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지 못하는 국내 대기업

 

국내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골은 여전히 깊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여론조사 기관인 GlobeScan이 주관하여 2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 중 국내 대기업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35%였다(매우 신뢰한다+대체로 신뢰한다). 반면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62%였다(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보다 27%p나 높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불신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다른 대상들(가령 정부, 글로벌 대기업 등)에 대한 신뢰도와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우선 정부에 대한 신뢰와 비교해 보자. 우리 국민들 중 우리나라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47%(매우 신뢰한다+대체로 신뢰한다)로 국내 대기업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35%)보다 12%p 높았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 역시 52%(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로 조사됨으로써 국내대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62%)보다 10%p 낮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리 국민들의 국내 대기업 불신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본 조사가 이뤄진 시점이 2013년 1월이라는 점에서 보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경제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촉발된경제민주화 논쟁이 ‘대기업 개혁’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정치권 공통의 이슈로 확장되었던 시점상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결과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 수준이 정부에 대한 신뢰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은 동아시아연구원의 2013년 12월 조사결과서도 재현되었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로 진행된 사회신뢰조사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 점수는 10점 만점에 4.9점으로 대기업에 대한 신뢰점수 4.7점보다 높았다.


이상의 결과에서와 같이 국내 대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신뢰 수준이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수준과 비교하여 낮다는 점 자체를 하나의 심각한 문제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실제 국내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 수준이 상호 배타적인 관계, 즉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논리적ㆍ경험적 증거도 없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할 과정은 두 대상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 수준의 시계열적인 변화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즉, 국내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 수준이 과거에도 그러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004년 12월에 전국의 만 20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13년 12월의 사회신뢰조사에서와 동일한 질문을 가지고 대면면접조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정부에 대한 신뢰 점수는 4.6점이었고 대기업에 대한 신뢰 점수는 이보다 높은 5.2점이었다. 최소한 2004년,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보다 높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2004년 이후 2013년까지 자국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수준은 낮아졌지만 반대로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높아졌음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대기업’ 자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리 국민들의 신뢰가 약화되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에 대해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매우 신뢰한다와 대체로 신뢰한다의 응답비율을 합해 49%로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와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의 합인 47%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대기업이라는 대상 자체에 대해 낮은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 대해 유독 낮은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운 국내외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은 물론 사회공헌 활동의 비중도 꾸준히 높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로부터 이와 같이 낮은 신뢰를 받고 있는데 아쉬움이 클 수 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3년 10월 30일 발표한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하면 국내 주요 기업 225곳이 2012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사회공헌지출비용은 약 3조2494억9000만원에 달했다. 지출규모의 증가율 역시 2011년과 비교해서 약 5.2% 높아졌다. 이와 같은 2012년의 증가세는 2011년과의 비교결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상위 500개 기업들이 지출하는 사회공헌지출비용의 규모는 2004년 1조2,284억원에서 20005년 1조4,025억원, 2006년 1조8,048억원, 2007년 1조9,556억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비용지출 규모가 2조1,60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며 2009년에 역시 2조 6,517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매출액과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출의 비율은 각각 0.22%와 3.58%로 일본 기업의 사회공헌 비율이 각각 0.08%와 1.71%인 것과 비교해서도 2배 이상 높다. 2011년 8월 9일 <기획재정부> 발표 보도자료에서도 우리나라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지출 규모는 0.23%로 미국(0.1%)과 일본(0.09%)을 크게 상회하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수준은 낮아지고 반대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높아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풀어야 할 하나의 과제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만큼 대기업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지는 것이 더욱 좋은 일이다. 본 보고서가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같이 높아지길 바라며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의 결과물을 담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본 보고서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국내 대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낮은 신뢰도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들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만의 예외적인 현상이라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특이점들이 있는지를 비교론적 시각에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내 대기업의 입장에서 어떤 개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시론적 차원에서라도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사용한 자료는 2013년 이며, 시계열적 변화를 확인하고자 2005년 도 활용하였다. 2005년 조사에 참여한 21개국은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러시아, 멕시코, 미국, 브라질, 스위스, 아르헨티나, 영국,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칠레, 캐나다, 터키, 프랑스, 필리핀, 한국, 호주이다.

 

2005년을 비교시점으로 삼은 이유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침체 이전의 상태를 그 이후에 해당하는 2013년의 조사결과와 비교하기 위해서이다. 분석 대상국의 수는 모두 14개국으로 2013년 조사에 참여한 26개국과 2005년 조사에 참여한 21개국 중 두 조사에 모두 참여한 국가들이다.


세 가지 특징

 

조사결과를 분석하면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한국만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이다.

 

1. 첫 번째 특징 : 정부 신뢰 > 대기업 신뢰로의 역전

 

2005년과 2013년 조사에 모두 참여한 14개국의 자국 대기업 신뢰와 자국 정부 신뢰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의 특징들이 발견된다. 첫째, 2005년에 비해 2013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수준이 우상향하고 있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국가들 대체로 자국 대기업과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이 2005년과 비교하여 2013년에 더욱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둘째, 대체로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간에 일종의 동조화(coupling) 현상이 나타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동조화 현상은 통상 두 나라의 환율, 주가, 금리, 경기 등이 함께 오르내리는 현상, 즉, 한국 증시가 미국 뉴욕 증시에 연동해 움직이거나 파운드화 가치가 유로화 가치와 같이 등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것인데 14개국 조사결과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2005년과 비교하여 2013년에는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간의 관계가 통계적으로 좀 더 밀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조사에서 대기업 신뢰와 정부신뢰 간의 피어슨(Pearson) 상관계수가 0.585(유의확률 P < 0.05)였던 것이 2013년 조사에서는 0.696(유의확률 P < 0.01)로 높아졌다.

 

 

 

 

 

셋째, 자국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모두 높았던 국가들에서의 변동 폭과 비교하여 신뢰 수준이 모두 낮았던 국가들의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더욱 컸다는 점이다. 가령 2005년 조사에서 자국 대기업과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모두 높았던 국가들로는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케냐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자국 대기업, 정부 모두 신뢰 수준이 모두 낮았던 국가들에는 독일, 한국, 프랑스 등이 포함된다. 2013년 조사의 경우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케냐는 여전히 신뢰 수준이 모두 높은 대표적인 국가들로 분류될 수 있었지만 신뢰 수준이 모두 낮은 국가에는 한국만이 위치하고 있었다. 이 밖에 독일은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모두 급격한 상승을 경험하였으며 프랑스는 자국 대기업 신뢰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그림1 _ 2005년 자국대기업과 정부신뢰 비교

그림2 _ 2013년 자국대기업과 정부신뢰 비교

 

 

그렇다면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2005년 조사와 2013년 조사에서 한국 조사결과의 변화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중심으로 다른 국가들의 조사결과와 비교하였다. 우선, 자국 대기업 신뢰도 변화에서 한국은 2%p가 감소함으로써 멕시코(15%p 감소)와 더불어 자국 대기업 신뢰가 낮아진 국가로 분류되었다. 반대로 증가폭이 가장 컸던 국가는 29%p가 증가한 독일과 19%p가 증가한 터키였다.

 

자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변화에서 한국은 23%p나 신뢰 수준이 증가하였다. 독일과 캐나다의 증가폭이 각각 36%p와 26%p로 컸지만 한국에 이어 증가폭이 컸던 국가인 터키의 17%p와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인 결과였다. 반대로 자국 정부 신뢰가 감소한 국가들도 있었다. 감소폭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감소폭의 크기는 12%p였고 그 다음으로 감소폭이 컸던 국가는 영국(8%p 감소)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멕시코, 인도네시아, 영국,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대기업 신뢰는 낮아지고 정부 신뢰가 높아진 국가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5년 조사결과와 비교하여 2013년 조사결과에 있어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가 우상향하지도 않았고 동조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국 대기업 신뢰는 오히려 낮아진 특징적인 국가였다.

 

눈여겨 볼 또 한 가지 대목은 2005년 대비 2013년의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간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에서이다. 한국은14개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2005년 조사에는 자국 대기업 신뢰가 정부 신뢰보다 높았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자국 대기업 신뢰가 정부 신뢰보다 낮아진 국가였다. 2005년 조사에서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간의 차이가 14%p였던 것이 2013년 조사에서 –11%p로 떨어졌다. 정부 신뢰와 비교하여 자국 대기업 신뢰가 급격

하게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표1] 대기업신뢰와정부신뢰변화비교

 

 

2. 두 번째 특징 : 글로벌 대기업 신뢰 > 자국 대기업 신뢰

 

 

 

2005년과 2013년 조사에 모두 참여한 14개국의 자국 대기업 신뢰와 글로벌 대기업 신뢰 결과에서도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2005년 자국 대기업 신뢰와 글로벌 대기업 신뢰 결과가 자국 대기업 신뢰와 정부 신뢰 간 비교결과에서와 마찬가지로 2013년 조사에서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국가들의 자국 대기업과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2005년에 비해 2013년에 더욱 높아진 것이다.


둘째, 자국 대기업과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모두 높았던 국가들에서의 변동 폭은 물론 신뢰 수준이 모두 낮았던 국가들에서조차 변동 폭이 컸다는 점이다. 가령 2005년 조사에서 자국 대기업과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신뢰 수준이 모두 높았던 국가들로는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케냐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신뢰 수준이 모두 낮았던 국가들에는 독일, 러시아, 한국, 프랑스 등이 있었다. 2013년 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케냐, 인도가 여전히 신뢰 수준이 모두 높은 대표적인 국가들로 분류될 수 있지만 신뢰 수준이 모두 낮은 국가에는 한국과 러시아만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림3 _ 2005년자국대기업과글로벌대기업신뢰비교

그림4 _ 2013년자국대기업과글로벌대기업신뢰비교

 

2005년 대비 2013년의 한국의 변화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중심으로 다른 국가들의 조사결과와 비교하였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16%p 증가하였다. 반면 자국 활동 글로벌 대기업 신뢰가 감소한 국가는 없었다는 점 역시 특징적이었다. 그렇다고 자국 활동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신뢰 변화 폭이 자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 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는 아니다.


14개국의 평균 변화 폭을 살펴보면, 자국 대기업 신뢰의 2005년과 2013년 간 차이는 11%p였지만 글로벌 대기업 신뢰의 차이는 12%p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멕시코와 더불어 2005년 조사와 비교하여 2013년 조사에서 자국 대기업 신뢰는 낮아지고 글로벌 대기업 신뢰는 높아진 특징적인 국가로 분류될 수 있다. 실제 한국은 멕시코와 더불어 자국 대기업 신뢰가 글로벌 대기업 신뢰보다 높았던 2005년에 비해 2013년에는 글로벌 대기업 신뢰가 자국 대기업 신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2] 자국 대기업 신뢰와 자국 활동 글로벌기업 신뢰 변화 비교

 

 

3. 세 번째 특징 : 보호무역 인식↑ & 국내 대기업 신뢰↓

 

우리 국민들은 국내 대기업에 대해 정부는 물론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의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2005년 조사와 2013년 조사결과를 비교하여 살펴보면 자국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았던 자국 대기업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낮아진 예외적인, 즉, 특징적인 국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글로벌 경제체제에 대해 대단히 배타적인 이중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국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데 있어 동의하는 비율이 2008년 CSR 국제조사에서는 물론 2013년 조사에서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았다. 실제 우리 국민들이 2008년 조사에서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이 74%였던 것이 2013년 조사에서는 87%로 높아진 것은 물론 여타 OECD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자국 정부는 물론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하여 낮은 수준임에도 보호무역에 대한 인식에서만큼은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일종의 모순적인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그림5 _ 보호무역 찬성 인식(%)

 

 

대기업,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 대기업들이 좀처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정치권발 경제민주화 논쟁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연이어 발생하는 대기업 관련 사건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집단으로서의 대기업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개별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05년부터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파워조직 신뢰-영향력조사를 살펴보면, 삼성ㆍ현대차ㆍSKㆍLG와 같은 개별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도의 평균이 검찰ㆍ헌재ㆍ경찰ㆍ국세청ㆍ청와대ㆍ대법원ㆍ감사원ㆍ국정원과 같은 정부기구들에 대한 신뢰도 평균보다 매번 상회하고 있었다 (EAI 여론브리핑 136호 참조).


이는 신뢰를 개념화하는데 대기업으로 접근할 경우와 개별 대기업으로 접근할 경우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또는 CSR 활동과 더불어 국제무대에서도 통하는 질 좋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trust 보다는 confidence의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trust"는 대상 자체에 대한 신뢰를 의미할 때 쓰인다. “confidence” 역시 대상에 대한 신뢰를 의미할 때 상용되지만, 신뢰의 대상이 주로 능력ㆍ성과ㆍ의지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trust"와 구분할 수 있다.


[표3] 동아시아연구원ㆍ중앙일보 파워조직 신뢰영향력 조사결과

 

대기업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정부기구: 검찰ㆍ헌재ㆍ경찰ㆍ국세청ㆍ청와대ㆍ대법원ㆍ감사원ㆍ국정원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개별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 차이의 원인은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높은 영향력 인식과 그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한 기대감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GlobeScanㆍ동아시아연구원의 RADAR 2012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 중 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70%였다. ‘작다’고 답한 비율은 모름/무응답의 2%를 제외한 28%였다. 반면 사회적 문제해결에 있어 대기업의 기여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8%였지만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에 달했다.한국 국민들의 대기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다른 국가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하다. 조사에 참여한 22개국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평균값을 살펴보면 ‘크다’고 답한 비율이 62%였고 ‘작다’고 답한 비율이 34%였다. 사회적 문제해결 기여도에 대한 22개국의 평균을 살펴보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비율이 47%였고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41%였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어느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상의 결과들을 통해 기존 사회공헌활동의 패러다임에 새로운 탐색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서도 많은 비중의 사회공헌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증가세도 꾸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지 못한 현실은 그 간의 CSR 활동만으로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단히 복합적인 차원의 접근이 불가피하겠으나 국민들이 바라는 국내 대기업의 역할 중 하나가 사회적 문제해결의 기여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사회적인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 예로 기업이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공유가치창출(CSV)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도 공유가치창출(CSV)을 실천함으로써 정부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력의 자세가 요구된다.

 

 


 

 

 

 

 

 

본 보고서의 주장과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공동 연구기관인 사회적기업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의 데이터를 인용하실 때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조사”임을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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