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66호] 정기 여론바로미터조사  

1. 여론으로 본 한국사회 갈등 진단

2. 갈등사례연구 : 세종시와 4대강

 

 


 

 

사회갈등 관리 시급, 정치권 갈등조정 기능 상실이 가장 큰 책임

5년 전 비해 여야 정치갈등과 이념갈등은 심각해지고, 빈부격차와 영호남 지역갈등은 완화

 

EAI와 중앙선데이, 한국리서치는 한국 사회에서 여러 사회적 갈등 요인들이 정치적 조정이나, 사법적 판단, 시민사회 내부의 자정노력에 의해 완화되기 보다는 출구없는 정치투쟁으로 비화되는 현실에 주목하여 매년 정기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사회갈등의 구조와 강도를 주기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통해 사회갈등 완화와 사회통합을 위해 정치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갈등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치사회적 대안 마련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촛불시위 있던 작년 대비, 사회갈등 심각해졌다 56.9%, 비슷 28.5%, 완화 13.2%

사회갈등 관리 기능 작동 안한다는 반증

 

1년 전에 비해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에 대해 56.9%(매우 심각해졌다 28.8% + 약간 심각해졌다 28.2%)의 국민들이 심각해졌다고 답했다. 비슷하다고 답한 경우는 28.5%였으며 완화되었다고 답한 국민은 13.2%(매우 완화되었다 1.5% + 약간 완화되었다 11.4%)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4%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우리 사회의 갈등이 1년 전과 비교하여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림1] 1년 전 대비 한국 사회갈등 체감도(%)

비교시점인 1년 전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내각 인선과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상반기 내내 연인원 수백만이 심야까지 거리를 메우며 청와대와 시민사회가 직접 대결하며 사회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에서 작년에 비해 사회갈등이 심화되었다는 여론이 다수를 이루는 것은 한국사회의 사회갈등 기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 만 하더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최근의 세종시, 4대강 문제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상황도 따지고 보면 한국 사회 갈등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탓이다.

 

대통령 비판세력, 민주당 지지자들이 갈등 체감도 커

반정부여당 세력이 맹목적인 비토층으로 귀결되는 것 막아야, 통합과 화합의 정치 절실

 

소득별, 연령대, 지역별로 보면 대체로 한국 사회에서 갈등이 심화되었거나 최소한 개선되지 않았다는 데 대체적인 공감을 확인할 수 있다. 대체로 30~40대, 월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중하위 소득계층,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충청권에서 평균보다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다른 계층과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그림2] 연령 ․ 소득 ․ 지역별 사회갈등 체감도 “심각하다”응답비율(%)․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층, 이념적 보수층에서는 그 강도가 확연하게 차이났다. 진보라고 답한 국민들 중 사회갈등이 심각해졌다는 응답비율은 68.9%였지만 보수나 중도층에서는 각각 52.7%와 52.6%였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 중 심각해졌다고 답한 경우는 36.6%였고 작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35.0%, 완화되었다는 응답은 26.9%였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는 사회갈등이 심각해졌다는 응답이 72.9%, 작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20.2%, 완화되었다는 응답은 6.4%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들 중 심각해졌다고 응답비율은 34.1%였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에서 나타난 응답비율은 72.3%에 달했다.

 

결국 집권세력 지지층과 이에 대한 반대 진영 지지층의 경우 사회 집단간 이해관계 충돌을 느끼는 강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권세력 지지층의 경우 집권세력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일종의 기득권 의식과 함께 집권세력의 잘못도 정당화 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야권 지지층의 경우 자신이 지지하는 세력이 집권에 실패한 데서오는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정책들이 추진되는 데서 오는 반발로 사회갈등을 보다 심각하게 체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들 집단이 각각 맹목적인 정부 옹호세력이나 사사건건 정부정책에 반대만 하는 안티세력으로 고착되면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권교체 과정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정부 시기를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기억하고, 현 정부에 반대하는 진영이 현재를 동일한 감정으로 기억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사회통합과 민주주의의 효율적인 작동을 기대하기가 요원해질 것이다.

 

[그림3] 정당지지, 대통령 국정지지여부, 이념성향별 갈등 체감도 “심각하다”비율(%)

 

사회갈등 심화의 책임

국회와 정치권 44.4% > 언론 16.3% > 국민 13.8% > 대통령 11.4% > 노조/시민단체 8.2%

 

이렇게 심각해지는 사회갈등의 책임에 대해 44.1%의 국민들이 정당 및 국회를 지목했다. 언론이 16.3%, 국민개개인 스스로가 문제라는 응답은 13.8%였다. 대통령이라는 응답이 11.4%였다. 이 밖에 노동조합(5.0%), 시민단체(3.2%), 기업(1.4%) 그리고 사법부(1.1%) 순이었다.

 

국회와 정치권은 법치의 근간을 마련하는 입법기관일 뿐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 기능과 함께 정부의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사회적으로 상충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반영하는 정치적인 갈등 조정 및 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국회와 정치권이 갈등 조정기관이 아닌 한국사회 최대의 갈등 유발기관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관리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뢰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그림4] 사회갈등 심화의 책임은 누가 제일 큰가?

정치권의 갈등관리 기능에 대한 불신은 우선 권력간 충돌을 심화시키고 실력행사의 정치를 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여러 사회갈등의 해결 과정이 과도하게 사법부에 의존하게 되거나 거리에서의 실력행사에 기대야 한다는 유혹을 받게 된다. 즉 건강한 3권 균형이 무너지면서 입법권력, 행정권력, 사법권력 간의 충돌이 상시화되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게 된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 노전대통령 탄핵, 행정수도 이전, 촛불시위, 최근 미디어법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정치권에서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고 장외투쟁 → 헌법재판소 제소 → 헌재판결 → 헌재 판결 정치쟁점화 라는 악순환이 패턴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정치권이 갈등조정 기관으로서 제 역할 못할 뿐 아니라 여는 국정주도권을 위해 야는 차기 집권전략을 위해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진영에 대해 갖는 심리적 반감을 활용함으로써 권력투쟁을 시민사회 내부의 갈등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역대 정부와 여당은 반대파 끌어안아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보다는 줄곧 반대파의 여론과 입장은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 강해 정치적, 이념적 갈등을 관리하는데 실패했다.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의 지지층이 갖고 있는 심리적 박탈감과 정부에 대한 반감을 대여 정치공세에 활용해온 측면이 크다.

 

정치권이 사회갈등이 발생할 때 기댈 수 있는 해결사가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문제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주의 완화나 행정 효율성 차원에서 정치개혁의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선 이러한 문제아 이미지를 벗어낼 수 있는 개혁과 변화가 급선무로 보인다.

 

한국 사회 갈등 구조의 변화 : 갈등 집단 간 거리감 분석

盧 정부 시기 빈부격차 1위, MB 정부 여야 정치 갈등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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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 갈등구조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사회갈등요인들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시기 EAI와 중앙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과 잘사는 사람간의 집단간 거리감이 크다는 데 에 무려 응답자의 89.6%가 동의함으로써 한국 사회 최대 갈등요인으로 꼽혔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거리감이 크다는 응답이 86.0%, 기업가와 노동자 갈등에 대해서는 76.0%가 거리감이 큰 갈등관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63.5%의 응답자들이 지적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 갈등이었고, 62.8%의 응답을 받은 진보-보수의 이념갈등을 미세하게 앞선다. 호남사람과 영남사람간 지역갈등이 59.8%, 엘리트와 일반인 간 갈등에 대해서는 59.6%가 큰 거리감이 있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눈에 빈부격차나 노자 갈등과 같은 경제적인 균열요인과 여야 정치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세대균열과 진보보수의 이념갈등이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림5] 사회갈등요인별 집단간 거리감 변화 (2005년-2009년)

 

 

그러나 4년이 흘러 정권이 바뀐 현 시점에는 적지 않은 변화들이 발견된다. 빈부격차(81.8%), 노자갈등(71.3%)등 경제적 갈등 요인이 여전히 높은 갈등요인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1순위는 한나라당-민주당간 정치 갈등을 지목한 응답이 84.2%로 가장 많았다. 2005년과 달리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거대야당이 되었고 당시 과반수 의석을 점했던 열린우리당은 100석도 못 미치는 규모로 줄어든 민주당으로 변신했지만 정치적 타협과 조정의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출구 없이 대치하는 형국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도 세종시, 4대강 문제를 두고 타협점 없는 정치적 대결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무현 정부 시기 새롭게 주목받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집단 거리감에 대해서는 응답비율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상대적인 순위에서는 진보-보수간 이념균열요인에 자리를 내줬다. 진보-보수간 이념갈등의 경우 2005년 조사에 비해 11.4%p가 오른 74.9%가 집단간 거리감이 크다는 응답을 함으로써 여야 갈등, 빈부갈등에 이어 세 번째 높은 응답을 받았다. 올해 만 하더라도 용산참사,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정국이 크게 요동치고, 최근에는 친일인명사전, 친북인명사전 발간을 두고 주요 정치쟁점들이 진보와 보수진영간의 대결과 중첩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반면, 응답자 열명 중 여섯 명이 집단간 거리감이 크다고 답했던 영호남 갈등에 대해 지적한 응답은 40.3%로 떨어졌다. 여전히 정치권의 지역주의 동원전략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지역별 몰표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지역주의가 권위주의 시대의 영호남 출신지역의 정체성에 기반한 차별과 갈등보다는 주거지역의 개발정책을 중심으로 지역이익에 기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현상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최근 영호남 보다는 수도권과 지방, 세종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과 비충청권 간 이해관계의 차이 등이 부각되면서 영호남 지역갈등은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결과는 정치권의 갈등 조정기능의 회복과 함께 빈부격차 및 노자갈등과 같은 경제사회적 양극화 문제에 대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대책이 사회통합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다. 특히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사회학자 디마지오는 사회 제반 갈등요인들이 이념적 정체성의 균열과 중첩되어 나타날 경우 사회 양극화의 폐해가 가장 심각해질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진보와 보수 이념의 내용과 실체가 모호해지고 있는 현재,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념적 정체성으로 갈등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보다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6대 프로젝트

문화와 정체성

세부사업

한국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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