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I Asia Security Initiative Working Paper No. 29

 

Author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인 김수암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민주평통 상임위원,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관심은 북한인권, 대북지원, 남북간 인도주의 사안 등이다. 수많은 논문과 연구보고서를 출판했으며, 최근 논문으로는 “대북지원과 국민적 합의,” “유엔인권레짐과 북한인권: ‘전략’과 ‘관계’를 중심으로,” “헬싱키 최종의정서의 의의와 특징: 인권의제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I. 문제제기

 

1990년대 국가의 배급에 의지하고 있던 북한주민들은 경제난에 따른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해 아사라는 극단적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당시 당국의 허가 없이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것은 조국반역 행위로서 심각한 처벌이 뒤따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사라는 절망적 상황에 몰린 북한주민들은 처벌의 위협을 무릅쓰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난이 장기화되면서 단순히 식량을 구하러 넘어갔다 되돌아오던 탈북행위의 성격도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점점 중국 내에서 체류하면서 돈을 벌려는 탈북 행렬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들이 증가하면서 핵심 당사국인 중국은 탈북자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인권적•인도적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북중간의 정치ᆞ안보적 이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특히 중국은 탈북자에 대해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목적으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어온 ‘불법월경자’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였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중국은 탈북자들을 체포하여 북한으로 강제로 송환하여 왔다. 다만,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중국 내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제3국 정착을 허용하는 등 일부 인도적 관점을 수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부 전향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이 지속되면서 주로 탈북자의 국제법적 신분과 강제송환문제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1990년대 중반 탈북 행렬이 본격화된 이후 탈북 현상의 장기화 과정에서 탈북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먼저 북한 내 배출요인, 중국ᆞ한국 등 외부의 유인요인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들의 탈북동기에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남성 중심에서 여성 중심으로 탈북자의 성별 비율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이들 탈북 여성들은 비자발적 형태로 중국 남성과 결혼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이 과정에서 탈북 여성과 중국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동들의 인권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남한에서 정착하는 탈북자들의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기입국한 탈북자와 북한 내 가족과의 연계가 탈북 행위의 성격에 변화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현상에서 보듯이 19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면서 탈북자 문제는 복합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탈북 현상의 장기화에 따른 탈북자 문제의 복합적 성격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그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탈북자 문제는 핵심 당사자인 강대국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 전략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 접근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탈북행위 성격의 변화 양상을 규명하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중국 체류 탈북자 양상의 변화

 

고난의 행군 이후 거의 20년 동안 탈북 행렬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중국 내 탈북자 성격도 변화를 겪고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탈북자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탈북자 성격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1. 중국 체류 탈북자 규모의 감소

 

중국은 탈북자를 불법월경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와 NGO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탈북자 규모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 지원 단체와 전문가들은 표본 조사를 통해 탈북자 규모를 추산하여 왔다. 이와 같이 추산의 방식으로 규모에 접근함으로써 발표 주체별로 상당한 편차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맞물려 1999년 후반 중국 내 탈북자 규모가 가장 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990년대 후반 정점을 기록한 중국 내 체류 탈북자의 규모는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발표 주체별로 여전히 규모의 편차가 있지만 2000년대 초반이 되면 탈북자의 규모에 대해 10만명 선이라고 추산하는 견해가 다수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탈북자 규모는 더욱 축소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005년 2월 조사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탈북자 정책의 근간이 될 해외체류 탈북자 규모에 대해 3만~5만 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좋은벗들도 2005년 6~7월 국경에서 500km 반경에 있는 동북3성 농촌지역에 대한 중국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탈북자 규모가 5만명 선인 것으로 발표하였다.

 

2000년대 후반이 되면 탈북자 규모는 2만~5만명 선으로 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터슨 연구소의 놀랜드와 해거드는 2008년 중국 내 탈북자가 크게 감소되어 2~4만 명 정도로 추산하였다. 현재 민간단체 일부는 1만 2천~2만명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전반적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탈북자 규모가 감소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 후술하듯이 신규탈북의 경우 남한행을 희망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중국 내 체류 규모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둘째, 중국에 장기 체류하는 탈북자들도 지속적으로 남한으로 입국하고 있다. 신규 탈북에 따른 중국 체류 탈북자 증가가 없는 가운데 탈북자에 대한 중국공안의 단속으로 인한 신분불안정, 강제 송환 이후 북한당국에 의한 처벌에 직면한 탈북자들은 제3국에서 재정착을 모색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 내 체류하는 탈북자가 제3국 정착을 위해 중국을 떠나면서 중국 내 탈북자 규모가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탈북자들의 국제이동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특히 남한에서 정착하기 위해 중국을 떠나는 탈북자가 증가하면서 남한 내 유인요인이 중국 내 탈북자 규모 감소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2002년부터 1,000명을 넘어선 이후 2006년부터 2,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남한에 입국하고 있다. 신규 탈북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가운데 기존에 중국에 체류하고 있던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이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중국 체류 탈북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중국 당국이 탈북자를 체포하여 지속적으로 북한으로 강제송환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탈북자의 전체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이들의 중국 내 체류는 장기화되고 있다. 따라서 규모의 축소와 체류의 장기화를 고려한 실질적 보호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탈북동기의 변화

 

규모의 축소 및 체류의 장기화와 더불어 배출요인(push factor)의 관점에서 탈북 동기의 변화양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핵심 배출요인의 하나인 탈북동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초창기 생존을 위한 탈북보다는 북한 내 삶과 비교하여 ‘보다 나은 삶’을 찾아 탈북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동기 자체에도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둘째, 기입국 북한이탈주민들의 권유에 따른 탈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표 1]에서 보듯이 통일연구원이 2010년부터 금년 10월말까지 입국한 606명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 606명 조사대상자 중 402명이 탈북동기에 대해 응답하였다. 이들 420명의 탈북동기를 살펴보면 여전히 경제적 이유가 39.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입국 가족의 권유도 25.7%로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도 12.6%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한체제에 대한 불만, 처벌에 대한 두려움, 한국행이라는 탈북동기는 북한당국의 입장에서 조국반역죄 등 반국가 및 반민족 범죄 차원에서 처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탈북자의 국제법적 지위규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가 될 수 있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대북복합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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