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76호] BBC · GlobeScan · 매일경제 · EAI

2010 Global Poll 28개국 여론조사 "소프트파워 경쟁과 한국 매력외교의 과제"  

 

1. 2010 세계현안조사 / 세계인의 눈에 비친 17개 파워국가의 소프트파워

2. G2 국제평판 국가별 분석 / 한국 소프트파워 현주소와 정책과제

 

 


   

2010 세계현안조사(2010 Global Poll): 17개 파워국가의 소프트파워

 

하드파워 G-2, 소프트파워에선 EU와 일본에 밀려: 미국 7위, 중국 8위

존재감 미흡한 한국, G20 13개국 중 12위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대표되는 하드파워의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질서를 좌우할 G2로 불리고 있지만 문화적 매력(cultural attractiveness), 국제적인 평판(global reputation) 등으로 평가되는 소프트파워에서는 유럽 국가들에 밀리고 있다. 세계 17개 주요파워국가를 선정하여 각 나라에 대한 국제적 평판과 이미지가 어떠한지 28개국 29,977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과 중국에 대한 세계인의 평가는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일본에 비해 부정적이었다. 이는 영국 BBC방송이 세계 주요 연구기관 및 언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시한 ‘2010 세계현안 조사(2010 Global Poll)’결과를 토대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주요 파워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평판을 분석한 결과다. 28개국 중 23개국은 2009년 동일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림1] 2010 Global Poll 28개국 조사 참여국가

 

 

2010년 조사는 북미지역 2개국(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4개국(멕시코, 브라질, 중미5개국, 칠레), 유럽 6개국(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과 러시아, 아프리카 3개국(가나, 나이지리아, 케냐), 중동 2개국(이집트, 터키), 아시아 10개국(아제르바이잔,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 한국, 호주) 등 전 세계인구의 55% 이상을 포괄하는 28개 국가들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 조사 참여 국가들은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을 아우르고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이 매년 조사에 참여하여 세계 여론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이번 2010년에 참여한 28개국 중 23개국은 2009년 동일 조사를 실시한 나라들이며 브라질, 아제르바이잔, 태국, 파키스탄, 한국이 2010년 조사에 새로 포함되었다. 한국은 2005년부터 매년 본 조사에 참여해왔지만 2009년 조사에는 내부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표1] 2010 조사 참여 28개국 및 2009 조사 참여 23개국

 

 

Global Poll 조사 시리즈, 2005년부터 매년 주요 파워국가 평판조사

2010년 조사부터 한국도 평판 평가대상 국가로 선정

 

Global Poll 국제조사 시리즈는 2005년부터 세계 질서에 영향력이 큰 10여개 파워국가를 선정하여 이들에 대한 세계인의 평판을 물어보고 있다. 2010년 조사에는 17개 파워국가들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 국가, 경제위기를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G20 국가 중 브릭스(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4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2009년 11월 19일 초대 대통령을 선출하며 정치적 통합의 단계로 나아가는 유럽연합(EU)과 함께 한국이 포함되었다. 이와 함께 핵개발과 국제분쟁 등 부정적인 의미에서 세계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북한, 이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4개 위험국가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을 제외한 16개 나라는 2009년 이전 조사에서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 나라들이다. 한국은 EAI(동아시아연구원)와 매일경제의 요청으로 2010년 조사에 처음으로 평가 대상에 포함되어 앞으로 매년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Global Poll 국제조사 시리즈는 ISO 9001 인준을 받은 국제여론조사컨설팅기관인 글로브스캔(GlobsScan)이 전체조사를 주관하고, 매일경제와 EAI가 한국을 대표하여 2005년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는 2009년 11월 30일부터 2010년 2월 16일까지 국제표준절차에 따라 대면면접법 또는 전화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각국에서 인구비례에 맞게 할당된 1000명 이상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모집된 표본을 역시 인구비례에 맞게 할당된 두 개 집단으로 분할하여 각 500명 이상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국가별 평가를 진행했다. 한국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전국 1002명을 대상으로 1월 11일~12일 양일간 전화로 조사한 결과다(부록. 조사방법론 참조).

 

세계인의 눈에 비친 17개 파워국가의 소프트파워

 

1) 왜 소프트파워인가?

 

9.11 이후 미국 고립 이후, 세계 파워국가 소프트파워 경쟁에 나서

 

세계 슈퍼파워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중동 이슬람은 물론 전통적인 동맹국 정부 및 국민들 사이에 확산된 반미정서의 고조, 부시 행정부의 신보수주의에 기반 일방주의 노선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국제적으로 고립된 바 있다. 이는 이슬람과의 공존, 동맹국과의 공동노력과 다자협력을 강조하는 오바마 정부의 등장을 가져온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Armitage and Nye 2007).

 

이러한 경험은 군사력, 경제력, 정치적 파워 등 물질적 자원 및 강제적인 수단을 중시하는 하드파워와 함께 다른 나라의 정부는 물론 민간영역, 특히 일반 국민들의 정서적 호감, 가치관과 문화적 매력, 국제적 평판 등 비 물질적 자원을 통해 설득과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김상배 2005). 이제 미국 자신은 물론 G2의 한축으로 부상하며 아시아 및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려는 중국, 이와 함께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전통적으로 세계무대의 중심에 있던 강대국 사이엔 하드파워 경쟁과 함께 소프트파워 경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하영선 2006; Nye 2004; Whitney and Shambaugh 2009).

 

한국 역시 정부 차원에서 최근 국제사회 및 아시아 지역에서 수동적인 약소국 외교에서 벗어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의 제고와 소프트파워의 강화를 주요 외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정상외교나 정부 간 공식외교 뿐 아니라 주변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Lee 2009). 원조수혜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의 전환, 2010년 G20 정상회의,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유치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세계평판은 소프트파워 측정의 핵심 지표

 

Global Poll 국제조사는 미국, 중국 등 G2는 물론 G20에 속한 주요 파워국가, 국제사회의 위협이 되는 위협국가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판(reputation)을 매년 여론조사를 통해 분석한다. 국제사회의 민간부문 특히 다른 나라의 일반국민들이 특정 국가에 갖고 있는 국제적 역할에 대한 평가에는 그 나라에 대한 정서적 호감, 문화적 흡입력,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국제적 평판(global reputation)은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를 보여 핵심 지표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파워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에 대한 분석결과는 세계 파워국가들간의 소프트파워 경쟁이 어디까지 왔는가 보여주는 전략 지도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국이 추구하는 소프트파워 외교 전략의 성과와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거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 2010 Global Poll, 17개 파워 국가 국제평판 조사결과

 

[표2]는 2010년 17개 파워국가 각각에 대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 부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27개국 국민들의 응답 평균을 보여준다. 조사를 진행한 국가 중 해당 국가가 17개 평가대상국에 포함될 경우 결과의 객관성을 위해 그 나라 조사결과는 평균계산에서 제외했다. 이들 나라의 경우 전체 28개국 응답평균이 아닌 자기나라의 여론이 빠진 27개국 응답평균이 된다. 다만 한국의 경우 태국에서는 한국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한국과 태국을 뺀 26개국 조사결과이다.

 

[표2] 세계 파워 17개국 국제 평판 : 27개국 응답평균(%)

 

 

G7 국제적 역할 ‘긍정적’, 독일 59% > 일본/EU 53% > 영국 52% > 캐나다 順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독일이 세계 각국 국민들로부터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꼽혔다. 28개국의 응답을 평균한 결과 59%가 독일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나머지 27%는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유보했다. 독일 다음으로 일본과 EU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았는데 이들 나라의 국제적 역할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비율이 각각 53%로 같았다. 그 뒤를 이어 영국(52%), 캐나다(51%), 프랑스(49%)에 대한 세계인의 평가가 긍정적이었다. G20가 부상하기 전까지 국제 분쟁이나 국제경제관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온 선진 7개국들이 세계인들로부터 국제적 리더십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G2 소프트파워는 하드 파워 못 미쳐: 긍정평가 미국 46%(7위), 중국 41%(8위)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는 유럽 주요 선진국과 일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과반수에 못 미치는 46%, 중국은 41%로 13개 G20 국가 중 각각 7, 8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각각 34%, 38%였고 모르겠다거나 답변을 유보한 응답도 각각 20%, 21%에 달했다. 이들의 대한 미온적인 시선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들 국가의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와 세계 시장에서의 강한 흡입력 등 강한 물리적 하드파워가 일방적인 패권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G20 국가 13개국 중 12위, 우물 안 개구리 경계해야

긍정평가 32%, 부정 평가 29%, 모름/무응답 39%

 

한편 소프트파워 외교 및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에 힘 쏟고 있는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의 국제평판은 그다지 큰 존재감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는 32%에 그쳤고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29%나 된다. 긍정적 평가 기준으로 보면 중국 41%, 인도 36%에 미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3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평가 대상에 포함된 G20 13개 국가 중에서 러시아(30%) 다음으로 국제평판이 낮은 나라로 분류된다. 최근 대통령의 정상외교 및 정부의 공공외교가 본격화되면서 일각에서는 금방이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아미티지와 나이의 지적처럼 공공외교, 소프트파워 외교정책은 기본적으로 장기적 비전과 전략 하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국제적 평판이 G20 국가 중에서도 하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이후 보다 전략적이면서 정력적인 대외 공공외교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결과다.

 

위협국가 ‘부정적’이미지, 이란 56% > 파키스탄 51% > 이스라엘 50% > 북한 48%順

 

28개국 응답자들로부터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나라들로는 이란,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나라는 현재 국제적으로 핵개발 의혹이 있거나 주요 분쟁의 당사자로서 이란의 경우 긍정적 평가는 15%, 부정적인 평가는 56%로 나타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장 큰 나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6%, 부정적인 평가는 51%였고, 이스라엘은 긍정적 평가 19%, 부정적인 평가 50%였다. 2009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낸 북한도 긍정적인 평가는 17%에 그친 반면, 부정적인 평가가 48%로 나타나‘나쁜 국가’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2009년 비교 : 미국만 오바마 효과 힘입어 이미지 개선, 대부분 나라는 정체

 

앞의 [표2]에서 2009년 23개국 조사결과와 2010년 조사결과를 비교해 보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경우 급격하지는 않지만 국제적인 평판이 약화되거나 정체된 추세인 반면 미국에 대한 인식은 유독 나아지는 추세다. 전체적으로는 큰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독일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2009년 61%에서 2010년 59%로 머물렀고 올해 2위에 오른 일본의 경우도 2009년 56%에서 53%로 하강세다. 영국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57%에서 52%로 5%p가량 떨어졌으며 프랑스 역시 2009년 53%에서 2010년 49%로 내려왔다. 이러한 하강 또는 정체현상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등 신흥 경제 강국들인 브릭스 국가, 이란, 파키스탄, 북한, 이스라엘 등 위협 국가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2010년에 2009년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5개 국가의 조사결과가 합산된 결과이기 때문에 작년과 올 해사이에 발생한 변화량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2009년 조사와 2010년 조사 모두 참여한 23개국 결과를 따로 확인 해봤다(그림2). 위의 [표1]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미국의 상승세와 다른 국가들의 정체현상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2] 17개국 국제평판 긍정평가 비율: 2009-2010년 모두 참여한 23개국 응답평균

 

G-2 국제평판 시계열 비교: 2005년 이래 6년 만에 미중 평판 첫 역전

 

G-2, 즉 미국과 중국의 경우만 비교해보면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 등장 이후 국제적인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의 국제평판은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 취임 직전에 실시된 2009년 23개국 조사에서는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0%, 부정적인 평가가 45%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답변유보 응답이 15%였다. 중국은 같은 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40%, 부정적인 평가가 40%, 답변유보 응답이 20%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매년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중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림2] G-2의 국제적 역할 긍정적 평가비율 변화 (Global Poll 2005~2010)

 

*주: 괄호안은 조사국가 수

 

2005년부터 양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 비율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후 2005년부터 2008년 부시행정부 시기 동안 30~40%대에 머물러 있었다. 2005년 22개국 조사에서 35%, 2006년 33개국 조사에서 40%, 2007년 27개국 조사에서는 30%까지 떨어졌지만 부시행정부가 집권 하반기부터 일방주의적 정책을 완화하면서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2008년 34개국 조사에서 38%, 2009년 오바마 정부 취임 직전 조사에서 40%를 회복하다 이번 조사에서 46%까지 올랐다.

 

반면 중국의 경우 2005년 조사에서 48%, 2006년 조사에서 45%, 2007년 조사에서 42%, 2008년에는 다시 48%로 40% 중 후반대의 우호적인 평판을 유지했다. 그러나 작년 2009년 조사에서 40%, 올 조사에서도 41%에 그쳐 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디지털 경제 시대와 한국의 경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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