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자본주의 4,0’,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등의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시장과 정부가 서로 협력하여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이 사회, 환경의 위험으로터 안전하게 보호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 혁신을 이루는 것이 중요해졌다.

 

과거 기업과 정부는 수익과 공익 창출이라는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었으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배타적인 자세를 취하여 왔다. 그러나 사회문제가 점차 복잡, 다양해지면서 정부의 전통적인 역할만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졌다(이명석 외, 2009). 이에 풍부한 자본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였다. 즉,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정부와 기업, 더 나아가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공동으로 협력하는 거버넌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Agranoff & McGuire, 2003).

 

이처럼 시대가 변화하고 각종 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즉,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점점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ILO, UN 등의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업들에게 사회 공헌,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이행하도록 독려하였다. 그러다 사회적 책임과 관련하여 ISO 26000 등의 표준 및 인증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장용석•조희진, 2013, 정한울, 2013).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경제적 목표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목표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이 수익 창출에만 있다고 바라본 기존의 주장들에서 진일보한 것이다(Elkington, 1994; Steurer, 2010). 즉, 기업의 경영 활동이 사회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이상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다양한 정책들을 통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수 있는 간접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기도 하다(Albareda et al., 2007).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Porter & Kramer, 2011).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이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기업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이 50억원 대였던 것에서 2011년에는 140억 7천만원으로 2배 이상 급상승하였음에도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업이 단지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정한울, 2013).

 

본 보고서는 이상의 현상에 주목하여 그 원인을 탐색적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국제조사 결과를 활용하여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사회적 책임에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로 변화하고 있음을 밝히고 이것이 기업 신뢰를 회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선적 성격이 강한 사회적 책임보다는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를 혁신시키고 이의 효과가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유가치창출(CSV) 관점에 입각하여 기업 경영 방식을 변화시켜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Ⅱ.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

 

기업 경영 패러다임은 시대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수익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CSR)으로, 이제는 이 둘의 개념이 융합된 공유가치창출(CSV)로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단기적인 이윤 극대화만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하였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간과되었다. 즉, 기업의 수익과도 직결되는 고객, 자연 자원, 지역사회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Porter & Kramer, 2011; 장용석•조희진, 2013). 정부나 시민사회조차도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은 이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라고 여겼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의 발전이 서로 상충된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윤 극대화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에 도달하였다.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는 여러 비도덕적인 행위를 묵인하는 기업의 행태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거나 신뢰도가 하락하는 현상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으로 UN이 제시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의 원칙을 이행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 많은 국가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Campbell, 2007; Lim & Tsutsui, 2012; 장용석•조희진, 2013).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의도한 바와 달리, 사회문제의 핵심을 해결한다고 보기 어렵다(Porter & Kramer, 2011). 여전히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 본연의 역할인 수익 창출과는 다른 별개의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공유가치창출(CSV)이란, 경제적 가치인 기업의 수익 창출을 통해 사회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기업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을 함께 조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의 자선, 사회공헌 활동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경제, 사회적 가치의 총량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천연 자원이나 에너지 고갈 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기업의 비용을 상승시켜 새로운 기술이나 운영•관리 방식의 개발 및 혁신의 동기를 높이고 이러한 비용 절감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모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전체 시장을 확장시킨다. 결국 경제적 수요뿐 아니라 사회적 수요에 의해서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Porter & Kramer, 2011). 궁극적으로 공유가치창출(CSV)은 기업 본연의 역할인 수익 창출이 기반이 되므로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 및 혁신을 가능케 한다. 이에 전 세계 기업 및 국민들까지도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상의 내용에 따라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공유가치창출(CSV)로 변화하고 있음을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국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대기업의 역할로 수익 창출과 동시에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워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즉,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각국의 비율을 시계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변화 추이(%)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국제조사(Q6t)

 

2001년, 2006년, 2008년, 2013년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2001년에 공유가치창출(CSV)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주로 선진국에 해당하는 호주(72%), 캐나다(50%), 영국(52%), 미국(48%)이었다. 반면, 칠레(29%), 프랑스(21%), 인도(20%), 나이지리아(16%), 러시아(25%), 한국(28%), 터키(29%)는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낮은 편에 속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칠레, 나이지리아,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06년과 2008년에 하락세를 보였던 국가들이 2013년으로 접어들면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남미 국가들과 나이지리아, 러시아의 경우에는 오히려 2013년이 되면서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하락하였다. 그렇지만 <그림 2>와 같이 CSR에 대한 인식이 급상승하고 있어 대부분의 국가들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 CSR에 대한 인식 변화 추이(%)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국제조사(Q6t)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동의하는 각국의 비율 변화를 살펴보면, <그림 3>과 같다.

 

<그림 3> CSR 규제 동의 비율 변화 추이(%)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국제조사(Q8t_dt)

 

대체적으로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제하는 것에 대한 동의 비율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02년 대비 2013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국가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2013년 현재, 정부의 CSR 규제에 대한 가장 높은 찬성 비율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CSR이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사된 연도마다 정부의 CSR 규제에 대해 과반이 넘는 찬성 비율을 보여주었다. 이는 현재 활발히 이행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CSR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라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실제로 산업발전법, 중소기업기본법,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진시키기 위한 정부 각 부처들의 정책적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CSR 규제에 대한 동의 비율이 한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 함을 의미한다. 즉, 국민들은 기업이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자선적,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만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음을 뜻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에서 더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이라는 새로운 경영 방식을 도입, 이행하고 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CSV)에서 공유가치창출(CSV)로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Porter&Kramer(2011)가 주장한 공유가치창출(CSV)이 자본주의 위기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담론이 형성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CSR)에서 공유가치창출(CSV)로 경영 전략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이상의 사실들을 바탕으로 기업의 역할이 수익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이제는 공유가치창출(CSV)로 진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Ⅲ. 기업 신뢰도와 공유가치창출(CSV)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면서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공유가치창출(CSV)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이들을 위해 자원봉사하는 등의 자선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 왔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하여 왔으며 이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2011년 기준 기업당 평균 14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1>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년 기업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2년에 비해 2011년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 규모가 약 2.6배 정도 급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4>를 살펴보면, 한국의 대기업 신뢰도는 점점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3년 현재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전경련 조사 참여 기업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 규모

 

자료: 정한울(2013)에서 재구성.

 

<그림 4> 대기업 신뢰도의 변화 추이(%)

 

자료: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RADAR 2013 국제조사(Q1At_bt)

 

대체적으로 선진국에 해당하는 캐나다, 영국, 미국과 개도국에 해당하는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가 대기업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개도국들의 대기업 신뢰도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지 않는가? 그 원인을 본 보고서는 기업의 역할에서 찾고자 한다.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의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CSR)만으로는 국민들이 기업에게 기대하는 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으며, 변화하는 기업 경영 패러다임에 조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국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증분석을 실시하였다. 즉,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2001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총 29개국에 대한 결합시계열 회귀분석을 탐색적으로 실시하였다. 결합시계열 회귀분석은 시계열 분석과 횡단면 분석을 동시에 실시하는 분석방법으로 small-N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류연규•백승호, 2010).

 

결합시계열 회귀분석을 위해 사용한 변수들은 <표 2>와 같다. 우선 종속변수는 ‘대기업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많이 신뢰한다’, ‘다소 신뢰한다’로 응답한 비율을 합산한 ‘대기업 신뢰도’를 활용하였다. 독립변수로는 대기업의 역할로 수익 창출과 동시에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워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워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CSR)’을 선택한 비율, 수익을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수익 창출’을 선택한 비율로 설정하였다. 통제변수는 1인당 GDP와 시차종속변수를 사용하였다. 1인당 GDP는 해당 국가의 경제적 수준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박명호 외, 2009). 본 보고서에서는 current US$ 기준으로 제시된 World Bank의 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이를 정규분포화시키기 위하여 로그로 전환하였다. 보통 경제적 수준이 높은 국가들일수록 국가의 주요 경제 주체인 기업의 활동이 활발하고 그 성과도 좋기 때문에 기업 신뢰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시차종속변수인 전 조사년도의 대기업 신뢰도를 통제함으로써 자기상관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표 2> 변수 측정

 

주: 종속변수와 독립변수의 자료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국제조사(Q1At_bt, Q6t)임.

 

<표 3>은 분석표본의 특성을 살펴본 기초통계결과이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분석대상 29개국의 대기업 신뢰도 평균은 53.31%이며, 대기업의 역할로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의 평균은 32.53%, 사회적 책임(CSR)을 선택한 비율의 평균은 34.85%, 수익 창출을 선택한 비율의 평균은 25.91%이다. 대기업의 역할로 사회적 책임(CSR)을 선택한 비율이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보다 평균적으로 약간 높았다. 29개국의 1인당 GDP 평균은 약 17,881$이지만, 1인당 GDP가 가장 낮은 국가는 381$, 가장 높은 국가는 67,036$인 것으로 나타나 국가별로 편차가 상당히 큼을 알 수 있다.

 

<표 3> 기초통계결과

 

이상의 변수들을 바탕으로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역할에 관한 결합시계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표 4>와 같다.

 

<표 4> 분석결과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대기업의 역할로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 신뢰도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에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이 2001년 21%에서 2013년 39%로 18%p 높아지면서 대기업 신뢰도도 2001년 42%에서 2013년 52%로 10%p 상승하였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이 2001년 30%에서 2013년 51%로 21%p 급증하면서 대기업 신뢰도도 2001년 67%에서 2013년 82%로 15%p 향상되었다. 반면, 멕시코의 경우에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한 비율이 2001년 32%에서 2013년 13%로 하락하면서 대기업 신뢰도도 2001년 67%에서 2013년 43%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대기업 신뢰도에 공유가치창출(CSV)이 미치는 영향이 큼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기업 신뢰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공유가치창출(CSV)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역 인과관계(reverse causality)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종속변수와 독립변수, 통제변수 간에 1년의 시차를 두어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의 결과를 [부록 2]에 제시하였는데 주요 독립변수와 종속변수 간의 관계에 있어 <표 4>의 결과와 일치하였다. 즉,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여론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 신뢰도가 점차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다는 것은 공유가치창출(CSV)의 논리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하며, 이에 조응하여 기업들의 역할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공유가치창출(CSV)이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의 역할로 사회적 책임(CSR)을 선택하거나 수익 창출을 선택한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기업 신뢰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 사회적 책임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사례가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 불우이웃 돕기 성금 투척, 문화예술 및 과학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이렇게 일방향적으로 기업의 자원을 기부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수혜 대상에게도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다. 특히, 자선에 가까운 사회적 책임 활동은 기업의 입장에서 추가 비용으로 인식되므로 이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이렇듯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 하기 때문에 기업이 이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국민들의 인식은 좋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일부 소외계층만을 위한 활동으로 국한되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미지 개선을 위한 하나의 전략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Til & Gurin(1990)은 사회공헌 활동이 ‘자선’에서 ‘박애’로 변화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자선’이 이타심에 근거한 기부 활동을 의미한다면, ‘박애’는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또한 ‘자선’은 마음가짐, 즉, 동기가 중요하지만 ‘박애’는 인류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고 개선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성과가 창출되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홍현민, 2013). 이는 결국 사회공헌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선적 차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국민 전체의 삶이 윤택해지도록 경제, 사회적 가치의 총량을 확대시키는 공유가치창출(CSV)로 이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즉, 국민들에 의해 좌우되므로 이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업의 목표나 경영 전략이 수익 창출이나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거시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사회, 국가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의 수익 창출 활동이 사회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사회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기업의 수익도 발생시키므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탁월하다. 특히, 기업 신뢰도가 유독 낮은 한국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기업 신뢰도가 높았던 국가들에서 기업 신뢰도가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과 함께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에서 기업 신뢰도가 더욱 높아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도국일수록 빈곤, 범죄/안전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이 부족하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기업들은 역할 변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함으로써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림 1>에서 인도는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2013년 응답자의 51%가 공유가치창출(CSV)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져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업의 역할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발전, 사회혁신이라는 큰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각자 정해진 본연의 역할에 더하여 새로운 역할들을 동시에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들은 공유가치창출(CSV)을 적극적으로 실현함으로써 사회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때 국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게 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Ⅳ. 공유가치창출(CSV)의 사례

 

공유가치창출(CSV)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업 경영 전략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들을 보완함으로써 사회혁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기업에서 공유가치창출(CSV)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때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일 수 있다.

 

공유가치창출(CSV)이 최근 들어 강조된 개념이라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의 사례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특수한 조직 형태인 사회적 기업의 예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 공동체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재화나 서비스 등을 생산, 판매하는 조직이다(심창학, 2007). 한국에서는 2007년에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됨에 따라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수의 사회적 기업이 설립되었다. 2007년 당시 50여 개에 불과하던 사회적 기업이 2013년 12월 말 현재, 101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웹페이지).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공유가치창출(CSV)을 선도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행복나래의 시초는 미국 최대 소모성 자재 구매(MRO) 사업자인 그래인저(Grainger)사와 SK 그룹의 제휴를 통해 2000년에 설립된 ‘MRO 코리아’이다. MRO 코리아는 SK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2010년에 1000억 원, 2012년에 15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다 2011년 8월, SK 그룹은 ‘MRO 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2년만인 2013년 7월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 인증을 획득하였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회사명을 ‘행복나래’로 변경하였으며 “국내 최고의 사회적 가치와 고객가치를 창조하는 Total Service Provider”라는 비전을 가지고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통해 유통 생태계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있다. 행복나래는 제품생산에 직접 소요되는 원/부자재를 제외한 기업의 운영 및 제품생산에 소요되는 비전략적 간접자재를 총칭하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유지, 보수, 운전자재) 자재인 공장자재, 건축자재, 오피스 자재, 통신 자재, FM 자재를 취급한다.

 

<그림 5> 행복나래 Biz Model Concept

자료: 행복나래 웹페이지 http://www.happynarae.co.kr/

 

<그림 5>에서 보듯이, 행복나래는 MRO의 공급선 확대,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과 수익성 강화 등의 기업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다음 세 가지 차원의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 내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및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약자 기업(장애인 기업 등)의 상품 판로 개척 지원을 통해 우선구매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의 경제자립 지원을 위해 이들을 고용함으로써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 다음 판매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원가절감, 마케팅 채널 지원, 경영 컨설팅 지원 등의 활동에 사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 밖에도 행복나래는 ‘자선’이 아닌 ‘참여’의 가치, ‘단발적인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참여자가 더 행복한 공헌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구성원의 약 20%가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55개의 사회적 기업 협력사 중 17개의 사회적 기업에서 프로보노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스스로의 직업을 통해 익힌 지식이나 기술을 사회,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보노 활동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행복나래 웹페이지). 이처럼 행복나래는 수익 창출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공유가치창출(CSV)은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실천가능한 경영 전략이다. 창의성과 기술력만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공유가치창출(CSV)을 통해 사회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Kotler(2010)는 현대 사회가 ‘이성’ 중심의 마켓 1.0(산업화)에서 ‘감성’ 중심의 마켓 2.0(정보화)을 넘어 ‘공동체적 가치 창조’ 중심의 마켓 3.0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즉,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참여와 협력이 기본이 되는 참여의 시대로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 소비자의 가치, 사회의 가치를 함께 조화시킨 공유가치창출(CSV)을 통해 사회혁신을 이끔으로써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장용석•조희진, 2013; 조선일보, 2013). 또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정부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유가치창출(CSV) 실현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Ⅴ. 맺으며

 

본 보고서는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의 국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유가치창출(CSV)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주요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수익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공유가치창출(CSV)로 진화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인 2001년에는 주로 선진국에서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이 높았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칠레, 나이지리아,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도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인식 정도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부의 CSR 규제에 대한 동의 비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한국이 2001년 대비 2013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는데 이는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과 사회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경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둘째, 한국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임에도 여전히 기업 신뢰도가 낮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기업의 역할 변화가 필요함을 제안하기 위하여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총 29개국을 대상으로 결합시계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기업이 공유가치창출(CSV)을 실현하는 것은 기업 신뢰도를 높이지만, 사회적 책임(CSR)이나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기업 신뢰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 결과는 그동안 시혜적 차원에서 제공되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던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 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유가치창출(CSV)을 적극 실현해야 한다.

 

셋째, 공유가치창출(CSV)은 2011년 Porter&Kramer(2011)에 의해 강조된 개념이지만, 이의 사례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며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공유가치창출(CSV)을 설립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이의 실현을 촉진시키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 중에서도 기업 가치를 실현함과 동시에 사회적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공유가치창출(CSV)을 선도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행복나래’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본 보고서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었던 기업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기업의 역할 변화에서 찾았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업의 역할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이 수익 창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즉,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유가치창출(CSV)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비전, 목표, 전략, 문화 등 기업 전반의 구조를 공유가치창출(CSV) 실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본 보고서의 주장과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공동 연구기관인 사회적기업연구소와 동아시아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보고서의 데이터를 인용하실 때는“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 조사”임을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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