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브리핑 58호] 의회의 대표성과 정치적 관용으로 본 민주주의 인식과 평가

1. 현대 민주주의 최대과제 : 다수 독선 넘어선 정치적 관용 실천 절실

2. 한국 국회, 국제의원연맹(IPU) 주관 24개국 여론조사

 

 

 


 

제2회 UN 국제민주주의의 날(9.15) 기념, 여론으로 본 민주주의의 현주소

 

민주적 가치의 세계적 확산

나와 다른 의견 인정하는 “똘레랑스”(정치적 관용) 확대엔 기대와 우려 교차

 

세계인 “민주주의 국가에 산다는 것, 개인 삶에 중요” 90%, “매우 중요” 67%

한국은 98%가 중요(매우 중요 83%, 대체로 중요 25%)하다. 24개국 중 2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적 가치가 개인의 삶에 내면화되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64%를 대표하는 24개국 21,2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세계인의 90%가 개인의 삶에서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국가에서 산다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답했다(‘매우 중요하다’ 67% + ‘다소 중요하다’ 23%).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경우는 8%(‘별로 중요하지 않다’ 6% + ‘전혀 중요하지 않다’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2%였다.

 

조사는 국제의원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의 의뢰로 유엔이 제정한 9월 15일 국제민주주의의 날(the International Day of Democracy)에 맞춰 2009년 4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미국 매릴랜드대학의 국제여론연구기관인 월드퍼블릭오피니언(WPO)이 주관하에 이뤄졌다. 한국에서는 매일경제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연구주관기관으로 참여했고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진행했다. 각국 조사의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4% 수준이다.

 

미국(93%), 영국(96%), 프랑스(96%), 독일(96%) 등 선진 민주주의 국민들 사이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개인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중국(95%), 인도(80%)와 같이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 강국의 국민들도 민주적 통치제도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심지어 팔레스타인(96%), 터키(95%), 인도네시아(90%), 이라크(84%) 등 테러와 내부갈등이 심각한 분쟁국가나 남아공(96%), 나이지리아(95%) 같은 아프리카 후발 국가 등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이 83%, 대체로 중요하다는 응답이 15%로 총 98%의 응답자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긍정적으로 답함으로써 이집트 (9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아제르바이잔과 같이 구소련연방에 속했던 나라들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중요하다는 응답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러시아는 62%(매우 중요하다 16% + 다소 중요하다 46%), 우크라이나 75%(매우 중요하다 36% + 다소 중요하다 39%) 그리고 아제르바이잔 79%(매우 중요하다 54% + 다소 중요하다 25%)였다.

 

[그림1] 개인 삶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 정치적 관용(political tolerance) : 기대와 현실 괴리 커

 

• 소수 의견 존중하는 “똘레랑스 (정치적 관용) 중요” 86%, 그 중 “매우 중요” 58%

• 자기나라 정치적 관용 수준은 낮아, 소수의견 개진 및 존중 “전적으로 보장 된다” 24% 그쳐

• 한국, 괴리 가장 커

 

소수의견 존중 중요하다 98%로 1위, 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6%로 최하위권

 

유엔이나 국제의원연맹을 비롯한 민주주의의 관련 국제기구들이 민주주의의 확대와 발전을 위한 최대과제로 꼽고 있는 정치적 관용의 원칙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동의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수의견이 처벌이나 제재에 대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정치적 관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세계인의 86%(‘매우 중요하다’ 58% + ‘다소 중요하다’ 28%)가 동의했다. 한국은 98%가 중요하다(매우 중요 77%+ 대체로 중요 21%)로 조사 대상 2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96%). 영국(96%), 프랑스(94%) 등을 필두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80~90% 이상의 응답자들이 다수의견에 반하는 소수여론이라도 존중받고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개인 삶에 민주주의 제도가 미치는 중요성에 대한 평가에서처럼 우크라이나(77%), 러시아(64%), 아제르바이잔(55%)과 같은 구 소련 소속 국가들이나 중국(66%)에서 정치적 관용의 중요성에 대한 여론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각 나라별로 소수의견이 얼마나 자유롭게 개진되고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24개국 응답자 중 불과 24%의 응답자만이 자기나라에서 소수의견이 존중받고 전적으로 보장되고 있다고 답했다. 부분적으로 약간 보장되고 있다는 미온적 응답이 42%, 별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30%였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정치적 관용의 중요성은 높게 평가했지만 실제 자기나라에서 얼마나 잘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온적이거나 냉담한 평가가 많았다. 미국의 경우 소수의견이 얼마나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보장받는 지 물어본 결과 불과 24%만이 전적으로 보장 받는다고 답했고 약간 그렇다는 미온적인 답변이 가장 많아 58%, 별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16%였다. 영국은 21%가 긍정적, 48%가 미온적, 30%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고, 프랑스는 긍정적 응답이 17%, 50%가 미온적, 32%가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조사대상 중 전적으로 정치적 관용이 보장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남아공(45%), 칠레(41%), 인도(41%)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 과반수에 못미쳤다. 팔레스타인(5%), 러시아(9%), 아제르바이잔(13%), 중국(16%) 등은 각국 정치적 관용의 수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비율이 매우 낮고, 정치적 관용의 수준에 대한 미온적 응답과 부정적 응답비율이 상대적으로 컸다. 특히 한국 국민들은 소수의견의 존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6%, 미온적인 평가는 30%에 그친 반면 소수의견이 별로 존중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에서 팔레스타인(61%)와 함께 과반수를 훨씬 넘는 64%를 기록했다.

 

결국, 각국의 정치현실을 보면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다양한 견해간 상호경쟁을 촉진하는 정치적 관용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여론의 평가가 내려진 셈이다. 정치적 관용 즉 ‘똘레랑스’의 가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지만 각 국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조사를 주관한 국제의원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의 테오-벤 거리랍(Theo-Ben Gurirab) 의장은 조사결과에 대한 논평을 통해 “특히 나와 다른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정치적 관용의 원칙에 대한 각국 여론의 공감대가 커지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다. 정치적 관용은 민주적 대화와 정치적 다원주의의 기초가 민주주의의 핵심원칙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및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데 관건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적 관용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데 반해 각국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큰 것은 우려된다” 며 “각국 모든 의회, 의원, 대통령, 고위 공직자들이 정치적 관용을 강화시키기 위한 보다 과감한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림2] 소수의견 존중 중요성 인식 및 각 국 소수의견 보장 정도 평가(%)

 

[그림3] 24개국 “소수의견 존중 및 보장”의 중요성(%)

 

[그림4] 24개국 각국의 “소수의견 존중 및 보장” 수준 평가(%)

 

6대 프로젝트

민주주의와 정치혁신

세부사업

대통령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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