선에 집중하는 한편, 경제회복의 동력을 살리고자 한다. 중국은 일종의 투 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 책임론 등을 놓고 미국과는 양보 없는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면서 국가 체면과 대외적 이미지 개선을 노리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코로나19의 선행 경험 국가로서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국제사회를 향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는 코로나방역 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127개 국가와 4개 국제조직에 마스크, 방호복, 진단 장비 등 물자를 공급했고, 11개국에는 직접 의료 지원팀을 파견했다. 중국은 주요 경제협력 대상 국가들에게 발 빠르게 방역 물자와 의료 지원을 추진하여 훼손된 국가 이미지 회복뿐만 아니라 대외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조성하고자 한다.

 

II. 코로나 위기가 중국 부상의 새로운 전략적 기회가 될 것인가?

중국의 코로나 방역 외교가 복합적 목적을 겨냥하며 진화해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 지원과 협력을 통해 국가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한편, 일대일로(一帶一路)도 활성화시키려는 복합의 전략적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공개적으로는 전 세계를 향해 협력과 지원을 제의하고 있지만 중요한 의료 지원팀 파견은 이탈리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친중 국가와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 국가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IT 대기업들이 신속하게 의료 장비, 물품, 기술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 또한 다분히 전략적 고려가 내재되어 있어 보인다. 예컨대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은 아프리카에 지원하고, 샤오미는 인도와 유럽, 화웨이는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중심으로 일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민간 지원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지원 기업과 대상 국가들이 다분히 전략적 고려에서 선별하여 체계적인 지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사태 이후 1월 22일 독일, 프랑스 정상과의 전화통화를 시작으로 사우디(2월 26일), 미국(3월 27일), 인도(4월 1일), 인도네시아(4월 2일), 나미비아(4월 3일), 터키(4월 8일), 러시아(3월 19일/4월 16일) 등 30여 국가정상들과 전화통화로 활발한 코로나 외교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제안하면서 시진핑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인류운명공동체와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예컨대 시진핑은 “인류는 하나의 공동운명체이고, 질병과 싸워 이기려면 단결과 협력이 가장 위력적인 무기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라오스 국가주석(4월 3일)과의 전화 통화에서는 중-라오스 철도와 경제회랑 건설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을 약속했다.

중국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연선국가들의 중국 투자와 경제지원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코로나19 협력 및 지원과정에서 일대일로와 연계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대일로가 ‘시진핑 의제’인 동시에 중국이 지정학적 안보 딜레마를 최소화하면서 글로벌 위상을 확장하기에 적합한 지경제학적 프로젝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사태 이후 재활성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이란 등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 국가들이 코로나19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컸다는 정치적 부담이 있으며, 경제위기 속에 장기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중국도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의료, 보건, IT 분야를 연계한 협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면서 일대일로의 동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주요한 글로벌 위기 시 오히려 ‘상대적 부상’의 기회를 포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위기 시에 미국의 약세를 포착하여 중국은 오히려 부상의 전략적 시, 공간을 확보하고 실제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얻었다.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협력과 지원에 적극적인 이면에도 내부적으로 코로나로 초래된 위기를 4번째 상대적 부상의 기회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지원 중단을 발표하는 등 국제 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국이 상대적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는 이전과 달리 ‘중국발 위기’ 이며 중국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근원적 한계가 있다. 그리고 중국 역시 향후 상당 기간 경제회복과 공산당 일당체제의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여 조기 극복이 확실해진다면 이 기회에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상대적으로 국제사회의 역할이 확장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과거 3번의 기회와 달리 이전 중국의 위상은 이미 초강대국의 문턱에 진입해 있어 ‘상대적 부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 중국은 새로운 차별화된 글로벌 표준과 가치를 제시하고 국제 공공재를 제공하여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 절대적 부상을 추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중국은 여전히 체제 안전, 발전, 그리고 심지어 주권 수호라는 기본 국익 추구에 매몰되어 있으며, 코로나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 과정에서도 그 이면에 일대일로 등 자국의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중국은 아직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이타적인 대안적 규범, 가치, 글로벌 리더십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설계하려는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요컨대 중국은 여전히 독자적, 절대적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미국과 국력 격차의 변화, 그리고 이와 연계될 미국의 대중국 전략의 변화에 따라서 비록 유동성의 진폭은 커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은 전략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는 기존 패턴이 유지될 것이다. 예컨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의 약세가 가속화될 경우, 중국은 4차 상대적 부상의 전략적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반면에 오히려 미국이 빠르게 회복하고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더 강력해질 경우, 중국은 주변 외교에 집중하고 저비용의 관리 외교를 유지하면서 2022년 20차 당대회를 겨냥하여 당 체제 정비와 안정 회복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있다.

 

III. 코로나 위기 이후 미중관계의 향방은?

전세계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미중 양 강대국은 협력을 모색하기는커녕 오히려 책임론을 둘러싼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미중 양국은 사실상 간접적으로 체제, 인종, 이데올로기에서의 본질적 이질성을 재차 확인하게 되면서 상호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수교 41년 이래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에 무역에서 시작하여 기술, 금융, 인권, 홍콩, 대만 문제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해왔다. 그럼에도 중국의 관변 언론과 학계는 비교적 냉정을 유지하면서 미중 관계에 대한 비관론을 의식적으로 자제해왔다. 특히 중국 학자 다수는 미중관계의 경쟁과 갈등이 전면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패권 경쟁으로 규정하는 데는 유보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는 미국과의 갈등 국면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시진핑 정부의 정책 의지가 일정 부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의 치열한 설전은 양국 간 체제와 인종 문제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여 양국 간 불신의 뿌리를 깊게 하였고 코로나19 이후 양국간 갈등과 경쟁이 더욱 고조될 수 있는 기저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처 실패 원인을 언론통제, 불투명성, 수직적인 권력 구조라는 중국의 제도와 체제 요인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공산당 체제의 근원적 취약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서 체제에 대한 위협과 도전이며 레드 라인을 침해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에서 중국 학자들과 여론 역시 미국에 대한 불만도 증폭되고 미중관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미중 양국 간 상호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부 간 대화는 물론이고 1.5트랙 전략 대화의 대부분이 중단되고 있어 더욱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 기회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체제의 취약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코로나 책임론을 놓고 양보 없는 설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설전이 내부적으로 코로나 사태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통합과 체제 지지를 회복하는데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치경제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갈등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중국은 당장 코로나 19 위기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 1단계 합의 내용을 이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합의 이행 유보의 구실이 생기기는 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불이행을 빌미로 다른 방식과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하는 수세적 입장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신냉전’ 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미소 냉전 시기처럼 양극체제 하의 진영 간 대립 국면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도 국내 어려움으로 인해 각자도생에 몰두하며 미중 간 갈등에 연루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겨냥한 공동 전선을 형성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중국이 이처럼 ‘신냉전’ 출현 가능성에 부정적인 이면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의 국제 연대가 형성되어 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봉쇄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의 희망대로 냉전시대와 같은 극단적인 대치 상황이 조성되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우적(友敵)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각기 우군을 확보하고 확인하려는 경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공급사슬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국제주의는 더욱 쇠퇴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 역시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약화되고 자국 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협력을 도모하기보다는 경쟁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미중 양국의 정치 지도자 모두가 당분간 국내문제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첨예한 직접 대치를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각기 동맹과 동반자를 견인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대리 견제와 경쟁’을 펼치면서 세력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할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른바 인도 태평양 전략(FOIP)과 일대일로를 전면에 내세워 세력권을 확대하는 경쟁을 전개하게 되면서 역내 중간국가들을 견인하기 위한 유인과 압박이 동시 병행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IV. 코로나19의 한중관계 영향과 한국의 역할

1. 한중관계는 양자 차원에서는 협력의 계기 마련, 외생변수의 영향은 유동적

한중관계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호 협력의 계기와 동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다소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상호 정보소통과 지원을 통해 협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화상회의와 한중간 코로나19 대응 방역 협력대화, 정기적인 외교 국장급 대화 개최 등은 국제적 각자도생의 분위기 속에 중요한 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 경제의 대중국 의존은 이미 시장논리에 의해 약화되고 있었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제 문제는 한국이 해외시장과 투자처를 어떻게 합리적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국과 새로운 협력 방식과 기반을 조성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중관계는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감염병 발생 시의 취약성, 특히 방역 대응 과정에서 봉쇄를 둘러싼 정치 논쟁이 야기되고 민족 차별로 인한 충돌과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감염병 발생 시 출입국, 교역, 그리고 기업인 및 유학생 인적 교류 등 전반에 대한 검토를 통해 감염병 위기 발생 시 신속하게 체계적으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력 체제와 매뉴얼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차제에 한중간 방역 안전망 구축 대화를 상설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인간 안보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는 협의체 구성으로 발전시켜 위축된 양국 간 전략 대화를 재활성화하는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중국과 코로나 대응 협력과정에서도 양국관계를 압도하고 있는 외생변수를 함께 고려하고 접근해가야 한다. 최근 중국의 주변 외교 활성화와 대한국 접근 역시 대미 외교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미중 간의 역내 세력 경쟁이 더욱 고조될 경우, 외생변수의 한중관계에 미치는 영향의 영역과 강도는 더욱 넓고 강력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대미 외교, 대중 외교, 대북 정책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종합적인 전략과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중 양국이 방역 대응에 집중하는 일시적 경쟁의 휴지기를 적극 활용하여 방역 협력을 매개로 한국이 한중일, 한미중, 한일미중 등 다양한 소다자 협력을 제의, 추진하여 역내 다자적 협력 공간을 확대함으로써 한중관계에서 외생변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

 

2.  국제사회의 각자도생의 보호주의 강화 추세와 한국의 역할 모색

코로나19 팬데믹은 초유의 사건이고 매우 유동적인 만큼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는 더욱 불가측하고 유동적이며 불확실할 것이다. 국제정세의 유동성에 매우 민감하고 취약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단기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예측성, 전략적 유연성, 그리고 인내심을 키우며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리더 역할을 하려는 국가는 사실상 보이지 않고 있으며 주요 강대국과 선진국들이 대부분 자국의 방역을 위한 봉쇄와 차단에 집중하면서 지구적 협력에는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정부 역시 비록 국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체제 안정과 경제 회복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상황에 있으며 글로벌 리더십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강대국 리더십의 약화 또는 부재 시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과 같은 중견국 또는 중견국간 연대의 역할과 위상이 부각될 여지가 있다. 변화된 상황에 대비해서 한국의 외교 활동을 중견국 연대에 보다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전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차별화된 ‘한국형’ 대응방안, 즉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획득한 특별한 자산을 축적했다.

한국이 획득한 방역의 경험 자산을 국제사회에 제공하고 기여하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위상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자칫 ‘한국모델’의 지나친 과시가 오히려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의 공동 연대와 협력 기제를 구축하는데 한국의 역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의료 보건 분야와 IT 업계 등을 중심으로 민간영역이 전면에 나서고 정부가 지원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이 한중일, 아세안 그리고 동아시아 차원으로 점진적으로 방역 협력 대상을 확대해 가면서 다자간 협력 체제를 구성해가는 방식도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도 의미 있는 접근이 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에 미중 간의 국력 격차에 새로운 변화가 발생한다면 양국 간 세력 경쟁이 조기에 ‘대리 견제와 경쟁’의 형식으로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서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여러 가지 현안에서 원치 않는 양자 선택의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여 상황과 이슈에 따라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적절한 선택지를 모색하는 외에 대안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과도기적 상황을 외교의 골든 타임으로 포착하여 한국의 독자적 전략 가치와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 저자: 이동률_ EAI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중국 북경대학교 국제관계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중국의 대외관계, 중국 민족주의, 소수민족 문제 등이며 최근 연구로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1990년대 이후 중국 외교담론의 진화와 현재적 함의,”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Deciphering China’s Security Intentions in Northeast Asia: A View from South Korea,”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 담당 및 편집: 윤준일 EAI 연구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3) junilyoon@eai.or.kr

 


 

[EAI논평]은 국내외 주요 사안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적 제언을 발표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논평 시리즈입니다.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AI는 어떠한 정파적 이해와도 무관한 독립 연구기관입니다. EAI가 발행하는 보고서와 저널 및 단행본에 실린 주장과 의견은 EAI와는 무관하며 오로지 저자 개인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6대 프로젝트

미중관계와 한국

세부사업

중국의 미래 성장과 아태 신문명 건축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